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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문화유산 - 한국적인 건축 공간과 공예

∐. 序 3. 건축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24) 곱고 깜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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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건축공간과 공예

      3) 내가 좋아하는 미감들...

 

곱고 깜찍한 유산들을 찾다보니

아무래도 크기도 작고, 색감도 고운 도자기로 한정되는 거 같다...

 

도기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마두식 각배 - 뿔잔의 말머리만큼 깜찍한 게 있을까 싶어 하나만 골랐다.

그리고 곱다는 미감에 한정했던 챕터에 깜찍함이 부연된 것은

전적으로 이 도기와 뒤에서 나오는 장군분청사기 때문이다...

 

청자는 아무래도 문양이 본격화된 상감청자 이전 것들이 골라졌다.

순청자와 모양으로 승부하던 12세기 전반기 작품들과

서서히 문양이 생기기 시작할 때의 음각, 양각, 

그리고 상감청자의 탄생 이후 새롭게 부상한 투각청자에서 몇점을 골랐다.

 

분청사기는 아무래도 자유분방하고 장난스러운 익살로 대변되지만,

분청사기 초기 작품들은 청자의 기품과 문양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었다.

그 중 상감 어문 매병은, 분청사기의 색감이 얼마나 고울 수 있는지,

청자와 백자와는 또다르면서, 그 내부에서도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백자는 기품있는, 정연한, 세련된 맵시, 고아한, 단아한 - 담백하고 깔끔한, 

그리고 앞으로 소개할 정갈하고 차분한 미감과 그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

심지어 전시의 목적과 조명은 물론, 그날 -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색감을 기본 테제로 골랐다...

 

그리고 이들은

'주머니속에 가지고 다니고 싶은...' 이라는 공통점도 있을 거 같다.

운학문 청자매병과 어문 분청사기매병이 좀 크기는 하지만...

 

 

 

(24) 곱고 깜찍한... ③ 도자기 - 도기 / 청자

같은 복숭아모양 연적이지만 조선시대 - 백자(진사채)연적 등과 비교하면 재미있을 청자연적은 색감이 너무 곱다... 여기에 청자병, 음각 연화문병 모두... 그중 색감으로 가장 돋보이는 건 운학문 매병이다... 오리모양 연적도 여러점이 있지만, 여기서는 국보로 지정된 작품을 골랐고, 투각 붓꽂이는 세련된 기품과 멋이 있지만 작아서 이쪽으로 분류했고, 국화문병과 사이호 역시 작고 아담한 크기에 고운 자태여서 꼽았다...
도기 말머리장식 뿔잔 보물 598 5세기 부산 복천동
동아대박물관
삼국
청자 병
12세기 영국 피츠윌리암
박물관
고려
청자 복숭아모양 연적 보물1025 12세기전반 삼성미술관리움 고려
청자 오리모양 연적 국보 74 12세기전반 간송미술관 고려
청자 음각 연화문 병
12세기 중앙박물관 고려
청자 투각 연당초문 붓꽂이 보물1932 12세기 중앙박물관 고려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보물1869 12~13세기 중앙박물관 고려
청자 상감 국화문 병
13세기초 호림박물관 고려
청자 상감 모란연화문 사이호
13세기초 호림박물관 고려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매병의 당당함 또는 우아함을 빼고, 조금 더 부드럽고 고운 색감에 치중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구름무늬 - 영기문도 다섯번 이상의 굴곡이 있어 상감청자의 초기 - 12세기 중반을 넘지 않을까 생각되고... 구연부와 받침에는 뇌문을 새겼는데, 그 작은 디테일의 깜찍함이 전체적으로 허허로운 문양의 자유분방함을 지긋이 붙잡고 있다... 

 

 

 

 

 

 

(24) 곱고 깜찍한... ③ 도자기 - 분청사기 / 백자

상감어문 매병은 색감이 워낙 고와서, 모란연어문 장군은 깜찍한 느낌에(색감도 멋있고, 고급스럽다...) 분청사기 두점을 골랐다... 그리고 백자는 대부분 순백자나 모양이 강조된 작품들로 청자와 비슷한 기준에서 골랐다... 작거나 큰 차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백자 빛감을 깨끗한 흰색, 우아한 흰색, 투명한 흰색으로 나눠도 욕먹지 않을까? 그런 색감을 가지고 작지만 좋은 작품들을 골랐다... 여기에 글씨 등이 표현된 도자기나 회화가, 그 의미로 인해 감상의 폭이 한정적으로 규정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필세필가 백자를 한점, 그리고 청화백자에서도 한점씩을 골라봤다... 두점다 크기와 기능을 뛰어넘는 커다란 뜻이 느껴져서다. 필세필가는 그 작은 물통에 용 한마리를 담았고, 수파문 팔각병은 바다를 몽땅 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청사기 상감 어문 매병 보물 347 15세기초 중앙박물관 조선
분청사기 박지 모란연어문 장군
15세기 호림박물관 조선
백자 양이잔과 받침
15세기 역사박물관 조선
백자 호
15세기 호림박물관 조선
백자 연적
15~16세기 김포운양동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편병
16세기 호림박물관 조선
백자 호
16세기 개인 조선
백자 찻 주전자
19세기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산모양 향꽂이
19세기 중앙박물관 조선
백자 양각 재명 매죽문
선형필세필가

19세기 분원리 관요
이대박물관
조선
백자 청화 수파문 팔각병
19세기 개인 조선

 

 

분청사기 상감 어문 매병

위에서 소개한 운학문 청자 매병보다 더 유려하게 어깨를 내렸다... 도자기를 꽉채운 문양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색감은 신비스러울만치 곱다...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백자 양각 재명 매죽문 선형 필세필가

전서체로 양각된 글씨를 가진

부채모양, 가는 붓을 빨고 꽂아서 말리는 기능의 백자다...

색감도 좋지만, 일단 뜻이 너무 유쾌하고, 당당해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 붓을 꽂는 위쪽에는 '含英咀花(함영저화)' 

꽃을 머금고 씹으며 음미한다라는 뜻으로,

앞에는 고전의 진한 향기 / 중국의 고문물 등의 대상이 생략되어 있다.

 

* 측면 양쪽에는 '硏滴(연적)'과 '墨海(묵해)'가 

이화여대박물관에서는 사진의 오른쪽을 연적이 아닌 硏池(연지)라 소개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왼쪽의 바다 海에 대비되는 말로 물방울 滴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 소개한다...

 

* 그리고 가운데는 '水不在深有龍則靈(수부재심유용즉령)'이 전서체로 양각되었는데,

뭍이 깊지 않다고 하여도 용이 머문다면 신령스러운 것이다는 뜻이다...

결국 도룡뇽처럼 붙어 있는 것은 용이고, 그래서 이 물통은 용이 목욕해도 좋을 큰 곳이고, 또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높이 3.3cm의 크기에 담은 그 뜻...ㅎㅎㅎ

참고로, 용 밑에 구멍은 붓을 꽂는 곳과 이쪽 용이 목욕하는 통과 연결된 구멍이고,

또 참고로, 필가구명쪽으로 용머리가 살짝 - 아주 살짝 보이는 것도 감상의 포인트...

 

* 부채 바깥쪽 볼록한 호선에는 暗香(암향), 虛心(허심)과 매화와 대나무가 양각되었다.

은은한 매화향기와, 대나무처럼 비워진 마음을 뜻하겠지...

 

* 이 백자는 석봉이 만들었고, 우석이 썼고, 고사가 그렸단다...

을미년, 1835년 혹은 1895년 유월 상순 비 내리는 날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