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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문화유산 - 한국적인 건축 공간과 공예

∐. 序 3. 건축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23) 의연하고 준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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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건축공간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미감들...

 

의연하고 준수함을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경주 미탄사지 삼층석탑과 담양 남산리 오층석탑이다...

그렇지만 이 석탑들은 이미 앞서 소개한 바 있고,

아무래도 하나의 유산을 전체적으로 음미하는 것보다

중복된 미감을 제하고 그 중 주요하게 부각되는 미감을 위주로 찾다보니 한계가 있다.

이건 의연하고 준수함이란 챕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분류의 한계이자 문제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의연함... 굳센 의지와 빼어난 자태를 함께 갖춘...

그러다보니 자주 찾기 어려운 석조물과

크게 주목 받지 못한 건축물들이 골라졌다...

그럼에도 충만한 기운들이 느껴지고,

멋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미감에 어울리는 기품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정연함과 당당함, 차분함 등이 섞여 있어

절제된 가운데서도 상큼한 기운이 배어 나오는 기물들이다...

그리고 사족으로 하나의 공통점을 더 꼽으라면, 젊게 느껴진다는 점...

그런 미감으로 골랐다...

 

(23) 의연하고 준수함... ① 석탑 등

봉암사탑과 평화동탑은 별도로 소개할 수 있어, 삼가동 당간지주에 대해서만 첨언한다면 ; 전체적으로 불국사 당간지주의 기품을 그대로 이어받은 당간지주로 같은 지역인 영주 숙수사지 당간지주와 비슷한 느낌이다... 숙수사지에 비해 조금던 정제된 느낌... 측면의 굴곡도 선명하며, 상부의 2단 굴곡의 호선이 조금 더 커, 상승감도 돋보인다... 멋있는 당간지주다...
영주 삼가동 석조당간지주   8세기 소백산 비로사 통일신라
문경 봉암사 삼층석탑 보물 169 820년경 희양산 통일신라
안동 평화동 삼층석탑 보물 114 830년 전후 옥동 통일신라

 

 

문경 봉암사 삼층석탑

일년에 한번밖에 친견할 수 없는 봉암사... 그것도 석가탄신일 하루에 불과하니 그 날 날씨에 좌우되고, 주변의 연등으로 인해 오롯이 감상하기엔 거추장스런 장치들이 많다...단층기단에 전성기 석탑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모두 살아있다... 직선에 가까운 지붕돌 낙수면과 5단 층급받침, 아직까지는 넓이보다 높이가 큰 일층몸돌, 2단 층급의 노반과 무엇보다 반가운 원형의 상륜부... 약화된 요소들도 있다. 낮아진 일층몸돌 괴임과 기단부 갑석의 부연 등이 그렇다... 대웅전을 비켜난 금색전, 보조공간에서 뒤로 희양산과 전면의 절산을 배경으로 요사채와 강당, 범종각 등의 호위를 받고 있다면, 당초 가람배치에서 중심공간은 이쪽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상당히 넓은 마당에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워낙 자태가 빼어나고 정연해 가람배치의 중심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잘생겼고, 당당하다...

 

 

안동 평화동 삼층석탑

도심 한가운데, 본래의 가람배치를 추정하기 힘든 공간에 남아있는 석탑이다... 아직 800년대 초반이어선지 규모도 있고, 주변 단층집들과 비교 때문인지, 공간을 꽉 채워 보일 정도의 규모가 살아있다... 문비가 간략하게 생략되었고, 각층 몸돌의 우주(기둥)가 얕게 모각되어 탄탄함과 정연함이 떨어진다. 상층 기단부 갑석이 지붕돌처럼 약한 경사를 이뤘고, 하층기단부는 제짝이 아닌듯 비례에 맞지 않다... 특히 하층기단부의 갑석 같은 괴임돌을 보면 애초 문경 봉암사탑이나 직지사에 있는 문경 도천사지탑과 같은 단층기단부 석탑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넉넉한 기단부에 2개의 탱주, 급격히 줄인 2~3층 지붕돌로 인한 상큼한 상승감, 그리고 몸돌에 비해 충분히 넓게 빼낸 지붕돌 처마로 인한 시원함 등이 돋보이고, 약한 경사에 살짝 들어올린 기단부 갑석의 귀솟음이 한편으론 우아하고 세련되게 다가온다... 또 후대에 추가됐을 하층 기단부 면석에는 안상이 새뜻하게 음각되어 있다... 6m에 가까운 당당한 크기에 날개를 활짝 펴듯 시원한 체감과 안정감을 모두 살린, 멋진 석탑이다...

