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문공부

短상段상> 화수미제...081121

 

 

 

화수미제(火水未濟) 




未濟亨 小狐汔濟 濡其尾 无攸利

미제괘는 형통하다.

어린 여우가 강을 거의 다 건넜을 즈음 그 꼬리를 적신다.

이로울 바가 없다.


(이 괘에 대한 풀이가 많이 있지만,

주관이 담긴-2천5백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말들이니 참고만 해본다 ;

彖曰 未濟亨 柔得中也 小狐汔濟 未出中也

濡其尾 无攸利 不續終也 雖不當位 剛柔應也


象曰 火在水上 未濟 君子以 愼辨物居方

불이 물 위에 있는 형상이다. 다 타지 못한다.

군자는 이 괘를 보고 사물을 신중하게 분별하고 그 거처할 곳을 정해야 한다)


화수미제는 주역의 8 x 8 = 64번째, 마지막 괘의 이름이고 풀이랍니다.

혹 주역을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주역으로 점을 쳐 보신 경험은?


오래전... 고등학생 때 주역으로 점을 쳐 본적이 있지요.

내 운명을 미리 미리 알 수 있을까 하는 어린 마음에

동전을 굴리며 주역을 뒤적였던 기억이 있지요.


(그때야 세상사 모두 알 수 있고,

미리 미리 미래를 예견하여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하지만 객기어린 생각을 한 적이 있지요.


무엇을 점 쳤고, 점괘는 어땠냐구요?

내가 대학에 갈수 있는가 없는가, 한번을 붙을까 떨어질까를 점쳤고,

점괘대로, 한번에 대학에 붙었지요...

그때 왜 대학은 정상적(?)으로 다니고 졸업도 착실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을 안쳤는지는 모르겠음...^^)




문득 화수미제란 괘가 떠오릅니다.

한번은 상대방이 화내는 것을 보면서,

(자연, 저도 같이 언성을 높였겠지요? 그래서는 안 돼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은 마지막까지 떨쳐내지 못하는 불안을 느끼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세상일이라는 게 어차피 관계에서 벌어지는 것들인데

저는 습관적으로 저의 머리(!)로 먼저 결론을 추론하고

그 예상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아요.


판단은 상대방 혹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결론이 지어지는데

미리 예단하고,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실제보다, 현실보다, 결과보다 훨씬 긍정적인 결론을 상정하지는 않는지.


늘 최악을 전제하고,

상황에 조금 더 겸손하며,

현실에 보다 더 철저하기를 기원하면서도,

또 지금까지 대부분의 일이라는 게 나의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의 작은 실수, 막판의 방심으로 일을 그르칠 수 있지요.




혹, 지금의 생각과 판단, 선택들이 화수미제의 실수인지 방심인지 모르겠네요.

긴장하고 고심하고 냉철함을 유지한다면서

부족과 과잉의 줄다리기에서 조그마한 치우침으로 일을 그르치지는 않는지 초조하답니다.


세상사 근원과 관계라는 게 주역의 그물망을 벗어나지 않겠지만,

작지만 결정적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하는 안타까움에,

다시한번 조여봅니다.

다시한번 되새겨봅니다.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혹, 

기분에 치우쳐,

관성에 치우쳐,

잘난척 하지는 않는지,

남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을 생각하지는 않는지,

습관적으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혹은 지쳐서,

또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예단으로,

주관적인 판단으로,

프로메테우스의 침대를 만들어 놓고,

너무 많은 생각으로,

자만심에,

혹은 엉뚱한 생각으로,

허점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지만,

강을 건너다 꼬리를 살짝이나마 적실 수밖에 없는 게 古今이래의 진리이겠지만,

방심과 실수로 허점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요.

아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화수미제 다음 65번째 괘는 주역에 존재하지 않지요.

다만 우리들은 그 다음 괘가 주역의 첫 번째인 ;

건은 원형이정(乾은 元亨利貞)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반성이 있어야 건(乾)이 될까요?

 

무엇을 반성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될까요???


(우리는 음양(陰陽)오행이라 말하면서

주역의 괘는 양의 괘로 시작하고,

우리는 음지보다 양지를 좋아하면서

양음오행이라 말하지 않지요.

역시 주역은 간단한 학문이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