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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삐끗한 허리가 강요한 병원쇼핑(?) 100429

 

삐끗한 허리가 강요한 병원쇼핑(?)...

 

1.

만사가 귀찮다.

앉아 있지도 말라, 서 있지도 말라, 그냥 쉬어라~

곰곰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누워만 있어라는 의사말을 되새길 때마다 괜시리 짜증만 나고...

며칠 삐끗한 허리로 몸은 쭉쭉 늘어지고, 맘은 처지기만 한다.

 

지난주... 영종도로 숙소를 옮기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짐정리를 감행하던 토요일...

복층으로 이루어진 오피스텔 위층에는 침실공간(?)으로 정리를 마치고,

아래쪽 사무공간(?) 정리를 위해 잡다한 기물들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쓰레기를 만들다가,

조그마한 휴지하나 주우려는 순간 삐끗...

허걱~~~

 

물론 계속될 짐정리는 상태만 악화시키리란 늦은 우려로 더 이상의 짐정리는 포기하고

결국 직원들 도움을 받아 잡다한 쓰레기만 밖으로 내다놓고 책상에 앉았다.

장곡사 석조좌대에 대한 간단한 생각이나마 올려보려고...

왜 이렇게 나의 허리는 부실한거야?

부질없는 한숨과 원망에 내일 일정이 걱정 된다.

 

내일은 급하게 잡힌 운동도 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는데 갑작스런 사고에 한숨만 쌓여간다.

이렇게 삐끗한 허리가 처음은 아니라 파스 붙이고,

근육이완제에 소염진통제 먹으면 나으리란 안이한 생각에 약국으로 달려갔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지 않겠어???!!

다짐 반, 걱정 반, 집으로 향한다.

 

 

2.

파스 붙이고, 온열기로 지지고, 안마기로 마사지도 하고...

온갖 호들갑을 떨고 푹 잤는데, 아침에도 허리를 뗄 수가 없다.

이거 정말 낭패군...

전화로 취소하기엔 너무 실례가 되는 거 같고,

오늘은 처음으로 인사하기로 한 사람도 있어, 일단 나서기로 했다.

 

접대하는 분들에 대한 성의도 중요하지만, 상면도 못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생각할 수밖에...

복대 두르고, 인사 나누고... 너무나 화창하고 좋았던 날씨가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는 무거운 몸.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즐거운 시간되시라 인사만 남긴체 집으로 다시...

오늘 운동 못한게 문제가 아니라, 내일부터 근무가 이젠 진짜 걱정되는 순간이다.

 

한의원 가서 침이라도 맞았으면 좋겠는데, 정형외과 가서 물리치료라도 받았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일요일...

누적되는 통증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응급실로 결정했다.

허허~~~ 허리 삐끗했다고 이젠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쫓아가야 하는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본래, 운동도 없었고, 모처럼, 정말 모처럼 가족들과 봄꽃 구경이라도 하려는 계획은 무참히 산산조각...

 

 

3.

어제까지 삐끗한 허리 때문에 허우적거리며 네 군데 병원엘 갔다.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끄적거려봐야 풀릴 거 같아 이렇게 사무실에 앉아 쌀쌀한 봄바람을 보고 있다.

처음엔 대학병원 응급실, 월요일엔 한의원, 화요일도 한의원, 수요일엔 정형외과...

간략하게 병원들 스케치라도 해보련다.

 

인턴과 레지던트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

건너편을 바라보니 나와 똑같은 행색에 허리를 낑낑거리며 돌리고 있는 아저씨 한분,

그 다음칸에서 A형 피를 수혈 받고 있는 외상환자를 빼면 대부분 어린아이들이다.

하긴, 갈 곳은 없고, 집에서는 불안하고, 뭔가 해야한다는 조급한 마음들에

당장의 조치와 차도를 바라며 응급실로 달려온 부모들 얼굴이 근심으로 가득 찼다.

 

지 허리 아픈 건 생각 안 하고, 남의 행색과 얼굴을 더듬는 내 호기심을 색시가 비웃는다.

주사 맞으러 왔어, 구경하러 왔어? ^^

장황하게 병력과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나에게 의사가운을 입은 젊은 친구가 묻는다.

주사먼저 맞으실래요? CT촬영 먼저 하실래요?

