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재미없는 글이 이어지니...쩝
해서 신용평가 기관을 중심으로 한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건너뛰고,
강원랜드 카지노에서의 룰렛 게임 경험으로 단상은 정리해야할 듯 싶다.
정리는 아직...ㅠㅠ^^
1.
태백에 좀 다녀와야겠는데?
언제 끝나시는데요?
글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고, 고차장이나 한번 만나보지 뭐...
간만에 고소장 얼굴도 볼겸 현장직원들 데리고 가서 저녁 먹으면 안 될까요?
김부장의 제안에 송과장 얼굴이 펴진다.
태백 고기도 횡성한우만큼 맛있지요...^^
간만에 만나 태백에서 제일 맛있다는 고깃집에서 배 두드리는 직원들...
<태백 가는길, 영월 동강을 건너는 다리... 영월의 산수는 시원시원하다...>
여기가 낙동강이 발원한다는 황지에요.
시내 한가운데 커다란, 아주 커다란 우물이 뽀글 뽀글 거품을 내고 있다.
우물이라기에는 크고, 작은 연못, 혹은 커다란 옹달샘 같은 느낌이다.
“ 낙동강 일천삼백리 예서부터 시작하다 ”
그래~ 백리, 천리의 강도 이런 작은 수원에서 시작하는 법이지...
(생각해보면 태백은 낙동강만이 아니라 (남)한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황지연못... 태백시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태백의 현황과 짧막한 현대사를 들어본다.
막장인생, 탄광으로 시작해서, 탄광으로 끝났던 지역이다.
이제 태백도 정선처럼 카지노를 유치하기 위해 발을 벗었단다.
<태백시내 밤거리...>
애초 소비도시, 광부들을 상대로 컸던 도시였으니 길은 카지노 유치밖에 없다는
지역 유지들과 정치권, 지자체 인사들이 합심(?)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한단다.
서비스업, 관광, 여가와 유흥이 우리 시대 개발의 진정한 키워드여야 할까?
아무튼 길도 뚫고, 넓히고, 대대적인 개발이 한창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가는 길에 <강원랜드> 구경이나 하면 안 될까요?
송과장의 느닷없는 제안에 지갑부터 만져본다.
구경만 하는거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까 황지연못에 던졌던 동전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평생행운>를 겨냥해 한 번에 동전을 집어넣었는데 내게도 행운이???
<황지연못의 동전 던지기를 유도하는 표지판... 지금 생각해보니 오늘의 행운에는 동전이 안 들어갔다...ㅠㅠ>
2.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에 앞서 바리케이트 치고 총을 들었던 탄광촌,
새까만 냇물, 회색 스레트 지붕과 깨어진 유리창의 불 꺼진 사북 땅,
몇 년만에 왔는지, 정말 많이 변했다.
썰렁했던 카지노 주변을 우후죽순처럼 채워버린 모텔에 콘도에 온갖 숙박시설들...
여전히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불꺼진 건물들은 을씨년스럽지만,
이제 막장인생의 애환은 어디가고, 어두침침한 거리 위로 화려한 네온은 빛나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 본관...>
년간 매출 1조원, 순이익 4천억원의 돈이 이곳에 모이고,
또 그만한 사람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또 다른 막장인생의 씁쓸함을 감내하겠지...
앞으로도 한동안, 이보다 더 큰 카지노가 생기기 전까지 사북은 그렇게 커가겠지...
자네들에게 술은 못 사줘도 여기서 1시간 놀 밑천은 보태주지...
보고만 간다는 말은 어디가고,
잠깐이라도 현장을 벗어나라는 쓸데없는, 정말 쓰잘데기 없는 객기가 먼저 발동한다.
입구에 10시 50분까지 모여...
5천원씩의 입장권을 끊어주니 물만난 고기들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스트레스 다 풀고 와~~~
3.
많다.
정말 많다.
넘치도록 많다...
이러니 저 많은 숙박시설과 호텔룸에는 불이 켜졌을리 없지...
이렇게 많으니 저 넓은 주차장이 꽉 차고, 넘쳤겠지...
그 먼길을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잠잘 시간도 아깝겠지.
