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서는 어떻게 운전하라고 ?
나처럼 하면 절대 안 된다고 !
아직 환하지는 않는데 어째 침침하다.
눈이 내리네?
차가운 날씨에 싸레기처럼 내리는 눈...ㅠ
생각만큼 빠르지 않은 시간, 눈길을 감안하면 분명 늦은 시간이다.
창문에 가까워질수록 쌓인 눈의 높이가 만만치 않다.
나를 위해서나, 자연을 위해서나, 겁 없는 타인을 위해서나 차를 놓고 출발하는 게 당연하지만,
들어야할 가방도 많은데다 오후에 인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다.
사람들도 고민 중이겠지?
내리는 눈만큼 차가 적어질테니, 고생은 하겠지만 걸리는 시간은 별 차이 없지 않을까??
만류하는 색시의 당부를 한귀로 흘려버리고 당당하게 차를 갖고 나섰다.
그래도 용평에서 눈길 운전이 몇 년인데... ㅋㅋ
(어째, 오늘은 유독 용평의 눈길에서 콧노래 부르며 다니던 때가 생각나더군...ㅎㅎ)
집을 나서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아 노면 위를 체크해볼 겨를이 없다.
제설이 포기되었기 때문이고, 이차선 내리막길에서 그런 객기는 금물...
올림픽대로를 곧바로 탈까? 신호를 받아가며 중앙대 쪽으로 갈까??
수산시장쪽 길에는 트럭들이 많을테니 언덕 올라가기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앞서는 트럭 꼬리를 따라가다 결국 한강대교 쪽으로 돌렸지만,
조그마한 언덕, 고지를 눈앞에 두고 30분째 제자리다... ㅇㅇ
내 이럴 줄 알았어. 차라리 한강대교 건너 강변북로로 갈 껄 그랬나?
40여분이 지나 언덕 중간에 서있는데 1톤 박스차량이 길 한가운데서 빌빌거린다.
결국 그 뒤 세 개의 차량에서 운전자들이 내리고 1톤 트럭을 밀어 올린다.
네 번째 차량 운전자인 나는 내리지도 않으면서 한마디 했다...^^
트럭이나 후륜구동 차량이면 체인을 걸고 나오던지 하지 왜 민폐를 끼치지?? *&^%$#@!
그래~ 오늘 눈길운전의 키는 나처럼 차를 가지고 나온 대책없는 인간들이 고려해야할 것은 ;
신호가 많은 길을 택하느냐, 골목길을 택하느냐, 간선도로처럼 넓을 길을 택하느냐가 아니라,
언덕을 오를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겠군...
신호가 적고, 언덕이 없는 길을 찾는 게 최적의 동선이어야 할 거 같다.
* 출발하면 곧바로 브레이크 제동거리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차량 외부 기온이 0도 이하면 빙판임이 틀림없고, 오히려 눈길은 덜 미끄럽다.
* 악셀레타를 깊이 밟지 않고 서서히 서서히 멈추지 않고 언덕을 올라간다.
- 눈길에 정도는 없다.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무작정 가는 게 최선이지만,
거북이는 미끄러지지 않는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 갈 수 있다는 게 최선이다.
* 일단 서면 재출발이 어렵다. 후진해서 2단으로 출발한다.
- 멈추는 그 순간이 당신이 언덕을 정복할 수 있는 가능성 80%를 날리는 것과 같다.
후퇴는 쓰라리지만, 제 자리에서 헛바퀴 부지런히 달리는 것보다 후진이 가능성이 많다.
- 뒤차가 바짝 붙어 후진이 어렵다고? 그냥 내려서, 뒤차 운전자와 함께 밀 수 밖에 없다.
가는둥 마는둥 꾸역꾸역 나선 길은 현충원을 지나 올림픽대로로 향한다.
올림픽대로가 꽉 막혔다지만, 나선 차량들이 적지 않을 걸로 보면 괜찮지 않을까?
4차선 넓이의 올림픽대로가 언제 3차선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넉넉한 공간의 길에는 나름 눈길 운전에 자신 있다는 차들의 저속질주(?)가 시작된다.
