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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장...

140720> 명옥헌 - 아직 때가 아닌가?... 1408

 

 

 

조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는 길...

습관은 때때로 잡념을 진정시키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 때문인지,

언제나처럼 담양오층석탑을 보고 명옥헌으로 발길을 옮긴다.

 

<명옥헌의 7월 - 아직은 이른 시절인가?>

 

 

 

절정에 이르렀다고 느끼기엔 충분치 않은 7월 무더위...

추석 즈음의 낙화만 기억한 나로서는 진한 꽃들의 향연이 늘 아쉬웠는데,

오늘 명옥헌의 배롱나무에는 진홍빛 꽃들이 만발할까?

 

<명옥헌의 배롱나무들...>

 

내 차의 소음과 매연이 얼마나 명옥헌을 오염시킬까마는

이것도 나의 진정성이겠다 싶어 땡볕에 터벅따박 설레임을 다지지만

문명의 이기는 무형의 완성도보다 자신들의 편의를 우선시한다.

역시 아직은 이른가?

 

 

 

 

산소 가는 길의 작은 배롱나무들은 한꺼번에 꽃을 피웠건만,

명옥헌의 수백년 묵은 줄기와 가지들이 깨어나기엔 아직 때가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만 남는다.

배움도 예술도 사람의 생각도 결국 타이밍일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게 기적이듯이,

배롱나무 꽃이 만발한 시기에 명옥헌에 머물 수 있는 것도 축복이겠다 싶다.

 

 

 

 

나는 나의 명옥헌을 어떻게 상상하는 걸까?

군더더기 다 털어내고 마른 가지에 힘찬 뒤틀림으로 다가오는 겨울일까?

선선한 바람을 타고 정자에 앉아 청아한 달빛에 물든 작은 연못을 그리고 있을까?

그래도 진한 녹음보다 진홍빛 꽃을 터뜨린 8월의 색을 가장 염원하는 게 아닐까?

 

<나에게 명옥헌은 휴식보다 색으로 기억되는 거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한번도 그 빛의 향연을 느껴본 적이 없다.

꽃이 다 떨어진 초가을, 몇송이 남은 꽃들을 보면서 혼자서 채색했거나,

부질없는 소나기에 뚝뚝 떨어져 연못에 부유하는 여린 꽃송이들에 혼자의 상상을 즐겼거나,

뒤틀린 줄기들이 서로 엉킨 나무들을 보며 지난한 생명의 힘을 찾았을 뿐이다.

 

 

 

 

 

흰색도 있고, 연보라빛 꽃도 있지만,

나는 진달래보다 진하지만 무겁지 않고,

동백보다 가볍지만 어설프지 않은 진분홍빛 색깔을 특히나 좋아한다.

그리고 그 꽃이 명옥헌에 피었을 때,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묵었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 말했나? 명옥헌의 배롱나무 꽃은 세번 핀다. 한번은 나무에, 한번은 물에, 그리고 내 마음에도 또 한번...>

 

 

오늘도 나는 내가 상상하는 명옥헌을 보지 못했다.

물론 상상은 상상일 뿐이라는 게 경험이 주는 사실이라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내가 그리는 명옥헌을 노래할 거 같다.

터벅따박 돌아오는 발길이 그리 버겁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설레임이 남아있기 때문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