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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냥> 런던에 가면 뭘 해야할까?...1305

 

 

 

 

 

 

 

1.

 

어디가 좋겠냐?

열이형이 런던에 간단다.

출장차 가는 길이지만, 먼 길이니 뭐라도 보고 채워야 하지 않겠냐는 물음...

음~~~

 

글세~ 당장 떠오르는 건 대영박물관하고 웨스트민스트 사원, 국회의사당, 버킹엄 궁전, 런던 브리지...

뭐 그런데가 아닐까?

무심코 뱉은 말이지만, 어쩌면 내가 예전에 갔던 런던여행 코스가 이랬을 거 같다.

생각해보니 윈저성도 갔고, 이튼스쿨도 봤었네?!

기억력이 좋은건지, 아는 게 그것 뿐인지...

 

<윈저성... 처음 가보는 나라, 도시에 간다면 뭘 하는 게 좋을까?>

 

 

야~ 시간이 얼마나 있다고... 특히 대영박물관은 가지마라.

빵형이 한마디 거든다.

보는 것도 아니고, 안 보는 것도 아닌데다, 그건 영국의 런던이 아니잖냐는 이야기...

차라리 다른 델 골라보지?!

넌 뭘 생각하는데?

 

음~ 오페라 공연 한두개 하고, QPR 경기가 있으면 박지성이나 보려고...

하하하...

역시 형답네...

어쩌면 그게 진짜 영국여행 아닐까?

 

 

 

2.

 

 

생각해보면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간다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 것인가 난감하다.

가는 목적, 가는 방법, 머무는 유형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고,

패키지여행인지, 배낭여행인지, 그룹여행인지에 따라서도,

가는 사람들과의 친목이 우선인지, 그곳을 아는 게 우선인지, 자신이 먼저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만큼 여행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자세도 제각각이다...>

<무용담을 위해 여행을 하기도 하고, 몸을 휴식하기 위해, 혹은 시간을 관조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찾게 된다...> 

 

 

뒷골목 시장통을 먼저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번화가 유행을 쫓아 쇼핑이 중요한 사람도,

건축을 보는, 박물관을 찾는, 공연이나 전시 이벤트를, 또는 스포츠 관람을 우선하는 사람도 제각각이며,

새로운 나라를 알아가는 것인지, 그 도시를 알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체험을 기억하는 것인지 목적도 달라지고,

도시의 겉모습에, 사람들과의 대화에, 혹은 자신의 체험에 따라서도 여행의 내용은 달라진다.

 

 

<늘 그렇듯 여행은 그 곳에서 새로운 것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만은 아닐 터... 늘 봐왔던 것들도 새롭게 보일 수 있는 게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통적인 것은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서, 호기심을 채우며, 또 추억을 그리워할 거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것, 그 곳, 그 사람... 그 때라는 시간이 만드는 다양한 소스를 버무리는 주체는 언제나 자신이며,

그 경험으로 인해 삶을 대하는 자세나,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방식은 늘 새로워질 거라는 기대는 계속된다.

문제는 어떤 방식과 내용이든 그것과 그곳, 그사람을 다 알 수 없다는 것과 정해진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면 여행에 임하는 방식은 그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여행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도 모르는 것들이 허다할텐데... 그래서 여행이나 삶이나, 우리들은 저마다 보고 싶은 것들만 본다... 그리고 언젠간 자신이 봐왔던 게 얼마나 작은 부분이었는지 느끼게 되겠지...> 

<그렇다면 여행이나 삶은 '모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열쇠구멍을 통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잘못되거나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 보고, 듣고, 아는 것들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行'하는 거...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게 여행이라면, 우리들 삶도 그래야 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3.

 

언제가 형들하고 부여에 간 적이 있다. 물론 답사여행의 길잡이는 내 몫이었고.

백제를 주제로 잡을 건지, 부여란 공간을 보탤 건지, 건축이나 역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결국 숙소로 잡은 백제문화단지에서 재현된 역사를 보고, 그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정림사탑,

점심 먹고 무량사에서 건축과 공간을 설명하고, 그리고 마지막은 이름만 남은 부소산성의 낙화암이었다.

