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 차갑지 않은 바람이나, 가벼운 옷차림엔 겨울의 한기가 스며든다.
겨울에 움추러든 몸이 성급히 봄을 재촉하지만, 아직 봄 향기는 미진하다.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들 하나하나 여기저기 흩어진다. 걷기 위해서란다...
걷기 열풍...^^ 나도 간만에(?) 담장밖 바다를 보고 싶다. 걸어서...^^
<인천에서 하와이를 생각하는 게 우스울까?^^ 또 같은 바다를 보면서 생각은 엉뚱하다...^^>
흙먼지 자욱한 황망한 택지에 간지러운 봄햇살 찾아 걸으면 가고 싶은 어딘가가 생각난다.
보고 싶은 어떤 것, 듣고 싶은 어떤 말, 먹고 싶은 무엇이 아니라
시간에서 벗어나, 몸과 맘을 놓고 생각을 풀어헤쳐 놓을 공간(!) 말이다.
누군가 던져주는 휴식은 기약할 수 없고, 스스로 만들지 못한 시간이 야속하지만,
기억속 공간을 끄집어내는 자유는, 아쉬운대로 잠시나마 몸과 맘을 자유롭게 해줄 것 같다.
오늘은 그럴 수 있는 공간들을 찾아볼까?
<교또 청수사... 어는 곳이든 사람들이 몰리는 공간이 있다... 그런만큼 사연도 많고 향기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공간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 답사를 가든, 여행을 가든 지역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공간들이 있다.
때로는 유명하게, 때로는 호젓하게 이름에 걸맞게 사랑받는 공간들은 충분한 이유를 갖추고 있다.
관광지로서 유명하거나, 휴식공간으로 적합하거나, 혹은 예배와 기원과 수양의 공간이거나
나름 유명해질 수 있는 역사와 사상, 그리고 문화예술의 자취를 하나씩은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곳들을 찾는 것은 나나 우리만이 아니라 동서고금,
심성을 가진,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인간들의 본성일지 모르겠다.
<로마 바티칸 대성당... 사람들이 성당을 찾는 것이 꼭 예배와 순례의 목적만은 아닐 것이다... 역사와 사상과 예술이 버무러진 문명과 문화의 향기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동경이 되고, 또 향수가 되는 것이고...>
중언부언이지만, 쉴만해서 찾거나, 유명해서 찾아다니는 것은 똑 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횟수의 다소가 아니라, 기억하는 깊이와 만족의 밀도로 호불호를 구분한다.
나를 겨냥하면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고, 너를 위한다면 대상과 공간으로 추억될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은 이름과 대상으로 설명되겠지만,
자연과 인간이 조우하고, 역사와 문화가 삶으로 각색되며, 시간과 공간으로 결절되는 것은 <공간>이 아닐까.
<하와이... 쉰다는 것이 꼭 군중속으로 들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담장 없는 경계에 단절된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도 공간이 될 수 있다...>
물론 심신을 달래줄 공간에 문명과 역사와 사상을 결부시키려는 것은 내 고집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등산을 통해, 해수욕장에서, 그리고 시원한 그늘의 공원과 폭포를 보면서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서 절대적인 공간을 즐기며, 시간을 향유하고 싶어하고, 또 하고 있다.
나 역시 황산이나 북한산, 무등산, 쌍폭포나 동해의 파도를 동경하며 영감을 찾지만,
단지 망각과 단절과 일탈이 아닌, 현재와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열정을 재생산하기 위해
나는 순수한 공간에 시간과 여행과 휴식의 의미를 나름 각색하여 변명하고 인정하려 한다.
<황산... 자연은 존재하는 그 자체로 우리와 교감하고 의탁하고 숭배된다...>
보는 곳이든, 먹는 것이든, 듣는 것이든, 하는 것이든, 느끼는 것이든,
나와 너, 현재와 꿈, 과거와 미래가 입체적으로 구성되고 구상되기에 공간만큼 적합한 표현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휴식을 구할 때도, 해법을 찾을 때도, 반성과 회개를 할 때도, 소망을 기원할 때도
몸과 마음을 갖추기 위한 격식과 유무형의 예법을 설정하고, 의미 있는 공간과 시간을 선택한다.
몸이 열리는 곳, 맘이 편한 곳, 시간과 공간, 자연과 문명, 역사와 사상이 숨 쉬는 공간을.
<청수사 본당... 사람들은 그 곳에서 쉰다... 무엇을 위해서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그렇게 쉬는 것만큼 최상의 휴식은 없다...>
여행이든, 관광이든, 답사든 생각해보면 <공간>으로 기억되는 곳은 의외로 많지 않다.
사람들은 피라미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존재하는 도시의 이름은 모른다. 이집트라는 것밖에.
화와이, 푸켓, 세부, 홍콩, 런던... 나라와 지명은 설명할 수 있지만,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파르테논 신전이 존재하는 도시는 모르면서 그리스란 이름을 분명 공간으로 기억하지만,
범위를 좁혀 경주와 로마, 교또와 파리,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와 내 고향 광주 정도가
도시를 뛰어넘는 공간,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공간, 향기가 살아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동경과 향수, 그리고 모든 걸 말로 표현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영감을 주는 곳으로 말이다.
<트레비분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을 본다는 것에는 몇번의 횟수가 필요할까? 그것이 횟수와 시간의 양으로 저울질 될 수 있을까? 내가 좋았다고 기억하는 것은 하나 때문도 있겠지만, 정작 오래가는 곳들은 패키지처럼 묶여 있는 곳일 때가 많다... 전체에 대한 시각... 나는 그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너무 범위가 넓지? 대상도 좁혀볼까?
감은사탑, 정림사탑, 장항리탑, 왕궁리탑, 술정리탑...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경외의 대상(!)이 존재함에도 내겐 공간으로 기억되는 곳이 아니다.
금산사 미륵전, 동대사 대불전, 노틀담 성당, 수덕사 대웅전, 밀라노나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하나하나의 건축이 너무 빼어나 영감과 동경의 대상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향기는 없다.
아무래도 공간은 대상을 뛰어넘는 자연과 풍수지리가 나의 필요와 느낌에 의해 결정되는가 싶다.
<왕궁리탑... 하나의 대상이 공간과 시간을 얻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이 될까... 그렇게 기억되는 것들이 또 다른 동경을 만들고 향수가 되고, 영감이 된다... 그게 기억되는 것들의 존재이유일까?>
게다가 유명하다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이유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대중들에게 회자되는 법은 없지만, 그리고 충분한 존재의미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호불호의 문제는 취향과 관심, 그리고 <타이밍>의 주관성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을 빼가며, 우리나라에서, 답사여행에서 내가 좋아하는 곳들을 찾아보려 한다.
주관성을 변명하다보니 너무 말이 조심스럽고, 추상적(늘 그렇지만...^^)이 되었다.
<대만일까 홍콩일까? 여전히 기억될만한 대상, 확고한 이정이 있다는 것은 오래 기억을 존속시킨다... 조금은 번잡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글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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