삐리릭 삐요 삐요, 번쩍 번쩍...
요란한 기계음을 내 뱉는 슬롯머신들이 휙 휙 돌아간다.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언젠가 라스베가스에 가서도, 또 수년전 이곳에 왔어도 담배 꼬나물고 앉았던 경험...
알면 재미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수록 빠져드는 게 더 많은 것도 사실...^^)
게다가 기계에 내 운을 시험하고 싶지도 않고...
뭔가 새로운 거, 새로운 거라도 한번 해봐야지...^^
구슬이 돌아가고, 하나의 번호에 멈춘다.
칩을 쓸어 담는 딜러의 피곤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회노애락(?)은 여전히 무표정이다.
108배 어째고 저째고... 실망과 웃음, 그리고 부러움이 교차하는 순간...
<룰렛>이란 게임에 필(?)이 꽂히니 좀이 쑤신다.
어째 한번 끼어보려는데, 문제는 칩으로 돈을 바꿨어도 게임에 참여할 수가 없다네?
허걱?
카지노는 돈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칩 색깔이 어떻고 저떻고...
쪽팔림은 순간이지만, 일단 알아두면 한평생이잖아...
물어봐도 도대체 게임에 끼지를 못하겠네?
아가씨~ 언니~ 저거 어떻게 하는 거에요?
예쁘장하게 제복 입은 처자에게 말을 건넸다.
그게요~~~ 그게요~~ 저기 앞에 가면 게임방법에 대해 나와 있거든요?
조금 복잡 할 텐데...
운 나쁘게 송과장이 걸렸다.
그 <게임 가이드> 나 줘 봐~~~^^
<강원랜드 밤풍경...>
그래~ 이제 이해되네...ㅎㅎ
딜러의 배당이 틀리지 않는 건 한사람이 한가지 색깔의 칩만 쓰기 때문이네?
휠은 총 38개(1~36, 0, 00까지)가 있다.
그중 짝수와 홀수, 적색과 흑색, Low(1~18)와 High(19~36)는 1:1 배당,
1~12, 13~24, 25~36구간의 Dozen, 1-4-...34 등 3개로 나뉜 Column은 1:2배당,
6개 숫자는 1:5, 5개 숫자는 1:6, 4개 숫자는 1:8, 3개는 1:11, 2개는 1:17배당,
그리고 룰렛의 하이라이트 하나의 번호를 맞출 경우는 1:35의 배당으로 돼있군...ㅋㅋ
이제 학습은 끝났고, 실전만 남았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회색의 칩으로 게임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어라~ 약속 시간이 다 됐네?
예서 말수는 없지...음~~~
봉고랑 두대는 먼저 출발하고, 우리만 남았습니다...ㅎㅎㅎ
4.
첫 번째... 보기 좋게 허탕이다.
어라, 어수룩한 이 아줌마는 60배의 배당을 받았네?
휠이 그려진 메모판에 열심히 볼펜으로 앞 게임의 숫자를 적던 아줌마다.
아니, 이런 게임에도 패턴과 법칙이 있나?
(하긴, 20년전 나를 경마장에 끌고 가던 선배도 혼자만 이해하는 엉뚱한 원칙이 있었지)
여전히 이 아줌마는 두세번 건너뛰면서도 꼭 몇배의 배당을 얻어간다.
만원짜리 칩을 쓰는 저 아자씨는 맨날 1:1 배팅만 하는군...
저 커플은 1:5, 1:6 배팅에 치중하고 있고,
저치는 열 몇군데에 칩을 쫙 깔아 놓는군...
몇 번 게임에 참여하니 사람들의 스타일이 보인다.
고액 칩(만원, 오천원)을 쓰는 이들은 낮은 배당에,
천원 칩을 쓰는 이들은 고액배당을 겨냥하여 여러곳에 분산투자를...^^
시간이 흘러도 사람은 줄지 않는다.
빠져 나간 사람은 거의 없고, 구경꾼은 바뀌지만 수가 줄지는 않고...
(하긴, 얼만큼 참고 기다리며 참여의 기회만 엿봤는데, 그냥 허탈하게 일어날 수 있겠어?)
