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굽을 바꿨다.
마음에 안 든다.
아무도 보지 않겠지만,
신는 내내 마음에 걸리겠지.
이거 너무 하신 거 아닌가요?
내가 바쁘기는 하지만, 잘해달랬지 무조건 빨리 해달라는 건 아니었잖아요.
이음부위도 매끄럽지 않고,
옆 마무리도 거칠고...
차라리 손대지 말 걸...
그런 거 기성품도 없어요.
그만큼 했으면 됐지...
아니면 신발을 버리지?!
만원이나 주면서 바꿨는데 되레 큰소리다.
그거면 됐지, 왜 고생해서 일했는데 엉뚱한 소리냐는 투...
그래,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장에 가서 고쳤어야 돼.
애초에 선택한 내가 잘못이지...
조금 불편하고, 소리 난다고 별 생각 없이 <구두 수선방>이란 팻말만 보고 택했으니,
선택한 내 잘못이지, 선택받은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닐지 모르지.
하지만,
애초에 능력이 없다면 못한다고 말했어야지.
손은 대지만 거칠어질 거라는 이야기는 했어야지.
내가 결정하기 전에 자신을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의 유불리는 설명했어야지.
그 자신은 전문가라 스스로 칭했으니까.
자신이 할 수 있음과 없음에 대해서는 나보다는 잘 알았을테니까...
나는 한동안 이 신발을 그대로 신을지 모른다.
굽은 마음에 안 들지 몰라도, 신발에는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나는 내발에 신발을 맞춘 게 아니라, 신발에 길이 들어 있으니까.
누군가 지적할 걸 알면서도, 찜찜한 마음 한 켠에 잘못된 선택을 탓하면서도
나는 한동안 이 신발을 그대로 신어야만 할 듯싶다.
잘 할 수 없었던 그의 잘못인가?
아니면 그걸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내 잘못인가?
문제는, 그는 여전히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충분히 잘했다고 말하는 것이고,
나는 내가 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싫은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미 결과는 나와 있는 것이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택했고,
그에 따른 불편은 한동안 마음을 무겁고 찜찜하게 만들 것 같다.
신발을 버리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 집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해!” 라고 말 할 것 외에
내손으로 그 문패를 떼어 내지는 못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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