편한대로요~

 

혈관을 찾는 간호원의 얼굴을 외면하고 신기해하는 똘똘이와 눈을 맞추고 엉뚱한 이야기.

주사 맞는 동안 잠시 쉬시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색시와 똘똘이에게 식사나 하고 오라고 일렀다.

잠시 눈을 붙이려 눈을 감는 순간, 촬영하러 같이 가자는 또다른 간호원...

아니 주사 맞고 가라더니 주사바늘 꼽자마자 움직이라고요??

하긴 응급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란 환자는 인격이 아니라, 하나의 건수에 업무에 불과할 뿐...

그들이 유의하는 건, 다치거나 아픈 사람의 상태가 아니라 해야할 일을 했는가 안했는가만 중요하다.

 

주사 바늘 꽂고, 불편한 허리를 뒤척거리며 찍어야하는 X-Ray 촬영은 고역이다.

앞으로 옆으로 몇방을 찍더니만 다시 가 기다리란다.

북적거리지는 않지만 여기저기 채워진 침상에 또다른 아가씨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옆에 눕는다.

운동횐지 야유횐지, 근육파열이 어떻고 신경이 어떻고, 의사보다 똑똑한 동료들의 진단이 시작되고...

하긴 나도, 허리를 삐끗하자마자 온갖 진단과 처방을 내 스스로 내렸지 않는가.

 

 

4.

또 다시, 간만에 휴식이라 생각하고 한 숨 자리라 마음 먹고 있는데 간호원이 다시 촬영하러 가잔다.

촬영 결과가 나왔나요? 디스크나 뼈에 문제가 발견 됐나 보지요? 정밀조사를 해야하나요?

영상촬영실에 근무하는 인턴인가 레지던트가 4~5방을 찍었어야 하는데 경험부족으로 덜 찍었단다.

크흐~~~ 어쩌겠는가! 이 병원의 매뉴얼이 부실하기 이전에 내 허리가 부실한 탓인걸...

 

아이들 우는 소리, 달래는 부모들 소리... 불가능한 취침을 주문삼아 눈을 꼭 감고 누워도 잠이 안 온다.

근육파열이나, 신경계통의 염좌일 가능성이 크다는 레지던트의 진단을 받고 조금은 진정된 상태.

결과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몸은 여전히 불편한데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근육이완제 들어있는 링거 주사액이 1/3을 넘지 않았는데, 이제 퇴원해도 된다는 간호원의 통보.

도대체 잠들만 하면 꼬박 꼬박 깨워주는 의사와 간호원들 성화에 더 이상 쉴 수없다는 생각이 든다.

 

확인 된 거, 눈으로 보이는 것 외에는 어떠한 처방과 상상이 용납되지 않는 게 의학적 처방일까?

이들에게는 어떠한 상황과 개인적 습성, 그리고 병력도 변수에 불과하다.

자세와 태도와 여타의 개연성에 대해 그들은 철저히 무관심하며, 별도의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지금 보이는 깨지거나 찢어지거나 부은 것들이 고쳐지면 그들의 임무는 끝나고 치료도 끝난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상처가 아물었는가이지, 마음이 편해졌는가는 애초 관심밖의 영역이다.

 

식염수에 얼마만큼의 근육이완제가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누워있는 건 무의미했다.

아직 반도 더 남은 링거액이 아깝지만, 영양제도 아닌데다, 왜 그렇게 퇴원을 종용하는건지...

외래진료를 잡아준다는 말에 같이 계산을 하고, 똘똘이 손잡고 응급실을 나선다.

열을 내리려 옷을 다 벗기고 알콜 맛사지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채했는지 열 때문인지 보채는 아이들로 꽉 채워진 일요일 오후, 대학병원 응급실의 표정이다.

옆에 있던 아가씨는 다리 전체를 기브스 했고, 건너편 아저씨는 나처럼 허리를 지탱하며 일어서고...

 

 

5.

월요일 원주 일정은 연기해야만 한다.

역시 아픈 허리에 장거리 운전은 만만치 않다...

지금 아픈 것보다 내 머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더 아플 것이라는 예단이 힘을 빼게 만든다.

월요일 일어나자마자 한의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침이라도 맞고, 물리치료라도 받으면 조금 낳아지려나?

 

오늘은 대형마트에 자리잡은 한의원이다.

