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세계의 시각은 아마도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총리에게 쏠렸던 거 같다.
두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무관하게, 미국과 중국의 선택이 무엇인가는 세계시장을 좌우한다.
미국 금융업계의 구조조정과 함께 자동차산업의 몰락은 건설업과 서비스업, 소비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그리고 브레튼우드 체제를 재편할 수 있는 기축통화의 문제는 국제관계의 핵심으로 부상될 시기였다.
그래선지 새로운 경제학을 위해(?) 부지런히 고민했지만, <보이지 않는 손>까지 건들지는 못했던 거 같다.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우되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손을 우리가 외면하는 모르겠지만,
시장이나 경제학이나 국정이나 세계정책 흐름을 좌우하는 근본 카테고리는 심각한 변동에 처할 것이다.
이달에 용산 참사가 일어났던 거 같다.
같이 고민해보자는 선배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하게 아무 말도 못했던 사건...
<국가정체성과 이념, 그리고 헌법으로 자행된 공권력의 테러>라고 규정하는 나로서는
분노와 울분에 앞서, 이땅에서 30년 넘게 자행된 강제철거에 대한 대안을 아직도 만들지 못했다는 데
더더욱 서글프고 무기력했었다.
2009년 12월 용산참사 유가족의 장례는 치뤄졌지만, 철거와 보상에 대한 근본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열심히 만들었던 눈사람... 언니는 즐겁고, 모자를 눈사람에게 빼앗긴 똘똘이는 징징대고...^^ 즐거운 일도 지루해지면, 뭔가를 잃으면 마냥 웃는 얼굴이 되기는 힘들듯...>
회사 일로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설계와 기획이 대체적으로 마무리 되어가던 시기였다.
건설업은 크게 입지선정, 설계와 기획, 공사와 관리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설계와 기획은 공사의 70% 정도를 결정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하층 깊이나 층수, 내외부 마감재, 마케팅을 전제한 동배치와 내부평면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입지에 따른 마케팅 전략과 아파트 트렌드의 변화와 선택기준은 기획단계에 이미 완료된다.
그러면 사람들-수요자-혹은 투자자들의 아파트 선택 기준 - 선호도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입지를 가장 우선으로 판단하는데, 가볍게(?) 살펴볼까?(자세하게 다룰 기회가 있을듯...)
1)투자가치>교통>생활편의시설>교육>직장>자연환경>살던 지역 순으로 바라보는 것도 입지의 문제고,
2)교통>발전가능성>주변경관과 쾌적성>교육환경>주변편의시설도 하나의 접근방법이고,
3)세대수>투자가치>브랜드>분양가>교육환경>자연환경>교통환경도 입지에 대한 접근방법이다.
이렇게 입지 하나만을 가지고도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내 개인적 입지 문제를 계량화해보면 ;
교육문화 40%, 환경조망 30%, 교통 20%, 생활편의시설 10%가 현재의 추세가 아닐까?
<신규 프로젝트 조감도... 맨처음 11개동에서 9개동으로, 다시 8개동으로 수정했다... 이번에 파트너가 되었던 설계사무실이 고생이 많았다. 예전 같으면 설계사무실 소장과 엄청 싸웠을 건데, 이번엔 많은 의견들을 수렴하고, 고치고, 또 수정하고...ㅋㅋ 고생이 많았다는 것은 내 의견을 많이 들어주었다는 뜻? ㅎㅎ 그래도 그럴 수 있었던 건, 그 친구가 마음을 열었다는 것이고, 합리적인 방안에는 밤잠을 설쳐가며 충분히 연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입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아파트에 대한 청약 혹은 선택의 기준이 완료되는 건 아닐 것이다.
단지 배치나, 특성, 내부평면과 구조 등에 대해서도 우선순위를 두고 판단하는데 순서대로 살펴보면 ;
1) 공원같은 아파트>첨단설비 아파트>에너지/관리비 절감형 아파트를 우선 선호하고,
2) 동배치에서는 판상형 배치>혼합형(판상형+탑상형/타워형) 배치>타워형 배치를
공용부분에서는 3)테마공원>산책로>운동시설을 위주로 판단하며,
운동시설에서는 4)체력단련실>실내수용장>골프연습장을 많이 본다고 평가 된다.