안동 평화동 석탑의 1933년 모습이다... 저 상태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저렇게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게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고, 또 기울어지고... 그렇게 버티고 버텨서 1000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이 탑에 대한 애정이, 애착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우리는 그런 세월을 보고 있다... 존재하는 그 자체가 감동일지도...

 

 

 

(23) 의연하고 준수함... ② 건축

내가 고른 의연하고 준수한 건축에는 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또 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은 건축들이 포함되어 있다... 내 느낌을 가지고 고른 거니까... 그중 별도로 사진을 올리지 않은 옥산서원 역락문과 흥암서원 외삼문, 그리고 흥국사 법왕문은 지정여부와 무관하게 내겐 무시할 수 없는 감흥으로 다가오는 건축물들이다... 옥산서원 역락문은 자태도 자태지만, 일단 공간적 배치가 탁월하다. 세심대를 거쳐 무변루를 만나기 전 옥산서원의 내외 경계를 가르는 외삼문이 역락문인데, 현재 이 삼문까지의 주요 출입동선이 남쪽 측면임을 고려해 역락문은 담장을 기준으로 밖으로 돌출되어 있으며, 또 월대처럼 기단부도 함께 돌출시켰다(이는 예전 사진을 봐도 그렇다)... 그리고 평삼문에 가운데에 판벽을 설치하여 문을 두고, 장식이 배제된 홑처마에 포작없는 민도리양식인데, 규모에 비해 굵은 원형기둥을 사용하여 상당한 짱짱하고 강건하게 보인다. 특히 도리방향 측면의 뺄목에서는 첨차처럼 살짝 들어올린 곡선이 뚜렸해  산뜻한 눈맛도 준다... 흥암서원 외삼문은 같은 솟을삼문 중 독락당 솟을삼문만큼 돋보이는 삼문이다... 역락문과 반대로 담장 경계벽 안쪽으로 삼문을 만들었는데, 전체적으로는 낮고 넓게 만들었다... 어칸에는 원형기둥을, 측면에는 사각기둥을 사용하고 보 방향으로만 중인방을 두었는데, 간결하고 담백하면서도 매우 꽉찬 느낌을 준다... 판벽이 없는 판문만 설치되었지만, 검박하고 담백하지만, 서원에 들어서는 손님과 유생들에게 옷매무새로 가다듬는데 충분한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흥국사 법왕문은 잘 생겼다... 이익공에 출목도리를 빼내 높은 격식을 갖췄고, 전체적인 비례와 규모에서 매우 엄정한 기운 가졌다... 굳센의지와 뛰어난 자태를 가진 미감으론 남계서원 사당과 함께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건축물이다... 그리고 여기에 경주 불국사의 일주문과 불이문, 부여 무량사 일주문을 추가한다...

 

순천 송광사 하사당 보물 263 1400년대 조계산 조선
경주 옥산서원 역락문
1572 어래산, 자옥산, 자계천
함양 남계서원 사당, 전사청
1612년 중건 수동면 원평리 조선
고창 선운사 영산전
1614 선운산(도솔산) 조선
목조 삼존불상(1821)
보은 법주사 원통보전 보물 916 1624 속리산 조선
영덕 장육사 대웅전
1677년 중수 운서산 갈천리 조선
상주 흥암서원 외삼문
1702 연원동 조선
여수 흥국사 법왕문
1815년 중수 1624년 영취산 조선
부산 기장향교 풍화루
1628년 개조, 1855년 중건 조선
경주 불국사 일주문, 불이문



부여 무량사 일주문



 

 

 

 

 

 

 

순천 송광사 하사당

 

 

함양 남계서원 사당과 전사청

 

 

고창 선운사 영산전

 

 

보은 법주사 원통보전

 

 

영덕 장육사 대웅전

 

 

부산 기장향교 풍화루

 

 

경주 불국사 일주문과 불이문

 

 

부여 무량사 일주문/광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