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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문화유산 - 한국적인 건축 공간과 공예

∐. 序 3. 건축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21) 단아한 - 담백하고 깔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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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건축공간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미감들...

 

(21) 단아한 - 담백하고 깔끔한... ① 석조예술

단아한... 단정하고 아담한... 여기에 담백하고 깔끔함을 섞었다... 그런 석탑과 석등, 그리고 불상을 골라본다... 800년대 초중반... 전륜성왕을 기치로 내걸었던 경덕왕 사후 2세대 - 60여년이 지나는 시점... 규격과 규칙이 무너지고, 경제적 여유와 정치적 안정은 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재촉하게 된다... 그래서 풍요와 향락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존재하며, 전통과 자유는 또 그렇게 상반된 방향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모색하게 되고... 그런 와중에 존재하는 것들이 830년 전후의 정치고, 사상이고, 종교고, 예술이 아닐까 싶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대의와 매타 스토리가 약화된 지점엔 개인의 소유과 일탈이 차지하게 되면서 대중적 공간에서 멀어지고, 기념비적 스케일은 돌보는 이 없어 개인이 소유하고 관상할만한 규모로 축소되고... 단아함은 주요한 미감이지만, 사회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강요일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칼로 비누를 조작하듯 깔끔한 효현동탑, 청순한 여고생처럼 보이는 승소골탑, 10대 아이돌 같은 마스크를 가진 교산동약사불... 깔끔하고 단아하다... 
대구 부인사 삼층석탑과 석등   820년경 팔공산 부인사 통일신라
경주 효현동 삼층석탑 보물 67 840년경 애공사터 통일신라
승소골 삼층석탑   850년경 경주 남산
경주박물관
통일신라
문경 갈평리 오층석탑   930년경   통일신라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 보물 981 977   고려

 

대구 부인사 삼층석탑과 석등

부인사는 삼층쌍탑과 석등 각각 보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만한 수준과 격을 갖췄다고 생각된다... 아쉬운 건 현재의 축대와 건물 배치가 축을 무너뜨려 조금 어지럽지만, 석탑은 전형성에서 돋보이고, 석등은 팔각간주석으로서는 드물게 뛰어나 골랐다... 석등에서 아쉬운 건 화사석이 제 짝이 아니라는 점... 상대 복련석과 지붕돌의 괴임과도 확연한 차이가 있어 제 짝이 아님이 금방 확인되는데, 제대로된 모습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게 즐거운 석등이다... 다만 지붕돌의 팔각 귀가 살짝씩 들려 있어 800년대 초반일지 의문이 있지만, 석탑의 하층기단부 탱주 2개와 각층 지붕돌의 5단 층급받친이 온전히 살아있는 점을 감안하여 동시대로 분류했다... 그리고 하대 복련석과 지대석이 하나의 돌로 되어 있는 초기 형태이고, 복련의 귀꽃이 솟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오히려 특이하다면 배례석의 앙련이다... 저련 문양은 어쩌면 100년전 감산사지와 오히려 비슷하다 할 수 있는데, 어째든 담백하게 처리되어 있어 눈요기가 즐겁다... 석등 기대석 하부의 지대석에도 층급이 있어, 석등에 들여 공력은 석탑은 물론, 팔각간주석 석탑으로는 당대를 대표한다고 생각된다...

 

문경 갈평리 오층석탑

개인적으로는 통일신라말기보다 고려초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문화재청 자료로는 엄연히 통일신라 말로 표기되어 있어 이에 따랐다...상층기단부의 부연이 정교한 사절(경사지게 절단 - 갈평리탑은 약간 곡선을 썼다)로 처리됐고, 하층기단부 괴임이나, 일층몸돌 괴임이 2단 호각형의 전형에서 벗어난 점, 이층몸돌 괴임이을 비롯해 각층 지붕돌의 괴임이 사라진 점, 지붕돌 층급이 낙수면보다 높고, 낙수면과 층급받침의 단부가 두터워진 점등이 통일신라의 틀을 벗어나 고려에 가깝다고 보는 게 내 생각이다... 다만, 지붕돌 하부가 완벽한 직선을 이뤄 통일신라의 기풍이 온전히 살아있고, 각층 몸돌은 온전한 안쏠림이 적용되어 기본에 매우 충실한 복고풍 느낌도 있고, 기단부를 제외한 탑신부만 본다면 정림사탑의 비례도 생각날만큼 안정되고 세련된 비례를 갖추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전성기 때 군사-행정-물류 이동에 가장 빈번했을 문경지방에서 저물어가는 통일신라의 국력을 안타까워한 -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은퇴한 노년의 - 아직 꺾이지 않는 기개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어 재밌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깔끔하다... 단정하고 아담하다...

