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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風,造,關...

답사> 부석사... 그리운 그곳으로의 건축여행...

 

1. 달이 너무 예뻐서...


아직 원주에 숙소를 마련하기 전...

엄밀히 나만의 숙소를 마련하기 전이다...

멀쩡한 서울에 집 놔두고

분당에서 생활한지도 3년여...


땅 보러 다닌다는 구실?(엄밀히 업무다...^^)로

많이도 돌아다녔다...

원주로 차기 사업지를 결정하고 자주 다녔다.

직원숙소가 있어 떠돌지는 않았고...


하루...

토요일이 한가로울 때, 금요일 밤 분당으로 향했다.

하늘이 맑았던 날...

달이 왜 그리 이쁘던지...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달을 향했다...

너무 이쁘다...

달~~~

달 달 무슨달...^^ 왜 이럴때 부를 노래가 없을까...ㅠㅠ


중앙고속도로에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셔터를 누른다.

디카의 한계라기보다는 150km 속도에서 셔터를 누르는 내가 문제인건 안다.

달이 예쁘게 나올리 만무하다...


이대로 대구로 부산으로 남해에 퐁당 빠지면 시원할까?

갑자기 행선지를 정해야한다는 생각...

피곤하고 졸리운 눈이 더 이상의 방황을 용납치는 않는 모양...

어디에 머물를까...

그래~~~

예까지 나왔는데 분당으로 차를 돌리기는 뭐하고

부석사로 가자...

 

 


답답했던 마음을 한꺼번에 녹여줄 수 있는 곳...

시원한 조망에 망연한 시선을 안겨주는 곳...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서서 의상대사 꿈이라도 꿀까? ㅎㅎㅎ

 

 


내 트렁크에는 짐이 많다.

골프채는 물론이고 일주일은 버틸 수 있는 옷가지와

운동화, 카메라 세트, 기타 등등...

예전에는 트렁크에 문화유산답사기 10여권이 있었지만

무겁기도 하고, 욕도 먹었고,

실제 자주 가질 않아서 책꽂이에게 돌려주었지만...


2월... 아직은 추위가 남아있을 때...

늦은 아침에 받는 주차비가 아까워 부석사에 최대한 접근해 숙소를 잡고

혼자임과 늦은 밤을 강조하여 만원을 깎고

창을 열어 달빛과 별빛을 초대해 상큼한 밤을 맞는다...

이런 일탈은 언제나 설레인다...

색시에게는 미안하지만...^^

 

 

 

달빛을 더 희롱하고 싶지만

천사가 오는 것도 아니고

어설픈 유혹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더 지체하다가는 밤바람에 감기라도 걸릴것 같아

춥지 않을 거라 믿으며 이불에 몸을 맡긴다...

 

 <자운당, 응진전>


겨울철에 가지고 다니는 스키복을 꺼낸다...

정작 나는 이 옷을 입고 스키를 타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스키복은 등산복이자 답사복이 된다.

이름과 형식은 여전히 용도와 필요에 의해 변할 수 있다.

사용하는 이의 필요와 합당한 기능이 충족하는 한...



2. 부석사에 오르는 이유...


나는 왜 부석사에 오르나?

부석사를 왜 좋아하지?

음~~~

부석사에 대한 정리는 왜 시작할까?

 

 


맘에 드는 사진을 고르기 위해서?

일망무제... 소백준령의 굽이치는 기백을 받고 싶어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사무치는 그리움을 느끼려?

공간경영과 건축의 아름다운 조화를 체험하기 위해?

아님 고건축과 아름다운 유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때문에?

그도 아니면 수차례에 걸친 답사의 깊이를 체득하고

첫 답사이후 10여년이 훌쩍 넘어서 변화된 나를 가늠하기 위해?


음~~~

어려운 물음이고 어려운 질문이다...

굳이 답해야 한다면 부석사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 갈뿐...

 

 


봐야할 것, 느껴야할 것, 담아야할 것을 벗어나

잠시의 머뭄을 길고 깊게 향유하고 싶은 부질없는 욕심은

숱한 물음과

불필요한 감상을 강요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고 나만의 바다가 깊어지지는 않는 법인데...

 

 


채워지지 않는 여운은

끝없는 상념을 낳고

길어지고 깊어진 상념은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허기 같은 거...

습관 같은 거...

정처 없는 발길의 막다른 보금자리처럼 부석사는 자리 잡았다.


내가 오늘 부석사에 온 이유는

부석사가 나를 불렀기 때문...

부석사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

너무 예뻤던 달이 나를 유혹했기 때문...

