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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목조주택 7> 목조주택 모형만들기(5) - 설계 및 구조변경...1510

 

 

 

5. 최종적인 설계안

     혼자만의 다짐이었지만 목조주택 수업 마지막 날까지 벽체만 조립된 상태에서 몇가지 질문을 했다. 나야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고...

 

<9. 지붕은 딱 여기까지 만들 수 있었다...>

 

 

     * 벽식구조에서 구조재의 주요방향을 목조주택에서도 고려하는가? 즉 단변 벽체를 주요 구조로 보면, 장변 방향 벽체는 단순한 이음에 그칠 수 있는데, 이 경우 벽체의 시공순서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 일반적으로는 외벽부터 만들고 내벽을 이어간다고 한다.

     * 내부 벽체는 천장 높이까지만 만드는가, 아니면 지붕까지 연장시켜야 하는가?

     - 나는 지붕까지 내부벽체가 올라가야 소음방지와 단열에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반적으로는 천장틀이 설치될 높이까지만 시공한다고 한다.

     * 박공으로 시공할 경우 내부 스판의 최대 길이는 얼마나 되는가?

     - 철근콘리트 벽식 구조일 경우 스판길이는 대략 5m를 넘지 않고, 최대 7m를 한계치로 본다. 물론 그 이상을 넘어가면 무량판 구조나 라멘구조로 바꿀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구조는 규모로 연결되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게 기술이다. 그러나 목조주택의 경우 스판길이에 따라 서까래와 마루대 등의 칫수와 간격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이걸 초과할 경우는 구조계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경험치로 일반화 시키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안방과 현관쪽이나 침실에 비해 거실주방 공간이 넓다. 마루보로 시공하면 무리가 없을까?... 30cm 정도 더 키울 수는 있을까? 식탁과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을 최종 점검하면서 고민했었다...>

 

 

     * 마루보로 시공할 경우, 기둥의 위치는 어떻게 잡는 게 좋은가? 등등...

     한가지 주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모형의 서쪽에서 지붕물매에 대해 많은 의견을 교환했는데, 굳이 건물을 들어올리지 않아도 <천창>이 있으면 채광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 그러면 가장 어려웠던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방안이 생긴다. 이제 대대적인 설계변경과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어차피 지금 못하면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변경하면서 몇가지 원칙을 잡았다 ;

     # 나는 하나의 건물을 짓고 있다.

     # 완성에 절대 필요한 욕심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여야 한다.

     # 진정한 혁신은 재구축이다...^^

     이런 원칙을 전제로 ;

     * 먼저 천창을 적극 도입한다.

     * 박공높이를 활용한 다락방으로 부족한 공간을 해결한다.

     * 설계와 시공단계에서부터 구조적 하자요인을 줄이도록 한다는 지침도 마련했다.

 

<11. 기존 설계안과 변경안을 비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아본다...>

<12. 많이 단순화됐지?...>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지붕 때문에 내부평면을 개선하게 됐다. 아무튼 기본배치는 그대로 살리면서 천창을 두면서 침실을 중심으로 한 평면이 변경되었고, 사랑방에서 침실까지 이어지는 지붕구조는 단순해졌으며, 침실과 현관 전실에는 다락방을 두게 되었다.

 

<13. 사랑방쪽에서 바라본 거실과 마스터 존... 냉장고를 비롯한 가구는 실측치수로 모형을 넣어봤다...>

<14. 서쪽 = 좌측면에서 바라본 지붕선 - 단순해졌다... 지붕 - 역시 손이 많이 가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할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꼬리가 몸통을 흔든 꼴이 된건가?...>

 

 

     외부벽선에 변경이 없고, 기초와 긴결될 ‘토대’만 이상이 없다면, 경량목조주택만큼 설계변경이 쉬운 공법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창을 문으로 바꾸고, 벽에 문이나 창을 내는 것들이 매우 수월했기 때문이다. 해서 기존에 만들었던 부재들을 보수하여 재사용하기로 했다.

