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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09년 12월> 희망이라는 시계를 갖고 싶다...

 

 

 

 

 

 

 

 

 

 

 

<2009년 12월>


정당 계약일이 끝나고, 수분양자들의 자서가 있었으며, 분양대행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들 속에서 나의 일거수일투족, 그리고 한마디의 말은 모든 걸 뒤집을 수 있다.

거침없지만 나는 한없이 조심하고 있으며, 지금 이순간 필요한 것을 위해 해야할 것을 찾아야만 한다.

물러서야만 나아갈 수 있고, 놓아야만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위해 나는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한다.


가장 느리지만 누구보다 빨라야하며, 가장 작지만 누구보다 넓고 높아야 한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읽어야 하고,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만 한다.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이기 위해 나는 하고 싶은 것과 지금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구별해야만 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할 것, 내가 상상하는 것과 회사와 관계가 원하는 것은 늘 다른 것이며, 시차가 존재한다.

시차의 갭을 줄이기 위해 나는 장기적인 안목, 합리적인 판단, 아름다운 선택을 강조한다.

 

 



1차 대출금 상환을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내가 아닌 그들이 결정하게끔 나는 생각하고 움직인다.

나는 언제나 칼자루를 쥐고 있지 않으며,

나는 언제나 수족을 부릴 위치에 있지 않으며,

나는 언제나 최후의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마음먹은 것을 해왔고, 지금 이순간에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해야할 것을 하는 것이 절제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절제하는 이유는, 하고 싶을 것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회사가 해야할 것을 위해 나는 절제해야만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무수한 말들과 오해와 비난과 누명을 나는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준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는 나를 위해 오해와 비난과 누명을 벗기 위해 변명하고 회피하고 반격하지 않는다.

오해와 비난과 호들갑은 그들의 일상이지만,

나는 그들과 함께 웃고 공유할 수 있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내가 나에 대한 오해와 비난을 변명하고 다닐만큼 한가하지 않다.

나는 충분히 기다렸고, 그들은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선택했다.

패배자와 낙오자들이 있었지만, 관망자도 많았지만 여전히 나는 일의 중심에서 맥을 놓치 않고 있다.

 

 



숙소가 너무 가깝다.

인천에는 보고픈 탑이 없다.

인천에는 거닐만한 산이 없다.

인천에는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역사와 문화와 사상이 내 주변에 없다.


그래서 바다로 간다.

인천대교에는 짧은 순간이지만 바다가 있다.

별이 있고, 빛이 있고, 결이 있다.

눈을 보면서 마음을 채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바람이 향기가 되고, 기다림이 되고, 웃음이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

채워짐이 벅찬 것은, 우리들이 늘 비워져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보면 기쁨도, 행복도, 웃음도 모두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쁨과 행복과 웃음이 벅찬 것은 우리들이 늘 그렇지 않기 때문일까?

물론 - 우리의 일상이 항상/일반적으로/늘 슬픔과 불행과 울음에 젖어 혹은 쩔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매 순간은 슬픔과 기쁨, 불행과 행복, 울음과 웃음이 일상적으로 존재/공존하고 있지만,

우리는 웃음과 행복과 기쁨에 조금 더 가치를 두거나,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생각해보면 ;

나는 내가 편하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택한다는 생각이 든다.

설혹 내가 편한 것이 일이 잘 되고, 회사가 잘 되는 길이라 착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편하기 위해 경제를 분석하고, 정치에 시비를 논하며, 역사에 딴지를 건다.


나는 내가 편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과 합리적인 판단, 그리고 아름다운 선택>을 강조한다.

그럴려면 <완벽한 합목적성, 여유로운 평상심,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의 조화가 필요하다.

아마도 내가 하는 일이 잘 되고 있다면, 위 세가지중 최소 두가지는 맞아 떨어질 때일 것이다.

그렇게보면, 내가 했던 숱한 말들은 결국 내가 편하기 위해서 만든 미사여구에 불과하네?

그런면에서 나는 역시 귀차니즘의 고갱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게으르며, 성실하지 못하고, 손발의 부지런함보다 헛생각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


 

 



지금도 일어나면서 나에게는 두 개의 시계, 두 가지 시간이 흐름을 느낀다.

왼쪽 뇌에서는, 시계속의 시간 - 흐르는 시간이 흐른다.

오른쪽 뇌에서는, 상상의 시간 - 스스로 멈춰놓은 시간이 흐른다.

오른쪽 눈으로는 움직이는 초침과 분침과 시침을 보면서 일어나야할 시간을 구상하고 있지만,

피곤하고 게으른 왼쪽 눈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범벅된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추상하고 있다.


오늘은 누굴 만나야 하고, 어떤 서류를 만들고, 무슨 계획을 세워야할지 왼쪽 뇌는 시간을 재촉하고,

선녀를 생각하고, 바람을 찾고, 폭포를 그리고, 향기에 취하며, 탑을 찍는 오른쪽 뇌에서 시간은 멈춰있다.

그렇게 헤매고, 개기고, 늦장을 부리다가 해가 중천에 오르면 나는 호들갑을 떨며 일어나 씻곤 한다.

변하지 않는 몇 년간의 내 모습이다.

2009년 마지막 날에도, 2010년 첫날에도 나에게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르거나 멈춰져 있었다.

새해에는, 2010년부터는 다시 혹은 이제부터라도 희망이라는 시계를 읽으면서 일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