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나라 역사문화유산 - 한국적인 건축 공간과 공예

∐. 序 3. 건축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14) 시원시원하고 상큼한...

 

.

   3. 건축공간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미감들...

 

(14) 시원시원하고 상큼한...

답사여행을 다니다보면 상큼하거나,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 역사문화유산들을 만나게 된다... 경주 남산 염불사지 삼층석탑이나,  부여 무량사 극락전,  백자 철화 끈무늬 병 등을 보면 상큼한 맛을 절로 느끼게 되지만 앞서 소개했으니 중복을 피하기로 하고, 또 깜찍한 맛이나 의연한 느낌이 강한 역사문화유산을 제외하고 건축과 석조물 중에서 몇을 골라봤다... 부석사 당간지주의 힘찬 기상, 북장사탑의 상큼하고 시원시원함, 법수사지탑의 확장성, 청량사탑의 상큼함, 직지사탑들의 강건함, 서산향교 대성전과 종친구 경근당-옥첩당의 시원함, 그리고 화성 서장대의 당당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맛을 한데 모았다...
영주 부석사 당간지주 보물 255 8세기 봉황산
소백산-태백산
통일신라
상주 북장사 삼층석탑   780년경 내서면 천주산 통일신라
성주 법수사지 삼층석탑 보물1656 802년경 수륜면 백운리 가야산 통일신라
합천 청량사 삼층석탑 보물 266 800년 전후 가야면 가야산 통일신라
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 보물 606 830년경 김천 황악산
직지사 대웅전
통일신라
문경 도천사지 삼층석탑 보물 607 830년경 김천 황악산
직지사 비로전
통일신라
서산향교 대성전   1406년 창건
1574년 이건
1872년 중수 조선초
수원화성 서장대   1794 팔달산 화성장대/정조 조선
종친구 경근당과 옥첩당 보물2151 1866년 중건
2013년 이건
1품 아문의 종친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영주 부석사 당간지주

영주 부석사 당간지주, 보물 255호, 8세기 초반, 통일신라... 규모도 규모지만 시원시원하면서 힘차게 뻗어 나가는 당당한 기운이 인상적이다... 단순하고 간결한 당간지주... 당간의 부속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종교, 그리고 기술적 완결성을 담기 힘든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당간지주 주변의 나무들을 보면서 이 문화유산을 접한지 30년 동안 변해가는 세월의 흐름을 같이 느껴본다... 그럼에도 그 가치를 그 긴시간 동안 유지한 역사문화유산들에서 또다른 감동도 받을 수 있는 거 같고...

 

 

상주 북장사 삼층석탑

상주 북장사 삼층석탑, 780년경, 통일신라... 비지정 문화재이지만 전성기 통일신라 삼층석탑의 전형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특히 지붕돌의 귀와 기단부의 세부를 바라보면, 수백개로 깨어지고 바스러진 석탑부재 하나하나를 끼워놓은 정성에 감탄하고, 또 감동받게 되는 탑이기도 하다... 극락보전 하단 월대에 덩그러니 놓여있지만, 전성기의 자태와 기운을 그대로 간직하고서 좁지 않은 또는 휑하게도 보이는 너른 마당을 내려다보면 묵묵히 서있는 모습도 당당하며 의연하다... 그런 느낌을 사진에 담고자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좋다...^^ 멋진 탑이다...

 

 

성주 법수사지 삼층석탑

성주 법수사지 삼층석탑, 보물 1656호, 802년경, 통일신라... 크기나 비례, 완성도 등에서 당연히 보물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보물로 승격됐다... 각층 5단 층급받침과 6m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비례상 작아진 탑신과 낮아진 일층몸돌,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아진 기단부가 800년대부터 규모가 축소되고 공예화되면서 안정감에 치중하게 되는 통일신라석탑의 변화추이를 읽게 해준다... 그럼에도 높은 위치, 축대 위에 서서 넓고 기 조망을 가져 주변 장악력과 공간 확장성이 뛰어나다... 가야산을 배경으로 남동향으로 배치된 석탑은 정면 먼 거리에 비슬산과 화왕산을 바라보고 있어, 먼 기다림 같은 생각을 하기에 좋다... 도로변 바로 옆이어서 접근성도 좋고... 

 

 

