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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문화유산 - 한국적인 건축 공간과 공예

∐. 序 3. 건축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18) 탄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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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건축공간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미감들...

 

(18) 탄탄함 - ① 석조예술

석탑과 승탑, 그리고 석등과 탑비에서 하나씩을 골라보려 했다... 이중 탄탄함하면 생각나는 게 바로 염거화상탑이다... 비례와 균형, 그리고 짜임새 모두가 내가 생각하는 탄탄함의 대명사가 될 수 있다... 불국사 대웅전 석등은 팔각간주석이 돋보이고, 봉서리탑은 규모를 뛰어넘는 의기가... 중흥산성 석등은 탄탄한 사자상이, 그리고 망해사지승탑은 역시 중후함까지 보이는 탄탄함이, 마지막 낭혜화상탑비는 귀비의 듬직한 기운이 멋있다... 그리고 두점을 추가 한다... 공주의 석조와 개선사지 석등이다... 부드럽고 유려한 선 - 혹은 우아함이란 수식어가 많이 붙은 게 백제의 유물들이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담백하고 강직하며, 탄탄한 느낌이 강할 때가 더 많다. 오히려 탄탄함에서 우아한 선이 엿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간결하고 차분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공주의 대통사지 두 석조는 탄탄하다(부여 석조도 그런 맛이 있다...)... 그리고 개선사지 석등도 아무리 생각해도 중후함은 아닌 것 같아 탄탄함으로 바꾼다(그래서 얼마전 다시 다녀왔다...ㅠㅠ)...

 

공주 중동 석조
공주 반죽동 석조
보물 148
보물 149
529년 경 대통사 석조
공주박물관
백제
경주 불국사 대웅전 석등   741 토함산 불국사 통일신라
문경 호계 봉서리 삼층석탑   820년경 봉덕사지 통일신라
경기양평 상원사지 석사자 8~9세기 추정
(NO1129-8, 건판30322)
용문산, 미지산
석등 간주석
통일신라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국보 103 840년경 광주박물관 통일신라
전 원주 흥법사지 염거화상탑 국보 104 844 중앙박물관 통일신라
울주 망해사지 승탑 보물 173 860년경 청량읍
처용설화
통일신라
담양 개선사지 석등 보물 111 868 학선리 무등산 통일신라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
국보 8 890 최치원
사산비명
백월보광탑
통일신라
 
 

경주 불국사 대웅전 석등

팔각간주석 석등 중 가장 당당하고 굵은 비율을 가진 석등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역으로 몽땅해 보이는 화사석과 두툼한 앙련 상대석에 비해 너무 급하게 작아져버린 지붕돌로 비례가 깨어져 보이는 면도 없지않지만, 이 모든 부족함과 불편함을 상쇄시켜 주는 것이 간주석의 힘이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세련미도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않은 무게가 있다... 나는 이 석등에서 다른 것은 다 빼고, 팔각간주석만 본다...^^

 

 

문경 호계 봉서리 삼층석탑

단층기단부의 높이.. 조금만 높았다면, 조금만 낮았다면... 너무나 적절한 맞춤 복원이라 즐거운 탑이다... 많은 이들이 다니는 길도 아니고, 높은 산을 지키는 수호장도 아니지만, 어쩌면 꼭 그만큼의 크기와 높이로 만든, 그리고 둔덕을 이룬 자연암반을 그대로 하층기단부 삼아 주변지형과 일체감을 살린 규모와 입지를 골라 세웠다... 2단 각형의 괴임도, 정육면체에 가까운 일층몸돌도, 두텁지 않으면서도 5단 층급받침을 그대로 살린 지붕돌도, 낮고 넓게 마무리된 노반도... 하나하나가 완벽에 가까운 구성을 보이고 있다... 정말 좋고 짱짱한 맛을 주는 석탑이다...  

