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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風,造,關...

여행> 절집의 다양한 표정 3... 빛과 색...

 

 

 

절집의 다양한 표정 3... 색과 빛


그래도 역시 저는 저인지라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가 가장 오래 기억되나 봅니다...^^

물론 오늘 이야기는 역사도, 사람도, 예술도 피해가기로 한 거니까,

대신 <빛과 색>으로 정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나의 공간이 색으로 기억되고 빛으로 이야기된다면 나름 따뜻할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공간, 그리고 우리 고건축 공간이 항상 기와지붕과 조경으로 인해 색감이 결정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범어사에서...>

 


절집들도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 대략 19세기 중후반을 기준으로 근대와 중세를 구분하나요?

그때 주요한 공간이라면 궁궐이 있고, 사원이 있고, 민가가 있고, 절집이 있었겠지요.

그 당시 성읍의 분위기를 알만한 흔적이라면 민속촌이나 보존된 마을들이겠고...

 

<안동 하회마을... 초가 지붕과 기와지붕들만이 마을의 색감을 결정하는 건 부정하지 못하지요...> 

<스페인 톨레도... 한쪽은 마른 풀잎으로, 또 한쪽은 마른 흙으로... ㅎㅎ 색감은 비슷하네요...^^> 



물론 오늘 이야기는 절집과 관련된 것이니 도시와 성읍의 분위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먼저 궁궐이나 서원 등과 절집을 비교해보지요...

궁궐은 아무래도 화강석의 질감에 진회색의 기와,

그리고 붉은 기둥이 고유의 색일 것 같아요...

 

<철거된 광화문... 어떻게 복원될지 궁금하군요... 크기가 작아진다면 주변과 잘 조화될지도...> 

<경회루... 최순우 선생이신가요? 저 사각의 돌기둥에서 한국의 미를 설파하신 분이? 아무래도 경복궁은 인왕산과 북악산과의 조화가 모든 건축공간 구성의 기본 배경이 되었지요...> 

<종묘... 하나의 모습과 색깔이 저렇게 무리를 지어 존재하는 건 늘 경외심을 먼저 불러 일으키나 봅니다...^^>

 


권위와 무게를 갖추면서 전시를 대비한 궁과 궐은 역시 석재를 피해갈 수 없겠지요.

그리고 역시 주술적 의미에 고귀함을 갖춘 붉은 기운을 담기위해 색을 썼을거고

이를 흉내 낸 왕족들의 거처나 사대부들의 기와집들은

거추장스럽거나 화려한 외관을 위주하지는 않았지만 품과 격을 잃지않기 위해 노력했겠죠.

서원의 건축도 학습의 공간과 서당의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고...

 

 <창덕궁인가요? 물론 사대부 99칸을 가장 단아하고 멋스럽게 치장한 곳은 연경당이겠지요?>

<도산서원... 물론 이 모습은 사대부 살림채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요... 담만 바뀌면...^^>

 

 


이에 비해 절집 색깔은 녹색과 붉은 색의 조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많은 나라들, 특히 자연과 친화를 위주로 한 국가들의 국기에

바탕색으로 혹은 강조색으로 녹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듯이

절집의 단청은 청, 적, 황, 백, 흑 오색을 사용하지만 그 바탕은 녹색이 많지요...

 

<불영사에서... 참 화려하지요? 각각의 장식이 살아있으면서도 균질감과 통일성을 잃지 않은... 색감은 그래서 분위기가 되고 깊이를 갖게 되나 봅니다...>

<유독 녹색이 강조된 수덕사 원통보전... 우리는 예전에 녹색을 청이라 불렀지요... 사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청색에 회색을 더해야 눈에 보이는 색깔이 되지, 절대 녹색으로 칠하면 이상해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절집의 단청이 청색으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황색과 적색이 강조되면 이처럼 화려한 꽃문양이 되기도 하지요... 파계사 원통전... 화사하다는 느낌은 없나요?>

 

 

 


그러나 단청이 절집의 색깔을 표현하는 주요한 잣대는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하나는 토벽을 채색한 황색과 백색의 조화가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단청이 퇴색한 이후의 가장 자연스러운 나무의 색깔이 나오는 경우이고

마지막은 빛과 조화를 이룬 분위기가 색깔로서 절집의 가장 예쁜 표정이 나오지요...

 

<거조암 영산전... 처음 이 건물을 멀리서, 아주 멀리서 보면서 혼자서 궁시렁거렸지요... 저렇게 무식하게 창고를 크게 지어 놓다니... 복원은 제대로 한거야? 하고... 가까이 보면서 참으로 맘이 후련했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건물 내부에 안치된 나한들 하나하나도 생동감이 넘쳤던 공간...^^> 

 

 


토벽에 사용된 황색이 가장 웅장하게 표현된 곳은 <거조암 영산전>이 아닐까요?

영산전보다 황색이 진하게 사용되어 어두운 부위를 따뜻하게 밝혀주는 곳은

<부석사 무량수전>이 아닐지 생각되는데 이곳은 흰색과 나무까지 잘 조화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색깔중 제 마음에 쏙 드는 곳은 <수덕사 대웅전> 같아요...

