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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행...

오늘> 추석 스케치 2 - 화엄사, 지리산 성삼재...080917

 



3.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소풍날이면 늘 비가 오신다는 머피님의 약속이 오늘도 지켜졌다.

잔뜩 끼어있는 건 온도차가 만든 안개가 아니라, 비구름이다...ㅠㅠ

그래도 일단 떠나지요?

아쉬운 뱉음을 아무도 댓구하지 않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분위기...

우리나라가 얼마나 넓은데... 무거운 비구름도 지리산 높은 줄은 알지 않을까요?

산이 가까우면 비가 더 오지~~~이...^^

 

<결국 화엄사로 가기로...^^> 


밟지도 못하고, 밟을 수도 없다.

오래된 차지만 이제 6만5천키로...

부모님도 계시고, 아이들도 함께 있으면 조심스러워지나?

아마 무거워서 안 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래~ 여기는 비가 안 오잖아...ㅎㅎ

 

<몇번 경험했다고 이제는 여치 뒷다리도 잡는다...^^> 


전망 좋다는데 잠깐 내렸다 가시지요?

섬진강 어디쯤...

공식명은 보성강인데, 나는 꼭 압록강이라고 부른다.

지역 이름이 압록인데 압록강이라고 불러도 싫어할 사람 없지 않을까요?

하긴 내가 동작구에 산다고 동작강이라고 부르진 않지...ㅋㅋ

 

<압록강(?) 위 압록교에서...> 


고속도로 잠깐(30분) 국도는 오래~~~(1시간?)

그렇게 압록을 거쳐 구례구역(舊域인지 區域인지 舊驛인지)을 지나 화엄사로 향한다.

주차장을 한바퀴 돌아 차량통제의 경고문(!)을 무시하고 일주문 앞까지 진출...

뒷머리가 약간 따갑지만, 심장혈관 수술후 많이 걷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비난을 감수한다.


 

<일주문들만 쭉 모아보지 않았지만, 이쪽에는 팔작지붕인 일주문들이 몇곳 있다는 기억이... 화려한데 작고, 큰데 맛배지붕?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꺼리네?^^> 



굵직굵직한 유물들에 비해, 화엄사 일주문은 정말~ 정말로 소박하다.

그래~ 그때도 여기까지 와서 차를 세웠지?

이도 벌써 11년 전 이야기다.

야~ 이 통돌 봐... 엄청 뜯어 고치기는 고쳤네...

 

<화엄사 중심 안마당... 화엄사는 보제루가 있지만 우각(모퉁이) 진입이다... 극적인 효과에 맞는 시선 유도 장치와 적절한 규모가 애초에 계산되어야만 하는 가람배치다... 생각해보면 화엄사의 석단/석축은 그 규모에서 어디에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마당을 중층으로 만들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비례와 배려는 참 탁월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남들은 모두 칭찬하는데 나의 불만중 하나는 제 계단의 중간 경계석이 끊어져있다는 점... 아직까지는 불만...^^> 


대웅전, 각황전 앞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뿔뿔히 흩어진다.

나는 열심히 사진 찍으려고 바쁘고,

특별한 게 뭐 있겠어? 예전에 다 봤는데... 하시는 부모님은 여기저기 기웃거리시고,

그 중간 어디쯤에 색시와 햇살이, 그리고 똘똘이의 보폭이 결정된다...^^

 

 


힘겨워 하시는 어머니 계단 오를 땐 얼른 쫓아가 부축해 드리고,

잠깐 잠깐, 아주 짤막한 원포인트 레슨(?)을 보태가며 보조해 드린다.

한 바퀴 비잉 도셨는지, 보제루 툇마루에 앉아 화엄사를 감상하신다.

어찌할까나~~~ 나의 사진찍기는 이제부터 시작인데...ㅠㅠ

 

<각황전 앞의 사사자석탑... 노주석일지도 모르지... 궁금한 것은 탑신부의 문양인데 아직 탁본이나 그림을 보지 못했다...> 


스케치라 이름붙인 마당에 말도 많고 글도 길지만(?)