 

<15. 라멘구조 혹은 중목구조일 경우에도 철근콘크리트 구조처럼 기둥 하부 기초에 보강근이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벽식구조인 경우 모든 하중을 균등하게 받는다는 전제에서 기초에 별다른 보강이 없다... 때문에 외부벽선에 변경만 없다면, 구조변경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 또 기존에 창문으로 설계됐던 부분을 벽으로 바꾸는 것도 수직재만 보완하면 그대로 사용이 가능했다...>

 

 

     먼저 현관과 전실 위쪽 박공의 높이를 고려하여 다용도실에 계단을 두어 수납용 다락방을 하나 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 다락방은 거실과 안방쪽 지붕의 관리와 보수에도 용이한 구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16. 마스터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안방-현관 및 전실 - 다용도실 - 부부욕실 - 드레스룸이다... 다용도실에 계단을 두고, 현관과 전실 위쪽에는 다락방을 추가했다...>

 

 

     또 다용도실의 창문은 외부출입문으로 변경하여, 뒤쪽 마당에 빨래를 널거나 외부로 진입할 부출입구로 조정하고, 보일러실로의 진입동선을 확보하도록 변경했다. 단독주택에서는 현관 외에 별도의 부출입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다만 김치냉장고와 세탁기를 배면 벽면에 붙이려던 계획이 계단 때문에 수정되었는데, 결국 주방에서 다용도실로 향하는 문을 벽쪽에 붙이고, 세탁기는 계단 밑으로 옮겼다.

 

<17. 전실 위 다락방을 만들면서, 기존 벽체를 낮추어 외부에는 지붕구조에는 변화가 없도록 조정했다...>

 

 

      서면쪽으로 돌출시켰던 사랑방 넓이에 맞춰, 침실까지의 폭을 확장하면서 입면상 변화를 포기했다. 사랑방의 높이 차이에 입면의 돌출까지 고려하다보니, 지붕의 변화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대신 침실을 3.1x5.2m로 기획하여 사랑방에서 침실까지의 깊이를 2.5m 정도 줄였는데, 계단과 이동동선으로 인해 포기했던 공간이 침실공간으로 포함되면서 침실이 크게 확장되었다.

 

<18.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가장 많이 개선한 공간이다... 벽체를 해체한 후 바닥장선을 깔고 침실도 축소조정했다...>

 

 

     또 지붕물매를 단순화하면서 수직공간이 확보될 수 있어, 침실 위쪽에는 전실 위쪽과 마찬가지로 다락방 기획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위쪽은 침실공간으로, 아래쪽은 공부 및 놀이 공간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이렇게 형성된 다락방은 공용욕실 위쪽까지 확장이 가능해, 수납공간 및 지붕의 관리와 보수에 용이한 구조가 되었다.

 

<19. 침실도 일단 벽체를 낮춰 하부의 층고를 조정하고, 위쪽에는 장선을 깔고 다락방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계단의 길이와 경사를 고려해 장선을 뚫고 올라오는 동선도 생각해 봤는데 계단 위쪽이 오픈된 게 더 개방감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축소비율보다 벽체의 두께가 두꺼워 급경사로 보이지만, 실제는 조금 더 완만해진다... 계단 옆에 미끄럼틀까지 설치할까 고민했다...>

 

 

     다만 침실다락방의 내부높이를 확보하기 위해 사랑방 바닥은 거실보다 30cm 높이는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다락방의 장선높이가 최소 30cm인 점을 감안하여 침실과 공용욕실의 내부높이는 2.1m로 낮추어 해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공용욕실 뒤쪽에 생기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보일러실 겸 외부창고로 기획됐다.

 

<20. 요즘은 층간 골조높이가 2.9~3m이기 때문에 그렇지, 2.6m가 한층 높이였던 2005년 전후까지의 아파트 욕실 내부층고는 2.1m였다... 구조의 안전율 강화와 거실 스판길이가 넓어지면서 슬라브가 두꺼워졌고, 층간소음문제로 30mm 전후의 충진재가 포함되었으며, 세대내부 환기문제로 인해 천장 위 공간이 많이 필요해지면서 아파트 층고는 높아졌다...>

 

 

     한가지 남는 문제는 북쪽에 난 창문들이다. 북면 창들은 겨울에 결로의 주범이 된다. 단열효과가 떨어지는 불투수층이기 때문이다. 해서 드레스룸의 창은 동쪽으로 옮기는 게 좋다 생각되고(시스템장 배치에서는 효율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주방창도 하나로 통합하며, 침실 북쪽창은 폐쇄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또 침실의 다락방에는 동서면으로 천창을 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21. 생각보다 북면에 창과 문이 많다... 다 뜯어서 해체하려다가, 메모만 해놓는다...>