엄밀히 내가 가고 싶었기 때문이지 아무런 이유가 없다...???ㅎㅎㅎ

 

 

 


굳이 하나를 더 붙인다면 그리워서다...

보고 싶어서 본다는데 무슨 거추장스러운 이유가 필요할까?

그리워서 보고 싶다는데...



3. 마음...


주차장 너머로 음식점들 지나 다리를 건넌다...

늘 마음속에서 걷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일주문과 천왕문과 범종루와 안양루를 경계로 두지 않는다.

첫걸음이 떼어지는 그 순간이 내가 부석사에 안긴 순간이다...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구분이 사라지는 순간...

걸음과 호흡과 텅빈 시야...

 

 


나는 평상심을 강조하는 편이다.

원칙이 힘 있는 이유는 일관성 때문이다.

여유가 출발이어야 하는 이유는 폭넓은 시야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객관이 합리적인 이유는 주관의 치우침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보편성이 지향되는 이유는 통일된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입장이 중요한 이유는 흐트러짐과 산만함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면서도 한계를 간파하고

호불호를 넘나들면서도 깊이를 느끼고

지무지를 넘나들면서도 감상이 살아있고

경중과 선후를 넘나들면서도 수습의 경로를 엮어낼 수 있다면

나와 사물의 관계는 훨씬 충만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잉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내가 대하는 모든 게 한 호흡으로 감상되고

나와 내가 대하는 사물과 관계가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나와 내가 대하는 시공간이 절제와 화해의 긴장을 가진다면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충만하며

조금 더 풍부하게 현재를 영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각... 선묘당 사진이 없다...ㅠㅠ>


이 과정에 생명력과 안목과 감동을 보장해 주는 거...

그 출발을 평상심이라 생각한다...

버림의 자유는

채우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부석사를 오르며 나를 얼마나 버리고 평상심으로 대할 수 있을까...

부석사에 대한 글을 엮어보는 이순간 과연 나는 평상심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4. 부석사 가람배치


부석사...

그 이름을 부르고 소개하기에

지명도와 비중은 현재의 내가 감당할 한계는 넘는다...

가장 할 말이 많으면서도 없을 때...

내가 인정하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는 거...^^

부석사의 소개는 그것으로 대신한다...

 

 


나는 부석사를 크게 세등분으로 구획을 한다.

일주문에서 당간지주를 바라보며 천왕문까지 이르는 길...

천왕문에서 안양루와 무량수전을 가장 멋있게 바라볼 수 있는 범종루까지의 공간...

그리고 안양루를 올라 삼층석탑에서 무량수전을 바라보는 공간...

보너스로 조사당과 자인당의 여로...

 

 <자운당, 응진전 내부... 비로자나불과 약사골의 부처... 범종루의 쌍탑과 함께 옮겨짐>


대부분의 산지가람이 그렇듯

부석사는 올라가는 여정과 내려 보는 전망이 조화롭다.

공간을 구획하는 비례와 석축과 계단의 배치가 적절하다.

그리고 부석사가 공간감을 확대하는 이유는

좁게 올라가서 넓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조사당... 그리고 철조망에 갇힌 선비화>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오르는 길은

작은 소로에 담장과 회랑도 없이

주변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올라갈 수 있게 축을 꺾어 놓았다.

가장 여유롭고 평화로운 길이 긴장과 절제로 기대심을 부풀린다.

 

 


오르막 길에 목표가 저기 있는데 주위에 관심을 빼앗길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유홍준씨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과나무를 부각시켰다.

역발상과 넉넉한 시선은 충분한 신선함을 보장하지만

사과나무마저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부석사의 전체적인 매력에 기인한다.

 

 


긴긴 세월에 덧붙여지고 허물어진 많은 건물들이 있지만

천왕문을 지나 두기의 삼층석탑 주변과 범종루의 공간은

바라보는 이의 관심을 올라온 길의 추적이 아닌

좌우로 시선을 붙잡아 일망무제의 클라이막스를 차단시키기에 충분한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뒤돌아볼 여지를 굳이 만들지 않는다...

 

 


범종루를 밑으로 지나 빗겨 세워진 안양루와 무량수전의 건축은

높고 충분한 폭의 석축으로 긴장감을 높여주고

삼성각과 삼층석탑까지 펼쳐진 공간의 기대감을 제고한다.

 

 


비로서 안양루를 지나 석등을 바라보고 무량수전을 바라보는 맛...

무량수전의 창방위 포벽의 온화함은 모든 긴장을 해소시키는 부드러움이며

팔작지붕의 너른 날개짓은 가벼우면서도 상큼한 눈맛을 제공한다.