그래도 화엄산데 살짝~ 아주 살짝이라도, 몇마디는 하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

음~~~

언젠가도, 혹은 늘 이야기하는 거지만 화엄사는 내가 주저없이 꼽는 좋고, 멋진 절집이다.

 

<대웅전과 각황전의 참 절묘하다 싶은 배치... 어디가 중심인지 보조인지 모르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보완하기에 좋은 그림이 나오는게 아닐지...> 


모두가 아는 각황전에, 단일전각으로는 결코 작지 않은 대웅전,

그리고 석등과 사사자 삼층탑과 석탑, 또 오층쌍탑...

그 하나하나가 근엄하고 장중하며, 웅장한데도 화엄사 앞마당에 앉으면 그럴 수 없이 편하다.

내가 그 크기에 압도되지 않고, 내 마음이 무게에 짓눌려 답답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오밀조밀한 답답함이나 근시안적인 거드름이란 찾아볼 수도 없는 시원함이 있다.

 

<두기의 오층탑은 철저하게 상반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상하층 기단부, 일층몸돌의 화려한 부조와 지붕돌의 과장된 반전, 그리고 배례석의 문양까지도 철저하게 한쪽에만 장식되어 있다... 장중한 각황전쪽에는 이처럼 화려한 석탑이, 경쾌한 대웅전쪽에는 수수하고 아무런 장식이 없는 석탑이 그렇게 놓여있다...>  


언제고 화엄사에 대해 다시 말해봐야 동어반복이겠지만,

(오늘은 각각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중임...^^)

화엄사에는 충만하지만 너그럽고, 허허로운 듯싶지만 차분한 그런 기운이 넘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엄사는 경쾌하다. 또 가볍다.

 

<보제루 기둥... 누하 진입하기에는 너무 낮다...> 


감은사탑 앞에서는 느끼는 장중한 행진곡도 아니고,

개암사에서 느끼는 푸근한 경쾌함도 아니고,

통도사에서 느끼는 차분한 느긋함도 아니다.

지리산하면 떠오르는 깊고 넓음은 베토벤을 연상시키지만,

이곳 화엄사 경내에는 혹자의 말처럼 모차르트의 경쾌한 연주가 채워져 있다.

(물론 그의 독특하고 가볍고 약간은 냉소적인 웃음과는 거리가 머~언 진중한...^^)

 

<높고 낮음, 크고 작음이 분명한...> 



한참을 노니는데 부모님이 안 보이신다...쩝...

그래도 효대라 불리는 곳의 사사자 삼층탑을 놓쳐서는 안 되지?

다시 보는 삼층탑...

크다...

높다...

좋다...^^

 

<사사자 삼층석탑...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화엄사에 대한 숱한 썰(說)(자장율사, 선덕여왕, 의상대사 등)이 많지만

나는 경덕왕대 창건기를 믿는다.

위대했던 신라문화의 가장 화려했던 전성기를 열었던 인물...

그가 아니고 누가 이런 정도의 규모와 스케일과 짜임새를 갖출 수 있단 말인가...

(김대성의 불국사처럼, 화엄사도 연기조사의 효심과 창건기가 맞물려 있다)

 

<수수하면서도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석등... 이런 석등도 예가 없다...> 


어쩌면 다보탑처럼 전무후무한 이 사사자 삼층탑은 화려한 부조와 독특한 형태를 갖췄다.

구조적인 결함 문제때문인지 너무 날씬해진 자태이지만 A~H~M의 입모양을 갖췄고,

단조로운 모습의 경직된 사자들이지만 등에 새겨진 세장의 꽃잎에서는 부드러움까지 느껴진다.

수많은 부도와 석축에 보이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사자들은 사라지고 진짜 사자들이

삼층탑을 떠받들고 있다.

