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전성기 삼층석탑에 대한 글이 길어지고 있다.
처음엔 4편 정도로 구상했었지. 우아한 탑, 장중한 탑, 기념비적 탑, 그리고 정치사회적 배경...
아마도 700년대 조성된 탑을 모두 봤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을 거 같다.
대략 틀도 잡고 정리도 끝났는데, 괜시리 말이 길어진다.
내 생각을 집어넣기 시작하면서다.
고구려엔 탑이 없었는지, 난 정림사지 탑이 최초의 석탑이라 보는데, 정말 미륵사지 서탑이 시원인지,
신라에서 탑리리 오층석탑은 언제쯤 만들어졌는지, 분황사탑의 영향은 없었는지,
신라의 오층석탑들은 무얼 의미하는지, 갑자기 왜 신라는 삼층석탑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러다보니 욕심은 커지고 내친김에 800년대 900년대 신라석탑에 대한 추이까지 정리하고 싶고...
기왕 시작한 거, 탑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한번은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테니까.
물론 이미 머릿속에서 정리는 끝났다.
끝이 드러난 것은 자극이 없고, 자극이 없으면 생동감도 없어진다.
그러면 글은 지루한 과정이 되나?
사실 그러다가 스톱한 글들이 많다. 공간경영과 가람배치에 대한 글도 스톱되었고,
종에 대한 글은 물론, 석불좌상에 대한 글들도 마찬가진데, 시작하지 않은 것들도 부지기수.
문제는 다시 그 글들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음을 느꼈다. 아직 매달려 있는 이유다.
그러고보면 글은 내게 비우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또 새로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교감들을 원하고 있지.
그래서 재미있고, 스스로 개운하며, 기특해 하기도 한다.
선후경중, 시시비비에서 내 의견을 공조하는 학설에 구미가 당기고, 문제를 제기하면 또 자극을 받고...
그런 재미들이 있어, 구슬을 꿰어 보물을 만들듯 사진을 모으고 글로 정리하지만
늘 한계를 생각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스스로 각성시키는 것이다.
여벌의 시간에, 각박한 사회생활에서 위안을 받기 위해, 그나마의 기운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의도들이 끝없이 마음을 재촉하지만, 국수가락 뽑아지듯 쉽게 백지가 채워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스스로 준비해놓은 반죽들의 잘 숙성되었는지, 뽑혀진 가락들은 잘 여물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한 번 뱉은 말과 글은 스스로 감당할 책임의 범위를 한정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은 끊임없이 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기 때문이리라.
<93년부터 답사여행을 체계화시켰나? 그리고 96년 제대로 된(내 생각이지만) 답사기(사진은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답사기는 경주를...)를 쓴 이후, 97년...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을 듯... 열심히(?)...^^>
탑 사진들을 찾다보니 예전 사진기 들고 다니던 내 모습이 다시 보인다.
예전엔 슬라이드와 흑백, 최근엔 필카와 디카. 이제는 스마트폰까지...
아직 필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만족도가 높기 때문인데 언제쯤 필름 생산은 중단될지...
아무튼 여기에 삼각대와 사다리, 그리고 렌즈까지 주렁주렁 달고 다녔으니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모습을 보면서 웃어본다. 물론 그랬기에 이런저런 자료들을 쥐고 있겠지만...
<참 많이도 찍고, 많이도 분류 해놨다... 근데 예전 필름들은 다 어디 있을까?>
알기 위해, 몰랐기 때문에, 채우기 위해 다녔던 많은 행선들 속의 나를 보며
그때의 생각들을 조각조각 모아보는데 이젠 눈치를 봐야한다는 생각에 주저주저 한다.
조그만 나눔에서 교감을 찾고, 그 교감을 통해 영혼을 채우고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함인데
지금의 생각과 글들은 나의 정리이지 보여주는 것이 되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다.
피곤한 걸까? 방향의 모호함 때문일까?
탑에서 사람을 찾고, 공간을 읽고, 역사와 대화 하려는 나의 자세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
또 완숙하지 않기에 더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글도 삶도 관계도 그런 것들이니까...
맘이 열려야 몸이 열리고, 몸이 열려야 영혼이 움직이는 법...
글에서 그런 걸 찾는 건 여전히 유효할까?
생각보다 더디게 가는 많은 것들이 나를 지치게 한다.
이미 끝을 알고 있는 것들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고역이다.
근데 그런 게 우리들 일상인데 그걸 회피하려면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겠지?
다시 긁적거리며 평상심을 찾아가려 한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시간은 미래로 흐르지만, 우리의 기억은 늘 과거를 향한다는 생각이 든다.
평상심도 그렇게 만들어지나?
미래가 아닌 과거를 돌이켜 볼 때?
그렇지만 미래를 향해 시간이 조율될 때 우리들은 생동감을 찾는다.
생동감은 영혼의 안정이 아니라, 자극의 쾌감을 갈구하면서 생기는 거니까...
<뒷 모습 올리는 것 실례일지 모르지만, 앞서 예전 사진이 있어 그냥 올려본다... 이때의 열정을 생각하면서...^^>
토요일 오후, 빛이 좋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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