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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세상보기...

나산 백화점 붕괴> 무량판구조 때문인가, 인재인가...

 

 

 

나산 백화점 붕괴 - 원인에 대한 단상...081031


1. 나산 백화점 붕괴

2. 붕괴 현장에서

3. 무너진 이유 1 - 무량판 구조의 취약성?

4. 무너진 이유 2 - 물 먹은 폐콘크리트

5. 천재냐 인재냐보다 중요한 것들...




1. 나산 백화점 붕괴


삐요 삐요 삐요~~~

나산 백화점이 무너졌어요.

다급한 직원들 목소리에 회의실 문이 열리고

창밖에는 앰블런스, 긴급구조대 차량들 경적이 어지럽다.

나산 백화점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데다, 승강기 기다리면서 항상 봐왔던 건물...

예전 영동 백화점, 나산 백화점 시절, 우리 건물에 그쪽 직원들이 근무를 하기도 했었다.


오전 10시 25분이 채 안 된 시간...

책상도 살짝 흔들리고, 굉음이 들렸는데 못 들으셨어요?

안에서 이야기 하는데 비명도 못 지르고 놀라서 밖을 보니 나산백화점이 없어졌단다.

 

<나산 백화점이 붕괴된 모습... 근처 사무실에 출근할 때부터 생각하면 최소 20년간은 봐온 건물이었다...> 


밖에 다녀온 정차장이 들어오면서 몇가지 정보가 추가된다.

포크레인 3대중 2대는 떨어지고, 한 대는 위에 그대로 남아있고,

내부에는 몇 명이나 되는 인부들이 매몰되었는지 모르겠단다.

주변 차량 한 대가 반파되고, 주위는 파편이 떨어져 정리중이고,

구조대가 파견되었지만, 추가 붕괴 우려로 투입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방금 막 나산 백화점 옆으로 가려다가 잠깐 미뤘는데 큰일 날뻔했다는 이야기,

아침마다 그 길로 출근하면서 불안불안 했는데 이런 큰일이 터졌다는 이야기,

철거 작업으로 내부에 사람들이 많았을건데 인명피해는 없었을까 하는 걱정,

오랫동안 법정다툼에 터의 기가 어떻고, 그 건물 소유주가 어떻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터져 나온다.

 

 



일본여행중 남들은 지진으로 잠을 못이루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잤던 둔한 나인지라

건물이 움직였는지, 굉음이 들렸는지, 회의에 정신이 팔려 아무것도 몰랐었다.

오늘, 나산 백화점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지?


비오는 출근 길...

유달리 심하게 들리는 포크레인 뿌레카 소리를 들으며 날 만났군 생각만 했었다.

왜냐하면 나도 철거공사 감독할 때, 비오는 날에 장비를 많이 투입했던 경험 때문이다.

분진(비산 먼지)이 없으니 살수 인부도 필요 없고,

평소 주변 민원으로 작업 속도를 조절했지만 비오는 날에는 소음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지.


야~ 인터넷 속보 열어봐~

매경(매일경제)에 제일 먼저 속보로 붕괴 소식이 올라와 있다.

참, 속보팀에 누구 기자 있지 않아?

**님이 곧바로 붕괴 현장주변에 대한 제보를 하고,

불과 몇 분 뒤에 속보의 내용이 추가 변경되었다.

포크레인 3대 작업, 2대 매몰, 주변 건물 진동, 굉음 등등...


그래도 철거경험도 있고, 건설사 직원인데 하는 호기심과 같은 건설인이라는 연대감,

조심스럽지만 작은 책임감까지 겹쳐 붕괴 현장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넘치는 방송차량과 구경하는 인파, 카메라 숲속에서 정차장과 현장을 한바퀴 둘러봤다.

바로 옆에 근무하면서, 또 그냥 지나치기에는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2. 붕괴 현장에서...


처음 이 건물은 83년에 영동백화점으로 준공 되었고,

94년 나산 백화점에서 인수하여 운영되다가,

98년 경, 지하철 공사로 지하층에 균열이 발생하고, 부도가 나면서 줄곧 방치되었던 건물.

소유권 및 건물 균열과 관련되어 복잡한 소송이 진행된 바 있고,

수많은 건설 뿌로커들의 작업대상(나를 포함해서...^^)으로 숱한 개발계획이 세워졌지만,

최근 M회사에서 1005억원에 경매로 낙찰을 받아 오피스텔 신축공사를 위해 철거를 진행중

오늘(2008.10.31. 오전 10시 20분경) 붕괴되었다.

참고로 M회사에 투자한 주력회사는 SK와 최근 금융위기로 파산한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다.