(이 눈길에서도 나처럼 멋대로 차선을 바꾸거나, 다른 차를 추월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군. 음~~~)
* 남이 가던 길로만 간다.
- 불굴의 도전과 개척정신은 나의 안전이나 시간 단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 닳고 닳아 반질거리는 빙판보다, 뽀드득 소리가 나는 눈길이 덜 미끄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제동거리가 짧아지거나 코너링이 생각되는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 우리나라 제설작업 매뉴얼은 어떤 관점에서, 누구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겠다가 있을까?
2cm이하면 염화칼슘을, 7cm이하면 밀어내고, 그 이상이면 퍼 나른다?? 잘 모르겠다.
보행자를 중심에 둘건지, 도로면 제설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적설량을 기준으로 장비를 준비할건지,
그리고 제설재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눈, 마모된 타이어로 인한 2차 피해는 어떻게 막을건지...
도로면의 배수로(외국의 경우는 세로홈)와 검게 쌓인 눈의 하천방류 방지 시스템 등...
교통안내 전광판 ; 동호대교 - 청담대교 120분...
허걱~~~ 이제 15분 서 있었는데 전광판에 세자리수?
동호대교 분기점을 지나기 전에 메모리 된 정보는 나의 운전대를 시내도로로 돌리게 만들었다.
중간 중간에 운전자를 포기한 B*W, 체*맨, 제**스 등의 후륜차를 비웃듯 바라본다.
* 아무리 경험 많은 운전자라도 후륜차와 광폭타이어 장착 차량은 빙판길에서는 젬병이다.
- 광폭타이어는 빙판길에서, 후륜차는 오르막 내리막 경사길에서 완전히 속수무책이다.
- 당신의 차가 후륜구동이면 브레이크 제동거리는 당신의 예상보다 3배 이상은 길다.
- 타이어가 좁을수록, 차량이 가벼울수록 유리하다. 오늘 내차 트렁크는 꽉 차 있다...
* 다리 위나 콘크리트 포장길, 코너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 그래서 미리 속도를 줄인다.
- 우리들이 흔히 착각하는 다리 위 도로표면은 아스팔트지만, 그 하부는 콘크리트 포장이다.
콘크리트는 불투수층... 그래서 콘크리트 기반층은 항상 얼어있다고 보는 게 맞다.
* 빙판길에서의 핸들은 가끔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꺾이기 마련. 되도록 반드시, 그냥 갈만큼 간다.
- 원하는 방향으로 차가 간다면 우리들에게 빙판의 공포는 애초 존재하지 않는 법.
빙판길 조심하는 이유는 미끄러짐에도 있지만, 당신의 의도와 무관한 결과에도 있다.
* 빙판길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미리 나누어서 밟는다.
- 앞차를 박기 전에 미리 도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견적은 측면보다 앞뒤 범퍼가 많이 나온다.
- 당신의 차는 생각보다 좁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 그냥 가는 게 피해의 정도는 훨씬 덜 하다.
학동역쪽으로 올라가면 언덕이 두 개가 나온다. 어렵지 않을까?
관세청 사거리쪽을 공략해 볼까? 언덕 고바이가 만만치 않을텐데...흠~~
5분 정도 지체만에 언덕길위의 삐요삐요 돌아가는 레카차 3대의 반짝거리는 불빛이 보인다.
몇 바퀴 돈 차들 때문에 저 정도면 강남구청역 쪽으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겠군.
관세청에서 유턴하여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테니...
혹시나 골목길을 겨냥해 살려두었던 나비양이 목표지점 도착 900m전임을 가리킨다.
15분여를 버스 7대 사이에 끼여 있었다.
더 이상 돌릴 길은 없고, 골목길은 안 될 거 같고, 버스 한 대로 90도 돌았다.
결국 포크레인 한 대가 체인으로 버스 두 대를 끌어주고 나서야 트이는 길...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쉬이익 올라가면 눈길 대장정도 끝이네?
이런 눈길에 차를 가져 나오는 미친놈이 어딨냐는 회장님 말씀을 되내이며
이미 대중교통으로 정시에 출근한 본사직원들에게 700m전 임을 통보한다.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그 들이 나보다 훨씬 현명하며, 진지한 사람들이다...^^)
이미 공회전이 시작된 앞 차를 추월할까 말까?
