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080127
90년대 초반쯤이었나 보다.
내가 담양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길에 매력을 느꼈던 게...
아마도 25시간에 걸쳐 집에 내려가던 길이었던 것 같다.
막히는 길, 피한다고 서울에서 광주를
가장 먼 길로, 가장 오랜 시간을 걸려서 갔던 것 같다...^^
그 지치고 버거운 몸에 가로수를 봤다...
순간...
멈췄다...
그리고 한참을 달렸다...
색시, 베토벤 음반 있나 찾아봐...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다시 차를 돌렸다...
두 번, 세 번...
길이 짧으면 시간을 늘리고
가로수가 사라지면 다시 돌리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하늘만 쳐다보며 가로수 길을 달렸었다...^^
나무와 길에 안부를 남기곤 한 게 그때부터 인 것 같다.
사진도 찍고
바람도 맞아보고,
그리고 공기도 마셔보고...
<은행나무 등과 함께 살아있는 화석 식물로 불리는 메타쉐콰이어 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로 급속하게 퍼졌고, 담양의 경우는 60년대 이후,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었다고 알려졌다... 처음 시도했던 분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아쉽다...>
사진을 찍으면서 늘 한탄했다...
왜 내 마음을 찍지 못할까?
왜 내가 보는 만큼을 담지 못할까?
왜 내 호흡이 남아 있지 않을까?
오늘은 실컷 셔터를 눌러본다.
혼자라는 건 이런 여유일까?
하늘도 담아보고
길도 담아보고
나무만 담아 보기도 하고...
실컷 찍으면 그 길이 다 남을까?
아쉬움은 없어지나?
다시 만남의 설레임은 얕야질까?
모든 것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음을 안다.
그럴 수 없음을 안다.
모든 것이 전부일 수 없음을 안다.
지금의 시간과 현재의 이곳, 그리고 꼭 이만큼의 내가 있을 뿐...
나는 꼭 그만큼만 기억하겠지...
추억을 그리고,
그리움을 남기고,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고...
투명한 하늘...
바람과 햇빛으로부터 자유로운 가지.
육중한 버팀에 가벼운 바람...
겨울나무는
바람에 거추장스럽지 않고
빛을 거스리지 않고
눈과 비를 거부하지 않고,
그리고 하늘을 가리지 않는다...
봄에 나무는 물을 채우고
여름에 나무는 빛을 채우고
가을에 나무는 색을 채우고
겨울에 나무는 다 비운다...
그렇게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길이 있다.
비워져 마음으로 채우고
가리지 않아 더 넓어지고
최소의 버팀으로 가벼워지고...
하늘로
하늘로
뻗어 오른 나무들이
싱싱하게 살아있다...
바람도 달리고
햇빛도 달리고
내 마음도 달린다...
겨울에 나무는 바람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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