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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 心,想,和...

답사> 관룡사 용선대에서 생각하는 기다림... 080315

용선대에서 생각하는 기다림...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가여래좌상) 080315

 

* 이곳의 석가여래좌상을 보면 두가지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 먼저 觀龍寺 龍船臺... 저는 선(船)보다는 관(觀)을 중심으로 풀었고

* <그리움>과 <기다림> 중에서는 기다림에 중심을 두었네요...

* 두개의 개념이 엉켜있다가 쓰면서 한쪽으로 쏠리다보니 글이 조금씩 늘어진 기분도 들고...

* 조금 복잡하게 쓰여졌다는 생각이 많지만 수정은 안 하기로...^^

* 사진은 2007년 2월 창녕쪽 돌면서 찍었던 걸 올렸답니다...

 



사무실을 옮겼답니다.

콘테이너를 쓰다가, 짓고 있는 건물 2층으로...

물론 이곳도 내년 4월 준공 때까지 사용될 임시 공간...

서울 사무실은 거의 비워서 나의 냄새가 배이지 않았고,

사무실도, 숙소도 모두 임시로 머무는 공간들이지요.

 

<임시 사무실...^^ 너무 넓어서 휑한...ㅎㅎ> 


방랑벽 때문일까요?

아니면 여행을 좋아해서일까?

공간에 천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모습이 내 삶의 밀도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뿌리 없이 떠돌아다니는 부평초와 길 위의 여행자가 그려지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문득 나와 정반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일년, 십년, 백년, 천년을 제자리에 머물며

수십,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을 기다리는 얼굴...

늘 한 곳만 응시하며 영겁의 풍파를 감내하는 표정...

 

<관룡사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 높이 1.81m + 좌대 1.17m, 9세기, 보물 295호... > 

 


자유스럽지 못함을 안타까워하지 않고,

주어진 공간과 하나가 되어버린...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 사계가 변하고,

변하지 모습으로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곳...

 

 




창녕에 가시면 관룡산에 의지한 觀龍寺가 있답니다.

관룡사에서 몇방울 땀을 여비삼아 화왕산(火旺山)쪽으로 오르면 용선대가 있고요.

시원한 바위 끝에 작은 석조여래좌상이 하나 있지요...

작지만 거침없고, 존엄하지만 단아한 크기의...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을 바라보면 저는 왜 기다림이 생각날까요?

 

 




천년을 기다린 얼굴을 본다.

그냥 그렇게...

묻지도 않고 답하지도 않는다.

춥냐고, 덥냐고 묻지 않고,

별이 예쁘다고, 눈이 온다고 대답하지 않는다.

기다림보다 소중한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단다...


천년을 지켜온 바위를 본다.

그냥 그렇게...

변한 것도 없고 변하지 않은 것도 없다.

힘드냐고, 일어서고 싶냐고 묻지 않고,

바람이 시원하다고, 햇볕이 따뜻하다고 대답하지 않는다.

기다림보다 아름다운 어떤 것도 알지 못한단다...

 

 





주변의 風光을 거느리는데 부족함이 없고

떠오르는 해를 우러러 거칠 게 없는데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을 바라보는지 알지 못합니다.

수십, 수백년을 한곳만 응시하는 그분을 생각하면

왜 채우지도 비우지도 못한 기다림이 생각날까요?

애처롭지 않은 풍광에 어울리지 않는 눈물 한방울 남기고 왔답니다.

 

 



나도 따라 바라본다.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것도 없고 보이지 않는 것도 없다.

해, 달, 산, 들, 물...

무엇을 찾는지, 무엇을 기다리는지 차마 그려보지 못했다.

지나가는 바람에서 작은 향기하나 찾았다.

 

 

 

가만히 누웠다.

그냥 그렇게...

들리는 것도 없고 들리지 않은 것도 없다.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 햇빛이 다가오는 소리...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차마 묻지 못했다.

투명한 바람에 숨은 숨결한줌 보았다.

 

 

 


 

눈물이 흐른다.

그냥 그렇게...

다가섬도 없고 물러남도 없다.

빌다만 소원들, 채워지지 않은 욕망들...

듣고만 있는 것인지, 기억은 하는지 차마 들을 수 없었다.

멀어지는 하늘을 채우는 고운 빛깔하나 주웠다.

 

 

 


다시 일어섰다.

그냥 그렇게...

비움도 없고 채움도 없다.

구름, 나무, 바위, 비, 눈...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움직이지 않았는지 차마 보지 않는다.

흐르는 시간 속에 작은 꿈 하나 새겨본다.

 

 

 




외로움이란 말하기엔 너무 당당하고,

시원함이라 말하기엔 너무 간절하고,

호방함이라 말하기엔 너무 쓸쓸하고,

기다림이라 말하기엔 너무 의연하고...

간결한 선과 경직된 몸매에서 저는 그윽한 관조(觀照)를 생각합니다.

 

 


 

하늘을 우러르지 않고

땅을 내려보지 않고

바람을 거부하지 않고

햇빛을 마다하지 않고...

그윽한 눈매에 단단한 입술에서 저는 끝없는 기다림을 생각합니다.

 

 


 

 

살가운 웃음소리,

간절한 소망,

공허한 세월,

따사로운 평온...

무표정한 얼굴에서 그려지는, 잃어버린 시간과 멈추지 않는 공간...

 

 

 

천년의 세월에서 기억하는 수많은 바램들...

천년의 세월 속에 묻혀버린 꿈과 소망들...

천년의 세월 앞에 머무르지 않는 자연...

천년의 세월동안 변하지 않는 표정...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잃었는지 묻지도 답하지도 못하는 멈춤...

 

 


비워지는 자연속에

채워지는 그분을 어루만지며,

저는 사람들의 소망을 읽고

저의 꿈을 묻혀 봅니다...


채울 수도 없고

비울 수도 없는,

기묘한 자리...

멈춰버린 시간에,

그냥 그렇게 바라보는 관조의 기다림이 무엇인지 한참을 지켜봤답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대답하네요.

천년을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기억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천년이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이라고...

천년을 머물러온 이유는 변하지 않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라고...

천년을 지키온 이유는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텅 비어서 꽉 찬 공간...

꽉 채워서 텅 빈 모습...

또 다시 천년 후 나는 무엇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