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序
3. 건축공간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미감들...
곱고 깜찍한 유산들을 찾다보니
아무래도 크기도 작고, 색감도 고운 도자기로 한정되는 거 같다...
도기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마두식 각배 - 뿔잔의 말머리만큼 깜찍한 게 있을까 싶어 하나만 골랐다.
그리고 곱다는 미감에 한정했던 챕터에 깜찍함이 부연된 것은
전적으로 이 도기와 뒤에서 나오는 장군분청사기 때문이다...
청자는 아무래도 문양이 본격화된 상감청자 이전 것들이 골라졌다.
순청자와 모양으로 승부하던 12세기 전반기 작품들과
서서히 문양이 생기기 시작할 때의 음각, 양각,
그리고 상감청자의 탄생 이후 새롭게 부상한 투각청자에서 몇점을 골랐다.
분청사기는 아무래도 자유분방하고 장난스러운 익살로 대변되지만,
분청사기 초기 작품들은 청자의 기품과 문양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었다.
그 중 상감 어문 매병은, 분청사기의 색감이 얼마나 고울 수 있는지,
청자와 백자와는 또다르면서, 그 내부에서도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백자는 기품있는, 정연한, 세련된 맵시, 고아한, 단아한 - 담백하고 깔끔한,
그리고 앞으로 소개할 정갈하고 차분한 미감과 그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
심지어 전시의 목적과 조명은 물론, 그날 -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색감을 기본 테제로 골랐다...
그리고 이들은
'주머니속에 가지고 다니고 싶은...' 이라는 공통점도 있을 거 같다.
운학문 청자매병과 어문 분청사기매병이 좀 크기는 하지만...
(24) 곱고 깜찍한... ③ 도자기 - 도기 / 청자
도기 말머리장식 뿔잔 | 보물 598호 | 5세기 | 부산 복천동 동아대박물관 |
삼국 |
청자 병 | 12세기 | 영국 피츠윌리암 박물관 |
고려 | |
청자 복숭아모양 연적 | 보물1025호 | 12세기전반 | 삼성미술관리움 | 고려 |
청자 오리모양 연적 | 국보 74호 | 12세기전반 | 간송미술관 | 고려 |
청자 음각 연화문 병 | 12세기 | 중앙박물관 | 고려 | |
청자 투각 연당초문 붓꽂이 | 보물1932호 | 12세기 | 중앙박물관 | 고려 |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 보물1869호 | 12~13세기 | 중앙박물관 | 고려 |
청자 상감 국화문 병 | 13세기초 | 호림박물관 | 고려 | |
청자 상감 모란연화문 사이호 | 13세기초 | 호림박물관 | 고려 |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24) 곱고 깜찍한... ③ 도자기 - 분청사기 / 백자
분청사기 상감 어문 매병 | 보물 347호 | 15세기초 | 중앙박물관 | 조선 |
분청사기 박지 모란연어문 장군 | 15세기 | 호림박물관 | 조선 | |
백자 양이잔과 받침 | 15세기 | 역사박물관 | 조선 | |
백자 호 | 15세기 | 호림박물관 | 조선 | |
백자 연적 | 15~16세기 | 김포운양동 중앙박물관 |
조선 | |
백자 편병 | 16세기 | 호림박물관 | 조선 | |
백자 호 | 16세기 | 개인 | 조선 | |
백자 찻 주전자 | 19세기 | 중앙박물관 | 조선 | |
백자 산모양 향꽂이 | 19세기 | 중앙박물관 | 조선 | |
백자 양각 재명 매죽문 선형필세필가 |
19세기 | 분원리 관요 이대박물관 |
조선 | |
백자 청화 수파문 팔각병 | 19세기 | 개인 | 조선 |
분청사기 상감 어문 매병
백자 양각 재명 매죽문 선형 필세필가
전서체로 양각된 글씨를 가진
부채모양, 가는 붓을 빨고 꽂아서 말리는 기능의 백자다...
색감도 좋지만, 일단 뜻이 너무 유쾌하고, 당당해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 붓을 꽂는 위쪽에는 '含英咀花(함영저화)'
꽃을 머금고 씹으며 음미한다라는 뜻으로,
앞에는 고전의 진한 향기 / 중국의 고문물 등의 대상이 생략되어 있다.
* 측면 양쪽에는 '硏滴(연적)'과 '墨海(묵해)'가
이화여대박물관에서는 사진의 오른쪽을 연적이 아닌 硏池(연지)라 소개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왼쪽의 바다 海에 대비되는 말로 물방울 滴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 소개한다...
* 그리고 가운데는 '水不在深有龍則靈(수부재심유용즉령)'이 전서체로 양각되었는데,
뭍이 깊지 않다고 하여도 용이 머문다면 신령스러운 것이다는 뜻이다...
결국 도룡뇽처럼 붙어 있는 것은 용이고, 그래서 이 물통은 용이 목욕해도 좋을 큰 곳이고, 또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높이 3.3cm의 크기에 담은 그 뜻...ㅎㅎㅎ
참고로, 용 밑에 구멍은 붓을 꽂는 곳과 이쪽 용이 목욕하는 통과 연결된 구멍이고,
또 참고로, 필가구명쪽으로 용머리가 살짝 - 아주 살짝 보이는 것도 감상의 포인트...
* 부채 바깥쪽 볼록한 호선에는 暗香(암향), 虛心(허심)과 매화와 대나무가 양각되었다.
은은한 매화향기와, 대나무처럼 비워진 마음을 뜻하겠지...
* 이 백자는 석봉이 만들었고, 우석이 썼고, 고사가 그렸단다...
을미년, 1835년 혹은 1895년 유월 상순 비 내리는 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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