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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09년반성1> 계획하지 않는 반성(?)...100101

 

 

 

1.


년말년시...

이미 경인년 새해의 태양을 가슴속에 붉게 담았는데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2009년 기축년이 조각 조각 떠돌며 여물지 않고 있다.

준비하는 자에게만 열려 있다는 시간의 채찍이 아직은 낯선 느낌...


한 7~80여통의 문자가 들어왔나?

적은지 많은지 비교할 바는 없으나 지금의 내 생활이 그대로 응축되어 있는 느낌이다.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인사였지만,

마음으로 교감하고 나눌 수 있는 문자는 극히 드물다.

업무로 만나고, 일로 만나 한해를 잊지 않기 위해,

내년을 기약하자는 일로 맺어진 일 속에서 만난 이들의 문자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대부분, 친지들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문자에 답글을 보내지 못했다.

똑 같은 말이 싫어서, 조금 더 차분하게 마음을 열고 싶어서,

그리고 정성을 담고 싶어서...

물론 이런 마음도 얼마가지 않아 핸드폰에만 남아 있을뿐,

결국 나는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여느 년말년시처럼 아무에게도 답글 문자를 날리지 못할 거 같다.


그렇지만 올해는 조금 더 새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늘 미뤄두었던 지난해를 돌이켜보며 올해를 계획해 보고 싶다.

그것이 문자로 답변하는 일로 정리되지는 않겠지만, 한번쯤 작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지나가버린 시간을 붙들고 아쉬움을 떨쳐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서있는 시간의 좌표에 대해 조금은 더 차분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작년은 내게 무척이나 힘들었던 때였지 않는가...




2.


일을 하면서, 블로그를 일기장이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나의 일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충분이가 아니라 거의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일상이 드러나는 두려움이나, 누군가 즐길지 모를 관음증에 대한 혐오, 그런 건 없다.

다만 충분치 못한 이야기가 만들 오해와 거리감이 우려스럽기 때문이고,

너무 주관적으로 재단해버릴지 모를 내 주변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변명에 익숙해질지 모르는, 그래서 작아지는 내자신을 경계하기 때문이고,

알게 모르게 미칠 주변 네트워크의 역차별과 역효과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엔 작년 한해, 365일을 12달로 쪼개어 내 자신의 흐름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려했고, 무엇을 못 했는지...

물론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숨기고 말하지 않겠지만,

그로 인해 이 글마저도 절름발이가 될지 모르겠지만,

흐름과 분위기 속에서 한해를 정리해 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아닐지 싶다.


늘 그렇듯이 1월1일부터 설날(구정)까지의 시간은 어설프거나 느슨하거나 강도 높은 시간이 아니다.

지난 시간에는 느슨해지고, 다가오는 시간에는 아직 무장되지 않는 어정쩡한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시간에 적응하기 위해 껍질을 벗거나 만들어야 하는데 늘 어설프다.

차분하고 싶어도 쫓기고 있고, 계획과 기획만으로 몸을 놓기에는 여전히 현재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하나씩 하나씩 큰 테두리만이라도 지난 일년을 정리해보려 한다.




3.


얼른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를 이루는 네트워크는 크게 세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가족, 둘은 친구 혹은 친우들, 그리고 셋은 일이다.

선후 경중의 의미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지낸 시간의 대부분은 여느 사회인처럼 일속에서 만난 이들과의 네트워크가 대부분...

물론 내 마음의 영혼을 붙잡고 자극을 주는 관계와 공간은 별개로 치더라도,

일 속에서의 흐름이 내 일상의 리듬과 충만함/결핍, 밝음과 여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거 같다.

그러면 먼저 내 일, 업무에 대해 몇가지로 분류해볼까?


2009년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먼저, 신규사업과 관련된 업무가 가장 중요했을 거 같다.

신규사업은 사업의 기획과 설계에서 시작해 분양승인으로 끝나는 각종 인허가업무,

세대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를 미리 공개하는 모델하우스 공사는 마감재의 수준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거고,

마케팅의 전략과 전술을 택하는 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업무와

동시분양과 공동광고를 위한 협의체 업무로 나뉠 수 있다.


두 번째 업무는 아무래도 회사운용과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유동자금 확보였던 거 같다.

이미 신규 사업추진에서 감독관의 위치에 있는 은행들이 모인 대주단과의 관계가 하나의 맥이고,

유동자본과 가용자금을 만들어 가는 작업(예전 같았으면 거의 고민하지 않았던 일이 일상화 돼버렸다),

그리고 상시적인 회사운용에서의 직원 및 부서관리와 협력업체 관리와 행사 관리를 생각할 수 있고.


세 번째 업무는 2009년에 준공하고 입주했던 현장과

대략 입주한지 10년이 안된 현장 - 현재 약 8개 아파트 단지 혹은 건물 - 관리가 또 하나의 업무...

이렇게 세 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세가지의 분류를 단순화 시킨다면 ;

세 번째 업무는 회사의 <과거>에 대한 관리이고,

두 번째 업무는 회사의 <현재>에 대한 운용이고,

첫 번째 업무는 회사의 <미래>를 위한 준비쯤으로 생각한다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이 업무들은 무게중심이 다르고 내용이 달라질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틀에서 늘 연속적이고 지속적이며, 중복되거나 혹은 분절되어 나타난다.

이 업무들에서 나의 역할이란, 관리자이면서 실무자이고, 기획자이면서 평가자이고,

모든 업무의 책임자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월급쟁이가 나의 직분이다.

그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2009년을 월별로 정리해본다.


(* 이미 앞에서도 말했지만, 자신의 일을 이렇게 공개된 공간에 드러내는 건 불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알게 모르게, 의도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파생될지 모를 여파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의 내용보다는 전반적인 흐름과 그에 조응하는 나의 상태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1년을 이렇게 오랫동안 되돌아보고 있는 이유는, 이겨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었고,

지금 하는 일들은 지난 일들의 연속선상에 있고, 앞으로의 일들 역시 또 다른 반복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가 ; 반복되는 혹은 연속되는 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