처음으로 보는 여성 한의원 원장이다.

이곳 저곳 누르는 악력을 견디며 침을 맞는다.

아픈가요? 네~~~에

누르는 힘보다, 손톱으로 찔리는 곳이 더 아픈데요? ^^

 

이게 왠 엉뚱한 소린가 생각했는지, 누르는 힘이 더 강해진다.

허리의 부실은 장 때문인거 같은데요?

생각해보면 여자든 남자든 한의원은 힘, 체력, 물리적 체격이 요구되는 거 같다.

양방이나, 한방이나 의사들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게 체력이고, 노가다급 완력이지만,

한방은 양방에 비해, 병의 직접적 치료나 처방보다는 간접적이고 주변적인 근원을 추적하려는 노력이 있다.

 

그것이 맞는가 틀린가의 문제는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양방과 한방에 대한 신뢰도와 무관하게

신변잡기와 병력을 연결시키려는 어떤 태도도 나를 즐겁게 만든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고, 지금 느껴지는 것이 모든 것의 원인을 모두 담보하고 있지는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후후~~~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나의 병원쇼핑(?)에서는 더 즐겁다.

그래도 몸을 가지고 이야기라도 할 수 있잖은가.

 

허리와 한쪽 다리에 침을 몇방 놓더니 부항을 뜨겠단다.

기습적으로 찌르는 사혈침의 통증에 소나기 타법 같은 부항이 부정형의 무늬를 등에 새기고 있다.

피를 닦아내는 꺼즈를 적신 알콜의 차가움이 오히려 상쾌한 기분...

아무튼 누르고 찔리고, 거친 부황에 얼얼해진 등껍질이 내부의 통증까지 잊게 만든다.

 

좀 나아지셨나요?

아니~ 치료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좋아졌냐고 물어본다.

한번 두 번 세 번...

부황 뜨니까 차도가 있겠지만,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장이 문제니까 약이라도 지어드릴테니 드셔보세요.

처음 간 한의원에서 약부터 해먹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시리 기분이 나쁘다.

그것보다 급한 건 물리치료니까, 내일 다시와서 치료받고 판단해 보기로 하지요?!

장 좋아진다는 말에 혹해 약을 지으려다, 일단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내일이면 대학병원 외래진료도 예약되어 있는데, 어딜 선택하지???

 

 

6.

다시 하루가 지나 화요일...

원주에서 만날 사람에게 인천으로 올라오라고 약속하고 지루한 말싸움이 시작된다.

아무래도 지난주 이사하고(내가 한건 아니지만) 원주 다녀오고, 또다른 소송이 예기되는 어수선함...

분명 허리의 통증은 물리적인 현상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정신적인 복잡함이 전제되어 있겠지.

 

급하게 세 개의 약속을 끝내고 한의원으로 향하는데 도로가 시간을 허락지 않는다.

다시 색시에게 전화로 예약을 미뤄달라 말하고 늦은시간에도 치료할 수 있는 곳, 수소문을 부탁했다.

결국 문 닫을 시간에 도착 하고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 중요한 것은 물리치료야!

나름의 처방은 결국 길거리에 자리잡은 단독건물, 한의원으로 내 몸을 이끈다.

 

이곳은 단순하지만 전자침 비슷한 물리치료기가 있다. 조금 어설프지만...

건강한 원장에게 맡겨진 내 몸이 오늘은 뒤틀어지고 꺾여지고 수난을 겪는다.

여기저기 찌르는 침들이 무엇을 자극할지 모르지만 그냥 믿고 맡기는 거 외에 내가 할 게 없다.

게다가 나는 경혈이니 요혈이니 무슨혈이니, 나도 모르고 설명도 없이 좋아지기만을 기대한다.

 

부산하게 침을 뽑는 간호원이 손에 놓인 침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요~ 이 침은 아직 안 뽑으셨는데요?

뻐근하게 손등에 놓는 순간은 보지 못했지만, 뽑히는 침을 보니 의외로 깊다.

어어~~~ 그냥 살짝 찌른 줄 알았더니 만만치 않은 길이의 침이 손등에서 나온다... 우우~~

 

적외선에 따땃하게 데워진 허리에서 침을 뽑더니 테이핑이 시작된다.

