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 탑비... 보물170호... 하이? ㅎㅎ 오늘은 전국의 돌거북이들을 한번 찾아 나서볼까? 우리나라 석부도의 최고수준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철감선사 부도탑 옆에, 이렇게 해학적이고 가벼운 표정이 있을 수 있다니 재밌지 않아?^^ 잠깐 헛생각하다보니 벌써 이 시간이군...ㅉㅉ>
목적이 있어 바라보이는 것과
뜻 없이도 오래 남는 것들이 있다.
개인적인 好不好를 역사나 문화 예술이란 이름으로 輕重을 논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가끔 나의 눈은 주어진 잣대와 강요된 주입에 익숙해졌음을 느낄 때면
자유스럽지 못한, 또한 그럼으로 인해 웃지 못하는 나를 느끼며 씁쓸해 할 때가 많다.
<부여박물관... 이 거북이를 보면서 우리는 기준과 규범을 논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웃을 수 있는 천진난만함... 혹 자칭 맑음을 지향하는 내게는 이런 거북이를 만들 느슨함과 너그러움이 존재하고 있을까? >
<충주 미륵사지 귀부... 물론 부여박물관의 거북이처럼 작고 앙증맞은 거북이만 있는 게 아니야... 이렇게 거대한 돌거북이도 있지... 물론 형상은 분명 거북이고, 비신을 꽂을 수 있는 홈이 있지만, 비신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심심해서 만들었다? 그래~ 어쩌면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심심풀이로 이런 거 하나쯤 만드는 것도 세상살이에 즐거운 이벤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 거북이 등껍질에 함께 산책하며 나들이 나가는 거북이 가족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무심한 사람의 심심풀이만은 아니었을거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겠지만, 참 무심한 손놀림이지? ㅎㅎ>
주어진 잣대와 강요된 주입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럴만한 양적 충진을 통해 스스로 개화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동안 돌아다녔다.
꼭 봐야만 하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강제와 규준에서 벗어나는 것도
충분한 이해와 나만의 언어로 해독이 가능할만큼의 이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종무열왕 귀부와 이수... 국보25호... 무언가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과 규범을 만들고, 그 자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당나라의 귀부를 우리식으로 해석하여 만든 최초의 예가 바로 이 신라 태종무열왕 귀부와 이수야... 하나 하나가 정서으럽고 세련된 문양으로 장식한 참, 곱고도 정연하고, 그리고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거북이지... 숱한 세월 비신을 받춰주는 거북이들의 기준이 되었고, 이 규준은 1300년을 뛰어넘어,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개통식때 만든 기념비의 원형이 되기까지 했지... 원형이 된다는 거... 그리고 보존하고 계승한다는 거... 이점에 대한 공과에는 어떤 시비가 필요할까?>
꼭, 영어단어를 기존의 방식으로 이미 다 암기한 사람이,
새로운 방식으로 외우면 훨씬 편했을텐데, <예전엔 왜 그걸 몰랐을까>하는 고백을
무슨 새로운 법칙과 지름길을 발견한 양 자랑하고 떠들지만,
엄밀히 가장 무식하게 쓰고 외우는 것 외에 왕도가 없음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약간의 힌트와 짧은 외도의 즐거움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고지식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성주사지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 국보8호... 다니다보면 이렇게 얼굴이 깨어져버린 거북이도 만날 수 있어... 많이 아쉽지? 벼루를 만들던 우리나라 최고의 오석으로 만들어졌고, 비문은 최치원이 남겼지...>
<얼굴은 깨어졌지만, 그 뒷모습을 보면 참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 담백하면서도 정성스럽고, 어디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은 참 멋스러운 사람이 만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 여기서!!! 나의 문제는 왜 그렇게 분석하고, 뜯어보고, 뭐라고 한마디를 꼭 하려고 하느냐는 것...ㅎㅎㅎ 그래도 좋아... 분석이 있어야 종합이 있고, 그래야 내것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니까...ㅋㅋ>
아이들과 블록 쌓기를 해도 전체의 부속들을 다 쏟아놓고,
그 전부를 하나로 엮는데 익숙한 게 내 스타일인지라 쉬이 고쳐질 것 같지도 않고,
어디를 움직여도 전체를 봐야만 나무도 보고, 바람도 느낄 수 있다는
무엇을 해도 처음과 끝을 알고, 한계를 알아야만 필요한 <중용>도 생길 수 있다는
나의 논리가 하루 아침에 형성된 습성이 아님을 아는지라 이젠 나를 돌이켜 보고 싶다.