 

<전철 강남구청역 사거리...> 


붕괴된 단면을 보는 순간, 허걱~ 이건 <무량판 구조>네?!

(슬라브 두께가 언듯 봐도 30cm가 넘는 걸로 보이는 십이면 팔구는 무량판구조다)

삼풍 백화점도 무량판 구조였고, 설계가 진행중인 우리 신규 사업지를 포함해

최근 입주하거나 앞으로 건축될 모든 아파트에는 무량판구조가 법적으로 권장되고 있는데...

야~ 이거 오늘 9시 뉴스에 나오는 거 아니야?

무량판구조가 어떻고 저쩌고...

 

<꺾인 슬라브의 단면을 보면서 무량판구조임을 직감했다... 다행히 안쪽으로 쏠리면서 붕괴되어 주변 피해가 적었다고 생각된다...> 



매몰된 사람들은 포크레인 기사 외에는 없을 거 같은데?

보통 철거를 하면 예전처럼 무작정 건물을 때려 부수지는 않는다.

기왕 이야기 나온 김에 <철거공사 진행 과정>에 대해 잠깐 정리해 본다.


먼저 해당 지자체 건축과에 철거신고를 하면서 철거공사는 시작된다.

특정공사 사전신고와 비산먼지 대책, 폐기물 처리 등을 환경과와 상의하여 계획서를 제출 하고

부지내 상하수도, 정화조, 전기, 가스 등 지장물 철거를 포함한 철거 공사 계획서를 제출한다.

그리고 철거 후에 멸실 신고와 세금납부가 이어지지.


또한 수년전부터는 석면사용 규제에 관련된 법규가 강화되어(비산먼지로 인한 암유발)

석면(밤라이트 및 암면, 유리섬유 등)처리는 별도의 해체처리 계획을 세워

노동부에 신고와 조사, 그리고 전문면허 업체를 통한 허가를 득한 후 선행 투입된다.

즉 구조물(철근철골콘크리트) 철거이전에 폐 석면을 먼저 철거, 폐기처리하게 되는데,

통상적으로 이때 내부의 전기, 설비, 인테리어 수장물들이 철거 해체가 된다.

때문에 옥상이나 스라브에 포크레인이 올라갈 때쯤이면 내부 작업자는 없어야 정상이다.



지하층이나 철거부위 살수(비산 먼지 방지를 위한)로 인한 양수작업자 한두명에

건물 출입 통제를 위해 배치한 경비원 외에는 포크레인 작업자 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그리고 포크레인 작업자 외에는 붕괴시 파편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면 다행 아닐까?

게다가 어제 밤부터 비가 많이 내렸으니 살수 작업반원은 올라가지 않았겠지?

분진망 주변에는 주정차 위반 딱지를 붙인 차량만 반파된 상태로 남아있었다.

 

<철거 작업중이던 포크레인(굴삭기가 정식 명칭인데 우리들은 이렇게 부른다-이런 기계를 만든 회사 이름으로 알고 있다) 세대중 코너쪽에 있는 파쇄 전용 로크레인만 덩그러니 남았다... 2분의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뉴스... 같이 일하던 동료였을텐데... 붕괴의 참상을 온전히 지켜보았을 그 분의 심정은, 또 동료를 잃은 심정은 어땠을지...> 


2200 (우리가 통산 텐-바켓 용량 1㎥-이라 부르는) 궤도 포크레인 있는 곳이 코아겠지?

삼풍 백화점 붕괴시에도 확인되었지만, 건물의 가장 튼튼한 구조는 코아쪽이다.

보통 승강기 홀과 계단, 비상계단 등이 어우러진 코아는 건물 구조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

그래서 건물이 붕괴 될 때도 코아까지는 무너지지 않는 게 정상이다.

혹, 그곳이 코아가 아니라면 두 외벽체가 연결된 코너의 안정성 때문일거고.


분진망 때문에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아 건너편 옥상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대로변쪽의 휘어진 가시설 분진망이 치워진 상태...

02(역시 바켓 용량인데 우리는 편의상 “공투”로 부른다) 궤도 쁘레카가 보이고,

같이 추락했던 포크레인 한 대는 크레인으로 들려 나온 상태...

깊이 묻힌 쁘레카의 완파된 모습이 씁쓸하게 보인다.

무너진 이유가 뭘까?

 

<붕괴된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있던 뿌레카용 궤도 포크레인...> 




3. 무너진 이유 1 - 무량판 구조와 약해진 지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경험을 추론해 정차장과 몇마디 나눠본다.

