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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風,造,關...

서울여자대학교> 문으로 만든 벽...090809

1.


빛이 무던히도 좋았던 날.

빛이 좋으면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열린다.

빛은 생명이고, 양분이며, 기분이고, 바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존재하는 건, 빛이 있기 때문이다.

 

 

<한강2009... 이 날, 하늘이 참 좋았다... 구름이 예뻤고...> 

 

<빛이 참 좋았다... 투명한 햇살에 시원한 바람, 그리고 그걸 느낄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가졌다면 그보다 여유로운 시간은 없을 것이다...>

 


어라~

이게 뭔가?

차곡차곡 쌓인 문을 바라본다.

후후~ 재밌다.

문이 벽이 되고, 창이 되고, 건축이 되었다.

 

 

 

<서울여자대학교...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단번에 눈을 사로잡았던 재밌는 구성... 한참 바라봤다...^^>


 

열릴 수 없는 문을 보면서

문득, 건물 속의 인간들을 생각해본다.

그들은 무수히 많은 저 문을 어떻게 뚫고 들어갔을까?

건물 안에 존재하는 그들은, 저 문을 통해 어떻게 빛을 받아들일까?

건물 안의 그들과, 건물 밖의 나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




2.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아담한, 웅장한, 참신한, 준수한, 멋진, 투박한, 딱딱한, 허전한, 꽉찬...

다양한 눈맛의 건축들이 다양한 크기로, 다양한 형태로 서있다.

유리로, 돌로, 타일로, 콘크리트로, 목재로 마감되거나 치장된 건축들은

바람처럼 스쳐가기도 하고, 두고두고 맘에 남기도 하고, 형상화된 언어와 노래가 되기도 한다.


<양재동 2005... 준수한 느낌의 오피스 건물... 색상, 비례, 볼륨까지 허틈이 없지?  솟을삼문과 기와지붕에 익숙한 우리들은 건물 위에 처마같은 느낌의 뭔가를 올려야만 마감이라고 생각한다??? ^^>

 


<삼성생명2009... 화신백화점 자리였지? 보존과 첨단의 논란을 일으켰던 디자인... 청계천에서 바라본 모습이 꼭 ET 같았다... 오히려 이 건물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정경으로 더 많이 회자 되었지?>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건축을 볼까?

첫째는 맛이고, 둘째는 이야기고, 셋째는 공감이다.

첫 눈에 반했든, 두고두고 생각나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느낌이다.

메스든, 볼륨이든, 실루엣이든 그 전체로 드러내는 가치와 역사와 주장을 나는 찾곤 한다.

 

  

<강남대로2005... 분절된 메스들이 건물의 볼륨을 이루고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 특별하다고 꼭 좋은 건 아닌 거 같다... 익숙하지 않다기보다, 내게는 어설퍼 보였던 모습...> 

 

<강남대로2005... 유리와 커튼월로 만들어진 현대의 건축... 아예 구조를 밖으로 드러내는 적극성을 보였다... 느낌보다는 논리를 강조하는 건물 중 하나가 아닐지...> 

 


<분당 정자동2005... 과학이 뒷받침된 의지는 자연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물을 가능케했다... 공간을 점유하는 이들은 주어진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만, 밖에서 바로보는 이는 건물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야만 한다?^^>

 

 

즐거운 건축은 디테일도 살아있다.

면의 분할, 공간의 분할, 그리고 장식...

나누어진 면을 통해 빛을 끌어 들이고, 바람을 담는다.

나누어진 공간을 통해 시간을 탐색하고, 마음을 점유한다.

그리고 채우거나 비운 악세사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공감을 지향한다.

 

 

 

 

<리움2005... 소위 유명세를 탄 건물에는 드러내지 않은 재미를 많이 가지고 있다... 갤러리 내부 계단을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달팽이처럼 만들었다... 호불호를 떠나 재밌는 구조다...> 

 

<바티칸2007... 꽉채워진 원구와 아무런 장식이 없는 리움박물관의 내부계단을 비교해 본다...> 

 

<성공회성당2003... 느낌이 좋은 건축은 외부 디테일도 정성스럽다... 반복과 비례만으로도 거추장스럽지 않으면서도 꽉찬 느낌을 준다...> 

 

 

<서울여자대학교 옆건물2009... 가만보면 다양한 형태의 창으로 면을 분할했다... 성공회 성당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서...^^>

 

자연과의 조화도 좋고, 주변과의 조화도 좋고, 안팎의 조화도 중요하다.

비슷하거나 다름으로 건축은 자신을 말하는 것이고,

그것은 바람(風)과 물(水)과 땅(地)과 인간(理)을 거스리지 않는다.

만드는 이와 바라보는 이, 그리고 점유하는 인간들은 그렇게 하나가 되고, 또는 나누어진다.

그렇게 공간속에 존재하는 건축은 시간을 만들고, 우리네 심성을 만든다.

 

 

이건, 탑을 보거나, 건축을 보거나, 역사를 보거나, 자연을 보거나, 사람을 보거나

내게는, 어쩌면 내게는 습관화된 분별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느낌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나눌 수 있을 때

공감을 하고, 정성을 쏟으며, 꿈을 그린다.

나는 그렇게 소통한다.




3.

 

건축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생각들과 가치, 그리고 흐름을 읽기도 한다.

