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 無題
1. 쓸데없는 고백 - 불, 불, 불
2-1. 미네르바 구속 - 소통과 단절
2-2. 소수를 위한 정책 - 통합과 분열
2-3. 대운하와 뉴딜 - 오해와 진실
2-4. 불법 폭력세력의 떼쓰기 - 내 탓과 네 탓
3-1. 쓸데없는 반성 - 이것 저것
3-2. 인식의 반성 - 새로운 패러다임과 패러독스의 함정
3-3. 또 다른 반성 - 무협지를 보면서...
1. 쓸데없는 고백 - 불, 불, 불
일 년 전, 숭례문이 불탔다.
어제는 창녕 화왕산 억새가 불탔고,
얼마 전에는 용산 철거현장에서 불이 났다.
경제도 회사일도 뒤숭숭한데 시원하고 통쾌한 소식보다
우울하고 짜증나며 분통 터지는 소식만 연이어 들린다.
작년 이맘때쯤, 나는 숭례문이 불타는 장면을 TV를 통해 고스란히 보았다.
무너져 내리는 처마와 함께 나도 모르는 눈물이 흘렀지만 나는 더 이상 TV를 보지 못했다.
내 마음에도 숭례문이 국보1호였는가를 물어볼 겨를도 없었지만,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억장을 내 마음이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선조들의 유산이, 그것도 1300년대 말 조선의 창업과 함께 세워진 유산이 무너지는 걸
두 눈 크게 뜨고 떳떳하고 아무 의미없이 바라보기에 내 마음은 너무 허탈했고 담담하지 못했다.
2001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타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와는 왜 그리 다른 기분이었을까?
똑같이 TV를 통해, 생중계로, 실시간으로 그 광경을 보면서 왜 하나는 끝까지 지켜보고,
또 하나는 그 끝을 보지 못한체 채널을 돌렸을까?
하나 더 있다.
용산 철거민들의 망루가 불에 붙은 체, 수명의 목숨이 산화했을 때와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수백, 수천의 목숨이 압사했을 때 나의 느낌은 왜 이리 다를까?
용산은 떨리는 가슴으로 분을 주체하지 못해 보름여를 울분에 쌓여 지내고 있는 내가,
숭례문의 처마가 화마에 휩싸여 무너져 내릴 때 떨어지던 눈물을 숨기지 못했던 내가,
그 수백배 규모의 건물과 함께 유명을 달리한 참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냉정하고 침착할 수 있을까?
글 쓰는 걸 마음의 조각이라고,
마음을 비워내는 과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비워내기 위해 이렇게 자판 주변을 서성인다.
마음에 담아놓고 정리하지 못한 어지러움이, 아무 일도 없는 척 지내기에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사람의 관점과 성향과 편견은 어쩌면 자신의 주장이 아닌 상대방의 규정으로 판가름 나기 쉽다.
그렇지만 용산참사에서부터 깊어진 마음을 일단은 털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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