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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메모> 아오모리현에서 느낀 지진...08072*

 

 

 

1.


4시반쯤 깼을까?

아직은 어슴푸레한 어둠이지만 자욱한 안개가 창밖을 채웠다.

좀 더 잡시다...

룸메이트 J사장과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잠을 청한다.


어제 지진 느꼈어요?

7시가 조금 넘어서였을까,

아침 식사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웅성거리는 사이

사람들이 묻는다.


아니~~~ 그냥 푹 잤는데?

여기서부터 나는 세상 물정도 모르는, 둔하고 철없는 사람이 되고 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진동에서도 잠이 와요?

옆에 앉은 J사장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살짝 외면하는 게, 그 역시 못 느꼈다는 눈치...

혼자서 둔한 사람 되지, 왜 자기까지 끌어 들이냐는 외면이다.




2.


24일 0시 26분께, 숙소에서 동남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이와테현에서

M(mapnitude) 6.8의 강진이 일어났다. 진원지는 지하 108km 지점.

사망 40여명을 포함해 120여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아침과 저녁 뉴스의 한문만 열심히 읽었다...^^)

우리가 묵었던 아오모리현 대악정(大鰐町, おおわにまち) 아도라산(阿闍羅山,あじゃらやまサン)

아오모리 로얄호텔(靑森 ロヤルホテル)에서의 강도는 약 M4가 조금 넘는 정도...

 

<지난 24일 발생한 지진 진앙지... 내가 머물렀던 곳은 진원지에서 서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인데, 지도에는 39.70N이라는 위도 표시 옆쪽이다... 스크랩이 안돼서 여기 참고자료들은 Daum 이미지에서 캡처했다...> 


지진에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강도 4.3의 지진도 상당했다고 한다.

자고 있던 침대가 요동치고, 바지를 걸어둔 옷걸이가 벽장문을 때리고,

스텐드 등이 쓰러질 듯 흔들거리고, 물이 든 컵이 넘어질듯 기우뚱거리고...


물론 지진강도 1의 차이는 30배니까, 6.8과 4.3은 4~50배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잠자던 사람들은, 옆사람이 깨우려고 심하게 흔들었을 때처럼 침대가 좌우로 움직였다하고,

앉아 있던 사람이 창을 봤을 때는 창문이 깨질 것처럼 우그러지게 보이고,

서있던 사람들이 중심을 잡으려 애쓰며 뒤뚱거려야 할 정도...

 

 


그런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천하태평...

나는 잠만 잤다.

그렇게 심했는데 꿈속에서 바쁜 일이 있었나?




3.


물론 욕을 먹었다고 호기심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지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J사장을 비롯해,

L사장, G소장 등과 호텔을 들러봤다.

건물(Wall 구조)에 균열은 없는지, 수장공사의 재료분리나 자재탈락 현상은 없는지,

신관과 구관을 잇는 브릿지(passageway)의 연결부위에 이상은 없는지,

비상계단(여기는 철골구조다)이나 지붕에 문제는 없는지...


창문이 우그러지고, 유리창이 깨질 것 같았다는 체험과 무관하게 아무 이상이 없다.

타일 한 장 떨어진 게 없고, 도배지 이음부위, 천정 재료분리대에 터진 부분도 없다.

엘리베이터도 정상 가동이고, 지하실의 온천욕장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허걱~~~ 정말 나같이 잠만 잔 사람은 지진의 진위를 위심할 만큼 하자가 없다.


야~~~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요?

어젯밤 늦게까지 남기고 간 술병을 기울이며 지진을 지켜본 A사장과 K사장이 한마디 한다.

모두가 건설업자라 그런지 해당 분야에 대해 유심히 관찰한 결과가 자연스레 모아진다.

No Problem...

그리고 각각의 공종 책임자들과 건축사가 모이니 자연 지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내가 묵었던 로얄호텔 배치도... 본관과 브릿지로 연결된 신관 9층에 머물렀다... 지진을 못느꼈냐는 말에, 아마도 바로 옆 비상계단이 코아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변명했더니 금방 한마디 들었다... 개 몸통이 흔들리는데 맨 끝방, 꼬리는 더 흔들려야 정상이지...^^ 완전히 야만인(? 아니지 그럴수록 오감이 살아있을테니 내가 문명인 아닌가?) 대접 받았다...ㅠㅠ> 



국내의 내진구조와 설계, 시공에 대해서 몇가지 정리해 볼까?

