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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공부

한문공부> 行百里者半九十...0909

1.

 

오늘은 문법(2) 문형에 대해 공부하는 날...

지지난주 혼자만 책을 못 읽고 간 탓인지,

오늘 어디까지 읽고 가야하는지 도통 감이 없다.

문법(2) 하는 날인가? 응용-고전읽기(1) 할 차롄가?

 

이번주도 그냥 갈 수는 없고, 틈틈이 책을 찾았다.

원주에서 사둔 자전도 찾고, 일단 부지런히 진도도 나가고...

오늘 어디까지 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오늘 문법(2) 하기로 한 날 아니야?

 

우우우~~~ 열심히 5장 고전읽기 하고 갔는데...^^

게다가 오늘은 열이형이 책을 못 읽고 왔단다....크흐~~~

야~ 오늘은 깐돌이가 자전까지 들고 나오고, 센데? 하하하

 

* 형들과 <이이화의 한문공부>라는 책을 텍스트로 만난지 6~7주가 된 거 같다.

앞으로 꾸준히 정리해보려는 시도로 정리를 시작해 본다.

지금까지 재밌는 이야기들도 많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접근도 못했었다.

이전 이야기들까지 모아 서서히 올려보려 한다.

오늘은 한자 문구 풀이를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로 시작한다.

 

 

 

2.

 

오늘은 일산 <웨스틴 돔>, 아시아 아시아란 음식점에서 인도 음식을 먹잖다.

한식에서 출발해, 해산물, 동태찌개, 일식, 중국집 빙 돌았으니 아시아로 가자는 의미...

언제부턴가 자리잡은 수평식 - 가로식 상가의 집합체가 웨스틴 돔이다.

 

내 기억에는 일본 도쿄에 오다이바란 곳이 생기고,

몇 년 후에 이런 형태를 차용해 생긴 곳이 바로 일산의 <라페스타>란 상가.

소위 유럽식, 스트리트 형이란 테제로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을 일체화했다.

 

사실 중심상업지역에 5층을 넘지않는 저층으로 상가를 꾸미는 것은 혁신적이었다.

용적율과 그에 합당한 연면적이 사업수익과 직결되는 건설 프로젝트에서

연면적을 최소화 시켜 용적율을 다 찾아먹지 않는다는 것은 도박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 ; 100평땅에 중심상업지 용적율 800~1,100%를 적용하면

지상층 연면적은 800~1,100평이 나오고,

상가의 경우 지하를 포함한 건축연면적은 대략 1,700평 정도가 나온다.

왜냐하면 상가의 경우 전용률이 대략 60%대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균 분양가를 곱하면 전체 사업매출이 결정되는데,

지상 5층을 넘지 않는다면 용적율의 30%이상을 포기하기에 도박이란 표현을 썼다)

 

그러나 도쿄 오다이바의 성공이후 일산에서 처음으로 가로형 상가를 만들었고,

그 당시 부동산 경기와 문화적 코드는 정확히 일치했고,

여기에 천장을 돔형식으로 만든 지극히 모방과 차용과 국적불명의 상가가 웨스틴 돔...

어쩌면 가장 한국적 자본주의 사고가 만들어낸 독특하면서도 혁신적인 스타일이다.

아무튼 내가 볼 때, 이런 유형의 상가는 앞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참고로 일산보다 먼저 가로형 상가를 만든 곳이 바로 삼성동 무역센터의 상가들이다.

워낙 거대하고 수직적으로 건축된 무역센터에 가려져 특징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동 무역센터의 상가는 지하공간을 스트리트 형 상가로 꾸민 최초의 형태...

현대백화점과 연결된 이 스타일의 상가도 분명 성공적이었지만,

기능과 목적에 있어 연면적이나 용적율을 포기하지 않아 비교대상에서 제외했다)

 

라페스타 이후, 이곳도 충분히 성공한 거 같은데?

복잡복잡하면서 다양하고 괜찮은 거 아닌가?

글쎄~ 가끔 오기는 하지만 내 정서에는 안 맞아~ 이런 게 좋은가?

젊은 애들도 만나고, 좋아 보이지 않아?

나는 긍정, 빵형은 부정, 열이형은 중립이다...

 

늦게 도착한 죄로(8시 약속에 8시반 도착) 결국 10시 파장시간을 넘겨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옮겨 찾은 곳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커피 체인점...

이곳도 제법 이름 있는 곳이야.

여섯 번째쯤 되는 한문공부가 시작됐다.