지하철 공사로 생긴 지하층 균열은 철골 빔으로 보강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고,

무량판 구조이고, 포크레인이 3대 올라가 작업했고, 오늘 비가 많이 내렸고...

무책임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다.

(혹 이 글이 해당 건설사에 어떤 피해나, 불필요한 오해가 없기를 바라며...)

 

<사진 오른쪽에 고철들이 모여 있다... 보통 기둥이나 벽체, 바닥 슬라브를 뿌레카(브레이커인데 현장에서는 그냥 뿌레카라고 부른다)로 두드려 덩어리로 깨고, 깨진 덩어리를 파쇄용 포크레인(크라샤라 불린다)이 잘게 부수면서 폐콘크리트와 철근 등을 골라낸다...> 


저기 오른쪽에 철근들 보이지?

그리고 무너지지 않은 포크레인 아래쪽에 두툼한 폐콘크리트 보이지?

하나 더, 포크레인 매몰된 곳에 꺾여있는 기둥하고

맨 오른쪽 앞쪽에 지하층 슬라브 처진 모습도 보이고?

 

<무너진 슬라브의 무게로 1층바닥(가장 단단했을 구조) 슬라브도 처졌다...> 



먼저 비 때문에 약해진 지반으로 붕괴가 초래되었다는 말은 근거가 없는듯 하다.

무너진 방향이 대로변 쪽으로 쏠려 있기는 하지만 지하철 계단의 구조가 튼튼하고

약해진 지반으로 불균등 침하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건물이 애초에 높지가 않았다.

물론 10년전 지하철 공사로 인해 기초 하단에 지하수가 빠져나가 공간이 생겼다면

지하철 3번출구 계단쪽의 타일이나 바닥 석재에는 탈락 등의 징후가 있어야 맞다.


단, 지하철 공사로 인하여 지반과 기초가 약해지고,

이 영향으로 전체적인 구조에 균열이 발생하여 이미 폐쇄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논란이 되었던 부실시공이냐, 지하철공사의 책임이냐의 재판이 될뿐이고,

아무튼 건물의 기울기나, 기초하단의 공극은 추가 조사되어야 할 사항인 것 같다.



두 번째, 무량판 구조 건축물 자체의 취약점 때문인가의 문제다.

우리 <철근콘크리트(RC) 구조물>은 대부분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먼저 대형 건축물에 많이 사용되는, 기둥 + 보 + 슬라브의 <라멘구조>,

우리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나 공동주택 등에 사용되는 벽 + 슬라브의 <벽식구조>,

그리고 다리나 백화점 등에 사용되는 기둥 + 슬라브의 <무량판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경제적이어서 많이 사용되는 <벽식구조>는 층고가 낮고, 스판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거실의 넓이가 5m 전후까지 넓혀졌지만, 벽과 벽사이 거리는 최대 7m를 넘지 않는다)

오피스, 상가 건물에서 많이 사용되는 <라멘구조>는 공사비가 많아들고 장단점이 분명하다.

(외부 벽체를 커튼월-타워팰리스 등 유리나 알루미늄 판넬로-로 할 경우 공사비가 상승하고,

고층으로 올릴 경우에는 철골구조를 추가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며, 보 공간 활용이 어렵다)

그리고 <무량판구조>는 보의 기능을 슬라브에 분산을 시켜 수직공간 활용도가 좋고,

라멘구조처럼 콘크리트 구조 벽체가 없어 가변형 설계가 가능하고, 건물 경량화에 장점이 있다.

때문에 각각의 구조는 장단점이 분명하고, 건축의도와 건물의 기능과 목적,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지, 어느 구조든 유불리와 호불호에서 절대비교 근거는 없다.


이중 무량판구조는 삼풍백화점 붕괴 이미지로 인해 불안하거나 위험한 구조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재건축을 전제한 가변형 설계로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고,

월식에 비해 공사비는 증대하지만 수직공간의 제고로 쾌적한 거주환경을 보장하고,

최근 문제되는 층간소음 방지 등을 위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구조이다.

(동탄, 판교 택지이후 탑상형 아파트와 분양가 상한제 계도이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추세)

 

<가운데 꺽여서 남아있는 기둥을 보면, 슬라브가 기둥을 뚫고 무너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2개층 이상의 슬라브가 뚫고 무너져 내렸음을 알 수 있다... 기둥이 튼튼했다가 보다, 무너진 슬라브의 자중이 컸다는 이야기... 삼풍백화점에서 문제되었던 기둥을 가로지르는 철근배근의 이음길이가 충분하거나 상당히 길게 노출되어 있다...> 


오늘 붕괴한 나산백화점의 경우, 무량판구조의 원초적 취약점이 근본원인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중간에 서있는 기둥이 꺾여 있고,

기둥 주변의 철근 이음길이를 보면 전단력에 대응할만한 보강이 돼있다고 보인다.