전통과 미래, 가치와 주의, 그리고 부와 권력까지

우리들이 건축을 통해 읽고자 하는 것은 동서고금, 시간과 자연, 인간과 과학을 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무수한 세월, 그곳의 자연과 역사에 정착해온

우리들의 적응과 조화, 그리고 변화의 조짐들은 새로운 혹은 익숙한 욕심의 조각들이다.

 

<밀라노 갤러리아2007... 벽이 회랑이 되고, 문이 길이 된 건축... 우리는 이 건물을 보면서 동서양을 구별하기도 하고, 역사와 디자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문과 벽, 그리고 창을 통해서도 우리는 동양과 서양을 구별하기도 하고,

도시와 농촌을, 혹은 과거와 미래를 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문과 벽, 그리고 창은

자연과 공간, 그리고 우리들에게 익숙한 심성의 오래된 습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청계천 2009... 하나의 벽이 균등한 분할의 창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결국 우리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반트2005... 그러나 모든 건물들이 창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기능과 목적을 위해, 혹은 차별성 등의 또다른 이유로 창이 없는 벽으로 건물을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도쿄2007... 그리고 모든 창이 꼭 수직, 수평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비틀고 눕히고, 혹은 비우고 띄우고, 현대의 건축과 건물은 이미 지구의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을 구현할 수 있다...>

 

 

땅을 가까이 했던 우리네 건축은 수평적이다.

유일한 치장은 문과 지붕뿐이다.

해서, 높으려면 넓어야 했고, 넓어져야만 컸다.

흐르는 시간에 잠시 머물 공간이 주요했고, 나눌 수 없는 그 무엇에 집착했다.

 

<강화 전등사 사고2008... 뭔가를 지켜야하는 문이지만, 바람도 나무도 시선도 막지 않았다...>

 

 

척박한 자연의 건축은 수직적이다.

빛과 바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했고, 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모르는 인간과의 격리를 위해 벽을 만들고, 빛과 바람을 통제하기 위해 창에 치중했다.

멈추지 않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광장에 집착했고, 목적을 위해 공간을 나누었다.

 

<바티칸2007... 수평적인 광장과 수직적인 탑, 그리고 조각으로 채워진 건물의 외벽... 한동안 그들에게 벽은 조각과 장식을 채우기 위해 임시로, 그리고 일부러 비워놓은 캔버스였다...>


 

우리는 벽을 뚫어 문을 만들었지만,

그들은 길 한가운데 문을 만들었다.

우리는 바깥 바람과 빛을 위해 창을 뚫었지만,

그들은 바깥을 바라보기 위해 창을 만들었다.

우리는 변하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마음에 담았지만,

그들은 멈추기 위해 공간을 붙잡고 눈을 장식했다.

 

<광화문1997... 우리는 의례 벽을 뚫어 문을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문은 시작이었고, 통과의식이었다...>

<로마개선문2007... 그들은 길 한가운데 문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문은 결과였고, 가치의 장식이었다...>


 

그들과 만난 100여년이 지나 이제는 경계도 모호해졌지만,

여전히 내가 바라보는 시선의 출발은 같지 않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유효할까?

나의 느낌은 과연 보편적이거나 주체적일까?

문으로 만들어진 벽을 바라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끝을 모른다.

 

 


<서울여자대학교2009... 문으로 만들어진 벽...>


 


4.


세상을 바라보는 창,

그 창문 대신에 문이 벽을 만들었다.

나누이지는 빛과, 나누어지는 바람과, 나누어지는 시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창, 혹은 자신의 크기에 합당한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저 문이 만들어준 틈으로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까?

 

 

 

<콜롯세움2007... 저렇게 비워진 공간은 창일까, 문일까, 벽일까?>

 

<노량진2009... 크게 혹은 작게, 창을 통해 우리는 안을 들여다보고, 밖을 쳐다본다...^^>


 

두드리라 열리리라~?

서울여자대학교란다.

하필 대학교일까? 아니면 대학교여서 그랬을까?

깨치고 (활짝 열고) 나아가 끝내 이루리라~♬ ?

  

<서울여자대학교2009... 임시 가설물인지, 영구 구조물인지,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지, 나홀로 독불장군인지 그것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대학교"란 간판이었다... 들어오라는 문일까? 나가라는 문일까? ㅎㅎ>


 

반복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같은 문이지만 하나도 같지 않다.

그리고 창이 없지만 답답하지 않고,

문은 많지만 하나도 열리지 않는다.

 

 

 

 

 

 

<민속박물관2008... 반복과 집체의 형상화는 전혀다른 언어를 만들어낸다... 이응로 화백의 군상이? ^^>

 

<광화문 가설가림막2008... 누가 누구를 차용했을까? 공사 울타리 치고는 세련됐던 디자인...>


<도쿄2007... 빛도 문양도 반복이 주는 힘은 다양하다... 어지러워 단순하고, 화려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밀라노2007... 반복속의 작은 변화... 나는 이런 느낌이 좋다...^^>

<용산가족공원2006... 반복의 출발은 역시 자연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이 있어 "서울여자대학교"의 벽이 낯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낯설지 않은 느낌이지만, 여전히 재밌다.

느낌이 좋은건지, 그 자체가 즐거운지 모르겠지만

바라보는 나도, 만든 이도, 그곳에 존재하는 이도 한번쯤은 웃었을 것 같다.

내가 다시 이 건물을 봐도 질리지 않을까?

여전히 재미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