90년대 중반쯤부터였던 것 같다.

소위 내진설계가 국내의 공동주택에 법적으로 강제되던 시점이.

대부분 공동주택에서 사용하는 벽식(Wall)구조에 횡방향의 구조벽이 설계에 적용됐다.

그 이전에는 벽돌로 쌓았던 욕실과 안방 칸막이가 철근 콘크리트로 대체가 되었지.


2000년이 넘어서서는 건물 전체를 구조로 바라보는 해석이 설계에 적용이 되었지?

예전에는 피라미드처럼 아래층은 두껍고 긴밀하게, 위층은 느슨하게 설계가 되었는데,

그때부터 건물높이의 1/3은 강하게, 서서히 약해지다가 맨 위쪽은 다시 강하게,

그리고 계단실이나 승강기 피트가 있는 부분은 강하고, 여타부위는 비슷하게 설계되다가,

최근에는 코아구조(계단과 승강기 피트)를 벗어나서도 각기 다르게 설계/시공 된 것 같다.

(참고로 붕괴를 기준으로 보면, 무너져도 무관한 곳과 무너지는 걸 잡는 구조로 나뉘는데,

십수년전 삼풍백화점을 떠올려보면 스라브 중간은 무너져도 코아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소위 건물 전체의 생김새를 하나의 구조물로 보고,

각각의 부위를 모멘트(휨)나 직하중(수직), 횡파동의 진행에 따라 설계/시공하게 바뀌면서,

예전에 아파트 구조도의 철근 배근도가 10~20가지였다면, 지금은 100가지가 넘게 되었지.

참고로 국내나 일본 모두 지진의 한계 강도는 7을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물론 이번 일본에서의 지진을 생각해보면 반성할 점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구조에 대한 해석과 보완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과연 내장재 등에 대한 기준과 지침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그것이다.

타일이나 등기구, 도배 등의 수장재와 유리와 창호, 그리고 가구의 부착 안정성의 문제...

실은 공사를 감독하는 나 자신도 지진을 생각하며 세세한 자재선별을 지시한 바 없다.

(지진에 주방가구 상부장이 안전하려면 몇 mm의 피스를 사용해야하지?)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그들의 농가를 보면 참 가볍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사실 목재 결구방식의 경량구조가 지진에 유연하다... 단독주택의 경우 지붕은 거의 금속기와 방식이다...>  


돌아다녀본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에는 고층건물군이 별로 없다.

물론 이점은 연약지반지역(목포 등)이나 지진빈번 발생지역(LA 등)이 공통이기는 하다.

벽돌구조 집이 거의 없고, 상대적으로 지진에 강한 목구조 건축이 많고,

기와지붕보다는 슁글이나 금속기와가 많고, 도시의 공동주택에도 발코니 창호가 없다.

(몇년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부산지역 고층아파트 발코니 유리 파손이 문제가 됐었지?)

 

<이번 여행과는 무관하지만 최근에 지어진 동경의 한 공동주택... 요즘에는 복도난간에 유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동주택의 경우 발코니 창호는 없는게 일반적이다... 일본의 전형적인 회색 페인트로 마감된...> 


물론 구조면으로도 벽돌보다는 철근 콘크리트가, 그보다는 철골 구조가 내진에 강하고,

벽식구조보다는 라멘이나 무량판 구조가 지진에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나라에도 최근 아파트에는 라멘과 무량판 구조가 많이 적용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 외에도 피난 통로의 지침이 달라, 발코니마다 아래쪽으로 비상계단이 있는데,

우리가 소방 위주로 피난통로가 설정된다면, 일본은 소방과 지진이 동시에 고려되어 있다.




4.


한참 지진과 내진 설계 및 구조에 대한 의견교환들이 이루어지다 결국 두가지에 귀착됐다.

하나는 소위 <국민성(?)>과 <행정체계 혹은 시스템(?)>에 대한 문제...

우리동네에는 일제시대에 만든 뚝방이 있는데 아직도 건재해... 한강철교도 봐...