특히 요즘에는 주민공동시설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기획하여 네트워크 기능을 강조하는 추세이며,
아파트에서도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차용하여 1층로비와 하늘공원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내부구조나 평면에서는 크게 거실>주방>안방>욕실>발코니>현관>침실로 구획할 수 있는데,
1)80년대 아파트가 넓은 안방과 쓸만하고 독립된 침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화장실을 중시했다면,
2)90년대 아파트는 여성지위의 향상과 함께 여성공간이라 할 수 있는 주방과 욕실 인테리어가 강조됐고,
3)90년대 후반에는 세대수의 감소와 가족공간의 중시에 따른 넓은 거실과 주방구조에 대한 전면 검토가,
4)2000년대 초, 넓은 수납공간의 요구는 발코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평면변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5)2000년대 중후반이후 거실/안방의 마스터공간 강조는 내부마감자재의 과잉투자를 강요했다.
대체로 평면구조>유기적인 동선>칼라 및 질감 등 인테리어 수준>수납공간에 평가기준을 두며,
탑상형과 판상형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 최근에는 조망, 채광, 환기 등 하드웨어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왜냐하면 가변형의 확대로 인테리어는 선택적으로 수정할 수 있지만, 하드웨어는 변하지 않는다)
아무튼 아파트 평면과 구조에 대해 우리가 고민하고 안다는 것과 그것을 적용할 수 있는가는 별개이지만,
4월로 예정된 토지대금 납부를 고려, 많이 미루었던 전반적인 기획을 더 이상 미룰 수만도 없게 됐다.
또한 T2의 부진한 분양에 발목 잡혀 급속히 어려워지는 회사재정 상태를 감안,
가용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 위해 고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SKY 동시분양을 위한 공동광고와 사업추진 회의가 일원화 되면서 협의체 회의가 정례화 되었고,
R9 단지의 10년차 하자보수가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고, 감정평가 등이 이루어졌다.
세무조사가 끝나고 경주에서 보지 못했던 많은 탑들을 보았었다.
얻은 것보다 더 큰 것을 잃은 시기였던 거 같다. 분명 그건 내 욕심의 문제였지.
하늘도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깊은 후회와 반성을 했지만, 이미 화살은 내 손을 떠난지 너무 오래되었다.
아마도 내 입으로 나의 선택에 대해 처음으로 <후회>란 단어를 쓴 시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운문사 삼층석탑... 언제고 시간나면 정리한답시고 경주여행때 찍었던 사진 수백장은 꺼내지도 못했다...ㅠㅠ 보고싶었던 것을 모두 봤다는 생각에 뭔가의 결핍마저 잃어버린게 아닐까? ^^ 뭐든 적당히 비워지고, 적당히 채워져야지, 이때의 여행처럼 너무 채워놓으면 이런 후유증이 생길지도 모른다...^^>
자신감이나 교만, 핑계나 회피 변명과 다른 카테고리겠지만 <후회>라는 말을 참 어렵게 생각한다.
반성이나 정리, 개선과 변화, 발전과 개척... 이런 말들은 후회라는 말을 피하기 위한 의도된 장치들...
그래서 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연속성과 일관성, 그리고 가능성, 구체성, 총체성을 놓치 않는다.
그러나 후회라는 말에는, 긴 시간의 잘못과 피할 수 없는 짧은 절망, 더욱 길고 긴 기도를 수반한다.
그만큼 부족한 안목과 작은 그릇을 인정하거나 지금의 과업을 무겁게 여겨 몸부림 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아직은 느슨했던 시간... 어떻게 되지 않을까란 막연한 희망으로 버티기엔 답답했던 시간...
<2009년 1월 블로그 조회표... 1월엔 정말 엄청났지? 1일 방문자수가 4000명을 넘는다든지, 어떤 글의 조회수가 하루에 만건이 넘는다든지...^^ 아마도 Daum측의 약간의 실수가 있었겠지만, 이때가 글도 많이 쓰고, 블로그에 정성도 많이 들였던 시기였던 거 같다... 현실에서 찾지 못한 것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이렇게 비워낼 공간이 있어서 위로 받았던 시기였을까? 2010년 초 아바타의 열풍도 그런 현상중 하나가 아닐지...>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이 있었다.
나와 일면식이 있고 없음, 혹은 나와의 지근거리로 사람을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들의 어른이시고, <큰 사람>이셨던 분...
완전무결한 정의로움은 없겠지만, 이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늘 함께 하셨다는 점에서 존경하는 분이다.