 

<물론 모든 건축공간과 절집은 형과 태, 그리고 자리잡은 곳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만약 무량수전 토벽의 색깔이 달랐다면 별로 유쾌하지 않을 듯 싶군요...^^ 그래서 오늘은 색감을 많이 강조해 봅니다... 역시 좋지요?^^>

 


화사하면서도 무게를 잃지 않고, 장중하면서도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 것이

비단, 색깔만의 강조는 아니겠지요...

조화로운 면 분할과 적절한 곡선의 노출, 그리고 긴장된 건강미가 함께 보여지는

<수덕사 대웅전> 측면은 그 자체로 참 아름다운 구성이고 그림이지요...

 

<수덕사 대웅전... 무량수전의 화려함과 견줄만한 건물이지요?> 

<무위사나 봉정사 극락전도 빠질 수 없는 건물들이지만 저는 수덕사 대웅전에 한표 더 줍니다...^^>  

 



인위적인 색이 최대로 절제되면서도 흰색이 적절하게 사용된 곳이

바로 <해인사 장경각>이 아닐지...

물론 판각과 서재를 보관하는 곳들이란 기능을 우선시하기에 장엄을 최대로 절제하지만

해인사 장경각과 <도산서원 장판각>은 그 자체로 충분한 색감을 드러내지요...

 

<해인사 장경각... 3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지요? 오직 기능에만 충실했기에 고유의 맛을 드러내지요...^^> 

<장경각 부분... 문살과 토벽과 기와가 잘 어우러진 모습이지요?> 

<도산서원의 장판각도 빠질 수 없지요... 역시 나무에는 빛이 있어야 자신의 분위기를 드러내나 봅니다...^^> 

 

 


그리고 아예 토벽의 색감이 아닌 나무의 질감만으로 자신을 드러낸 절집건축으로는

<화엄사 각황전>이 우선 생각나는 군요.

정말 이 건물은 단청이나 조각, 혹은 어떠한 장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볼륨과 자태, 그 넉넉함만으로 장중함을 표현할 수 있는 참 멋진 건축물이지요...

그리고 크기로 담을 수 없는 위엄과 자신감을 과시하는 <강릉 객사문>도 뺄 수 없고...

 

<화엄사 각황전... 강릉 객사문 사진이 없다는 게 아쉽군요... 빛이 없어도 그 장중함은 결코 가려지지 않나 봅니다...> 


 

 


여기에 빛이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지요...

다녀본 곳에서 저를 참 편하게 맞아주었다고 생각되는 곳 중 뺄 수 없는 곳이

<개암사 대웅전>이지요...

작고 아담한 크기에 최대로 곡선을 사용하여 멋을 부렸지만

자리 잡은 위치로 인한 주변과의 적절한 조화에 따사로운 빛은 참 평온하지요...

 

<참 분위기 좋았던 곳으로 기억되는 개암사... 참 따사로운 곳이지요...^^>

 

 

 

이에 비해 <청량사>는 참 호방한 조망으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높다란 석축에 세상의 모든 빛을 모두 담을만한 시원한 공간...

그 높이와 넓이가 있어 청량사는 호탕한 분위기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개암사 대웅전 앞에서 햇볕을 쬐면 정말 낮잠 자고 싶고, 청량사 대웅전 앞에서 햇볕을 받으면 소리를 치고 싶지요...ㅎㅎ 똑 같은 햇볕에서 우리는 정말 정반대의 분위기를 느끼고 기억하나 봅니다...^^>



 

그리고 가장 햇빛이 좋을 때, 흔히 <빛 온도>가 우리의 정서에 가장 맞는 시간이

해 뜨고 한 두 시간 후와 석양 직전의 빛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래도 게으른 제가 즐겨 찾는 시간대는 석양직전이지요...^^

여러 사진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미황사>가 아닐까 싶군요...

 

<미황사... 좋지요?!! ㅎㅎ 한참 달리면서 하늘에 떠있는 해에게 말했지요... 10분만 더 머물러 달라고...ㅎㅎㅎ 해가 뜨면 처음에는 붉은 색, 다음에는 흰색, 그 다음에는 황색이 되지요... 우리는 그 황색을 붉다고 말하고...^^ 시간이 정지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미황사... 개암사의 빛은 사람을 편하게 만들고, 청량사의 빛은 마음을 크게 만들고, 미황사의 빛은 모든 걸 잊게 만들지요...^^ 그 찰랑거리던 바다의 금색도 그립군요...^^>

 


절집에 아름다울 미(美) 글자가 들어간 유일한 절이 미황사지요?

여기에 태양을 상징하는 흑색, 붉은색, 황색 중 가장 친근한 황색을 직접 보았던 곳이

바로 미황사에서의 석양이었지요...^^

수덕사 대웅전도, 미황사도... 다시 한 번 그 편안한 색감에 취해보고 싶군요...^^




다음에는 도시의 색깔...

그러면 르네상스로 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