합천 청량사 삼층석탑

합천 청량사 삼층석탑, 보물 266호, 800년경, 통일신라... 성주 법수사지 삼층석탑 처럼 높은 축대 위에서 길고 먼 조망을 갖추고 있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동쪽에 법수사지, 서쪽에 해인사, 남쪽에 청량사가 비숫한 거리를 두고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있어 재밌는데, 청량사도 틔여 있는 방향이 비슬산과 화왕산 - 남동방향이다... 법수사지탑에 비해 규모는 1m 정도 작아졌지만,  전층 5단 층급받침에 비례와 상승감은 오히려 뛰어나 상큼한 맛을 자아낸다... 특히 상하층 기단부 갑석의 귀를 처마처럼 살짝씩 들어올려 경쾌한 느낌에 리듬감과 상승감을 돋보이게 살리고 있어 조형적으로 아름답다... 옛 자료 때문인지, 혹은 석탑과 금당 사이에 석등이 놓이는 일반적인 배치를 고려한 때문인지, 석등과 석탑의 위치가 바뀌었다... 복원을 호불호로 취사선택할 수는 없지만, 두가지 배치를 모두 몇차례씩 본 나로서는 이를 비교하는 것도 즐겁다... 다만, 전면의 석축이 바뀐 것은 잘 모르겠다... 자연석 막쌓기와 빗쌓기, 전석쌓기 등이 섞여있던 기존 방식이 면쌓기 - 면맞춤을 중심으로 이음부위를 자공한...- 방식으로 변화한 것 말이다... 물론 화엄사와 부석사, 불국사의 석축과 석단을 비교하면서 시비와 호불호를  논할 필요는 없겠지만, 석축의 안정성이 보장됐다면 맛은 기존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 왜냐하면 면쌓기를 하려면 아예 상하 장대석까지 일관성을 갖추는 게 좋았을 거 같고, 기존엔 자연스런 막쌓기에 엄정하게 가공된 석탑 혹은 석등, 그리고 그 뒤를 받치는 매화산의 암능의 대비가 살아있어 더 극적이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아쉽지만, 그럼에도 좋타...

 

 

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

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 보물 606호, 830년경, 통일신라... 황악산 직지사에는 총 4기의 탑이 있다. 도천사지탑이 3기, 그리고 구미 강락사지에서 가져온 탑이 1기... 외부에서 가져온 탑들이 가람배치의 중심에 선 다는 것도 재밌지만, 4기의 탑, 하나하나가 뛰어난 조형성과 안성도를 가지고 있어 그것도 재밌다... 게다가 4기의 탑 모두, 단층 기단부로 조성되어 더 재밌는데, 실상 구미 강락사지와 문경 도천사지의 탑은 조성시대도 다르고 미감도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즉 구미 강락사지는 당초 2단의 기단부를 가진 700년대 후반 전성기 석탑이라 생각되고, 문경 도천사지는 800년대 초중반의 양식을 반영하고 있어 미감에서도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동일한 양식의 3기 탑이 하나의 사찰에 배열된 경우는 보령 성주사지가 유일한데(여기에는 오층석탑까지 4기다) 그 독특한 배열의 연원으로 익산 미륵사지까지 생각해본다면 가람배치의 독특함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문경 도천사지 삼층석탑

문경 도천사지 삼층석탑, 보물 607호, 830년경, 통일신라... 대웅전 앞 2기의 석탑과 동일한 양식으로 비로전 앞에 세워져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비로전의 규모... 같은 전면 5칸 규모이지만 맛배지붕의 비로전은 팔작지붕 대웅전에 대비하기 위해 수평성이 강조하다보니, 탑의 규모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즉 일반적으로 진입하는 동선-보제루, 또는 삼문 등-에서 노반의 높이와 주건축물 처마의 선이 일치할 때 공간에 안정감이 생기는데, 비로전은 탑에 비해 높이가 낮기 때문에 일체감이 떨어진다... 어쩔 수 없다고 이해는 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 전체적으로 3기의 탑 모두 탄탄한 느낌에 상승감이 강조되어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4단 층급받침ㅇ로 놉아진 3층 지붕돌에 비해, 노반의 층급을 넓히면서 무거워진 상륜부(복원된)가 처음엔 이질적으로도 느껴지지만, 1층 탑신 괴임을 별석으로 높였고, 기단부 면적만큼 높은 1층 탑신높이를 고려한다면 복발과 보개, 수연의 크기에도 불구하고(본래 앙화가 복발보다 커야했고, 높이도 조금 줄여 용차 정도에서 마감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상승감을 잘 살렸다... 

 

 

서산향교 대성전

서산향교 대성전, 1574년 이건, 1872년 중수, 조선... 비지정 문화재이지만, 비례와 디테일, 그리고 전체적인 미감까지 완성도가 매우 높다... 전형적인 초익공 양식 건축이지만, 석주에 가까운 기둥 구성과 보 단면마감, 그리고  창방과 굴도리를 연결하는 소로 위 운공형 초공은 궁궐건축에서나 보이던 고급스런 방식으로 마감된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홑처마 + 초익공의 검박한 구성에 석주 + 초공의 고급스러운 디테일이, 부조화보다는 긴강감으로 다가와 재밌는데다, 좁은 안마당으로 인해 측면으로 후퇴한 동서무를 고려한 듯 급격히 들어간 합각마루 및 그로인해 낮아진 지붕높이와 낙수면에도 불구하고 활주로 버티는 시원한 깊이의 처마가 묘하게 대비되면서 기막힌 완성도를 자랑한다... 볼수록 재밌고, 멋진 건축물이다... 시원한 개방감과 엄정한 기상, 그리고 차분하면서도 중후한 미감까지... 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