죽음에 임하는 자연인으로서 작은 생명으로서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모습이 무엇인지 실천하셨던 분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늘 오래 기억되고, 기쁨으로 남을지 모르겠다... 이천 다녀오던 길에 햇살이의 도자기공예 모습... 물컹한 진흙과 촉촉한 물기... 그걸 느끼는 손이란 마음을 움직이는 여러 통로중 하나겠지...>
T2 현장의 토목공사가 완료되고 사용전(준공) 검사와 입주시기를 가늠하던 시기...
N2 단지 메타폴과 관련된 하자보수로 회사 내부와 협력업체 관련직원들이 실갱이가 벌어졌다.
늘 “갑”의 위치에 있는 우리들의 선택은 “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강요하곤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 이전에, 나는 회사에 이익이 되는가 손실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로 결정했다.
SKY 지구단위 실시계획 변경이 완료됨에 따라 건축심의와 관련된 제반 서류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환기와 채광을 살린 최대한의 조망권 보장, 그리고 가변형 선택이 가능한 넓은 평면을 모토로 설계했고,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1동3호 조합을 채택했다.
약한 브랜드 이미지와 중급 규모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미 검증된 보수적인 설계를 거부하고
공사 난이도의 증가에 따른 추가지출을 감수하면서 독창적이고 참신한, 그래서 변화를 주도할 평면을 선택했다.
경쟁회사인 H사, W사에서도 이미 고민했지만 포기했던 평면을 우리는 만들어 냈다.
나중에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각사 평면에 대한 다각도의 평가와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대기업은 확인된 가치의 세련된 가공에 우선 가치를 둔다면, 중소기업은 혁신적이고 실험적 구도를 선호했다.
물론 이점은 보수와 혁신에 대한 접근자세나 가치의 경중이나 선후의 문제와는 별개의 적응방식이다.
첨단이 선도성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고, 선도성이 성공의 마스터키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현실...
분명한 것은 공급자의 다양한 모색은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다양한 주거문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일 뿐.
그렇다면 또다른 카테고리이지만, 기업의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될까?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려 하는가로 평가될까?
과거의 실적과 현재의 규모, 그리고 미래의 발전가능성은 분명 회사를 평가하는 주요한 판단기준이다.
사람, 시스템, 경험과 기술력으로 유용한 상품을 만들고 사회에 뭔가를 기여한다면 더더욱 좋겠지.
그러나 회사의 첫 번째 조건은 지속성이며, 일관성이고, 확대재생산 능력이다.
이것을 위해 갖춰야할 첫 번째 동력은 자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는 분명 자본주의시대다.
회사의 운용과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추동할 힘도 역시 자본력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의 브랜드와 자본력은 보수적이고 더딘 혁신을 감당할 방어력과 공격력의 무기가 된다.
사람의 평가도 이와 비슷할까?
지금의 모습으로 평가해야 되는가? 과거의 경험과 경력으로 평가해야 될까? 미래가치로 평가해야 할까?
과연 내가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의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을까?
무척이나 어려운 질문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포괄한 평가기준을 우리가 공유하기 힘들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기업의 가치처럼, 일관성과 발전가능성, 그리고 추동력 혹은 꿈이 아닐까?
전혀 다른, 그러나 어쩌면 기업도 인간세상의 유기체인만큼 비슷한 틀과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실현되지 않은 미래가치에 대한 도전은 유효하지만, 현재를 주도하지 못하면 늘 잊혀지게 돼있다?!
월급받고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과거의 실적은 자긍심을 갖는 터전이고, 현재의 일은 활동의 범위를 결정한다.
그리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은 자신의 계획과 목표, 한마디로 꿈의 실현여부를 결정짓는 궁극적인 잣대.
대주단과 PF 조건변경, 잔금납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이 상태에서 포기하면 100억만 날리면 된다. 그러나 자칫 실수하면 회사는 공중분해가 될 것이다.
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며, 무엇이 정도인지 단 하루 한 시간도 고민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시기...
후회도 싫어하지만, 포기는 더더욱 싫어하는 나.
(누군가의 말처럼, 열심히 하겠습니다보다 나에게 어려운 말은, 포기하겠습니다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주먹구구식으로, 되는데로 가보자는 똥배짱은 결코 통할 수 없는 것이 냉정한 시장의 생리다.
게다가 칼자루는 회사가, 내가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은행이 쥐고 있고, 오너가 쥐고 있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어려울수록 즐겨라고? 생사여탈권을 누군가에게 의탁한다는 게 싫을 뿐이다.
마지막, 한번더 한번더 꼬리를 무는 고민은 끝이 없고, 갈때까지 가보자고 결론 낸 시기이기도 하다.