즉 삼풍백화점처럼 철근 이음길이의 부족 등 부실시공의 징후가 노출된 것도 아니고,

(물론 부실시공은 철근 이음길이만이 아니라,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 결속의 문제도 있다)

펀칭현상은 분명히 발생했지만, 그것은 사고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구조보다는 오늘 내린 비와 공정추진에서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4. 무너진 이유 2 - 물 먹은 폐콘크리트


보통 철거공사비는 투입된 장비와 인력, 경비에서 수거한 고철값을 상계해서 결정한다.

즉 철거업체는 건축물 철거와 폐기물(석면포함) 처리비용을 기준으로 견적을 넣지만,

건축물 철거과정에서 발생하는 철근, 파이프 등 고철값은 별도의 부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철거공사비는 견적가에 비해 대부분 하향조정 되는 게 통상적이다.

(물론 철거공사비는 비교 견적을 받아 내역이 분리되지만 통상 건축구조물별 평당단가로  결정된다)


때문에 철거업체는 석면해체, 전기설비(전선/파이프 등)해체, 수장(석고보드/타일 등)해체 후

본격적인 작업과정에서 폐콘크리트와 철근 등 부산물을 분리하여 반출하게 된다.

나산 백화점에서도 오른쪽 편에 철근 등 부산물이 모여 있고,

5층 슬라브 포크레인 밑으로 두툼한 폐콘크리트가 쌓여 있는 걸 보면 금방 확인된다.

 

<포크레인 세대중 한대는 위쪽에, 한대는 추락했지만 완파되지 않았고, 한대는 완전히 묻혔다...> 


이런 상황들을 묶어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 보자면 ;

최소 70cm에서 최대 1m 가까운 폐콘크리트에 빗물이 스며들어 슬라브 자중이 커졌고,

기둥에 허용된 전단력 이상의 하중을 이겨내지 못한 중간부위에서 펀칭현상이 생겼고,

2개층 이상의 슬라브 무게가 내려앉으면서 대로변 쪽으로 건물이 쏟아진 것 같다.

즉, 나는 가장 큰 이유를 폐콘크리트의 무게에서 찾는 것이고,

결국은 철거와 시공 감독자의 건물 구조 이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는 거다.



먼저 이 건물은 애초에 8층짜리 건물이었고, 현재 5층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으니

만약 3개층 철거분량의 폐콘크리트가 사전에 처리되지 않았다면 그만한 무게가 가중되었다.

무량판 슬라브 두께가 그 당시 보통 30cm를 전후했다면 약 1m 이상의 체적이 있고,

(콘크리트 구조 외에도 누름콘크리트나 바닥 몰탈의 두께를 더하면 50cm가량 두꺼워지고,

콘크리트 철거과정에서 진행하는 파쇄작업으로 부피는 최소 6~70%이상 늘어난다)

그만한 두께의 폐콘크리트에 빗물이 고였다면 여기의 하중은 50% 이상 늘어난다.

 

<남아있는 포크레인 아래를 보면 남아있는 폐콘크리트의 두께를 대략 측정할 수 있다... 분쇄용 헤드를 착용한 이 포크레인이 집게로 덩어리로 철거된 콘크리트를 잘게 잘게 부수면서 평탄하게 바닥을 골랐음(흔히 나라시라고 부른다)을 알 수 있다... 정확한 두께는 알 수 없지만 상당한 두께임은 금방 확인된다...> 


30cm x 3층 + 50cm = 1.4m x 2.3ton = 1㎥당 단위중량은 3.22ton이 되고

여기에 100% 빗물이 고여 있다면 3.22ton + 1ton = 4.22ton/㎥

함수율 100%란 없는 것이고, 폐콘크리트의 단위중량이 작아진다해도 2000kg 이상이다.

철근콘크리트의 <고정하중>이 500~750kg/㎡이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보다 <적재하중>이 큰 백화점이 350kg/㎡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물 먹은 폐콘크리트의 단위중량은 건축물의 구조기준에서의 설계하중을 크게 초과했을 것이다.


여기에 10년 전 지하철 공사로 인한 건물 전체의 균열과 피로하중,

10년 동안 방치되면서 관리, 점검 되지 못한 관리의 부재,

최근 시작된 철거공사중 뿌레카의 지속적인 진동으로 인해 누적된 구조체의 부실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구조적으로 취약점이 노출된 상태에서

결정적으로는 물먹은 폐콘크리트의 하중이 치명적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게다가 이미 10년전인 98년 부실건축물로 영업폐쇄가 결정된 건물임을 고려한다면

결국 철거업체나 공사 관리 감독업체의 건물 구조 이해와 철거방식이 문제인 것 같다.