 

 

     이렇게 되면서 버려지는 공간이 없어지고, 내부면적도 33평형 이내로 축소조정 되었으며, 무엇보다 지붕의 물매가 해결됐다. 거실과 사랑방 지붕물매 높이를 맞추고, 서북쪽 침실의 지붕은 합각선으로 단순하게 처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복잡한 선들이 정리되면서 하자요인을 감소시킬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단순한 구조에서 질리지 않은 기품과 멋을 살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22. 초기 설계에 비해 엄청나게 단순해졌다... 그나마 약간의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10:7의 균일한 물매를 확보하면서 주택의 전면과 배면의 처마 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사랑방과 거실 바닥에서 30cm, 외벽은 거실벽보다 60cm 뒤쪽으로 밀었기 때문에 처마 끝선 높이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23. 이 사진 좌측과 우측의 처마 높이가 다르다... 벽체 높이와 지붕의 경사도에서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다...>

 

 

     즉 거실과 사랑방의 처마 높이는 60cm 거리에 대한 10:7 경사도이기 때문에 42cm, 벽체높이는 1.2m 거리이기 때문에 84cm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주택 전면과 배면의 처마 연장선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지붕의 경사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해서 침실 북쪽의 마루선은 중앙에 잡되, 보일러실 낙수면의 경사도를 10:8.3 정도로 조정했다.

 

<24. 최종적으로 침실의 북면 지붕은 이렇게 처리했다... 균형이 깨지는 부분을 건물 배면으로 몰고, 외부로 향하는 방향에는 상승감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그리고 사랑방쪽에서부터 보일러실까지의 지붕경사도와 처마문제를 해결하면서 모임지붕보다 번잡함을 피할 수 있는 박공으로 변경하되, 봉정사 극락전에 노출된 도리를 참고하기로 했다.

 

<25. 마루보를 위로 노출시켜 용마루처럼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26. 봉정사 극락전 측면... 저런 느낌을 단독주택에서는 살릴 수 없을까?...>

 

 

     참고로 보다 개방적이고 채광면적을 넓히기 위해 s자 구조가 역ㄱ자나 역ㄴ자 구조보다 좋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약한 일(一)자형으로 구조가 바뀌었다. 물론 거실을 중심으로 안방쪽 보다 폭이 좁은 서쪽을 안방보다 앞으로 빼고, 높이고, 침실까지 깊이를 연장하여 전체적인 균형감을 잡으려 애썼고, 전후좌우에 요철이 있는 경우가 풍압을 비롯해 자연환경에 더 구조적인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해 초기의 의도를 그대로 관철했다.

 

<27. 미관만이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이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 수덕사 대웅전을 경량목구조 모형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가, 단독주택으로 변경되었는데, 모형만들기보다 소형단독주택에 대한 이해가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다만 평면설계가 구조에 대한 고민까지로 넓혀져 개인적으로는 매우 유용한 과정이었지만, 설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은 저버릴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많은 소형 단독주택 설계안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설계하면서 소위 보편적인 표준안이라 생각했던 평면이, 과연 현실에 적용될지 의문스러웠지만, 나름 하나의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는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28. 수덕사 대웅전 측면... 단독주택, 목조주택에서 이런 미감을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

<29. 맨날 자르고 부분 부분만 만드니, 가족들이 한마디 한다... 도대체 집이 어떻게 생긴지 알 수 없으니, 이제 좀 뭔가 세워보라고...ㅎㅎ 분산돼 있던 벽체와 지붕이 모양을 갖추고 하나씩 마무리되면서 이제 뭔가 모양새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가족들이 다시 한마디씩 참견한다... 그게 그건데, 뭐가 안 됐다는 건지 모르겠다. 맨날 뭘 손보고 있느냐...^^>

 

 

     이제 남는 것은 목조주택이나 단독주택에서 한옥이나 전통적인 미감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모형만들기를 마무리해 보려 한다. 현재 공정률 95%다.

 

<30. 지붕이 틀을 잡았다... 아직 공정률 9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