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끔씩 이마트에 간다.
사진 맡기러, 과일 사러, 요구르트 사러...
그리고 세수대야 사러...^^
사진을 맡기고 시간이 남아 책을 찾는다...
엉뚱하게 두 개의 CD를 샀다.
하나는 모던 타임즈, 그리고 또 하나는 닥터 지바고...
며칠인지는 모르지만 닥터 지바고를 듣는다...
그리고 다시 한참을 빠져든다...
영화 속에, 상념 속에, 그리고 음악 속에...
참 어떻게 영화를 봤나 싶다...
처음 본 게 언제였을까?
고등학생 때?
아마도 그 때였을 듯싶다...
대학생활을 하고 나서 다시 본 것 같고...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소위 사회에 나와서 또 본 것 같고...
그리고 이번에 삭제되지 않은 전체를 처음 본 것 같다...
2.
으음~~~
지바고...
어렸을적에는 낭만과 자연을...
대학생때는 러시아 혁명과 사랑을...
그리고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본다...
1920년대...
러시아...
의사...
시인...
그리고 사랑과 삶...
1905년 피의 화요일에서부터
1914년 1차 세계대전,
1918년 러시아 혁명
1920년 러시아 내전
그리고 스탈린의 집권과 시베리아 개척...
그 시대를 살아간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모든 사람들의 모습...
지바고의 일생을 통해...
3.
발랄라이카의 애틋하면서도 가슴저며오는 선율에
눈 덮인 시베리아의 시원하고 광활한 자연에
공허하게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바라보며 그냥 그렇게 듣는다...
라라 테마...
삶을 생각하며...
완성되지 못함을 생각하며...
선택할 수 없음을 생각하며...
이런 게 음악인데...
이런 게 인생인데...
이런 게 시인데...
주인공을 떠나고
남녀를 떠나고
역사와 사회를 떠나고
시비와
선악과
행불행을 넘어서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남기는지 모두 잊어버리고 앉아 있다...
4.
나의 삶이 이 순간에 남아있고
나의 호흡이 이 공간에 숨 쉬고 있고
나의 마음이 음악의 선율을 타고 있다.
가볍지만 어지럽지 않고
무겁지만 거부감이 없고
아프지만 쓰라리지 않게...
그렇게 음악을 듣는다...
아쉬움과 애절함마저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면...
황량하고 광활함마져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면...
부족하고 안타까움까지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면...
그게 삶이고 사랑이고 시일텐데...
ㅎㅎ 역시 나는 쁘띠부루주아...
5.
이젠 정리할까?
지바고와 빅토르, 그리고 스트렐니코프...
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토냐와 라라...
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닥터 지바고의 이야기...
내 이야기다...
그 사람들이 이야기...
그 세 사람이 내게 있고
그 두 사람이 내게 있다...
조금도 다르지 않게
꼭 그만큼...
나의 선택과 사랑과 그리고 내 삶이 모두 담겨있다...
여전히 소중한 영화다...
* 뎀님 ; 라라테마뮤직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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