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담양... 080127
늦은 밤...
새벽 2~3시를 경계로 그전이면 늦고, 그 이후면 빠른 시간...
장례식장은 밤이 없다.
내일을 위해 부모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머쓱한 식장이지만 반가운 얼굴들...
어머니 나이 차이와 무관하게 형들에 비해 나는 어리다.
환갑이 넘은 사촌형과 아직은 젊은 누나들을 만난다.
햇살이 보다 큰 아이를 가진 조카들과
술도 나르고, 음식도 나누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친척들과 조우한다.
부어오른 숙모님의 따뜻한 손길에 고개만 떨군다.
울음과 웃음이 공존하는 곳...
만남과 헤어짐이 상존하는 곳...
추억과 상실을 공유하며
어색하지만 낯설지 않은 이야기와
가벼운 인사들이 무겁게 오가는 곳이 장례식장이다.
<담양...>
차마 떼내기 어려운 발걸음이지만 가야할 곳이 남아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누워계신 산소다.
천당 가실 여비 조금과
형제들과 맞댄 체온으로 부조를 대신하고 담양으로 향했다.
영산포에 계실 땐 조금 무거웠던 분위기가
담양으로 옮겨져서는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짧은 인사로 다녀간 마음이 부족했는지 차를 돌렸다.
과일 약간과 국화 한송이를 꽂았다.
바로 앞은 이모부 산소.
천주교 성당 묘지라 많은 죽음들을 바라보게 된다.
정성스럽거나 혹은 초라하지 않은 봉분들이 시야를 채우고
조금 멀리 추월산과 양지바른 햇살을 가늠해본다.
잠시 한점의 바람처럼 그렇게 피우고 지는
짧은 햇살에 반짝이는 작은 생명들이 피고 진다.
그것이 모여 삶을 기억하고 죽음을 모아 놓았다.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를 기억하시는지,
우리들이 그분들을 추억하는지가 불분명한 곳...
공동묘지다.
이제 원주까지 가려면 꽤 먼거리다.
병원에서 너무 오래 지체했지?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이 편한 마음... 그대로 돌아서기는 서운하고...^^
메타쉐콰이어 길 바로 옆,
단정하고 준수한 모습의 오층탑을 찾았다.
저렇게 멀쑥하게 크지만 않았어도
참 예쁘다 싶은 가녀림이 있는데...^^
화려한 문양도 배제하고
단조롭다 싶은 조각들이 모여
이리도 날씬하고 세련된 미감을 만들었다.
고것 참 佳觀이다...
파아란 하늘에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가로수 한쪽,
오늘도 댕그렁 울리지 못할 작은 풍판을 달아놓은 보당이 서있다.
이제는 녹쓴 철제들로 이음을 만들고
바람을 견딘 소망들을 모아 하늘에 닿았다.
돌로 쌓아올렸지만 오를 수 없는 사다리...
무겁지만 가는 돌덩이들을 모아 하늘로 길을 내었다.
햇살도 가리지 않고, 바람도 막지 않고
조심스럽게, 처량하지 않게 그렇게 서 있는 보당...
한 사람의 정성으로 시작해 담양군민의 안목이 보태어진 메타쉐콰이어 길 옆...
살아있는 화석식물 메타쉐콰이어와
이 땅을 점유한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보당,
그리고 세련된 미감의 어여쁜 오층탑이 모여 내 마음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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