 

 

 

 

(21) 단아한 - 담백하고 깔끔한... ② 건축

역시 비교적 규모가 크지않고, 장식과 치장보다 건실한 구조와 균형잡힌 짜임새가 돋보이는 건축물들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팔작지붕과 다포계가 밀리고 주심포와 맛배지붕 건축들이 우선 선택됐다... 개목사 원통전과 봉정사 화엄강당은 100여년의 시차가 있음에도, 모본의 영향력일지 동일한 지역에 전승된 기술의 편린일지 모르겠지만, 외부에 노출된 평주에 창방이 곧바로 뚫고나오고 그 위에 주두가 설치돼, 기둥이 매우 짧아 보이고, 답답하지만 탄탄한 느낌이 먼저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주심포작과 연결되면 한송이 연꼿처럼 화사한 자태로 완성되니 참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짝으로 골라봤고(봉정사 화엄강당 포함여부로 고민이 길었다...^^), 도갑사 해탈문과 청평사 회전문도 앞선 예 처럼 비슷한 구조에 담백한 미감이 앞선 출입문이다... 도산서원 동서재와 무량사 청한당은 복원의 절제미를 보여주듯 담백한데, 사각기둥을 사용해 격을 낮췄지만, 전퇴와 면분할을 활용해 볼륨을 효율적으로 구획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한 점이 돋보였다... 그리고 대곡사 조사전은 워낙 균형과 비례가 좋은 건축물인데다, 이전 부재를 잘 활용해 차분하고 정갈하면서 - 담백하고 깔끔한 미감이 돋보여 택했다... 마지막 낙안향교 동서무는 개목사 원통전과 반대로 창방에 뜬장혀없이 도리와 큰 높이 차이를 둔데다, 외출목도리 없이 홑처마임에도 볼수록 씸플하고 담백한데다, 균형과 비례도 정말 좋아 보여 꼽았다... 이 건물은 조금 더 살펴본다...      
안동 개목사 원통전 보물 242 1457 천등산 서후면
봉정사 북동쪽
조선
영암 도갑사 해탈문 국보 50 1473 군서면 월출산 조선
춘천 청평사 회전문 보물 164 1555 북산면 오봉산 조선
안동 도산서원 동·서재
                           진도문
  1574, 1969년 복원 조선
안동 봉정사 화엄강당 보물 448 1588년 중수 서후면 천등산 조선
의성 대곡사 조사전   1605 다인면 비봉산 조선
순천 낙안향교 동·서무   1658 낙안면 복원
부여 무량사 청한당   2007년 복원 외산면 만수산  

 

 

안동 개목사 원통전

의상대사가 도를 깨우쳤다는 천등굴이 있어 천등산 개목사지만, 본래 개목산 흥국사였던 절이름을 산이름에 맞춰 개목사로 바꿨는데, 산이름이 천등산이 되면서 개목은 절이름으로만 남았다... 오락가락한다...^^ 건물은 관룡사 극락전이나 봉정사 고금당 이상의 가분수고, 전퇴를 뽑아낸 솜씨는 장흥향교 대성전이 살짝 연상된다... 특히 전면 낙수면이 후면 낙수면보다 월등히 긴데, 찬찬히 뜯어보면 측면 1칸짜리 건물에 전퇴 1칸을 추가하면서 전면 낙수면만 길어진 느낌이다. 결국 후면으로는 외출목도리가 하나가 나가고, 전면으로는 퇴칸이 생기고 그 부정형이 그대로 구조가 되었다. 일단 그래서 재밌다...^^ 문제는 전퇴1칸이 추가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을 거라는 점. 그래서 외부 평주에 내부 고주가 아닌 외부 퇴칸의 기둥이 처음부터 짧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래서 또 재밌고... 조선 초기로는 드물게 법당건물인데 온돌방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연도를 확인하지 못해 그건 잘 모르겠고... 세번째로 말하고 싶은 건 전면에 노출된 기둥 위 주심포 구조가 너무 예쁘다... 주변 연밭에 핀 연꽃처럼... 연한 배흘림이 있다는데 그건 잘 눈에 안 띠고, 주심포의 횡방향 첨차는 항상 힘이 있어 보이는데다, 조선초기 살미-제공으로는 드물게 하늘 위로 뻗쳐 올라간 살미는 한송이 연꽃처럼 활짝 핀 것처럼 보여 예쁘다... 내가 꼽는 포인트... 전체적으로는 깔끔하다... 