<충주 각연사 돌거북... 성주사지처럼 얼굴이 깨어진 거북도 있지만, 이처럼 목을 도난 당한 거북도 있어... 참 넉넉하고 듬직한 하얀 거북이가 평화롭다기 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너른 터에 앉아있지... 얼굴을 상상해 볼 수는 없지만, 역시 차분하고 정성스럽고 균형잡히게 잘 만들어 놓았어... 그 목부분에 앉아서(그렇게 앉을만큼 충분히 커다란 거북이야) 잠시 거북이 얼굴을 상상했지...^^>
<경주 사천왕사터... 잘 다음어진 등껍질은 가졌지만, 이렇게 목이 잘린 경우도 있고...>
<경주 구황리탑(황복사지) 귀부... 이렇게 목을 잃은채 아직까지 땅 속에 묻혀 드러나지 못한 거북이도 있고...>
<경주박물관... 이렇게 두마리가 나란히 동고동락 하는 경우도 있어... 둘이 손을 잡을 듯한 저 모습이 보기 좋지 않나? 둘다 오른쪽발을 들어서 뭔가 잡으려 하는 것 같지 않나?... 아예 두손을 꽉 잡게 해주지...ㅋㅋ>
자신을 지나치게 단련시키려 하지말라, 그 단련이 오히려 구속이 될 것이다,
느슨한 채 다녀라, 성격이란 옷을 걸치지도 말고, 고정된 태도를 버려라는
<라즈니쉬>의 충고와 고언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그랬었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오만방자함은
여전히 그러지 말아야할 나의 단점, 혹은 그래서 장점을 되새기게 만든다...ㅋㅋ
<보원사지 법인국사보승탑 귀부... 보물106호... 이렇게 눈을 크게 뜨고서... 세상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에게는 눈을 살짝 감고? ㅎㅎ 눈은 단호한데, 약간 흐트러진 입매무새가 재밌었던... 이 거북이가 이렇게 된 거은 입에 물고 있는 여의주가 너무 작아서 아닐까?>
<지리산 연곡사 현각선사 부도비... 보물152호... 이렇게 코를 벌렁거리면서... 하긴 자본주의 시대에 발달한게 눈이지? 그 이전에 인간들의 오감은 냄새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썰이 있는데... 물론 귀로 듣는 게 주변 정보를 판단하는데 70%를 좌우한다는 썰도 있지... 아무튼 이 거북이는 입술, 이빨, 혀, 여의주를 모두 다 욕심내다보니 이렇게 입만 커져버렸지?>
<원주 문막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비... 국보59호... 아니면 이처럼 수염을 적극적으로 기른 경우도 있어... 권위와 기품의 잣대가 수염이라면 여성이 존립할 근거가 없는 셈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얼굴은 맘에 안들어...^^ 물론 구조적으로 얼굴 무게를 지탱할 받침을 이렇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는 석공의 창의성에 한수 쳐주고 싶지만... 참, 이 거북이는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입이 커져버렸어... 그 여의주가 어디에 있게?>
<영월 법흥사 징효대사 부도비... 여의주를 물고 이렇게 수염을 살짝만 기른 거북이도 있지... 그래도 거북등 갑골 하나하나에 새겨진 꽃잎들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수놓았을지도 몰라...>
2.
복잡하지도 않은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그래야만 가장 단순한 원인진단과 대응방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머물면
가끔씩 사진을 꺼내본다.
그래야 함과 그럴 필요없다는 새로운 청량감은 어디쯤에서 균형을 찾을지...
<원주 문막 비두리 귀부와 이수... 이렇게 가끔은 뒤를 돌아볼 필요도 있나 보다 싶어... 너무 적극적으로 돌아보면 목이 너무 길어지는데? ㅎㅎ 앞을 보지 않고 뒤를 보려고 한다는 거... 가끔, 아주 가끔씩, 그렇지만 꼭 필요한 행위중 하나가 아닐지...>
오늘은 지금까지 바라보던 거북이 사진들을 모아놓고 그런 생각을 했다.
무엇이 보물이고, 무엇이 국보인가, 또는 무엇은 그 축에도 끼지 못하는가...^^
그 하나 하나를 만든 게 그 시간, 그 공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인 것을
내가 구분하고 차이를 두고, 경중과 우열을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화엄사 귀부... 완전히 용두사미식의 모습이야... 나름 험상궂으면서도 지꿎은 표정이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기세만큼은 당당하지... 아무튼, 머리가 몸보다 커...^^>
<순천 선암사 중수비... 역시 거칠고 우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가냘퍼진 다리와 충분히 세련되지 못한 마무리 때문에 근엄함이나 험상궂다는 느낌이 많이 완화되었지?... 어쩌면 차분하고 선하 모습보다, 거칠고 우악스러운 모습을 표현하고 만드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게 맞다면 인간이 그린 악마는 가장 자연스럽지 못한 순간의 형태일지도 모르지...>
분명 이런 사색(?)도 내게는 보이지 않는, 혹은 약속하지 않은 강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하며 혼자 웃어본다.