<춘궁동 오층석탑과 삼층석탑... 눈을 쓸어 길을 내고, 길은 그렇게 다가갈 수 없는 공간을 점유하게 만든다... 마음을 쓰는 걸까? 길을 내는 걸까? 무언가 목적이 있다면 저런 정성이 필요하겠지?...>
겨울이지만 끊이지 않은 주말운동으로 가족과 함께 머물렀던 시간이 거의 없었던 시간이었던 거 같다.
부킹 취소를 체크하지 못한체 나선길에 보았던 춘군동 석탑과 눈을 쓸고 있는 스님.
내부를 통제하지 못하면 모든 효율은 반감될 수밖에 없으며,
쓸어내야 편해지는 길과, 덮여있는 상태에서 보기좋은 것들도 많다는 것을 느꼈던 시간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일들...
소소한 일상을 소중히 받아들이면서 나를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시간...
<2009년 3월>
T2 현장 입주자 사전점검이 있었다.
그리고 입주후 민원을 대비하여 잔여부지에 지하층 공사를 시작하면서 R5 단지와 협상을 타결했다.
요즘엔 입주시기에 입주 마케팅이라는 걸 한다. 잔금납부 촉진을 위한 고육책이다.
작은 현장, 아무도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던 현장이지만, 수백억이 묶인 이 현장을 나는 너무 방치했다.
회사의 자금력을 믿었거나, 유동성 해소를 위한 나의 대책을 확신했기 때문이었겠지.
게다가 충분히 노련하다고 생각한 현장의 기술자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나의 바램을 철저히 배신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게 아니라, 준비하지 못한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보복 혹은 심판이었다.
경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서 설계안에 대해 부분적으로 보완을 하고 심의용 서류를 제출했다.
이제부터 YN 프로젝트에 대한 인허가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만했지만, 분명한 건 너무 늦게 출발했다는 점...
유동자금 확보를 위한 세 번째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작업속에서 나는 두가지의 딜레마에 빠졌던 거 같다.
자물통과 자물쇠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혹시 세상의 모든 자물통을 여는 자물쇠가 되고 싶은가?
지금까지 내게 깊이 각인된 나의 이미지 중 하나는 어떠한 일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실수를 줄이며,
결국은 주어진 혹은 내가 선택한 문제를 해결해내는 <해결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문제는 내가 해결사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없는가에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다.
공과에 치우침을 두지 않는데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따로 노는 느낌은 정말 씁쓸한 것이다.
결국, 결론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아닌가, 올바른가 틀렸는가를 평가할 수도 없다면 더더욱 더...
모든 것을 여는 자물쇠가 되려는 궁극적 목표가, 아무도 열 수 없는 자물통이 되려는 것은 아닌지,
해결사의 자세와 입장에서, 기획자와 관찰과 감독자의 평가를 수렴할 수는 없는 것인지,
이 시기의 나의 딜레마는 해결사의 모습이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가와,
해결된 결과와 과정이 과연 관계의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가에 맞춰졌고, 나는 고심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공존을 좋아한다. 다만 공존을 위한 울타리를 먼저 치려고 노력한다.
<창이란 안에 존재하는 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밖에 있는 이들이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끔 창의 크기와 깊이와 투명도를 잊어버린체, 지금 존재하는 창으로만 세상을 재단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은 내 앞의 창을 바꿀 필요도 있을텐데...>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이름은 빌게이츠가 만든 <윈도우>다.
참 멋진 이름... 기막힌 이름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창 = 윈도우>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본다.
꼭 그만한 크기와 그만한 각도와 그만한 깊이로...
<은선리 삼층석탑... 이층 몸돌을 이루고 있는 석문... 문고리를 잃어버렸지만, 그속에 무엇을 담아두었을까 늘 궁금하다... 그리고, 그 문속을 상상했을 더 많은 사람들을 상상하는 게 더 재밋었다... 때로는 닫혀져 있는 호기심과 신비감이 실제의 내용보다 더 진지할 때가 많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한체 전북지역의 눈속을 헤비고 다니면서 보고팠던 탑들을 찾았었다.
사람들은 하나씩 하나씩 탑을 쌓아가려 하는데, 나는 늘 변하지 않는 울타리를 먼저(!) 치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먼저>라는 의욕과 <왜>라는 호기심이 없다면, 나의 윈도우는 너무 초라했을 거 같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윈도우>를 가늠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오해하고 단절되는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윈도우>를 통해서만 세상과 오해와 단절없이 소통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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