 

 

<부여 롯데리조트... 똑같은 시간과 공간에 머물더라도 우리는 각자 취향에 따라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다르다...>

 

 

물론 되도록 많은 설명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사진을 찍었고,

열이형은 가끔 이것저것 물어봤고,

빵형은 연신 좋다야~ 좋아만 남발(?)하고 다녔다.

 

 

<부소산성 앞에서 빵형... 그래도 열심히...> 

<정림사탑 앞에서 열이형... 그래도 열심히... 이렇게 사진 올려도 될까 모르겠네?^^>

 

 

마지막 낙화암...

다리가 불편한 열이형은 중간에서 멈추고 빵형과 함께 낙화암에 갔더니 빵형 왈 ;

야~ 여기가 제일 좋다야~ 깐돌아, 이 바람 정말 좋지않냐?

 

<이렇게 나는 사진을 찍고, 형들은 저렇게 앉아 있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그러고보니 여행에서도 형들의 시선과 나눠야 할 내용은 역시 제각각이었다.

열이형은 궁금한 거 물어보고,

빵형은 가만히 듣고,

그리고 나는 쉼없이(?) 떠들고...

 

<무량사 청한당... 그래,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쉬는 거 아닐까?>

 

 

문득 런던 스케쥴 잡다가 부여여행이 생각났다.

나는 역시 쉼없이 움직이는 원숭이처럼 일정을 머릿속에 떠올렸고,

빵형은 사자처럼 관조할 수 있는 높은 언덕을 찾고 있었을테고,

열이형은 가만히 앉아서 가슴을 열고 싶은 스케쥴이 필요했으리라.

 

 

<여행에 임하는 자세가 틀리듯,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내용도 저마다 틀릴 수밖에 없다... 편하게 혹은 불편하게...>

 

 

 

4.

 

생각해보니 형들 하고 이야기하다보면 배울 게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정리가 안 되도 이것저것 머릿속을 열어놓는 스타일.

열이형은 정리가 안 되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스타일.

그리고 빵형은 정리가 될 때까지 가만히 듣는 스타일이다.

 

 

많은 양의 정보를 늘어놓으며 다각적인 접근을 추구하는 게 나라면,

문제의 핵심에 빨리 다다라 깊이를 만드는 열이형이 체계적이고,

문제와 그 자리를 정리하며 외연을 넓히는 건 빵형의 몫이기도 하다.

물론 나로 인해 정리되고 끝난 이야기도 끝이 없이 이어지게 되지만...

 

 

어쩌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그런 게 아닌가 생각된다.

처녀지나 다름없는 다가올 미래의 시간을 선택하는 방식도 그런 거 같다.

나는 수없이 움직이는 정보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열이형은 가슴이 움직여야 힘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빵형은 느리고 두텁게 세상을 관조하고...

 

 

<차를 마셔도 우린 꼭 다른 걸 시킨다. 형들은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혹은 카페라떼... 물론 나는 저런 거... 물론 팥빙수는 열이형이 좋아하지만...^^ 그래서 숟가락도 항상 세개를 주문하고...>

 

 

물론 충분히 알았을 때, 그 때의 행동과 말과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의가 있으면 최선을 다했고, 방향이 맞으면 부족한 걸 채우면 되고, 또 그렇게 평가하고 나눴으니까.

맞고 틀리고, 옳고 그르고, 빠르고 늦고의 문제보다 깊이와 체득이 중시하는 것도...

그래도 여행은 해방감에 살내음이 나고, 비운만큼 자극하고, 채운만큼 찌울 수 있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방식도 다름을 느낀다.

또 그래서 여행을 대하는 삶의 방식이 다름과 다르기 때문에 공유하는 것들이 버무려질 수 있겠지만.

 

 

 

돌아와 어디 갔었냐는 물음에 열이형 한마디 ; 나흘 연짱 오페라 공연만 4편 봤어.

후후 형답네...

빵형은 역시 똑같다 ; 좋았겠다야~

 

<로얄 알버트 홀... 나는 이렇게 겉에서 건축을 바라봤고, 형은 안에서 공연을 즐겼을 터... 그렇게 모아지고 채워지는 걸까?>

 

 

대답은 짧았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들이 떠돈다.

런던 스케쥴 잡을 때부터, 부여여행에, 삶을 대하는 모습까지...

아무튼 15년만에 비가 왔다는 사막 이야기도, 베를린에서 혜규 만났다는 이야기도 더불어 듣고...

한동안 이야기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