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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문화유산 - 한국적인 건축 공간과 공예

∐. 序 3. 건축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19) 아취 - 고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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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건축공간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미감들...

 

(19) 아취 - 고아한... 

고아한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나 품격 따위가 높고 우아하다로, 

고결, 고상, 숭고의 유의어를 가지고 있고,

 예스럽고 아담하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취는 고아한 정취란 뜻을 가지고 있어,

아무래도 두 개념을 같이 사용하는 것은 동어반복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뭔가 아쉬워 나는 형용사와 명사를 동일 레벨에 놓고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조선의 백자가 가장 많이 선별되고,

역시 조선의 그림-회화가 주류를 이룬다.

선비라는 개념이 내게 고착되어 그런건가? 스스로 되물으면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조선시대 500여년은 그렇게 내 DNA에 고착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떠오르는 많은 이들 중 신사임당과 김정희가 생각났고,

이름모를 도공을 꼽았는지, 이를 주문한 이를 꼽았는지, 아니면 이들을 사용한 이를 꼽았는지 

실생활에, 관상용으로, 이벤트용으로 자주 사용했으면서

그 이후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생명을 지켜낼수 있었던 백자들이 눈에 떠오른다.

 

여기에 손때가 묻은 서류함과 통일신라 시대의 석탑 하나를 묶어 

고아한 - 아취라는 챕터로 묶었다...

 

 

 

(19) 고아한 - 아취 - ① 석조예술

의성 단촌면, 이름없도 야산에 덩그러이 놓여있는 삼층석탑... 앞에는 배례석이, 뒤편에는 석조보살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늘 이곳에 가면 드는 생각 ; 은퇴한 누군가가, 세상을 등지거나, 속세에서 물러난 누군가가, 스스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 이 정도 석탑과 석불을 만들 수 있고 간직한다는데 어떤 비용과 의지가 필요한지 가늠이 되는 지금에서야 그곳에서 들었던 생각을 다시 되짚어볼 수 있었다... 먼저 석불은 불상이 아닌 보살상, 그리고 석탑의 일층몸돌에도 보살상이 양각되어 있다. 하층기단부의 비천상은 특별하지 않지만, 상층기단부의 8조각은 왼쪽이 사천왕상, 오른쪽이 천부상... 결론적으로 불상은 하나도 없고, 종교 교리상의 절대적 위계도 무시된 채 기획됐다는 점... 내게는 이 탑을 만든 이가, 이스라엘 국적인데 유대교인이 아니고, 바티칸 국적인데 카톨릭이 아니고, 팔레스타인인데 이슬람교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신라인데 불교인이 아닌... 그래서 불교가 종교가 아닌 일상과 문화의 하나의 결로만 받아들인 사람이, 불교의 형식을 빌려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말이다... 그 태가 몹시 정연하다. 차분하고, 정갈하며, 짜임새가 있다... 눈썰미는 물론 솜씨도 좋고, 무엇보다 의연하다... 그렇게 묶여진 미감은 고상하다였다... 허틈도 내댐도 없고, 그렇다고 탄탄함과 화려함을 숨기지 않는다... 세련된 미적감각에 우아한 품격을 놓치 않았다... 그래서 아취있는... 고아한 마음이 만든 석탑이란 생각이 든다...  
의성 관덕리 삼층석탑 보물 188 840년경 단촌면 야산 통일신라
4 보살상 + 8 사천왕상/천부상 + 8 비천상
의성 관덕동 석사자 2(보물 202, 2기분실, 경주박물관)

 

 