어라? 오늘은 테이핑 요법이네? ^^

하루는 대학병원 가서 플라스틱 바늘로 링거 주사도 맞고(이런 주사 맞아본게 처음이지??),

어제는 부항을 뜨고(한의원에서 부황 뜬 것 처음), 오늘은 테이핑...

 

아빠~ 금항(?)했어?

언젠가 부황 뜨는 걸 지켜보았던 똘똘이가 부항의 <항>자를 기억하고 묻는다.

크크크~~~ 아픈 거 보다, 똘똘이의 이 한마디가 나를 더 즐겁게 만든다.

색시~ 사진 좀 찍워봐~ 나중에 테이핑 할 때 참고 좀 하게...^^

 

 

7.

또 다시 하루가 지난 수요일...

본사에 출근했더니 회장님 한 말씀 ; 허리 아프다고 인사도 삐딱하게 한다?!

성남에 가서 통증치료나 받고 내려가지?

옆에 있던 유부장이 한마디 한다 ; xx님은 이사할 때마다 허리를 다치시네요?

오잉?

 

생각해보니 유부장 말이 맞다.

분당에 처음 내려갔을 때, 숙소에 들어갔을 때, 원주 내려갔을 때, 그리고 이번 영종도 이사왔을 때.

잠자리를 옮길 때마다 허리가 삐끗한 게 사실은 사실이다.

야~ xx님, 이사할 때마다 고사 좀 지내라 해라. 직원들 숙소도 케잌이라도 갖다놓고 인사 하고...

 

밀렸던 보고와 결재를 받고 영종도로 내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숙소 근처에 물리치료 받을 곳을 찾아두는 게 앞으로를 위해서도 편할 거 같아서.

유차장이 예약해놓은 산재(산업재해) 지정병원에 갔더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시설도 깨끗하고, 장비도 맘에 들고...^^

일요일 갈 수 있는 병원하나, 맘 놓고 쉴 수 있는 물리치료 병원 하나쯤은 알아 두는 게 편하지...

 

미리 예약했기 때문인지 원장은 허리도 안 본다.

여러곳 병원 쇼핑 다닌 걸 자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약처방도 나오고 물리치료가 시작된다.

생각했던 코스 ; 맛사지, 스프, 초음파, 진동, 그리고 하나 추가된게 다리를 주물러 주는 장화(?)다.

이걸 어디서 봤지?

그래~ 똘똘이 낳고 색시 산후조리할 때 보았던 그 맛사지기구나.

두벌밖에 없는 양복바지를 벗지도 못하고 장화(?)를 신었다.

 

재밌기도 하고, 편하기도 한데, 이곳은 모든 게 짧다.

아니~ 허리는 기럭지가 긴 사람들이나 걸리는 건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허리가 자주 아프니?

위문인지 핀찬인지 모를 전화도 받으면서 따땄하게 침상에 누워 아픈 허리를 치료하고 있다.

다음주 운동도 있는데, 원주도 가야하고, 모델도 가야하고, 현장에 본사에...

돌아다닐 곳은 많은데 이넘의 아픈 허리는 쉬이 나을 기색이 없다.

 

 

8.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아픈 덕에 푹 쉬라는 말 같지만 도대체가 불편하기 그지없다.

이곳 저곳, 계획에 없던 병원쇼핑에 이런 저런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맘이 한 곳에 놓여있지 않던지, 몸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하기 때문인지 병원도 제각각이다.

부실한 허리를 안타까워하며 개쁜해지지 않는 기분을 추스르고 있다.

할 일은 많고, 움직임은 적고, 해결할 건 많은데 여전히 병원하나 내 계획대로 선택하질 못했다.

나는 내 것을 너무 많이 타인에게 맡겨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을 즐기려면 빨리 편해지고 싶다.

글 안해도 게을러빠진 습성에 이젠 변명꺼리까지 붙들고 다닌다.

스스로 거추장스럽다.

기분만큼 자연스럽고 싶다.

그럴려면 오늘도 빼 먹지 않고 병원엘 가야한다.

 

오늘은 더 이상 병원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예약했다 취소하고, 예약했다가 또 변경하고...

이제 병원쇼핑이 끝났으니, 내 허리도 괜찮아지겠지??!!!

허리가 부실하면, 정신도 게을러지고, 선택은 한 없이 좁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