 

 

경기 양평 상원사지 석사자

비지정 문화재인데다 어떤 안내판도 없지만, 딱 보면 통일신라시대의 석조유물임을 느낄 수 있다(그래선지 일제강점기 때 찍은 원판사진도 남아있고...)... 일단 너무 잘 생겼다. 비례와 균형 - 완벽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돌을 다룰 수 있는 시대와 사람은 통일신라인들밖에 없다는 게 내 생각...^^ 물론 현재의 석등 지붕돌은 완전히 제 짝이 아니다(없는 게 낫다...!!!). 그리고 하대 복련석은 잘 모르겠다. 귀꽃이 아직 솟아 오르지 않고, 2단의 괴임에 복련 하부의 안상과 두툼한 단부처리는 700년대 양식에 가깝고, 무엇보다 간주석과 접합부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괴임의 넓이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법주사의 튼실한 느낌과 중흥산성의 거친 느낌의 딱 중간에 걸친 것 같은 석사자다... 머리털갈기, 꼬리, 앞뒷다리의 근육, 거기에 가슴과 배부분 처리에 이르기까지 조각솜씨의 숙련도는 물론 세부 디테일에서도 탁월하다... 왜 보물로 지정되지 않을까???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우리나라에 몇기 남아있는 쌍사자 석등 중 가장 야성이 넘치는 석등이다... 법주사 사자는 전체적인 태와 디테일이 귀족적으로 보일만큼 고급스럽고 완벽하지만, 너무나 풍만하고 유연해서 전투의지가 전혀없고, 영암사지 사자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아직 야성을 경험해보지 못한채 사람에 길들여진 늑대 같아 보인데다, 회암사지나 고달사지 사자들은 너무 잘 먹고 윤기있게 길러서인지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 같고(중흥산성 중흥사에 복원한 재현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주 청룡사지는 쌍사자가 아니라 한마리인데다 사자보다는 두꺼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어쩌면 중흥산성 석등의 사자와 비슷한 기운은 양평 상원사의 석사자상이 가장 유사하다)... 이에반해 중흥산성 사자는 가는 허리에 당당한 어깨와 두툼한 허벅지를 가진 거친 면이 있다... 또 화사석과 지붕돌의 비례에서도 법주사와 영암사지가 완성하지 못한 적절한 황금비를 이 석등은 완벽에 가깝게 구현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긴강감이 있고, 또 한편으로 역동성을 살린게 이 석등이라 생각한다... 그 전체를 묶어 본 미감이 짜임새있는 탄탄한 구성이다...   

 

 

전 원주 흥법사지 염거화상탑

우리나라 팔각원당형 승탑의 원조다... 석탑이 변화하고, 석불이 변화하는 시점에 득세한 선종... 그래서 석불좌대를 기단부로 삼고, 불상 대신 사리를 담은 팔각입면체를 몸체로 삼고, 석등의 지붕돌을 목조건축에서 차용한 것이 승탑의 양식이다... 그렇게보면 몸돌을 화사석으로 생각하면 고복형 석등과도 유사성이 있지만, 고복형 석등 들이 상층부에 무게를 실어간다면, 승탑은 하층부에 더 많은 공력을 투입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염거화상탑은 그 원조로서, 최초로서 가져야할 모든 미덕을 완결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례와 구성에서도 엄정하면서도 당당하고, 의연하면서 굳건한 기운을 잘 갈무리하여, 탄탄한 내공을 가진 재야의 고수처럼 어떤 풍랑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강인한 기운을 내제하고 있다... 아직 복련이 등장하지 않은 하단 기단부는 사자들이 양각되어(코끼리는 안 보이는 거 같고), 비천상들이 새겨지는 석탑과는 다른 양식까지 전형화 시켰다... 아직 초기형태로 석탑과 다르게 기단부 가운데는 상하 각 3단씩 층급을 두었고, 담백하고 단아한 앙련과 사실적인 사천왕상이 기막히게 대비되고, 층급을 없앤 지붕돌은 상부의 낙수면 기와골을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담백하고 간결한 구조에 섬세한 조각, 정말 힘을 쓸곳과 뺄곳을 완벽하게 찾아내 조화를 이룬 모습은 감탄스럽다... 멋있다... 

