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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잡생각...

헛생각> 건망증, 혹은 내 자신의 불신...091027

 

 

 

이걸 건망증이라 해야 하나, 뭐라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내가 내 정신이 아닐 때가 많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모아 본다.

 

 

 



1. 자동차 자동 잠금 키


터벅 터벅...

계단도 없는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 주차장까지 올라왔다.

카드키를 대고 다시 지하1층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누른다.

땡~~~


아차~

내가 자동차 문을 잠궜나?

후다닥 지하 2층까지 내려와 주차장 출입문을 열고 자동차 잠금 키를 누른다.

비교적 가까이 있을 때는 삐요~ 소리가 나기도 하고,

가시거리에 벗어나 있을 때는 비상 라이트가 깜빡거리는 걸 느낀다.

크흐~~~

멀리서도 잠금이 되니 잠금키 성능이 좋긴 좋군...^^


한 개 층을 다시 올라가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17층까지 올라갔다.

나를 못 믿는 건지, 건망증인지...

늘 피곤하다 피곤하다 하면서 오늘도 나는 자동차 잠금키를 또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자동차에 숨겨 둔 금송아지 한 마리가 늘 잘 있는지 궁금하다.

 

 

 

 

 




2. 왼발을 씻었나, 안 씻었나?


샤워를 한다.

눈을 뜨고 나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것보다 오래 걸리는 나로서는

샤워를 하다보면 이 생각 저 생각에, 말 그대로 생각을 놓치는 때가 많다.


먼저 발을 씻고, 몸을 씻고, 얼굴, 그리고 머리를 감는 나로서는

오른 발에 비누칠을 하면서 가끔 내 자신에게 되묻곤 한다.

내가 왼발에 비누칠을 했나, 안 했나?

쩝~~~


 

 

 

 

 



3. 샴푸를 했나 안 했나?


비누로 머리를 안 감은지 꽤 됐다.

환경인가 뭔가 생각한다면서 비누만 썼는데,

어느날 알고 보니 비누나 샴푸나 그게 그거란다.

게다가 비누로 감으면 머리가 뻣뻣해진다나 어쩐다나?

게다가 샴푸를 쓰니, 늘 따라오는 린스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도 생기고...


생김새가 야릇한 린스를 하면서 또 생각한다.

내가 방금, 샴푸를 했나 안 했나?


몸을 닦고 나오면서 또 생각한다.

참, 내가 양치질을 했나 안 했나?


 

 

 

 



4. 헤어 스프레이...


환경 생각하고 어쩌고 한다지만 결국은 내 온몸이 오염 투성이...

게다가 살짝 뒤틀린 곱쓸머리인지라 시간이 지나면 머리가 주욱 가라앉는 나로서는

약간의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물론 지금까지 헤어 드라이기는 내 손으로 사용해 본 적은 없다.


늘 스프레이를 쓰면서 드는 생각...

이거 혹시 모기약 아니야?

크크크...

정신을 늘 딴데다 놓고 사는 나로서는 스프레이 옆에 모기약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

 

 

 

 


5.


뒤에 남겨 놓은 많은 것들...

혹은 내가 아직 놓치 않은 바로 전의 많은 행적들이 늘 생각을 가로 막는다.

대충 대충...

분명히 그렇게 살면서도 나는 뒤를 돌아다본다.


강박관념도 무슨 결벽증, 꼬장꼬장한 완벽주의자가 아니면서도

나는 나를, 나의 과거를 쉬이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과거로부터의 자유가, 현재의 충실함으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편안함이 현재의 느긋함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쩌면 조급한 현실과 미적지근한 미래가 과거를 강요하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덧없음과 시간의 속도를 가늠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래가 추동해야할 동력이 과거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물론 부드러운 과거와 넉넉한 과거는 미련을 남기지 않을 수도 있다.

미련에 붙잡히지 않고, 후회의 시간을 줄인다면

나는 나의 현재와 미래에 더 많은 시간과 생각을 투자할 수도 있다.

  

내가 바로 전, 지난 시간들의 착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다.

그 시간들이 나의 지금을 지배하는 한,

나는 나의 현재와 미래에 충분하고 여유로운 창의를 만들지 못할 듯싶다.

건망증일지, 내 자신에 대한 신뢰의 부족일지 모르지만,

내가 지난 시간에 대한 충분한 숙지에 매달리는 형태를 고민하는 이유는,

조금 더 자유로운 <지금>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다.

 

 

 


 

깜빡 깜빡거리는 건망증을 걱정할 게 아니라,

내 자신에 조금 더 대범하든지,

내 자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든지,

부족한 그 무엇을 조금 더 느긋하게 지켜보던지...

약간의 변화가 필요한 건 분명한 듯싶다...






<Daum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 거 정말 짜증난다...uuucc 내 컴퓨터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