 

 


팔작지붕이면서도 주심포의 양식은

배흘림 기둥과 함께 또다른 자극으로 다가오고

좁은 공간에 높게 치켜세운 합각지붕의 육중함은

추녀마루의 반전으로 경쾌함을 주고

귀솟음에 조응하는 활주와 팔작지붕의 우람하고 너른 처마에 조응하는 안쏠림은

긴장과 균형, 안정과 상승감,

그리고 가벼움과 장중함의 화음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그리고 무량수전을 등지고 결코 넓지 않은 안마당을 바라보면

무엇이 좁고 무엇이 넓은지

무엇이 짧고 무엇이 긴지

무엇이 낮고 무엇이 높은지...

확장되는 공간감은 모든 시선을 펼쳐놓고

마음을 펼쳐놓고 자연을 끌어 들인다...

 

 


그래서 부석사는 넓고

높고

틔여 있다...

 

 


건축공간이 넓어서 넓어진 것이 아니고

건축위치가 높아서 높아진 것이 아니고

건축의 장치와 공간의 경영으로 부석사는 넓어지고 높아졌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의 긴 여로와 비교할 수 없이 짧은 무량수전 안마당에서

우리는 가장 멀고 긴 시야를 가질 수 있다.

범종루 앞 요사채와 유물전시각보다 훨씬 좁은 무량수전 안마당에서

가장 넓고 무한한 공간감을 가지게 된다...

 

 


부석사는 배치가 부채꼴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과 시선으로 가장 넓은 조망을 갖추어 기억한다.

부석사 가람배치의 탁월함이다...



5. 고건축과 부석사의 건축적 특징들...


부석사는 연속적인 공간체계와 위계성을 갖추고 있다.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그 축선에 따라 연속적으로 공간을 변화시켜

건축과 가람의 심연성과 신비성을 높였다.

또한 대부분의 고건축이 그러하듯이 공간의 연속성과 함께 깊이 들어갈수록

건물의 레벨이 높아지고 건물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물은 위에서 밑으로 흐르지만 건축공간은 밑에서 위로 흐른다는 대표적 연출을

부석사는 보여준다.


 


부석사는 불규칙한 배치 속에 질서를 갖추고 있다.

부정형은 자유스러운 형태로,

동적이고 활동적이고 희망적이서 공간에 활력을 준다.

정형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고 대신 정형이 주는 지루함을 거세한다.

 

 <범종루>


우리네 주변 산천이 그러하듯이 변화가 많은 지세에 무리를 주지 않고

강물이 흐르듯 유연하게 가람을 배치하였다.

적절한 석축과 계단으로 공간을 확보하면서

단조롭지 않은 변화로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흔히 불국사의 석축단에 비교되는 부석사의 석축...

석축은 지형과 공간을 구획하는 인위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그 공과 섬세함은 튼실하면서도 거부감이 없고

충분한 권위와 위계를 형성하면서도 독야청청하지 않는다.

있으면서도 없는 듯, 인위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조화...

부석사의 석축은 자연이 극대화될 때 얼마나 장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다른 공간연출의 하드웨어다.

 

 


모든 목적건축이 그러하듯이 부석사는 들어옴과 나감,

그리고 머뭄이 분명한 종교건축이다.

전후좌우가 분명하고 문과 전, 루와 각, 채, 당과 대가 고르게 배치되어 있다.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단조로운 계통과 체계를 갖추면서도

부석사가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대칭과 비대칭의 적절한 타협에 있다.

부석사는 비대칭이 되는 요소가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을 잡고 있는데

이는 건축의 실용적 기능을 망각하지 않는

자연에 대한 형이상학적 가공의 결과이다.

 

 



그리고 부석사는 외부공간을 건축공간으로 충분히 끌여 들였다.

요사채에서 범종루를 바라보고

범종루에서 안양루와 무량수전을 바라보고

다시 안양루에서 석등과 무량수전을 바라보고...


내부 공간의 답답함은 루의 개방감으로 상쇄하고

전각의 협소함은 지붕의 처마로 공간감을 확장한다.

매개공간과 점이공간의 충분한 활용은

여느 건축보다 부석사의 개방감을 제고한다.



6. 부석사의 스케일...


부석사는 인간적인 스케일에서도 가장 평범하고

비교적 친밀한 스케일로 조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석사는 가장 긴장되고 장엄한 공간을 연출한다.


인간의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에 의해 공간의 인간적 스케일은 결정된다.

가구의 배치가 끝난 방이 8자 각이었을 때와

마당의 크기도 80자 내외였을 때 우리는 안정감을 갖는다.

무량수전 안마당의 장변은 80자(24M)를 전후한다.

그러나 단변은 좁다.

