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간 손질을 했네요... 몇 글짜, 줄이느라...^^ 0131
1.
눈사람을 만들자.
어떻게 만들지?
다 잊어 먹었다.
나이만 든 게 아니라 동심도 잃어버렸나?
<작년말... 오크밸리에서... 너무 추웠지?...^^>
햇살아 그 눈뭉치 줘 봐...^^
시작은 조그맣지만 그 끝은? ㅎㅎㅎ
이제 굴려볼까?
충분히 쌓인 눈에 햇살조금,
그러나 약간 차가운 날씨가 우리의 작업을 응원한다.
허걱...
욕심내다가 눈뭉치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렇게 힘들었나?
가만 생각해봐도 내 생전 이렇게 큰 눈덩어리는 굴려 본적이 없다...^^
무겁군...
<크다는 건 뿌듯함을 동반한다...ㅎㅎ>
영차~ 영차~~~
땀도 약간 나고, 허리도 뻐근하고,,,
그래도 커가는 눈덩어리가 모든 걸 보상해준다.
아이들은 더 이상 눈뭉치를 이길 수 없음을 알고,
게다가 어른들이 지들 욕심으로 자꾸 자꾸 덩어리만 키움을 눈치채고 한걸음 물러섰다.
그래, 내가 하나, 동생이 하나, 햇살이 하나, 산하도 하나, 원이도 하나...
다섯 개의 눈덩어리를 놓고 고민한다.
<이런 즐거움이었을까? 0812 청룡사지 가는 길에서...>
햇살아~
모종삽 두어개하고, 카메라 가지고 내려올래?
똘똘이도 데려오고...^^
결국 원이는 춥다고 안 내려오고, 똘똘이가 눈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나비야~ 나비야~
반짝 반짝 작은 별~~~
차갑다고 깔깔대던 그 머릿속에서 나오는 노래자락이 엉뚱하다...ㅎㅎ
2.
큰거 두 개는 오리지날 눈사람으로 만들고,
작은 거 세 개는 탑처럼 쌓았다.
항아리로 만들까? 비너스처럼 만들까? 아예 조각을 할까? ^^
<이거 봐요...^^ 아직 깨끗하지 못한 상태...>
흙도 묻고, 낙엽도 섞인 눈덩어리를 하얀 눈으로 포장한다.
왜? 눈사람은 하해야 하니까...ㅋㅋ
약간의 볼륨에 어깨선도 강조하고, 허리도 과감하게...
<똘똘이도 거들었다...^^ 얼굴이 너무 험상궂었나? ㅎㅎ>
비너스는 언감생심...ㅠㅠ
조각은 포기하고 나뭇가지 몇 개와 조약돌 몇 개...
옷도 입혀보고, 모자도 씌워보고...
나보다 큰 눈사람을 처음 만들어 본다.
눈사람 만드는 게 이렇게 신이 날까? ㅎㅎㅎ
<이렇게 돌도 주워오고...^^ 0812 청룡사지에서...>
혹시 모르니 가족사진이나 찍어볼까?
좋다 !!!
마음도 하해지고, 기분도 좋아지고...ㅋㅋ
저녁에 눈 감으면 저 눈사람 타고 하늘도 날 수 있을까?
동화가 생각난다...
<눈사람>
나도 눈사람 타고 북극에나 다녀올까? ^^
<한참을 기다리시더니 아버지도 조카들을 데리고 내려오셨다... 결국 세개의 눈사람이...^^>
3.
이 정도면 놀이터에 기증해도 되겠네?
눈 더 안 오면 애들이 부수지 않을까?
이렇게 고생했는데?
이 눈사람 보고 지들도 옆에 새로운 거 만들면 더 멋있어지지 않을까?
역시 꿈이였을까?
어스푸레 저물어 가는 시간에 눈사람은 이미 부서지고 있었다.
내가 저 나이에도 저렇게 남이 만든 걸 가만 놔두지 못했을까?
차라리 만들지 말 걸 그랬나? ㅠㅠ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눈사람 만든다고 주변의 눈을 몽땅 다 써버렸다...ㅎㅎ 당연히 아이들이 가지고 놀 눈이 없어졌겠지...>
아빠~
쟤들이 우리걸로 만든 거, 내가 다 부술거야~~~
허탈함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햇살이가 한마디 한다.
그날 저녁, 다음날 산소에 가는 시간, 그리고 성묘갔다 돌아오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눈사람을 부수고 있다.
햇살아~ 쟤들이 뭐하고 있어?
눈사람 부수고 있잖아 !!!
아냐~ 자세히 보렴.
저 눈덩어리로 뭔가 만들고 있잖아.
아빠랑, 작은 아빠랑, 햇살이랑, 산하랑, 똘똘이랑 만든 눈 덩어리로 다른 걸 만들고 있잖아.
쟤들은 우리처럼 눈사람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우리 눈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잖아.
우리들 보다 훨씬 오랫동안,
그리고 우리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4. 사족...
처음엔 부서져야 될 걸 괜히 만들었나 싶었다.
그래도 내 눈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쉽지 않게, 어쩌면 땀 흘리며 즐겁게 옛날 생각하며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라고 햇살이처럼 야속하지 않았을까?
<추워도 늘 한 몫한다...^^ 0901 중원탑에서...>
만드는 건 어려워도 부수는 건, 쉽다...
예전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에 하나를 더 보태는 웃음보다
내 이름만 새기고 싶은 본능이 더 편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저 때의 나도, 분명 눈사람을 부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들은 부서지고 깨지면서 커왔으니까.
물론 그 아이들에게는 만들었던 땀과 즐거움, 그리고 뭔가의 성취는 없을지 모른다.
단지 그 시간만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와 햇살이,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눈사람 만든 추억이 생겼고,
처량하고 추하게 녹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거면 족하다 싶다.
어차피 우리가 만든 건 우리들의 마음에 남는 거지, 영원불멸의 탑을 쌓은 게 아니니까.
<할아버지 성묘가서... 애들에게는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시지?...>
산소에 가서,
햇살이와 똘똘이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거면 됐지? ㅎㅎ
설날,
집에 내려가,
나보다 더 큰 키의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 만들기... 참 즐거웠다... 여러분들에게도...^^ 0901 원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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