다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건, 게임이 끝날 때마다 현금을 칩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는다는 점...
내 칩은 계속 줄어드는데, 다른 사람의 칩은 늘어간다...?
아차~~~ 이 판에 끼어든 모든 사람의 칩, 총량도 늘었을까?
몇 번 경험이 생겼다고 나도 원칙을 하나 정하기로 했다.
시간이 많고, 나의 배팅액이 크다면 안정된 배팅을 하겠지만 오늘은 맛배기...
열두개의 번호에 내 칩을 깔아 놓으면 1/3의 확률... 맞으면 배당은 1:35
결국 12개를 놓고 35개, 즉 24개를 딸 수 있는 확률은 1/3
두세번 허탕을 치고, 다시 분석...
여기에 이렇게 배치하고 이렇게 덧대면? 그게 좋겠군...
결과가 어땠냐고?
묻지 마시라...
10만원 날라 간 건 순식간이니...ㅎㅎㅎ
5.
생각해보면 <룰렛> 게임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었다.
하나의 번호를 콕하고 맞추면 35배의 배당이니 얼마나 짜릿할까?
하지만 그것을 확률로 풀어보면 그건 정말 1/36의 확률일 뿐이야.
(최대 몇배까지 가능할까? = 1개 숫자 35 + 2개 숫자 17x4 + 4개 숫자 8x4 = 135배
- 9개의 칩 = 천원짜리 9개를 투자하여 십삼만오천원이 들어오니 126배를 튀길 수 있다)
만약, 내가 36개의 모든 번호에 칩을 하나씩 놓아도 결국 하나가 맞지...
배당이 35배니 결국 나는 하나를 잃어야 돼.
번호 2개의 선에 칩을 하나씩 Split Bet에 18개를 놓으면 배당은 17배,
번호 3개 선 - Street Betting을 12개 해서 하나가 맞으면 11배,
1/3 확률에 놓으면 2배...
결국 나는 늘 하나씩을 잃게끔 게임은 만들어져 있다.
(배팅 구간에 배당 배수를 곱하면 여전히 36보다 작은 30, 32, 33, 34, 35다)
근데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하나씩만 잃게 돼있지 않아.
번호 2개에 놓을 수 있는 방법은 18가지가 아니라 57가지니까
확률은 17/18(17배 배당에 18가지 배팅방법)이 아니라, 17/57로 뚝 떨어지지...
번호 4개를 놓을 수 있는 방법도 4/36=9가지가 아니라 22가지야.
그러니 확률도 8/9(8 배당에 9 방법)이 아니라, 8/22지...
잠깐의 숫자 놀음도 경우의 수를 따지면 확률은 뚝뚝 떨어지게 되었어.
그리고 최소 두배의 배당을 얻기 위한 배팅존도 엄밀한 확률은 1/3이니
나는 몇가지의 경우를 조합하여 배팅을 해도 늘 확률적으로 질 수밖에 없지...^^
(우리는 흔히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헤지- 여러 조합-분산-을 생각하지만...)
게다가 휠은 엄밀하게 말하면 36개의 번호가 아니라 0과 00까지 38개이니
확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
룰렛 게임에서 운을 시험한다?
그래~
운을 시험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높은 숫자/ 낮은 숫자, 짝수와 홀수, 그리고 적색과 흑색에 배팅하여 1:1 배당을 받는 거...
냉정하게 말하면 딱 1/2의 확률에 내가 간만큼의 배당만이 운을 시험할 수 있는거지.
옆에 사람이 108배의 배당이 터졌다고?
그렇게 운 좋은 사람도 있지.
나도 봤고...
문제는 여전히 두가지야.
그 사람이 마지막 일어서는 순간까지 따서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과,
그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기던 십수명의 사람들은 얼마를 잃었는지 모른다는 점이지.
누군가 돈은 따고, 누군가 그만큼 잃은 제로섬 게임과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도박(이 강원랜드 Gaming Guide란 책자를 만든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절대 <게임>이라 부른다)판을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참여자가 많을수록 돈을 벌게 돼.