그래 나야 눈길 운전에 그래도 익숙하니 잠시 섰다 가지 뭐...^^
언덕 중간에 차선을 무시한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가 미끄럼 방지제를 열심히 뿌린다.
서 있는 세대의 차량을 중앙선을 무시하고 추월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그래 나야 그래도 경험이 많으니 하면서 양보(?)를 하고 차를 세웠다.
그리고 그때부터 차 안의 온도는 올라갔지...ㅉㅉ
비리리리릭~~~ 휘리리리릭~~~
내 차가 공회전을 시작했다.
허걱~~~ 이걸로 끝이다.
양보는 무슨 얼어죽을~ 그냥 쉬지 않고 갔어야 했는데... ㅠㅠㅠ
후회도 뭐도 필요 없다.
닳아지는 타이어의 무한 굉음을 즐기기에 내가 뱉어놓은 말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
한차례, 두차례...
몇 번에 걸친 대대적인 후진(10여m)와 최소한의 전진(0.5m)를 반복하다가 1/3까지 내려왔다.
저 멀리 빽밀러에 보이는 나를 비웃거나 혹은 욕하고 있을 운전자들과 버스를 보니 남감하다.
더워진 창문을 여니 나를 바라보는 거리의 시민들 시선이 느껴진다.
언젠가 용평의 나처럼 포기할까 내려갈까 올라갈까 내기를 하고 있을까?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고 나와서 꼴좋다고 비아냥거릴까??
저렇게 하면 안 되지 하면서 미숙한 운전자 - 바로 나에게 동정을 보내고 있을까??? ^^
포크레인으로 확 밀어달라고 하기엔 쓰라린 과거의 경험이 있으니 이는 자제하기로 했다.
(언젠가 바퀴하나가 도랑으로 빠져, 포크레인으로 댕겼다가 한쪽이 아작 난 적이 있다)
뒤 차 몇 대를 손 신호로 먼저 보내고, 호흡 가다듬기를 몇 번...
(내가 호흡을 열번 가다듬는다고 못 올라가는 차가 움직인다???ㅎㅎ)
2단 출발도, D 출발도, 1단 출발도 어느 것도 먹히지 않은 길을 빌빌거리다,
결국은, 결국은 올라섰다... 휴~~~
그나마 어제 기름 만땅 채워놓은 게 다행이고, 교통대란으로 과장된 사회적 분위기에 고맙고,
무표정에 작은 전진과 긴 후진을 반복한 타이어가 아직은 많이 닳지 않아 다행이다.
인간승리?
크흐~~~ 이건 명백한 민폐다...ㅠㅠ
게다가 나는 오늘 지구오염에 이산화탄소 수백Kg을 쏟아 놓치 않았는가.
* 나는 오늘, 내가 눈길운전의 전문가처럼 거리를 쏘다니며 다른사람들에 대해 궁시렁거렸다.
정작 나는 언덕길에서 빌빌거리다 못해, 민폐를 끼쳤으면서...^^
옳고 그름, 경험 유무를 막론하고 우리들 개인과 사회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한계를 벗어나면
요행이 아닌 이상, 우리들의 예상과 수준을 넘지 못함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눈길에 차를 가져온 나도 문제고,
무엇이 사회적 경비를 줄이는가에 대해 준비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사무실 3m 전...
오르막을 포기하고 내리막 길로 들어선 건 좋았는데
주차장과 건물 앞에 쌓인 눈을 도로로 치우면서 밀어놓은 눈이 70cm는 넘는다.
어휴~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닌가요?
평소, 집 앞은 물론이고 거리의 눈 한번 치워 본적 없는 나는 나의 편의로 사람들의 의도를 재단한다.
그 사람들이야 평소처럼 눈을 치웠고, 지나다니는 차량이 눌러주면서 눈이 녹을 껄 기대했겠지.
그러나 이렇게 많이 쌓인 눈은 지금 이 언덕길을 한동안 공포의 미끄럼틀로 만들게 뻔하다.
