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세브란스 병원이었던가? 산소호흡기와 죽음의 선택에 대해 말이 많았던 시기였지?
인간의 수명연장과 함께 의료행위의 한계와 선택, 그리고 죽음에 대한 가족의 의무와 권리의 문제...
인간 생명에 대한 종교적 혹은 철학적 의미와 의료행위를 포함한 사회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죽음을 법적으로 강제받아야 하는가? 생명연장 장치의 선택은 개인에게 있는가 의료인에게 있는가?
존엄사란 죽음이 존엄해야 하는지, 생명이 존엄한 것인지, 선택에 따르는 비용은 누구의 책임인지...
한 개인과 가족이 감당해야할 죽음을 놓고 많은 게 거론됐지만,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공방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문제의 핵심에서는 많이 벗어난다는 생각이 많다.
정치권의 공방은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건설의 선행작업인가? MB정권 흔들기인가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제로 4대강 사업의 골간은 신용위기를 돌파할 재정지출의 출구가 토목사업으로 치중해야만 하는가와
과연 이 사업을 통해 수자원의 개발과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가, 환경재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이다.
태풍 루사 피해복구 공사에 참여해 본적이 있는 나로서는 홍수대비로서 사업의 효용성에 납득되지 않고
토목공사와 수변공간의 관광자원으로의 변화가 그린산업화나 실업구제대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본다.
은행대출에 대한 DTI 규제와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주택정책과 함께 출구전략이 광범위하게 논의되었다.
너무 성급하다 싶은 출구전략의 핵심은 자본과 금융업이 회생된 정도를 얼만큼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
결국 이자율 외에 아무것도 동원할 수단을 가지지 못한 정부로서 복지와 취업문제를 외면한 출구전략은
사실 정책적 판단 외에는 아무런 사회적 합의와 비전으로 설정될 수 없음에도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금융위기에서의 출구전략이란 서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안정된 직업이나 비전제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예상치 못했던 청라지구의 분양열기는 사업추진 여부를 고민했던 우리들에게 고무적이었지만
부동산 거품을 우려한 정부의 DTI 규제와 보금자리 주택정책은 사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투기근절과 분양가 원가공개로 귀결되었다.
무수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당시 부동산이 들썩였던 것은 각종 개발로 인한 토지보상금의 팽창 때문이다.
돈줄을 무작위로 풀면서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려했던 부작용을 노무현정부는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합대책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당면의 사업을 위해서도 부동산에 대한 각종 규제의 완화는 우리들에게 소나기처럼 간절했다.
문제는 현재 시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활성화도 급락도 아닌 현상유지를 위한 무대책과 단기처방 뿐.
그러나 청라지구의 분양열기와 강남 재건축의 동향은 2010년 상반기 아파트 급등을 예상하게 만들었고,
결국 정부가 내놓은 것은 유동자본의 흡수나 투자기대심리와는 무관한 대출규제와 공공주도 건설이었다.
시시비비를 떠나 DTI 규제는 부동산 거래를 중단시키며, 단기 부동자금을 묶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는데,
근본적 문제는 부동산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유동자금은 고갈되었고, 자산가치 하락은 지속적이라는 점이다.
청라지구의 분양성공과 연이은 하반기 경기회복 조짐으로 한편으론 기대감도 커져갔지만,
정부에서 쓸만한 카드는 없고, 장기적인 하락은 피할 수 없고, 게다가 짧은 순간에 인지도를 높일 수도 없고.
살얼음을 걷는 기분으로 공동광고 논의는 시작되었고, 언론 PR에 대한 갖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각사의 사정으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모델 오픈 시기는 저울질하기 시작했고,
한강신도시 - 별내, 삼송, 파주, 광교 - 송도/청라 잔여물량 등의 분양소식에 귀를 열어두었던 시기..
모델하우스 설계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은행 대주단과 조건 변경 약정을 체결지었다.
건축심의 보고서를 접수하고 건축심의를 통과, 늦었던 사업인허가에 박차를 가하면서 분양가를 고민했다.
장기적인 침체가 예상되는 부동산 시장과 맨 바닥에 헤딩하는 것과 같은 사업지의 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6개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협의체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흐름과 마케팅 전략을 결정하는 건 쉽지않다.
그속에서 내가 할 일은 전략적인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 그게 내 역할이고 회사가 버틸 힘이 되었다.
각종 심의를 받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사업주체는 우리들인가 심의위원들인가 하는...
이미 심의에 제출된 보고서는 지구단위 계획과 관련법규, 그리고 회사의 색깔이 드러난 집약체다.
그러나 심의위원회가 이루어지면 모든 것은 심의위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재단되고, 평가된다.
심지어 행정적 역할에 멈추어야할 공무원들이 절충안을 내 놓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건을 만든다.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공무원과 심의위원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시어머니를 인정해야 한다.
그들은 사업성과 추가지출을 고려하지 않고, 각 건설사의 전통과 특성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심의위원 다수결이 아니라 한사람의 고집까지도 합리성과 무관하게 강요되고,
그렇다고 지역과 지구의 특성을 살리거나 일관성과 통일성을 갖춘 입체적 안목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공무원들은 민원에 발목잡히지 않기 급급하고, 심의위원들은 어설픈 주관적 취향만 강요 하는게 현실이다.
교통사고가 났고, 결국 차를 바꿨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것의 함정과 주변을 바라보지 못한 결과가 교통사고와 똑 같다.
현재, 당시의 나는 지극히 협소한 시각과 분절된 업무, 그리고 해야 할 일 외에는 생각이 없었다.
새롭지 못한 호기심이 없었다며 아마도 나는 과중한 업무를 스트레스로만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그나마 협의체 일을 통해 여러 회사의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부족한 걸 채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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