경덕왕... 그는 스스로 진짜 전륜성왕을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른쪽 사자 등에 새겨진 세장의 잎새가 보이는지... 참 절묘하지? ^^> 


뒤틀림이라면 서열에 꼽힐만한 소나무의 호위를 받는 사사자탑과도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한두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이 부모님의 기다림만큼 발걸음을 재촉한다.

벌써 효대에서 내려와 안마당에 앉아 기다리는 햇살이 똘똘이를 데리고 상점에 들어간다.

어머니~ 이거 전 붙일 때 좋을 것 같은데요?

지 언니따라 팔찌하나 끼고서 히히덕거리는 똘똘이 거까지 팔찌와 뒤집게 두어개씩 들고 출발...

 

 



여까지 왔는데 성삼재나 잠깐 올라가 볼까요?

ㅎㅎㅎ 

이게 방랑벽인지, 무슨 기질인지 모르겠지만 어딜 나서면 그냥 돌아오는 법이 없다.

아니 그게 그냥 법이다...^^

 

<더운 날씨였지만 성삼재는 서늘했다...> 


천은사쪽을 통과하는데 또 통행료를 내란다...

우씨~~~ 

이건 솔직히 짜증나는데?

반경 8km, 문화재법 44조, 25년전부터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지들은 지네들 집에 들어갈 때 반경 8km 단위마다 계산해서 통행료 내나?

어차피 천은사 들를 시간도 없었지만, 그 좋던 절 인상이 확 구겨진 느낌...


1100m가 조금 넘지?

그래도 높이 높이 올라오면 마음이 편하다.

정상은 잠시 머무는 곳이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는 버나드쇼의 말이 떠오르지만,

그래도 정상은 편하다.

 

<어디까지가 지리산이고, 어디서부터 지리산이 아닐까...> 


더운 날씨와 가시지 않은 여름의 열기는 온데 없고,

선선한 기운과 투명한 공기가 느껴지는 곳...

그래도 지리산 한자락에 잠시나마 머무르는 시간이다.

햇살아~ 아빠는 지리산을 참 좋아해~~~

 

<어디가 천왕봉일까... 그 큰 울림을 듣고 싶을 때가 많은데...> 


아직까지 한 번도 지리산을 본적이 없지만,

그 이름은 늘 마음속에 남아있고,

그 품을 흠모하고,

산에 안겨 있기를 동경하지...

 

 


멀리 멀리~

그렇게 영혼을 풀어 본다.

구비 구비

그렇게 자유롭고 싶다.

 

<잠시 새가 되어...> 


너무 커서 질투하지 못하고,

너무 깊어 알 수 없고,

너무 넓어 모두에게 열린 산...

나는 여전히 지리산이 좋다.

 

 


자리 하나 펼쳐놓고 가져온 과일과 다과,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

길바닥에 펼쳐놓고 조금씩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본다.

일출은 못 봐도, 석양은 볼려나?

에구~~~ 피곤하실 부모님 생각하니 그도 욕심이지.

 

<돌아오는 길, 섬진강변...> 



우리는 항상 돌아간다.

나선 곳이 있으면 돌아갈 곳이 있고,

떨어져 있으면 다시 그리워하고...

혹 그리움이 넘쳐 삐거덕거리더라도 관계에는 늘 원형과 뿌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따라쟁이 똘똘이...^^ 저 손모양은 어디서 배웠을꼬...ㅎㅎ> 


한가위~

몸과 맘이 함께하면 더 좋겠지만

어느 하나라도 연을 놓치 않으면 뿌리가 상하는 일은 없겠지.

 

<은빛 구름... 은빛으로 반짝이던 구름...> 


부모님 모시고 간만에 집을 나섰다.

은빛 구름...

하얀색 구름에만 익숙한 눈에 유독 은빛으로 빛나는 하늘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짧은 연휴에 긴~~~ 휴식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