 

 




5. 붕괴이후 - 천재냐 인재냐...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무량판 구조물의 가장 큰 취약점은 슬라브의 무게다.

또한 이 슬라브의 무게를 지탱해야할 기둥 주변에는 펀칭 전단력을 대응할 보강이 중요하다.

그런데 철거 이전부터도 문제가 많았던 건물에 건물의 자중을 분산시키지 못하거나

주요한 관리의 포인트로 설정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내 관심의 핵심주제다.


때문에 일반 벽식 구조물이나, 라멘 구조물의 철거에서도 건물의 자중 분산과 관리는 중요하지만,

특히 무량판 구조물의 철거에서는 특히나 강조되어 관리되어야할 사항이 아닐까 싶다.

기둥별로 편심 하중(한쪽으로 치우치는 무게)이 걸리지 않게 폐콘크리트를 분산하거나,

일정층 이상의 철거가 진행되었을 경우, 해당 폐콘크리트를 나누어서 처리를 했어야 맞지 않을까?

특히,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폐콘크리트에 스며든 물은 그 체적만큼 자중을 증가시킨다.


고층 건물의 경우 폐콘크리트 운반, 반출에 비산먼지 등의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일정 정도의 부피와 중량이 발생하면 몇차례에 걸쳐서라도 폐콘크리트가 반출되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다. 공정을 나누어 철거-(분쇄-)반출-철거 방식으로 진행하는 건 효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철거공사비와 직결되는 것이며, 철거 공사 기간과 연결되는 문제다.

결국 철거공사를 발주하는 주체에서 무량판 구조의 근본적 취약점을 사전에 인지하여

기둥과 슬라브의 변이를 체크, 감독하거나 철거비용에 대해 적정한 수준을 책정했어야 맞는 듯싶다.



흔히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천재니 인재니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가 많이 거론된다.

그러나 문제 발생의 원인에 대해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거나 기술적 합의가 부재한 상태에서는

인재니 부실이니 부주의라는 말은 원인과 결과를 전도시키는 오류를 범한다고 생각한다.

즉 관리지침이나 감독의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인재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지침의 부재에는 모두가 책임을 져야하며, 그만큼 발생된 사회적 비용을 분담해야만 한다.


때문에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적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결과가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

섣부르게 무량판 구조에 대한 마녀사냥이 삼풍 백화점처럼 되풀이 되어서도 안 되고,

철거업체의 면허나, 건설업 하도급의 문제, 그리고 공사비의 적절성과 부실시공도 마찬가지다.

수준 낮은 혹은 애초에 전문적 지식이 전무한 언론들의 무책임과 무분별만 탓할 것도 아니지만,

전문 건설업 협의회나 주택건설협회, 전문 보증기관, 기술인 협회 등의 적절한 대응도 시급하다.

 

<삶의 가치를 창조합니다...와 카메라...와 빨간 신호등... 모든 파괴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그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하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함도 분명하다... 문제는 얼마만큼 피해와 문제점을 최소화 시키는가가 아닐런지...> 


문제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기술적 규제에 대한 지침 마련,

그리고 지속적 관리에 대한 제도 개선과 기술인 교육 등은 형식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해당 분야의 사람들과 관리 감독 기술자나 관리자에게 파급되지 않고 인지되지 않은 지침은

자기만족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기 마련이고, 모두가 동의하는 권위가 될 수 없다.

삼풍 백화점에 이은 나산 백화점이 또다시 무량판 구조 운운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이것은 지금까지 발생된 사회적 비용을 또다시 낭비하는 것이며 그런만큼 모두에게 비극이다.

 

어차피 담당 공무원들이야 한번 부는 바람을 피하면 끝나는 일이고,

호사를 즐기는 언론인들이야 자신이 아는 것과 만난 사람만 상업적으로 부각시키면 끝나는 일이지만

이런 일들을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야만 할 기술자들은 남다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해당 기술분야의 전문가들과 관련업체와 유관 상급기관들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재난을 인재라고 말하고 비난하고 비판하려면, 그 이상의 책임성과 수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기업의 위세에 밀리고, 언론의 구미에 맞추면서 사건의 진상과 대책이 부재하다면

앞으로 반복될 사건과 사고는 희극이 아닌 지금보다 더한 비극으로 반복될지 모른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조사와 과학적인 지침, 그리고 책임 있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