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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잡생각...

잡생각> 스도쿠와 숫자놀이...091118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라는 색시 성화가 식질 않는다.

하긴, 6개월 내내 뭐했는지 내일이면 마감날...

더는 미룰 수 없고, 증명사진도 찍어야 하고...

사진기에 익숙한 나로서는 다른 카메라에 찍힌다는 게 여전히 어색하다.


다시 사진을 찾으러 오기는 뭐하고, 서점이나 둘러볼까?

홈플러스... 책이 너무 없다.

유아용 서적과 주부, 그리고 경제/경영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처세술이 전부...

음반도 그렇다. 최신곡 아니면 게임CD와 극장개봉판 CD뿐... ㅉㅉ


어째 시간이나 보내볼까 들렀는데 썩 유쾌하지 못한 기분...

언듯 눈에 띈 <스도쿠X>란 책이 없었다면 정말 후회할뻔...

아니, 이런 것도 책으로 팔고 사나?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에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었나?


스도쿠란 한마디로 1부터 9까지, 숫자로 빈칸 채우기다.

이게 조금 복잡해져서 9개씩 9칸, 81칸을 가로세로, 대각선으로 겹치지 않게 맞추는 거...

2년전 어쩌고 저쩌고 써 있는 걸 보니 꽤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며 난이도도 높아진 느낌...

이걸 굳이 책으로 사서 맞춰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

딴에 우습게보고 맨 뒷장을 펼쳐 머리로 계산해 본다.


허걱~~~

20분 동안 못 풀었다.

잠깐 맞춰보면~ 했는데....^^

음~~~

머리에 기름칠이 안 됐군.




요즘 온통 머릿속에는 숫자뿐이다.

분양이 몇 개, 이자가 얼마, 상환기일은 언제, 공사비는...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책도 잡히지 않고, 손님 만나도 건성건성, 글도 안 쓰고...

근데, 이제는 아예 본격적으로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

엊그제 포카도 숫자놀음인데...ㅎㅎ


생각해보면 산수나 수학과 무관하게 우리는 숫자에 둘러싸여 산다.

학교 다닐 때의 성적이나 적성, 혹은 자신과의 친밀성과 무관하게 강요된 현실이다.

자신의 나이부터 시작해서, 키, 몸무게, 게다가 시력,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숫자다.

숫자는 나의 시작이고, 나의 현재이며, 나의 좌표이며, 나를 드러내는 척도다.


냉장고 하나를 사려해도 용량을 알아야 하고, 텔레비전도, 옷도 싸이즈를 알아야 한다.

컴퓨터 용량도, 들고 다니는 USB 용량도, 휴대폰 화소, 카메라 규격도 숫자고,

월급도 숫자, 근무년수도 숫자, 하다못해 골프 타수도 숫자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유가 뭐지?


비교하기 쉬워서일까?

있고 없음, 크고 작음, 많고 적음을 우리는 숫자로 <계량화>해서 비교한다.

확률도, 이윤도, 가능성도 우리는 숫자로 전환시켜야만 안심하고 객관적이라 생각하지.

자본주의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한 <계량화>는 소위 미인의 조건까지 숫자로 치환했다.

가슴-허리-엉덩이... 

요즘은 하나 더 ; 얼굴 크기까지...^^


컴퓨터가 가장 쉽게 인식하기 쉬워서 모든 것들의 단위가 되었을까?

모두 다 알고 있듯이 컴퓨터는 0과 1로 모든 걸 치환하여 기억한다.

있고 없음, 많고 적음이 0과 1의 조합으로 길게 혹은 짧게 입력된다.

헤겔의 망령은 아니겠지만, 있고 없음으로 시작한 숫자는 <논리학>을 만들었고,

이제 가다카나 히라카나로 이루어진 영화 <매트릭스>의 화면도 결국 숫자들의 전환일 뿐이다.


내가 인정하든 무관심하든 숫자는 우리들 삶의 지표가 되고 열쇠가 되어 버렸다.

내가 가장 일상적으로 기억하고,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은 여전히 숫자다.

전화번호가 그렇고, 내 차 번호가 그렇고, 은행계좌의 비밀번호가 그렇다.

그리고 나는 늘 온라인에 접속할 때 몇 개의 숫자를 입력해야만 하며,

모든 관공서를 거치거나 서류를 기입할 때 나는 나의 주민등록번호를 암기해야만 한다.


내가 그 숫자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까먹으면 나이가 든 것이며,

세상과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고,

직접적 대면이 아닌 관계에서 나는 소외될 것이다.

내가 기억해야할 숫자는 산수가 아니라 기호이고 좌표이며, 나의 신분증/인식표가 되었다.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도,

병원에서 접수할 때도,

경찰서에 조사를 받을 때도, 선거장에 가서도

나를 접수하는 이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고서야 내가 그임을 확인한다.


학번도 군번도 숫자로 표기된 나는,

내가 주장하는 내가 아닌, 그들(타인의 공적, 혹은 사적인 필요에 의해)에 의해 인식을 요구받을 때,

그들에게 나는 인간이 아닌, 숫자화 된 부호의 <현현>일 뿐이다.

나와 업무상 그들은 숫자로 확인되고 숫자로 개통된다.

그리고 이제는 낑낑거리며 몇 십분을 앉아서 <스도쿠>란 놀이에 빠져있다...^^



처음엔 정말 우습게 봤나 보다.

할 일없는 사람들의 자만처럼 보였던 몇 개의 퍼즐을 맞춰가며 낄낄거리는 나를 본다.

처음엔 익스트림(extreme), 살짝 양보해서 하드(hard), 그리곤 미디움(medium)

이젠 노말(normal)도 못 맞춰서 맨 초보 단계인 이지(easy)급까지 내려왔다...ㅋㅋ ㅠㅠ


81개의 숫자를 맞추다보면 시간이(이것도 숫자다) 훌쩍 간다.

즐겁지도 재밌지도 않다.

다 맞추는 것도, 못 맞추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킬링 타임이다...


숫자로 숫자 죽이기...

온통 머릿속에 잠재된 숫자들이 떠돌아 다닌다.

돈도 아니고, 훈련도 아니고, 놀이도 아니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백억천억...

그런 의미있는 숫자도 아닌 일부터 9까지...

그 아홉 개의 숫자를 붙들고 나는 <수>에 대해 생각한다.


내 <천수>에 별반 보탬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내 <아이큐>를 검증하는 잣대도 아닌,

그렇다고 <치매>를 걱정하거나 누군가에게 나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닌,

순전히 <킬링 타임>을 위해...


단, 가로세로대각선...

만만히 볼 것은 분명 아님이 분명하다.

역시 혼자 하는 게임, 내기 없는 게임은 재미없다.

혼자서 놀고 있는, 숫자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내가 살짝 불쌍타...^^

이젠 내 <시력>을 걱정해야 될 판이다.


* 한 번 풀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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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이 가기전에 답은 올려야 할 것 같아서...^^

* 정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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