안양루의 처마선 끝까지 안마당이 넓혀졌었다면 안정감을 얻을지 몰라도

우리는 극적인 긴장감과 장엄한 조망을 포기해야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부석사는 바라보는 시선의 편안함을 거부함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건축이 그렇지만

주요건물의 높이는 마당 깊이의 대략 1/2~1/3이다.

그러나 무량수전의 높이는 안양루에서 무량수전 기단부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게다가 범종루에서 바라보는 무량수전의 처마높이는

석축의 높이까지 고려하면 역시 무량수전 안마당의 비례와 비슷하다...


시각적 요소에서는 각도의 문제를 포기함으로서

인간적 스케일에서는 길이의 문제를 포기함으로서

공간의 안정감과 인위적 요소를 제거하고

자리 잡은 모든 건축과 바라보이는 모든 자연을

하나의 공간으로 극적으로 연출한 예술로 만들었다...

 

 


무량수전 안마당은 법주사, 금산사, 화엄사, 송광사, 월정사, 봉암사 보다 좁다.

그러나 소백의 준령들을 안마당으로 끌어들인 부석사는

이들 명찰에 비하여 좁다는 느낌을 갖지 않는다...


인간적인 스케일을 타지의 명찰들과 비교해보면

적절한 크기에 체계와 규모를 갖춘 곳(80척 기준 2:3의 비율)은

범어사, 통도사, 쌍계사, 해인사, 대둔사, 동화사, 용주사 등이 있으나

그중 제일은 불국사이고,

조금 좁다는 느낌을 주는 곳은 가로 세로의 비율이 1:1에 가까운

개심사, 봉정사, 선암사, 불영사, 갑사와 예전의 낙산사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부석... 선묘가 없이 의상이 있었을까?..>


이렇게 스케일만으로 절집들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실상사, 직지사, 보림사는 충분한 공간을 가지면서도

건축의 흐름이 완결되지 못했고,

마곡사는 열린 공간으로 인한 참신함을,

선운사는 폐쇄되지 않은 장방형의 배치로 긴장감이 떨어지고,

아쉬운 것은 수덕사의 선방이 철거되고 난 이후, 대웅전은 부각되었으나

건축적 장치들이 너무 인위적으로 해체되었다는 점이다.


산지가람으로 자연의 공간을 극적으로 끌어들여 장엄함을 연출한 곳은

강을 바라보는 곳으로 수종사가 있으나 시선이 흐트러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곳으로는 미황사가 있으나 높이에서 전혀 다른 맛이고

그나마 매화산의 청량사가 상큼함을 보장하지만

부석사의 일망무제에는 따르지 못한다.

 

 


아무튼 스케일을 기준으로 비교해본 우리네 절집들은

부석사의 많은 특징들을 공유하지만

공간의 경영과 연출에서

그리고 종교적 깊이와 형이상학적인 가공을

자연속에서 장엄하게 구현한 점으로 본다면

부석사는 우리의 건축적 수준을 대표하는 가람임에 틀림없다.



7. 부석사 무량수전...


이제 부석사에 대해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쓸말이 너무 많거나 없을때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이라야

좋다와 아름답다의 반복일 뿐이다. 불국사에서 처럼...

그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으라면 내가 존중하는 분의 표현을 빌리는 길뿐...^^

부석사는 그렇게 정리하는게 편할듯 싶다...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우리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다층전각으로는 금산사의 미륵전,

이층전각으로는 화엄사의 각황전과 법주사의 대웅보전 등이 있고

이형의 합각지붕 구조를 가진 통도사의 대웅전(방화수류정은 너무 작다...)이 있다.

맛배지붕의 단층전각은 우열을 다투기가 어려울 정도로 의외로 많은데

수덕사 대웅전과 거조암 영산전, 송광사 국사전, 봉정사와 무위사 극락전,

강릉 객사문과 해인사 장경각, 그리고 종묘 등이 있지만

팔작지붕을 대표하는 건축으로서 부석사의 무량수전의 위치는 지고하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최순우 선생의 글로 충분한데

무량수전과 석축과 그리고 의상대사에 대해 차례로 들어보면...

 

 


기둥 높이와 굵기, 가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 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그 미덕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의상대사까지 이르면 나의 부석사에 대한 정리도 끝에 이른다.

역시 최순우 선생의 말씀...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 진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을 여러층 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 ...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 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리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무념무상...

호쾌하고 장엄한 연출을 쫓는 것은 나도 여느 한국사람과 다를바 없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그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한다...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는

의젓하고 너그러운...

길고 먼, 깊고 높은, 장중하고 아름다운 안목의 소유자...

부석사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