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미륵전...
건물에는 멋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담은 사진에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사진에서 금산사 미륵전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진의 구도나 빛이나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미륵전의 기억은 내게 매우 소중하다.
건물들의 미에 순위를 매겨서
‘ 저 건물은 (내생각에) 몇번째로 멋있다...’ 는 식의 치기를 부린다면,
필시 대접받지 못한 많은 건물들로부터
원망과 질시를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미륵전은 몇몇의 건물과 함께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미륵전의 멋은
‘위엄있고’
‘우람하고’
‘튼실하고’
‘장중하고’
‘위압적이고’... ...
한마디로 ‘위풍당당함’ 이란 개념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 건물이다.
두툼한 목에 딱 벌어진 양어깨는 하늘도 지탱할 만한 위세이기도 하다.
웅크린 듯, 앉은 듯 한 모습은 지진마저도 잠재우는
한없는 무게로도 다가온다.
‘미륵과 미래와 구원’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매우 권위적이고 현실적이며,
당장에라도 철퇴를 휘두를만한 기세를 미륵전은 가지고 있다.
팔작처마를 지탱하는 보조 기둥(활주)의 가냘픔은
지붕의 육중한 무게가 주는 무겁고 둔중해지는 요소를
말끔히 지워버리고 있다.
건물이 위로 솟은 것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앉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넓은 측면(높이에 비해)이 주는 고착되고 눌린 듯 한 뻣뻣함은,
급격한 체감과 처마의 곡선으로 인해
충분한 거동성과 부드러움도 가지고 있다.
1층 대자보전, 2층 용화지회와 다르게
3층의 커다란 미륵전 편액은
두 눈을 부라리다가 투구를 벗고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팽팽한 긴장과 함께,
입술을 꼭 다문 것처럼 절제된 침묵 같기도 하다.
<미륵불... 크기가 주는 카리스마보다는, 그 크기를 만든 민초들의 정성과 염원에...>
적벽에서
100만 대군을 불태우고 도망가던 조조가 본
관우의 모습이 이러했을 것이고,
화화상 노지심, 임꺽정,
하다못해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의 모습이라도 떠오르게 하는
그 위풍당당함이 바로 이 미륵전의 멋이다.
미륵전을 볼 수 있었던 짧은 시간을 나는 사진을 통해 길게 즐긴다.
일정에 쫓기고 시간에 쫓긴 바쁜 마음을
사진을 통해서 지긋하게 뜯어보는 맛을 좋아한다.
<미륵전이 수직성이 강조되었다면 대적광전은 가로의 낮음과 차분함으로 상응하는...>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과거와 문명,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함께 공존하는 즐거운 세계로 나에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세계에 다가가는 수준은 나의 눈높이일 것이고... ...
<미륵전의 맞은편... 대장전의 단정한 크기에 짜임새 있는... 그리고 군더더기없이 준수한 멋...>
경복궁내 민속박물관 중 3층 청기와 건물이 있는데
아마도 이 미륵전을 본 따 베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날의 우리들은 어떤 시각과 어떤 안목으로
그 건물을 그렇게 옮겨왔는지 한 번 가보려고 한다.
사실 그 발상의 유치함과 한심함에 실소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올리고 싶지는 않지만... 주변 자연과도 분리되어 오직 형태만 남았을때의 건축의 맛은...>
그리고 미륵전은 남향도 동향도 아닌 서향 건물이다.
석양의 빛을 받은 모습을 한 번 보고 싶다.
미륵전은 내게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선물이다.
* 사족 : 금산사에서 한번은 다시 보고 싶은 유적들...
<오층석탑 : 조금은 흐트러진... 신라형식으로...백제식 처마의 경쾌함을... 고려인의 손놀림?>
<당간지주 : 정성스럽고 차분하게 손질된... 그러나 늘쓴하고 장중한 맛은 없어진듯...>
<언제부턴가 사천왕상을 보면서 절집을 만든이들의 해학과 문화적 수준을 가늠해 보게됐다...>
<언젠가부터 지나치게 된 홍예문... 여유만큼 보이는게 문화고 예술이고 역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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