 

 

울주 망해사지 승탑

조금 더 중후한 느낌과 약간은 다부져보이는 두기의 승탑이다... 염거화상탑이 만들어지고 반세대 - 15년 정도 지난 흔적들... 복련이 생기고, 복련 끝에서는 귀꽃이 말아올려지고, 앙현에는 화려한 문양들이 새겨지고, 지붕돌의 낙수면은 굴곡이 커지고(이는 지붕돌 위 상륜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낙수면의 기와골은 사라지고... 그러나 아직 화려한 치장과 장식적으로 변해가기 전, 승탑이 지닌 엄정함과 강건한 기운을 제대로 살린 굳건한 느낌을 가진 승탑들이다... 같은 곳에 있었을지 모를 석탑부재(호각형의 2단 괴임이 장식적인 3단 괴임으로 바뀌었지만, 정교한 가공이 그대로 살아있는 석탑 기단부의 상층갑석으로 보인다)의 정연함과 엄정함까지 같이 읽으면서, 석탑까지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상상해 본다... 당당하다. 굳건하다, 다부지다, 탄탄하다...

 

 

담양 개선사지 석등

담양 개선사지 석등, 보물 111호, 868년, 통일신라... 고복형 석등이 주는 묵직함에, 지나치게 안정감으로 치우칠 수 있는 답답함을 8면에 뚫린 화사석으로 개방감을 살렸다... 그래서 장중하다기 보다는 강건하고 탄탄한 느낌... 급하게 마무리된 상륜부가 자칫 단조로움으로 귀결될 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굵은 선에 요소요소에 살아있는 디테일이 매우 차분하고 안정된 비례에 단단한 기운까지 살리고 있어 고급스러운 품격까지 느끼게 만든다...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깊이가 살아있는 석등이다...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

최치원 사산비명이 우선 평가되는지 모르겠지만(쌍계사의 진감선사탑비, 봉암사 지증대사탑비 모두 국보다. 경주 숭복사비명은 귀부와 이수가 없어 금석문의 가치만 살아있고...) 낭혜화상탑비의 귀부도 국보로서 충분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일단 석질... 내가 보기에는 벼루에서 제일로 치는 보령의 남포오석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 그런지 일단 까맣고, 또 깨어진 부위(얼굴과 발가락, 비신받침 등)가 날카롭다... 그런 돌을 이렇게 가공했다는 게, 특히 저 머리에서부터 발톱이 박혀있는 하부 지대석까지가 하나의 돌이라는 게 감탄스럽다... 또 그래서 하나하나의 문양들이 시원시원한 게 이해가 되고, 과감없고 두텁게 가공한 부분과 얇고 세련되게 가공한 부위를 구별한 것도 멋져 보인다... 칼 같이 깔끔한 비석받침에 큼직큼직한 운문을 꽃송이처럼 장식한 것이 눈에 띠고, 정면을 향해 땅에 굳건히 박은 앞쪽의 두발톱을 보면서는 당당한 의지를 읽을 수 있지만, 측면을 향한 오른쪽 뒷발톱과 전면을 향해 발가락을 살짝 들어 왼쪽 뒷발톱을 보면 이 석공이 숨기고 있는 마지막 유희 - 해학 - 일탈이 느껴져 너무나 즐겁다... 스파이더맨 가면처럼 보이는 눈매를 하나밖에 볼 수 없는 점과 머리가 아쉽지만 석질에서부터 문양의 대비와 보일듯 말듯한 꼼수들까지 숨어있어 뜯어보는 맛이 나는 작품이다... 

