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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風,造,關...

건축> 경복궁 경회루의 미덕... 110526

 

 

 

 

건축에도 미덕이라는 게 있다.

보아서 좋아야 하고,

주변과 어울려야 하며,

그곳에 머무는 게 즐거워야 한다.

 

 

  <경복궁 경회루... 예전엔 이렇게 옆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면 시간과 인원을 제한하여 2층 누각까지 올라갈 수 있게 개방되었다... 문제는 안내원 설명 20분에 사진촬영 등 자유시간 10분인데, 경회루에 올라 10분만에 자유를 즐기기엔 너무 충분치가 않다는 점이다... 하루를 내게 꼬박 준다면 잠이라도 푹자며 자유를 즐겼을텐데...^^>

 

 

좋아 보이는 것은 건축의 품(品)이고,

주변과 잘 어울리는 것은 건축의 격(格)이고,

만들어진 건축에서 머무는 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은 건축의 위(位)다.

 

<밑에서 바라본, 위에서 내려본...>

 

 

 

그래서 있어도 없는 듯 눈에 거슬리지 않아야하고,

그래도 만들어졌다면 과거와 미래를 함께 어우리는 감동이 있어야하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어야

품격과 품위를 갖춘 건축이라 할 것이다.

 

 

 

 

바람을 향해 충분히 열려 있어야하고,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자연과 건축, 건축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지속적으로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경회루에서 바라본 인왕산... 경회루는 인왕산을 염두에 두었다는 김석철씨의 말을 듣고 언제고 꼭 경회루에 올라가 인왕산을 보고 싶었다...> 

<뒤로는 북악산(백악)이 보인다...>

 

 

 

언젠가부터 꿈꾸었던 경회루에 올랐다.

왼편으로 근정전을 바라보고,

오른편으론 인왕산을 바라보고,

뒤로는 북악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앞으론 물과 바람과 사람과 건물, 그리고 도시를 바라본다.

 

경회루는 건축의 품격과 품위를 지키고 있는가?

열려있고, 지혜로우며, 감동을 주고 있는가?

그것으로 인해 경복궁은 한층 고귀해지고, 북악산과 인왕산은 한데 묶여지고,

이곳을 향유했던 이들에게 자극을 주었을까?

 

<경복궁 근정전... 크지 않지만, 충분히 크다... 높지 않지만, 충분히 높다...>

 

 

 

 

나는 경회루의 지붕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금성을 닮고 싶은 내림마루의 직선이 너무 굵고 두텁기 때문이다.

나는 경회루의 기둥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선과 원형, 그리고 8 + 16 + 24의 유교적인 수치들이 너무 형이상학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경회루의 마루를 좋아하지 않는다.

삼단의 위계가 싫고, 천지인의 관념이 싫고, 낙양목에 가려진 자연이 사치스럽기 때문이다.

 

<경회루... 나는 너무 두텁게 내려온 저 내림마루가 너무 이질적이다... 너무 중국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용이 새겨졌었다는 기둥들이 모두 파괴되고, 다시 재건하면서 최후의 조선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사각기둥과 원주형 기둥을 세웠다... 최순우씨는 이것마저도 칭찬했지만 아직 내게는 뭔가 부족함을 떨쳐낼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경회루의 맛이고 멋이고 목적인 걸 어떡할까?

중화와 유학과 위계가 만들어낸 건축이고

그렇게 해석된 공간경영이 궁궐이고

그곳이 권력의 위로이고 사대부의 풍류고 왕들의 닫힌 공간인데...

 

 

<경회루의 몰딩... 전통용어로 쇠시리라 불리고, 안내자는 낙양목이라 불렀다... 하나의 커다란 액자틀처럼 그렇게 시각을 형성한다... 사치일까, 장식일까, 멋일까?>

 

 

 

 

오늘 경회루에 올라 다시 건축의 미덕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보아서 좋았는지,

주변과 그럴싸하게 어울리는지,

그리고 그곳에 머물던 시간이 내게 즐거웠는지...

 

분명한 한가지는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는 점이다.

만약 경복궁의 옛모습이 재현되어 있었다면

남동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기와지붕들의 물결은 장관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다.

경회루의 존재이유, 이 건축물의 미덕은 그 공간을 점유했을때만 살아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새들이 날아들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쳐 놓았다... 그래도 5월의 반짝이는 신록을 담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광화문... 경회루가 만들어진 많은 목적이 있지만, 어쩌면 광화문 너무 시전과 육조거리를 담장너머로라도 보려고 하는 마음때문에 지어졌겠지?... 이 궁궐에 머물렀던 조선의 왕들은 광화문과 담장너머로 무엇을 보았을까? 그곳에서 그들은 민심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을까?>

 

 

 

내가 부족한지,

아직 선입견이 넘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 묻고 있다.

경회루에서 나는 경회루의 미덕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조선의 마지막 자존심만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