60넘으신 분의 이야기에 이런저런 토를 달려다가 건너뛰기로 했지만,

행정체계에 대해서는 서로의 이견이 없는 듯하다.

 

<지진 발생 1시간 전의 기상도...> 


지진이 발생한지 20.8초 후에 일본에서는 경보가 발령되고, 방송에서 중계가 되었다.

만들어져 있던 <대책본부 간판>이 사무실에 걸리고 공무원들이 상황을 취합한다.

지진의 여파가 관측되고, 진원지가 지하 108km 지점임이 밝혀졌다.

지진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공무원의 신속하고 차분한 태도보다

솔직히 나의 진지함을 촉구한 부분은 진원지 파악과 후속대처에 대한 이야기다.


몇 년 전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되고, 한국과 일본, 미국은 발사처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

결국은 상당한 오차를 가진 한국보다 일본이나 미국이 더 정확하다는 결론이 났었고.

이번 지진의 진원지에 대해서는 나는 어느 정도의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고, 피해여파에 대해서도 걱정하지는 않지만

과연 지진이나 예견하지 못하는 자연재해에 대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가가 걱정이다.



지진은 하나의 나라나 대륙에 대한 이해보다는 지구전체의 지질과 판구조에 대한 문제이다.

또한 이문제는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가 탄생한 45억년의 역사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지.

지난번 중국 사천성 지진에서 우리는 유라시아판이라는 거대한 구조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중국 대륙이 매년 1.5cm 씩 우리나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그러면 일본열도는 태평양쪽으로 밀려날까? 아니면 우리나라쪽으로 좁혀지고 있을까?


물론 이러한 문제를 내가 아는가 모르는가? 관심이 있는가 없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고? 나의 상식은 국가의 정책결정이나 피난방법의 체득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굳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러한 부분의 움직임은 지구 전체의 지각운동과 직결 된 만큼

우리나라의 담당자와 정책결정자에게는 45억년의 지표와 통계가 있어야함을 의미한다.

즉, 애초의 출발과 준비는 전 지구적 변화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읽고 감지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시스템이 필요하지, 우리나라의 부분적 변화에 매몰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지진은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 때 검토하는 지질학이 대부분이 아닐까?

게다가 지질학적 상식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더욱 멀어져 있지 않나 생각이 되기도 하는데

일제청산과 맞물려, 산맥표기 대신 대간과 정맥의 구분은

사실 지질학적 분류보다는 생활, 문화적 분류가 우선임이 분명하다.

실생활과 문화적 분류는 상식으로 남지만, 과학적인 분류를 전문가들이 외면할 이유는 없다.


음~~~

지루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일본의 지진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즉, 각 대륙, 각 나라를 직접 연구하거나 그들과 연관되어 종합하는 그들의 관심과 총체적인 사고...

내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지진에 대한 행정시스템은 너무 국지적이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다.

지진에 대해 알려면 우리 정책담당자의 관심은 세계적 지표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지구의 역사와 연결시킬 수 있는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긴~~~ 안목...




5.


침대 흔들어주니까 잠이 더 잘 오던?

현장 검증(?)으로 출발 시간을 못 맞춘 나를 비롯한 몇사람에 대한 회장님의 일침에

지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리된다.

 

 

어떤 분은 서울에 두고 온 손주 걱정에 잠 못 이루며 대성통곡하고,

A사장은 건물 밖으로 피신할까 그대로 있을까 고민하고,

L사장은 마누라보다는 애들 생각이 먼저 났다는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진다.


극한상황...

그것을 경험한 이들의 내심과 일면들이 소개되는 시간이다.

그 한계상황에서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경험한 이들에게 강제된 소중한 반성의 시간이었겠지?

나는 유서한장을 일본에서 썼다는 K사장의 이야기에

미처 몸으로 경험하지 못한 지진이 못내 아쉽다.


오늘 밤에 여진이라도 한번 일어나지...^^

옆 침대에 누운 J사장과 둔하고 무던한 감각에 대해 한탄하며 하루가 저문다.

극한의 한계상황...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누구를 떠 올렸을까?

 

<저 침대가 좌우로 흔들렸다는데... 나는 정말 모르고 잤을까? ^^>

 

아마도 그 시간 꿈속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의 무릎을 베고 누워, 향기에 취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