(19) 고아한 - 아취 - ③ 도자기

고아함을 생각하다보니 청자와 분청사기가 없다...^^ 없는 게 아니라 고아한 백자가 많은 것일테다... 다행이라면 조선이지만,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비교적 전체적인 흐름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 백자를 좋아한 이들의 지향점 혹은 방향에 일측면이나마 일관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문양으로는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매화와 대나무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함께 앞뒷면을 장식하고 있다... 조선 선비들이 그린 고아함의 현현이고, 또는 인성화 대상이 그들이었을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매난국죽 중, 난이 쳐진 도자기가 의외로 적다... 19세기, 김정희 등등 문인화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난초가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의외다... 망우대명 접시는 참으로 한가롭다. 그래서 한국적으로도 꼽아본 명품... 그림 그리기가 좋아서 그런지 편병과 각병들이 많이 등장하고, 너무 과한듯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싯구가 남겨진 자기들도 있다... 예술에서 문자는 자칫 범위를 한정하고 기운을 한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내게는) 없지 않지만, 또 그렇게 만든 이, 쓰는 이의 의도가 진솔하게 드러난 것도 하나의 흐름이겠지... 여기서 특이하게 골라본 것이 삼산뇌문 산뢰와 동자조어문 병, 그리고 포도원후문 호와 양각 십장생문 화형 잔이다... 여백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글과 그림의 명쾌한 의미를 떠나 얼마나 그 깊이에 빠지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골랐다... 
백자 청화 매조죽문 유개 항아리 국보 170 15세기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청화 철화 삼산뇌문 산뢰 보물1056 15세기 개인 조선
백자 청화 망우대명 초충문 잔탁 보물1057 16세기 개인 조선
백자 철화 매죽문 시명 호 보물 17세기 이대박물관 조선
백자 철화 매화문 편병   17세기 개인 조선
백자 철화 국화무늬 편병   17세기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철화 국죽문 편병   17~18세기 서상호 기증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철화 죽문 편병   18세기 이홍근 기증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각호   18세기전반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
조선
백자 청화 죽문 각병 국보 258 18세기전반 삼성미술관리움 조선
백자 청화 죽문 시명 연적   18세기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청화 매죽문 통형 병   18세기 개인 조선
백자 청화 동자조어문 병   18세기후반 개인 조선
백자 청화 철화 포도원후문 항아리   18~19세기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통모양 병
백자 통모양 사각병
  19세기 박병래 기증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양각 십장생문 화형 잔   19세기 개인 조선

 

 

백자 청화 매조죽문 유개 항아리

 

 

백자 청화 철화 삼산뇌문 산뢰

 

 

백자 철화 매죽문 호

말은 삼가지만 능히 천하를 드러내고 烈火燒林虎豹慄 때에 따라 탁하고 맑음을 따르네. 疾雷裂地龍跎驚 몸이 비어 족히 만물을 담을 만하고 中處足容物 질이 희니 천성이 드러나네. 質白見天成

 

백자 청화 동자 조어문 병

 

 

백자 청화 죽문 시명 연적

속이 비어 물을 받아 虛中受水 때에 따라 그것을 내놓아 而時出之 없는 듯하나 쓰임이 있으니 於無有用 도가 아마도 여기에 있구나 道其在玆

 

 

백자 청화 철화 포도 원후문 호

 

 

백자 양각 십장생문 화형 잔

 

 

 

 

포도는 풍요와 겸손, 원숭이는 제후 관직

 

 

 

 

 

(19) 고아한 - 아취 - ④ 그림, 공예

글과 그림, 공예에서는 사람을 먼저 생각했고, 화조 흑매 흑포도 병풍과 서창청공 도에서는 주제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특별한 문양이 없는 서류함에서는 반복되는 일상, 번잡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찾고 싶어했을 고아함이 주는 평온을 생각하며 특별히(?) 골라봤다...
신사임당필 초충도 병풍   16세기중반 오죽헌박물관 조선
신사임당필 초충도   16세기중반 중앙,간송,오죽헌 조선
화조 흑매 흑포도 병풍   17세기 중앙박물관 조선
김정희필 난맹첩 보물1983 1835년경 간송미술관 조선
목제 서류함   19세기 김종학 기증
중앙박물관
조선
조석진필 서창청공 도   19세기말 조속, 송민고필
중앙박물관
조선

 

 

신사임당 초충도

 

 

조속, 송민고필 화조 흑매 흑포도 병풍

 

 

김정희필 난맹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