물론 이렇게 말 하는 그 순간, 나는 라즈니쉬가 말한 <그러지 마라>는 충고를 비껴간다.
하하하... 애초에 <그렇고 그렇지 않음>을 떠나면 되는데 여전히 쉽지 않다.
<장자>를 불러다가 <라즈니쉬>를 비꼬는 내 자신을 보면 여전히 사춘기를 못 벗어나나 보다.
<고달사 원종대사 혜진탑비 귀부... 보물6호... 장자의 이런 호방함은 때로는 거칠고 굵직한 내공이 필요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과감하면서도 당당해야만 그의 역설은 자연이 되고 웃음이 될테니...>
<정면 얼굴... 무섭지? 힘이 넘치나? ^^ 그러면 장자의 일갈은 어떤 표정에서 나왔을까? 아무도 이런 표정이라고 상상하지 않겠지... 거칠고 굵으면서도 핵심을 뒤집는 그의 역발상에는 이런 강직과 단호함, 혹은 우락부락함은 거리가 멀지도 몰라... 어쩌면 무심하면서도 단호하고, 관조하는 눈망울에서 간결함을 만들어 내는지도 모르지...>
<거돈사 원공국사 승묘탑비... 보물78호... 그 당당함에 이처럼 근엄하고 의연한 기품을 갖춘다면 더 좋겠지? 우리나라 거북이들 중에서 가장 균형잡히고 세련되게 만들어진 작품이지... 어느곳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거돈사에서 이처럼 강고하고 단단한 느낌의 거북이가 만들어졌다는 게 재밌어... 그게 장자나 라즈니쉬의 시선이었을지도 모르지...>
<거돈사... 뒷 모습은 앞모습과 전혀 다른게 차분하지? 앞발의 날카로운 발톱도 숨겨져 있고, S자 모형으로 확실히 꼬아놓은 꼬리는 여유만만하게 느껴지고, 갑옷이 스카프를 두르듯 부드럽고 가볍게 처리되었다면, 그는 필시 뭔가를 볼줄 알고 말 할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요즘 가만보면 어디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물론 충분히 돌아다니고 있고, 꼬인 일들도 많지만 그건 핑계일뿐...
하나라도 찾아볼까 하는 마음에 전북지방의 <지리>를 한참 궁시렁거리다가 잠시 쉬어본다.
여전히, 이러는 내가 웃긴다...ㅎㅎㅎ
<흥경사 사적갈비... 국보7호... 그래도 힘과 역동성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북이야... 넘치는 힘과 당당한 부라림... 거침 없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지 않나? 여전히 나는 그런 걸 좋아하나봐...^^>
<흥경사... 그리고 이 뒷모습을 봐... 전면의 당당하게 치켜든 고개에 어울리게 단순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부드러우면서도 과감하게 처리했잖아... 갑골-등껍질-을 아예 포기해버리고 말이야...ㅎㅎㅎ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거, 이렇게 그리고 마무리했을 석공의 입가에도 웃음이 맴돌았을까? 무엇을 만든다는 거... 아마 이런 기분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
이걸 만든 사람들은 얼마나 자유로웠을까?
이걸 만든 사람들은 얼마나 준엄하게 자신을 대했을까?
그들은 상황에 적응을 했을까? 아니면 상황을 거슬러 끊임없는 욕구를 발산했을까?
그들은 자신과 다퉜을까? 아니면 타협했을까? 그도 아니면 무념무상으로 돌을 쪼았을까?
그런 기분으로 거북이 사진들을 올려본다.
이건 나의 전형적인 횡수설이다.
<부여박물관, 성주사지 귀부... 이처럼 살짝 비틀었지만 웃는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대한다면 자신에게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웃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은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을 깰 수 있는 자유스러움과 파격은 인상적인게 분명해... 어차피 이런 거북이도 세월과 시대의 조류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걸 보면, 기준과 파격, 그리고 살짝 비틀림의 존재도 영원한 거 아닐까? ^^ 그 무심한듯 자연스러운 상상과 자신에게 너그럽고 관대했을 석공의 마음이 여전히 웃고 있지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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