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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잡생각...

데모의 추억1> 경주의 달밤...090203

 

 

 

데모의 추억 1 - 81년 경주의 달밤...090203



내가 처음으로 데모를 해본 게 언제였지?

아마 고등학생 때였을 것이다.

수학여행 가서...

그래 그곳은 경주였어.


이유가 뭐냐고?

하하

간단했지.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는...ㅎㅎㅎ

그 자유의 내용이란 게 지금 생각해도 우스워.

 

<아마 82년 행군가서 찍은 사진일거야... 교련복을 입은...ㅎㅎ 수학여행가서 찍은 사진들이 있을텐데, 스크랩한게 없네? ^^> 


담벼락 옆 여관에 묵고 있는 여고생들과 미팅할 수 있는 자유 !

수학여행 왔으니 술 마시고 노래하며 놀 수 있는 자유...

그 철없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흔히 말하는 스크럽을 짜고 여관 마당을 돌았지.

노래도 불렀어.

흔~들리지 흔들리지 말고~~~ㅋㅋ

 

어쩌면 천박하고 자유분방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가장 과격한 방법을 쓴 거야.

고등학생 시절도 곧 끝나간다는 아쉬움이 수반한 불안함에, 수학여행 왔다는 해방감,

그리고 대학 입시만을 위한 교육에 대한 거부감과

선생님들의 약간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행태에 대한 불만까지를 다 담았을지 몰라.

 

 

 


결과가 어땠냐고?

스크럽을 짜고 마당을 돌던 우리들은 선생님들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에

속절없이 당했지.

대문을 뚫고 나가기는커녕,

선생님들의 몽둥이를 무서워한 선두가 무너지자 우리는 오합지졸로 바뀌었지.


마당만 뱅뱅 돌다가, 노래만 부르다가 대열이 무너졌지.

결국 고양이 잡으려던 쥐들이 도망치듯 한 놈, 한 놈씩 잡혔지.

마당에 무릎 굻고, 손들고, 엎드려뻗쳐에 대가리 박고...ㅠㅠ

결국 선생님들의 매타작에 엉덩이에 불이 났지...^^


수백명이 훨씬 넘는 학생들이 여선생님들 빼면 고작 2~30명에 불과한 선생님들에게 잡혔지.

수는 우리가 훨씬 많았지만,

정작 데모한다고 스크럽 짰던 수는 100여명이 조금 넘었을 뿐이고,

결국 몽둥이찜질 당한 극력과격분자들은 채 50명이 되지 않았어.

나는 어디 있었냐고?

물론, 나도 얻어맞는 쪽에 속해 있었지...ㅎㅎㅎ

왜?

보고있는 것보다 같이 맞는 게 편하잖아...^^


경주의 달밤은 나에게 고등학생 때의 매타작으로 기억나.

이슈가 하도 철없고, 엉뚱해서 누구에게 자랑해보지 못했고,

고상하고 우아한 추억으로도 기억하지 않지.

다만, 엉덩이가 얼얼했다는 - 몸이 기억하는 아픔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친구들에 섞여 나는 그들과 함께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뿐이야.

 

 

<고등학교 졸업사진이야... 교복 입고 찍은 마지막 사진... 친구들도 잘 있겠지?... ...> 

 

 


경주의 어느 기억하지 못하는 여관 마당에 먼지가 풀풀 날리던 날,

매타작 세례가 끝난 시간,

우리는 여전히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여학생들도 만났지...ㅋㅋ

그리고 우리를 두들겨 팼던 선생님들과는 더 친해졌어.

몽둥이를 든 자와 몽둥이에 맞았던 자들이 껄껄거리며 같이 술까지 마시며 웃을 수 있었지.


그래서 그 다음날,

선생님들과 우리들은 토함산까지 함께 달렸지.

일출을 보러...

누가 더 빨리, 먼저 정상에 오르는가 시합을 했지.

그때의 몽둥이 타작이 그래서 내게 씁쓸하지만은 않는 기억으로 남는 이유야.

 

 


그 다음날이거나, 혹은 그 전날 언제쯤...

설악산에 갔던 우리들은 동해의 일출도 봤어.

이게 81년 8월 12일날 쓴 <일출>이란 시야.



일     출

<수학여행 때 경포대에서 일박을 하며

동해 일출의 장관과

구름과 조화를 이룬 바다의 푸름과

아침의 떨림 속에서 시를 쓰다.>



이슬고인 대지 위에 스치듯이 젖어 가는

빠알간 태양

떨림에 범벅 되는 경이와 새로움

심해선 저밑에서 파아람을 먹어간다.


동그람에 확산되는 신비로운

빛의 노래

그냥 마냥 빠알간 빠알간 태양

하늘하늘 가늘가늘 구름 속에 파묻힌다.


헤쳐 나온 태양속에 날아가는 나의 희열

움츠리는 내마음에 터져 버린 외침이여

야 야 야 야-------------------------------

그대는 나만의 오직 나만의 태양이어라


기다리는 물결 위에 솟아오는 동해의 붉은 해여.


 

<83년 막 대학에 진학했을 때... 이렇게 어릴적 사진 공개하는 게 조금 이상한데??? 일단은 즐거운 마음이니 올려 보자고...ㅎㅎ 분명 맘이 바뀌면 당장 내리겠지만...^^ 음~~~ 일단 줄인다...> 


얻어맞은 전후에 쓴 詩치고는 풋풋하지? ^^

그래도 곰곰 생각해보면,

나의 첫 데모는 그보다 일년 전인 80년 5월이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