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노무현 전대통령의 자살로 인해 정국은 급속히 냉각되었다...
한 정치인이 누군가의 정치적 이념적 공세로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한 인간이 자살이라는 방법을 통해서만 지켜야만 했던 가치에 대해서도 우리는 생각해야 했다.
사냥을 즐겼던 측이나 쫓겼던 쪽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만 입힌 것은 방법의 시비를 떠나 시대의 불행이다.
문제는 주체하지 못하는 권력의 폭력적인 남용과 견제세력의 미성숙, 두려움에 앞선 무기력의 확산이다.
경관심의 위원회가 폐지되면서 교통영향평가 사전검사를 완료하고 곧바로 검축심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모델하우스 부지를 선정했고, DN현장 3년차 하자보수 협상이 시작되었다.
최근 5년간의 추세를 감안한다면, 건설업체에게 하자보수 협상은 단순관리의 차원을 넘어선 문제중 하나다.
게다가 건설업의 위축으로 하자보수는 새로운 노동시장을 만들었는데, 변호사-기술사-건축사의 커넥션이다.
1군 규모이든 7군 규모의 회사든, 10년에 걸친 하자보수비 감당은 건설사의 생존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T2 현장 입주가 시작되면서 은행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시작되었고, 또 다른 유동자금 마련작업을 벌렸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유동자금 확보는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마디로 <시간을 버는 것>이다. 시간은 돈이 아니라 <돈이 바로 시간>인 셈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시간의 연장일 뿐이라는 점이다.
시간을 버는 만큼의 비용, 즉 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벌어진 시간이 언제나 득이 되는건 아니다.
제삼자와 은행의 눈으로 보면 시간연장은 부실의 확대이거나 고통을 잊게 만드는 마취제일 뿐이지만,
그 시간을 벌어야하고, 만들어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비상식량이고 유일한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서비스업과 산업자본 중간쯤에 위치한 건설업체에게 유동자금 확보는 시간이며, 기회이며, 능력이다.
그러나 상업자본에서 변화한 금융자본의 궁극적이며 지속적인 이윤은 가치창조가 아니라 안정된 이자다.
재화의 생산이나 삶의 질 향상, 경제적 부의 확대와 무관한 금융자본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제교역에서의 환차손익과 경기변동에서의 화폐가치 평가, 그리고 미래가치가 계량된 주식시장의 개입과
화폐의 가장 큰 거래처인 각국 정부의 채권관리와 세금관리를 통한 이자수익 구조의 안정화에 있다.
이 갈등의 매개체이자 중재자가 바로 행정부서의 은행지준율 통제와 금리조정, 대출규제가 될 것이다.
은행의 이윤구조와 현재 투자이익 배분과정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살펴볼까?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빌려줄 돈이 부족하면 또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데 그때 발생하는 이자가 CD금리다.
금리결정의 문제는 은행 보유자산 가치의 변동이나 수신고의 과부족, 투자금의 회수율과 이익률 등이 아니라,
은행간 거래 기준인 CD금리로 결정되며, 10%에 불과한 CD금리가 전체 대출 금리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은행은 대출과 투자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절대 손해볼 수 없는 안정적 이윤구조를 가졌다)
또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만들어낸 각종 파생상품의 이익은 은행 소유가 되었다.
즉 돈은 저축과 투자자들 때문에 벌어놓고, 이익은 은행주식 소유자와 경영자들이 가져가는 구조다.
(그리고 은행에 부실이 발생하면 책임은 주식소유자와 경영자가 지는 게 아니라, 국민세금으로 충당된다)
90년대 YS정권이후 도입된 신자유주의 정책 하에서 금융자본은 더 이상 산업시설의 확대나
노동시장의 안정, 그리고 소비시장의 확대와는 무관한 단기적 이윤창출과 수수료확대에 목숨을 걸게 된다.
제조업 등 산업분야의 은행권 투자가 중단되고 이미 2000년대 초중반에 부동산 담보대출은 70%에 육박한다.
게다가 IMF 구제금융이후 DJ정권에서의 카드사용 확대정책을 통한 유동자본의 금융권 영향력 확대와
노정권의 지방균형발전이란 명분하에 풀린 각종 토지보상비로 인한 유동성의 급증은 자본흐름을 왜곡하고,
결국 금융자본은 단기 회전이 가능하고 담보가 확실한 부동산 담보대출로 집중되면서 성장동력을 포기한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건설업이든 결국 유동자본의 확보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었고,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한 관리와 통제는 유동자본에 대한 정책과 자산가치의 평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의 핵심은 부동산 담보대출과 가치평가, 그리고 이자율 관리 실패에서 기인했고,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한 헤지과정에서 발생한 파생상품의 부실로 신용위기까지 초래했다는 점에 있다.
결국 부동산 담보를 통해 유동자본을 확보한 기업은 이자율관리가 실패하면 파산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점이 은행권 규제의 촛점이지만, 금리를 통한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관리는 태생적 한계가 분명하다.
(2009년말 시작된 경영권에 대한 간섭과 관치논란은 관료와 금융자본의 헤게모니 쟁탈전이라 생각된다)
이런 흐름을 모르는바 아니고, 개인적으로 사업하면서 충분히 겪었던 전철을 그대로 밟아야만 했던 상황,
그것이 부실을 확대하고, 미래가치를 좀 먹는 덫임을 알면서도 나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
칼자루는 은행에 넘겨주고, 재주만 실컷 부려야만 연명할 수 있는 상황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고
모든 시야를 차단하고, 미래와 과거로부터 모든 네트워크를 저당 잡힌체 나는 이 일에 몰두해야만 했다.
그나마 브릿지 없이 본 PF를 성사했다는 점, 각종 규제와 내부흐름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아직은 순차적인 계획을 세울 있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방해자 때문에 중단됐고, 두 번째는 노련하지 못한 일처리로 멈출 수밖에 없었고,
세 번째는 타이밍을 놓치면서 충분치 못했지만, 네 번째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만족하게 정리했다.
물론 횟수가 반복될수록, 금액이 많아질수록 나의 부담도 회사의 부담도 커지는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그렇게 번 시간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게 내 역할이다.
신경안정제와 마취제에 취한다면 문제지만, 나의 의지대로 세상일이 풀리지 않겠지만, 일단 시간은 벌었다.
시장과 은행은 냉정하지만, 이미 결정했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임무...
물론 본사에 출근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태반인 지루한 사무실에서 나는 나를 컨트롤하지 못했지만
나의 시야를 좁혀놓고, 사고와 생각을 유보하고, 나와 관련된 일체의 관계를 차단했던 시기...
그때의 내가, 나에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던 게 아닐지.
퇴근할 때 가끔 한강에 가기로 했다. 석양 혹은 컴컴한 하늘...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남과 여에 대해 이런생각, 저런생각...
여자는 현실에서 자신을 찾는다면, 남자는 꿈에서 자신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여자는 소유하고 있는 것에서 자신을 확인한다면, 남자는 알고 있는 주변을 통해서 자신을 확인한다?
남자가 권리를 주장한다면, 여자는 의무를 강조하고, 남자는 뿌리고, 여자는 거두고...
남자는 사랑에 올인 하고, 여자는 그 남자에게 올인 하고...^^
한강을 담배연기로 오염시키면서 석양을 그을렸다... 그래도 흐르는 물을 본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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