 

 

 

3.

 

열이가 책을 못 읽고 왔는데, 음~~~

이번도 중요한 챕터고 좋은 글도 많은데 다음에 다시 할까?

빵형의 제안으로 부드럽게 이번 챕터는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기로 했고,

대신 빵형이 시험문제를 가져왔다.

7개의 성어 혹은 문구로 이루어진 프린트...

이틀에 하나씩, 해석을 찾지 말고 찬찬히 생각해보잔다.

 

1. 行百里者半九十(행백리자반구십)

2. 大辯不言(대변불언)

3. 山不辭土石(산불사토석)

4. 福莫長於無禍(복막장어무화)

5. 望秋先零(망추선령)

6. 因敗爲成(인패위성)

7. 密雲不雨(밀운불우)

 

허걱~~~

쉽지 않겠는데? 한문으로 만 프린트 된 종이가 부담스럽다...^^

야~ 그래도 몇 번 한문공부 했는데, 네이버에서 찾지말고 이정도는 해봐야되지 않을까?

한 문구 가지고 이틀씩 고민하면 풀리지 않겠어?

 

자전도 가져왔는데 한번 볼까?

뭔가 시도는 해보자는 의도에서 말을 꺼냈다.

2번, 대변불언 ; 가장 큰 변론은 말하지 않는거다...

     침묵이 가장 큰 변호다... 이런 거 같고,

3번, 산불사토석 ; 산은 흙과 돌을 구별하지 않는다... 크게 틀리지 않을 거 같고,

     뭔가, 의미심장한 말 같지? ^^

 

4번, 복막장어무화 ; 於(어)가 어조사이고 비교격 의미도 있고,

     莫(막)자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더할 수 없다는 뜻도 있으니까, 비교문...

     화가 없는 게 가장 큰 복이다... 뭐, 이런 뜻인거 같고...

     * Daum에서 검색해보니 ; 荀子(순자)에 나오는 말로

       <복이란 화를 당하지 않는 것을 최상으로 한다>고 해석하는 게 일반적인듯...

 

5번, 망추선령 ; 가을을 바라보는데 먼저 零(영)하다인데, 이게 뭔 뜻이지?

     자전 찾아봐~~~ 야~ 이 자전 바꿔라~

     춥다는 뜻인 거 같은데 이런 글짜도 안 나 와?

     아는 글자가 자전에 안 나와 당황하고 있는데, <령>에서 찾아봐~

 

     후후~~~ 열이형의 제안으로 영이 아닌 령을 찾으니 나온다...^^

     이건 열이의 태생적 프리미엄이다... 하하하

     (열이형이 류씨인데, 유와 류 발음의 두음법칙을 빵형이 끄집어낸 거다)

     아무튼, 가을을 기다리는데 먼저 추워지다... 먼저 잎이 떨어지다 뜻 아닐까?

     (령은 잎이 시들다, 서서히 떨어지다는 뜻과 零下(영하)의 기온- 춥다는 의미도 있지?)

 

     * Daum에서 검색해보니 ;

     ‘가을이 멀리에서 오는 것을 보고, 잎이 미리 떨어지다’라는 의미로서,

     의지가 약하여 미리 겁을 먹고 나약해지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글쎄~ 엊그제 검색은 해보았지만, 전후의 문구를 보지 않고

     <의지가 약해서 미리 겁을 먹는 사람>의 의미는 비약이라 생각되는데???

     아무튼 나는 ; 가을이 오기도 전에 먼저 잎이 떨어지다 해석...

 

야~ 이정도로 해석한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이야기가 될 수 있네?

나의 한마디에 빵형, 열이형이 키득키득 웃는다...^^

약간 장난스럽게 말도 바꾸고, 어림짐작 의미도 불어넣고...

결국 한문의 해석은 <문리의 터득> 아닐까? 하하하

다음으로 넘어간다...

 

6반, 인패위성 ; 이 부분에서 서로 말들이 약간씩 달랐다.

     실패의 원인은 성공의 어머니... 뭐 그런 뜻 아닐까?

     그래도 글자로 말이 이루어져야하니까, 패배로 인해 성공을 이룬다가 맞지?

     패인으로 성공하다...

 

후후~~~ 작은 차이에서 세사람의 시각이 드러난다.