왜냐하면 소수의 사람들이 작은 판돈에 정해진 배당을 가져가는 확률보다,
다수의 사람들이 큰 판돈에서 정해진 배당을 가져가는 확률이 높기만
다수의 사람들이 채워 놓은 판돈은 정해진 배당보다 대부분 크기 때문이지...
6.
누구, 돈 딴 사람은 없어?
돌아오는 길, 차속에서 <게임 가이드>를 붙들고 직원들에게 브리핑(?)을 한다.
내가 잃은 이유에 대한 확률적 분석???
야~ 이거 연구해보면 재밌겠는데?
어휴~ 참으세요... 한번 빠지면 못 벗어나시잖아요...ㅎㅎㅎ
오늘 나는 카지노라는 시장에, 게임이라는 명목으로 주체적으로 참여했다?!
돈 놓고, 돈 먹기... 그래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사천만의 고스톱 판이라 부르나?
그리고 금융이 주도하는 요즘의 자본주의는 카지노 자본주의라 부르고...
물론 주식과 카지노의 생리는 다르고, 폰즈(피라미드식 거품)와도 질적으로는 다르지만
강원랜드에서 시장과 주식, 그리고 금융자본 전반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 듯싶다.
카지노와 시장은 분명 다르다.
다만 <시카고 학파>의 추종자들과 신봉자들의 결론은 탐욕을 자랑하고, 누려라~ 이다.
그 점에서 카지노와 금융시장은 철저히 속성을 일치 시킨다.
돈을 잃기 위해 카지노에 온 사람은 없으며, 돈을 싫어해서 금융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없다.
이들에게는 돈만 있으면!!!이란 규제 외에 아무런 제약과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카고 학파가 한방을 노려라~고 주장한 바 없지만, 그들 모두는 한방을 노린다.
금융자본을 운용하는 이들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을 거스리기 위해 한방을 노리고,
카지노에 온 사람들은 그 한방이 인생이라 말하지 않지만 스릴이라 말하며 빠져든다.
얼마나 경험이 많고, 리스크를 관리할 줄 알며, 전체를 읽을 줄 아는가가 중요하다며,
스스로 <게임을 즐긴다>고 말하고, 무한 확대재생산의 짜릿한 스릴을 모두에게 강요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고 잃었을지 몰라도, 나는 한방을 터뜨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돈을 딴다.
참여자는 그 사람만 기억한다.
그리고 돈을 땄던 순간만을 기억한다.
그들의 뇌세포는 너무 천재적이어서 돈을 잃은 (멍청한)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돈을 잃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지...
그들은 잘 하는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정보에 목숨을 건다.
그들은 손실을 보험들기 위해 위험을 분산 시킬줄도 알지만,
돈을 딴 대부분의 사람들의 배팅은 한방이 아니었고, 단기간이 아니었으며,
끊임없는 절제와 자신보다 훨씬 많은 돈 잃은 이들을 바라보는 겸손과 여유를 배우지 않는다.
그들은 영감을 믿으며, 자유로운 장에 열광하며, 잠자지 않는 노력도 불사한다.
나도 그들만큼 <게임>을 좋아하며, <즐기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한방의 인생역전>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내게는 요원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에게 한방의 역전은 확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운이 없다는 걸 잘 안다.
게다가 그럴만한 <돈>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지.
나의 맘은 굵게 한방인데, 나의 현실은 작고 길게 인가??? ㅎㅎ
7.
강원랜드...
내게는 운을 시험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절제력을 시험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를 벌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버텼느냐가 평가잣대겠지...
누군가는 많은 돈을 딴다.
오늘 나는 그 사람을 위해 약간의 돈을 보태주었다.
그 사람의 환희와 운을 시험하기 위해, 나는 나의 시간을 투자한 셈이다...^^
여전히 깜깜한 밤길...
룰렛의 휠이 아른 아른거린다.
그 확률 하나 못 맞출까?
분석과 정리가 끝날 때쯤, 내 입에서 나온 마지막 한마디 ;
송과장~ 다음에 다시 한 번 시간 만들어 봐라~
오늘보다는 낫지 않겠어?
ㅎㅎㅎ
나는 여전히 게임을 좋아한다.
절제된 한 방을 여전히 시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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