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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여행에서 생각하는 반듯함과 구부러짐...101222

 

 

 

 

종묘 정전의 곧고 똑바른 열주들을 바라보며 엄숙함과 차분함, 그리고 단정함을 본다.

구부러진 화살로는 과녁을 겨냥할 수 없다는 말의 무게를 느끼면서.

그래서 사람들은 곧음, 혹은 반듯함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종묘 정전... 곧고 반듯한 기둥들...>

 

 

그러면 세상의 건축물들이 모두 이처럼 반듯한 기둥들로만 세워져 있을까?

우리들이 기억하지 않는 화엄사의 건물을 지탱하는 구부러진 기둥...

건축은, 화엄사는, 구부러진 기둥으로도 구성이 되고, 그렇게 충분한 세월을 버티고 지탱되고 있다.

 

<화엄사 보제루 기둥들... 화엄사는 각황전, 대웅전, 사사자석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부재의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지금의 화엄사가 이루어져 있다...>

 

 

 

이뿐일까?

각진 정렬과 규격화된 비례를 읽으면서,

우리는 뒤틀린 비례와 구부러진 기둥에서 자연스러움을 자랑한다.

 

<개심사와 예술의 전당... 무엇이 세련이고 무엇이 자연스러운지... 그 맛과 멋에 귀천이 따로 있을까?>

 

 

 

헝클어진 추상과 정연한 구상,

화려한 색감과 무채색의 향기,

가난한 열정과 세련된 품위...

 

<강원도 어디쯤 연탄과 서울의 리움박물관... 사람이 살아가는 행복이, 점하고 있는 공간만으로 가늠될 수 있을까? 온기와 정성은 보이지 않은 것들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것들이 모여 있는 사물을 바라본다.

여전히 바탕에는 깨어지고 조작되지 않는 부정형의 대지가 훨씬 넓다고 생각하면서.

 

 

 

 

반듯하고 늘씬한 기둥과 작고 구부러진 기둥으로, 각각 수백년 세월을 감당하는 건축물을 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은 결코 곧고 반듯한 것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며,

뒤틀리고 휘어진 목재들도 곧잘 제 몫을 당당히 해내는 것을 또한 느껴본다.

 

<석가탑과 안동의 방형적석탑... 똑같이 탑이라 불리우는 것들의 부분... 어느쪽의 정성과 염원이 더 큰지, 관찰자가 쉽게 재단할 수는 없으리라...>

 

 

 

 

子曰(자왈), 朽木(후목)은 不可雕也(불가조야)요 糞土之墻(분토지장)은 不可汚也(불가오야)니라.

공자 가라사대, '썩은 나무에는 어떤 조각도 새기지 못할 것이고,

분뇨 섞인 담장은 더 이상 오염될 것도 없다.'고 말했다지만,

세상의 정의와 진리는 항상 깨끗하고 똑바른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음도 부정할 없는 일...

게다가 썩은 나무와 오염된 담장이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도 충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통도사의 홍매화와 리움의 자작나무... 우리는 색에서 향을 찾지만, 흑백은 빛을 느끼게 만든다...>

 

 

 

 

내 마음이, 내 몸이 작고 구부러졌는지, 아니면 올곧은지 스스로 평하기 쉽지 않지만,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탄하지 않고, 우리가 눈여겨 보지않는 많은 것들로 세상은 이루어져있다.

아직은 내 스스로 세상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운가 보다.

 

 

 

<도산서원 전교당과 종묘 정전의 바닥돌... 배움에는 문이 없고, 돌틈속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의 눈이 조금 더 낮아져야 넓이가 생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