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었지만, 남들보다 어렸을 적에 결혼해서...
아~ 그럼 50 넘으셨겠네요?
아아아아아니~~~ 제가 그렇게 늙어 보이세요?
아직 새파랗게 젊은 40대 중반인데!!!!!
순간~~~ 옆에서 같이 밥 먹던 직원들이 낄낄거린다.
숙녀분들에게 젊게 보인다고 말은 못할지언정
아직 마흔다섯도 안 된 분에게 50대라고 이야기했으니,
그 양반이 나를 보는 눈은 거의 절망과 증오의 눈초리고,
나는 이 실언을 어떻게 수습할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엉겁결에 물어 보신데다, 제가 충분히 생각을 못해서리~~~
아니~ 아무리 내가 고생했다기로서니 그렇게 삭아 보인단 말이에요?!!!
그러고보면 나는 사람들의 나이를 잘 맞추지 못한다.
지금의 분위기와 살아온 이력은 느끼는데,
현재의 정서적 연령을 실제 나이로 치환하는 게 어렵다.
남자고, 여자고, 어르신이고, 아이들이고 마찬가지.
남들은 딱 보면 잘도 맞추던데...
이유가 뭐지?
대화 기법일까?
관심 부족인가?
연습 부족인가?
태생적 한계일까?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는 생각...
내 나이 ± 15년은 차이가 없다는 생각...
나이보다는 표정과 몸가짐과 분위기로 사람을 바라보는 습관,
그리고 한 눈에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느긋함...
그런 이유 때문일까?
오늘, 문득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을까?
주변 분위기와 기분 맞추는데 지극히 서툴거나 관심이 없으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열린 마음으로 무장되었다고 생각하는 착각...
수직적 권위를 지극히 싫어하는 개방적인 태도를 가졌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일상적이고 정말로 사소한 것들, 그러나 의미부여와 무관하게 자연스러운 소소한 것들에
얼마나 사람들이 민감한지를 깨닫지 못한 한계일지 모른다.
그러고보면, 나는 그런 것들에 정말 무딘 편이다.
내 맘속에 자리 잡은, 혹은 내 스스로 단정한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타인의 혹은 상대방의 동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통상적인 개념에 별로 구애받지도 않는다.
내 안에 자리잡은 나와의 대화에서 만들어지고 결정되고 인정되는 것들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친밀도의 차이다.
그런 것들이 상대방에게 어떤 무게와 각도로 다가가는지 미처 알지 못한다.
내게 부족한 것들이고, 내게 보완되어야할 점들이다.
나는 충분히 열려 있지만, 우리들에게 주어진 시간과 열정은 그걸 채우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부딪혀서 확인되지 않은 것들은 나는 너무 일방적으로 변명하고 단정하고 합리화시키지 않는지...
사소한 나눔보다 중요하고 간절하게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
커다란 한번의 무엇이 아니라, 잔잔하고 소박한 것들의 쌓임이 오래간다는 생각...
느낌이나 감정은 수시로 확인되고 점검되고 검증되는 게 바로 <현실/삶>이어야 한다는 생각...
내게 서툴고 훈련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나는 길고 먼 시간에 익숙해있지만, 현재와 사람들의 시간을 추적하는데 서툴다.
사람들의 나이를 추적, 혹은 예상해보면서 <시간>과 <현재>에 대해 조금 친밀해질 필요가 있다.
연습 1>
모델 하우스에는 예쁜 옷차림의 아가씨들이 있다.
우리가 <도우미>라 부르는 프로모션 대행사 직원들이지.
해서, <나이 맞추기 연습>에 돌입한 나는 나의 눈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중에 팀장격인 A양.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벌써 경력이 몇 년 됐어요.
이쪽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급에 들어가지요.
나의 자신 있는 답변 : 경력 8년차에 베테랑이면,,, 삼십대 초반이겠네?
으으으으으~~~ **님, 제가 그렇게 늙게 보이세요?
저는 아직 이십대 후반이라구요!!!!!
크흐~~~
애써서 말한다는 게 그녀에게는 상처인 모양이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또 다른 내는 말 한다 ;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이나 얼마 차이 안 나네 뭐~~~
삼십대 초반이면 얼마나 좋은 나인데, 늙었다고??? 그럼 나는 뭐야???
당혹한 순간, 나의 멘트는 여전히 철이 없다 ;
A양이 너무 잘해서 그렇게 보였나? 노숙하게 보이고 얼마나 좋아~~~?
여전히 나는 사람들의 나이를 잘 모르겠다.
특히나 여성분들의 나이는 더욱 모르겠고.
게다가 왜? 보이는 것보다 낮춰 불러야 하는지는 더더욱 모르겠고...^^
느끼는 것과 말 하고자 하는 것, 보이는 것과 듣고 싶은 것의 차이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내게 자신보다 어려보인다는 걸 즐기고 있나?
그래~ 아직 내 나이는 팔팔할 때지.
아니야, 너무 무게가 없어서 어려보이나?
그런데, 왜? 상대방은 항상 나보다 혹은 실제보다 많이 보면서,
특히 숙녀분들에게는 인심을 팍팍 쓰지 못하는 걸까?
앞으로, 앞으로... 여전히 조심하거나 최소 5년은 깍으리라...^^
오늘도 나는 직원들과 처음 이야기했던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간다.
회사지정 식당(함바식당)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내 연습이 끌날 때까지, 그 주인아줌마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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