 

 

영암 도갑사 해탈문

 

 

안동 도산서원 동 · 서재와 진도문

 

 

 

안동 봉정사 화엄강당

 

 

순천 낙안향교 동 · 서무

낙안향교 동서무는 재밌는 건물이다. 단청이라 해야할지, 페인트칠이라 해야할지 서무의 노란색과 동무의 하늘색 칠의 대비도 재밌고, 무엇보다 건물의 구조가 정말 재밌다... 하앙구조가 아니고 외출목도리가 없음에도 제주도나 일본처럼 처마가 깊고, 또 그런 이유로 포작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건물이 매우 담백해 보인다... 또 충분히 가려진 속에서 초익공 양식이어서 구조가 매우 단조로운데 1단 첨차가 힘있게 나와 강건한 이미지도 살아있는데다, 기둥이 불쑥 솟은 거 같아 상큼한 느낌도 있다... 전면 2칸에 측면 1칸... 매우 단조로운 작고 단조로운데다 맛배지붕으로 변화의 여지가 극도로 절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서무는 서무대로 탄탄하고, 맛배지붕으로는 드물게 굴도리에 4주의 활주를 건 동무는 동무대로 뭔가 격식이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전퇴도 없고, 장혀도 없고, 외출목도리도 없고, 홑처마고, 맛배지붕인데 참신하고 신선하며 상큼하기도 하다... 비례와 균형이 완벽에 가깝기 때문일 게다... 여기에 판벽에 비례상 1/4에 가까운 좁은 판문을 달아 깜찍한 느낌까지 살아있어 정말 정말 뜯어보면서 즐길 요소가 많다... 멋있다...    

 

 

 

 

 

(21) 단아한 - 담백하고 깔끔한... ③ 도자기

단아한 도자기하면 너무 광역의 의미여서 역으로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격조와 품위 / 정연함 / 세련되고 맵시있는 / 고아한 아취 / 정갈하고 차분한 / 곱고 깜찍한... 등과 차별성을 고려한다는 것도 어려웠고... 어쩌면 나는 위계를 두고 네거티브 - 마이너스로 접근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고른 도자기들이다. 일단 규모는 약간 작은 거... 문양은 절제 혹은 배제된 거... 선과 색은 최상급이지만, 되도록 전통 혹은 정통에 가까울 것... 등이 그나마의 기준이었다... 먼저 순청자와 순백자 병은 생각보다 적었다. 눈에 확 띠는 것이... 청자병은 중앙박물관, 이대박물관, 영국  피츠윌리엄박물관 등 정도일까... 같은 순청자나 음-양각 정도의 문양을 갖춘 백자병도 마찬가지. 다만 백자병이 더 두툼하다. 목도 짧고, 구연부는 훨씬 굵고... 아마 이 지점이 고려와 조선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 비교해 본다... 백자 항아리는 좋은 빛깔을 가진 게 적지 않지만, 여기서는 크기를 위주로 골랐고, 장군과 편병은 15, 16세기 작품에서 골랐다... 그리고 19세기에 다시 청화 백자가 유행하고, 또 시대로 그리 멀지 않아 사대부와 왕실에서 사용한 기물들도 많이 남아 있지만 그중 두가지 문양을 골라봤다...
청자 병   12세기 개성출토
중앙박물관
고려
백자 장군   15세기 삼성미술관리움 조선
백자 병 보물1054 15~16세기 옥호춘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항아리   15~16세기 광주 관요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편병   16세기 개인 조선
백자 양각 매죽문 병   19세기 호림박물관 조선
백자 청화 매봉문 유병   19세기 호림박물관 조선
백자 청화 칠보화문 병   19세기 호림박물관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