 

 

 

 

 

 

 

(18) 탄탄함 - ② 건축

건축에서 골라본 탄탄함은 그게 몇개의 결이 있다... 그중 이를 대표하는 것으로 상정한 것은 부석사 범종각이다. 건조하리만치 무미한 입맛에도 불구하고 부족함 없는 디테일에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여기에 가적지붕을 가진 전주향교 명륜당을 포함하면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구조를 가진 건축물을 첫번째 결로 꼽아봤다... 부석사 조사당, 관룡사 약사전, 봉정사 고금당, 동화사 수마제전, 선암사 각황전은 측면이 거의 한칸에 불과한 소규모 건축물이지만 그 당당한 기세만큼은 어디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이게 두번째 결... 그리고 맛배지붕으로는 참당암 대웅전을, 팔작지붕으로는 흥암서원 진수당을, 그리고 십자형 다각지붕으로는 완주 송광사 종루를 골라봤다. 이게 세번째 결... 마지막은 부속건물로 묻혀보이지만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맞춰주는 통도사 응진전과 내소사 봉래루를 골랐다...
영주 부석사 조사당 국보 19 1377년 중수 1201년 단청 고려
창녕 관룡사 약사전 보물 146 1473
1507년 중창
관룡산
화왕산-구룡산
조선
창녕 관룡사 석조여래좌상(보물 519, 990년경, 고려)
전주향교 명륜당   1354년 창건, 1603년 이건 조선
안동 봉정사 고금당 보물 449 1616년 중수 태장리 개목산 조선
양산 통도사 응진전   1677 영축산 조선
대구 동화사 수마제전 보물2133 1702 도학동 팔공산 조선
상주 흥암서원 진수당   1706 충의단, 현충단 조선
고창 선운사 참당암 대웅전,
지장전
보물 803 1724년 중수 고려시대 부재 조선
양산 통도사 개산조당   1727 솟을삼문 조선
영주 부석사 범종각 보물2184 1748년 재건 북지리 봉황산 조선
순천 선암사 각황전   1801   조선
완주 송광사 종루 보물1244 1857 소양면 종남산
십자각
조선
부안 내소사 봉래루        

 

 

영주 부석사 조사당

 

 

창녕 관룡사 약사전

 

 

안동 봉정사 고금당

 

 

양산 통도사 응진전

 

 

상주 흥암서원 진수당

 

 

고창 선운사 참당암 대웅전과 지장전

 

 

양산 통도사 개산조당

 

 

영주 부석사 범종각

 

 

부안 내소사 봉래루

 

 

 

 

(18) 탄탄함 - ③ 도자기

탄탄한 느낌을 가진 도자기를 고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골라본 게 3개다... 먼저 잉어문 항아리는 중급 혹은 비교적 작은 규모에 속하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꽉 차 있어 보이는 게 정말 튀어난다... 잉어를 비롯해 물고기 문양이 그려져있어 미감과 상충되고, 또 구연부와 받침의 문양을 잇는 x자형 밸트가 상당히 느슨해 자칫 이율배반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또 그렇게 어울려 정말 짱짱하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색감은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태가 주는 완결성과 힘이 정말 좋다... 운룡문 백자항아리는 태와 문양, 규모가 한데 어울려 탄탄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물론 잉어문 항아리에 비하면 격식을 갖춘 세련미에 가깝고, 조금은 흐트러지고 자유러워 보이는 운룡문은 부드럽고 친근한 느낌도 주지만, 묘하게 유약해 보일수 있는 태와 해학적인 문양이 만나 빈틈을 가려준다... 물론 운룡문 항아리만 모아봐도 책한권은 나올거고 이와 비슷한 문양과 형태의 항아리는 많지만, 이 작품만큼은 탄탄함의 분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그리고 죽절문 지통은 작지 않은 크기에 정말 무심하게, 그러나 과감하게,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형과 태를 만들어낸 도공에 대한 경의로 포함시켰다...^^ 이렇게 분류한 도자기들은 디테일을 하나씩 뜯어보고, 멀리서 직관적으로 다시한번 돌아볼 때... 나는 탄탄한 짜임새를 느낀다...

 

백자 청화 잉어문 항아리 보물 788 15세기 개인 조선
백자 철화 운룡문 항아리 보물 645 17세기초 이대박물관 조선
백자 죽절문 지통   18세기말 이병창 기증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