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힘이 없다.
도통 정신을 차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굳이 잠을 자면서 피로를 회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도대체 떨쳐버리지 못한 우울한 기운에 쫄아든 내가 매우 싫다.
일 때문인지, 관계 때문인지,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게으름 때문인지...
<이 양반 돌아가신지 10년 됐지? 어느 모임에서 만났을 때도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어... 내 욕 많이 하셨을텐데, 선배대접도 못하고, 형님이라고 한번도 부르지 않고... 내가 이 양반 많이 비판했다는 게 맞을 거 같은데, 그리 오래지 않아 장례식장에서 사진만 뵈었는데, 갑자기 생각나네? 그래도 자기 하고싶은 일 열심히 하셨고, 또 그래서 헛되지 않은 이름으로 남았고...>
십몇년 전일까?
이 양반이 내게 물었다 ; 요즘 뭐하고 지내나?
물론 이 양반만 그랬던 건 아니다.
만났던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철에서, 목욕탕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김모 선배, 이모 선배...
만날 때마다 한마디씩 묻고는 사무실에나 놀러 오게...
이럴 때마다 사진 찍고 있습니다하면서 웃었지만,
어째 오늘 만났다면 특별히 대답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잠깐 짬을 내 사진 뒤적이다가, 사무실에 널부러진 책들을 찾아본다.
<남자인 나는 무엇을, 누굴 위해 살고 있지? ㅋㅋ 너무 느슨해졌나봐...ㅎㅎ>
얼마전, 색시가 책을 하나 사줬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그리고 부속으로 딸려온 <지구별 여행자>가 그것...
늘 그랬듯이 목차, 머리말과 마무리하는 말을 보고나서 본문을 뒤적이는 게 내 책 읽는 순서다.
하나는 인도여행이고, 또 하나는 인디언 어록쯤 되는 두툼한, 매우 두꺼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얼마전, 친구 - 나의 한계를 지독하게도 잘 간파하고 있는 친구가 책을 찾아달란다.
<노자> 아마도 <도덕경>일 것이라 생각되는 책일 것 같다.
문득 떠오르는 건 대현출판사로 기억되는 만화책...(역시 난, 만화(滿花)를 좋아해...^^)
물론 많은 해설서들이 있겠지만, 그 책처럼 간략한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튼, 아직 서점엘 가지 못했으니 아직 선별하지 못했다.
갑자기 <노자>와 <인도>와 <인디언>이 하나로 느껴지네? ^^
" 과거와 미래,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람을 춤추라, 온 존재로 매 순간을 느끼며 생을 춤추라 "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 1P에 쓰인 <류시화>의 이 한마디가 세 화두를 관통하는 느낌...
나는 과연 현재를 춤추고 있을까?
<아무래도 지금 내 표정을 우리 똘똘이가 보면 이러겠지? ㅎㅎ>
책도 읽지 않고, 서점에도 안 가고, 현재 춤을 추고 있지도 않고...
어디라도 휘익 떠나 버릴까?
나의 불행 중 하나는, 지금 그럴 처지가 못 된다는 점...
오전에 사무실을 확 뒤집어 놓았는데, 그 부담 때문이다...ㅉㅉ
역시 함부로 화를 내 봤자, 편하지 못한 건 나지, 욕먹은 이들이 아니다.
게다가 오늘까지 뭐 뭐 뭐... 해놓으라고 지시한 것도 있으니 <바람>은 언감생심...
그래도, 이대로 있어봐야 머리에 좀만 쑤실 뿐... 어디든 가긴 가야한다.
어디로 갈까?
인도는 못 가봤고, 노자와 인디언은 겉모습만 알 뿐이고...
정반대를 찾아볼까?
극과 극은 통한다고, 예부터 노자 할아버지를 비롯해, 원효, 레닌 아저씨도 설파한 적이 있지 않은가.
갑자기 피렌체의 사진들을 꺼내보고 내내 헛생각...
<잠시 사진을 뒤적여 보다가 이 글짜를 찾았지...>
누가 그랬지 ;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 기성개념에 의문을 가지고,
선입견을 갖지 않은 순수한 태도로 마음속의 언어를 만들고,
기존관념은 독서로 흡수하고,
풍부한 외국어 능력과 수학, 기하학, 천문학에 조화로운 사고에서
개방적 환경과 문화적 충격 한가운데 서 있으면 인문혁명-르네상스의 최소 조건을 갖춘 거라고...ㄲㄲ
물론 나는 풍부한 외국어 능력도 없는데다 천문학에 깊은 조예도 없어 한계도 많고,
게다가 고등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도 불분명하고, 별로 순수할 것 같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다
기존관념을 독서보다는 텔레비전에 의존하는 처지이지만
강렬한 비판정신과 표리관계를 갖는다는 강렬한 호기심을 만들기 위해 사진으로 여행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여전히 현실적이지 못하고, 여전히 너그럽지 못해 인디언과 인도, 노자보다 피렌체를 택하기로 했다.
<햇볕 좋던 지금쯤... 한적한 거리를 거닐었었지...>
왜 피렌체냐고?
세상이 격렬하게 움직이는 격동기에 정신운동이 태어난다기에 르네상스의 현장을 택한거고,
그 르네상스가 기획되고 연출되고, 시작된 곳이 피렌체이기 때문이고,
당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지성들이 태어나서 결실을 맺어가는 곳이 피렌체이기 때문이다.
후후~
여행을 떠나는 방법은 두가지다.
신발을 신을 것인가, 아니면 죽치고 앉아서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있을 것인가,
(참~ 하나 더 있다 ; 눈감고 누워있을 것인가...ㅋㅋ)
죽치고 앉아서 사진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피곤하지 않지, 혼자서 궁시렁 거려도 욕할 사람 없지, 굶고 다닐 일 없지...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는 딱 맞는 여행방법이다...ㅎㅎㅎ
게다가 사진은 시간의 박제, 바람의 화석, 그리움의 향기가 아니던가...^^
<뭘 제대로 보겠다는 게 아니고, 뭔가 충동이 필요할 것 같은 기분이야... 너무 허해서...^^>
몸을 스스로 꽁꽁 묶어 놓고, 이제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라는 불편한 현실을 벗어나, 조금 먼 곳을 겨냥해보려 한다.
한동안 사진을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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