빵형은 번역의 전문가답게 ; 패배로 인해 성공하다는 해석을~

나는 알고 있는 정보로 감을 잡으니까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뜻으로~

그렇지만, 성공의 원인이 된다는 말은 없잖아 - 빵형의 지적,

成(성)자 다음에 因(인)이 생략되었다는 나의 주장에 결국 열이형이 정리 한다 ;

패인으로 성공하다 - 간결하면서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게 열이형의 성격이다...^^

 

7번, 밀운불우 ; 뭐 이건 간단하네... 구름이 잔뜩인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

처음엔 과제물을 받은 기분으로 막막했는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문제를 풀어간다는 게 여간 재미가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통밥이라면 한가닥씩 하는 사람들이라 붙이는 말도 여유롭고...^^

사실 문제는 1번을 풀면서였다.

제일 많이 이야기를 제일 오랜 시간 나눴고...

 

 

 

4.

 

1번, 行百里者半九十(행백리자반구십)

여러분들은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이 해석에서 세사람의 특성이 극명하게 나타났다는 생각이 든다...^^

 

깐돌이; 시작이 반이다는 뜻으로 접근하면 안 될까?

백리를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반을 갔다는 말은 구십(90%)과 같다 의미로...

빵형 ; 구십을 갔지만, 남아있는 십(%)이 반만큼의 의미로 해석해야 되는 거 아닌가?

백리를 가는 사람에게 구십은 반에 불과하다...

 

긍정성과 의기를 강조하는 나와, 부정성과 역발상을 강조하는 빵형이 대립(?)했다.

인터넷 검색을 동원해보면 이 차이는 시작을 강조하는 한국인의 특징과

만만디... 부자 몸조심을 강조하는 중국인의 특징 비교까지가 동원되면 더 복잡해진다.

 

한참 두사람의 언쟁을 즐기던 열이형이 중재를 시작한다.

문제는 50%을 갔느냐, 90%를 갔느냐의 차이 아닌가?

그런데 이 문장 어디에 그런 표현이 있지???

평서문, 의문문, 반어문, 부정문, 수동문, 가정문, 도치문... 어디에 해당되는데?

만약 이 말 - 행백리/자/반/구십을 ; <行百里에 사는 사람(者)의 반이 구십세다>,

라고 해석했을 때 틀린 근거를 찾아 줘~~~

크크크크크

 

잔뜩 긍정과 부정, 시작의 강조와 뒷 마무리의 중시를 따지고 있는데,

열이형의 장난기어린 딴지걸기가 동원되면서 우리는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얼마만인지 모르지만 눈물이 나도록 배꼽을 잡고 웃었다.

누가 맞는지, 무엇이 옳은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강조하고픈 게 달랐지만...^^

 

그래~ 그 말도 틀릴 게 없네...하하하

행백리는 지명을 이르는 고유명사고, 구십이란 숫자 뒤엔 해 歲(세)가 생략됐다면?

행백리에 사는 사람의 반틈은 구십만큼 장수하고 있다는 말도 맞잖아...

하하하하하

 

 

 

5.

 

<한문공부>의 반이 넘어가면서 이런저런 문구해석이 재미있어진다.

물론 책 혹은 공부란걸 매개로 형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더 좋지만...

 

빵형은 글짜로, 글씨로, 자구해석과 문법적 흐름을 강조하고 있고,

감으로, 상식으로, 기왕의 정보를 눈치로 종합하는 나는 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과 현실을 강조하는 열이형은 균형을 중시하고...

 

게다가 가장 냉정하고 엄정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빵형은 흐트러짐을 싫어하고,

역발상과 풍부한 경험을 내세우는 열이형은 일상을 쉽고 편하게 정리하는 스타일이고,

복잡한 머리에 열정을 강조하는 나는 다양함과 새로움을 강조하는 타입이니

하나의 문구를 보면서도 나름의 해석을 풍부하게 접근하고 있다.

 

행백리자반구십...

긍정의 의미든 부정의 의미든 되새겨 볼만 하다.

시작을 강조하는 우리네 습성이든, 마무리를 강조하는 중국인의 태도든

굳이 시시비비와 선택의 문제를 떠나 재밌는 시간이었음도 분명하다.

이제 이이화의 한문공부...3/5를 넘어섰다.

 

서로 시간도 충분치 않고,

차분히 고민할 여유는 없지만 놓치기 싫은 시간이다.

분명 좋은 문구도 많고, 삶을 되새김질 하는데 도움 되는 말도 적지 않지만,

아무튼 내게 소중한 것은 형들과 지속적인 만남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고,

새로운 자극과 공부에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행백리자반구십...

이제 반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