보행자 편의를 우선해야할까? 운전자 편의를 우선해야할까??
문제는 이 길에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 우리나라 대도시, 특히 서울에서의 생활과 유럽 특히 독일 등의 도시에서의 생활은 틀리다.
일정 규모를 넘지 않는 그들 도시규모는 걷는 것과 자전거 타는 게 가능한 거리의 생활반경에,
주 몇시간으로 규정된 노동조건으로 퇴근이후의 보장된 시간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들의 생활시스템은 결코 그들과 같을 수 없다(우리들에게 1시간 전후 통근거리는 행운이잖아)
* 폭설 등의 자연재난에 대한 대비시스템도 다듬을 필요가 있지만, 우리에 맞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기상청 예보 시스템에 대해 말이 많다. 문제는 컴퓨터의 가격과 오차의 범위는 부차적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기계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고, 준비와 지출에 대한 동의가 없으면 무용지물...
현재 장비와 시스템으로 처리 가능한 한계가 먼저 확인되어야 하고,
두 번째는 기상변화에 의해 고정적으로 준비해야할 인력과 장비의 추가 수요에 대해 판단되고,
세 번째에서야 그 한계를 넘어섰을 때의 개개인 행동지침과 비상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문제는 추가지출을 위한 기준점과 가용하고 있는 설비의 한계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
결국 기상청의 오보나, 인재라는 규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적 준비와 동의수준에 있다.
* 언젠가 일본에서 사람 한명도 걸어 다니지 않는 인도에 눈이 하나도 없이 치워진 걸 본 적이 있다.
언젠가 스위스에서 차량 한 대도 다니지 않는 도로에 눈이 하나도 없이 치워진 걸 본 적이 있다.
이 길들에는 1M 이상의 측량봉이 꽂혀 있었지만, 도로가로 밀어놓은 눈무더기는 하나도 없었다.
오늘 나는 서울에서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이 쌓인 눈길 속에서 자랑스럽게 운전하고 있다.
* 중국 동해안 연안의 공업화와 우리 서해안 연안의 간척사업으로 기상지형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시화호를 비롯, 아산만 / 새만금 간척사업과 영산강 하류 등의 대규모 토목작업 등,
자연조건의 변화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우리는 조금 더 장기적이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11시가 넘어 출근하고, 결국 차를 놔두고 퇴근했다.
전철 갈아타는 것도 없이 걷고 - 타고 - 걸어서 4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 편한 길을 놔두고 늦게 일어나는 습성을 탓하며 전전긍긍하던 출퇴근길의 내 모습이 우습지만,
여전히 눈길을 걸으면서도 나는 차량 타고 출근해야만 하는 나의 입장을 변명하기 급급하다.
짐이 많아,
움직일 때도 많은데다,,
집으로 퇴근하는 게 아니라 인천으로 혹은 서울로 집으로 퇴근길이 불분명하잖아...
게다가 운전하면서는 그나마 못 가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잖아....
라디오를 통해 세상의 정보를 주워듣고, 통화하면서 모처럼 웃을 수 있고, 가끔은 노래도 듣고,,,,,
그리고 주변 시선을 잊고 나를 생각할 수도 있고......^^
모처럼, 정말 모모처럼 7시대에 퇴근한 나에게 똘똘이 이야기를 들었다.
놀이방으로 걸어가던 똘똘이가 눈을 보면서 했다는 말 ;
엄마~ 나는 햇님이 나온 날이 더 좋은데요~
나, 이렇게 눈 많은 거 처음 봐요.
하하하하하
이제 사십몇개월 된 똘똘이가 서울 기상관측사상 최대로 내린 100년만의 눈을 보고 했다는 말이다.
* 그리고 지금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이유는 <지구라는 유기체의 자정작용>이라는 설이 부각되고 있다.
즉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지구가, 행성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차가운 고기압이 남진했기 때문이란다...^^
* 아무튼 눈길 운전에 유경험자의 자만과 겸손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눈길에서는 늘 처음처럼...
* 눈이 내릴 때 마지막 결론 ;
- 최선은 걷는 거... 그리고 더 좋은 건 집에 있는 거... 더더욱 좋은 건 그녀와 누워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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