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감은사탑
<99년 ; 늘 고대하면서도 정작 감은사지에 도착할 때는 해가 질 무렵이다... 언젠가는 일출을...>
색시, 감은사탑 사진들 좀 찾아봐... 왜?
하늘이 파래?... 아니...
그럼 빨리 가야지... 해가 남아 있을 때...
많이 달라졌다.
길도 넓어지고, 몇몇 부재들도 바뀌고,
게다가 그렇게 우려하던 보호철책도 생기고... ; 내 이럴줄 알았어...
그리고 이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보다, 애써 찾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감은사탑의 재보수후 기단부 판석이 깨지고 있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비용의 문제로 기단부 내에 잡석채움의 부실로
자중을 이기지 못해 균열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나도 건설하는 사람이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윤추구엔 양식도 정신적 가치도, 역사적 예술적 소중함도 무관하다?!
문화재 관리의 행정과 공사의 수준이 이렇다면,
다음에 이 자리에 서서 나는 또 무엇을 한탄해야할까?...
<96년 ; 동탑과 서탑을 번갈아가며 보수를 하던 모습... 손을 댈수록 멀어지고 부실해진다면...>
사실 경주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석굴암, 감은사탑, 그리고 불국사만큼 쓰기 어려운 곳도 없다.
너무나 유명하고, 너무나 많은 자료가 넘칠 만큼 사랑 받는 유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첫 경주답사기를 쓸 때의 감상을 아직 간직하고 있고...
장대하고 훤칠한...
거대하고 위엄 있는 품새가 사람을 압도하는...
웅장하고 엄숙하며 안정된...
기운차고 견실하며, 장중하면서도 질박함을 잃지 않는 위대함...
무수한 찬탄과 예찬을 넘어서는 우리의 - 신라의 위대한 문화유산 ; 감은사탑...
<실패한 사진 ; 철주가 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래서 재미있는 사진...>
<멀리서 삼층 옥개석을 보면 버섯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사무라이의 투구가 생각나기도...^^>
무굴제국 샤 자한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친 백색의 무덤 타지마할
타지마할 대부분의 사진은 프레임이 일정하다 ; 연못에 비친 모습...
건축가 김석철씨는 바로 그 자리가 샤 자한이 22년 동안 앉아 있던 곳이라고 주장한다.
즉 가장 완벽한 형태를 갖추게끔 보이는 곳이 바로 그곳...
그래서 나도 탑이나 건축물을 볼 때 공간적인 거리에서 오는 변화를 즐긴다.
그리고 총감독이 항상 있었을 자리를 찾아본다.
거리의 원근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정림사지 오층탑이다.
전반적인 이미지가 우아함과 경쾌함만으로 대변되지만
1m 이내, 5보, 9보... 가까운 거리에서 느끼는 중압감과 위엄은 정말 대단하다.
한없이 사람을 작게 만드는 당당함과 거대함에 깜짝 놀랠 정도였다.
또 50보를 넘어 100보 가까이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게 되고...
<정림사지탑 ; 이 탑만큼 변화무쌍한 탑은 없을것... 장중함과 가녀림을 동시에 가진...>
감은사지탑과 고선사지탑을 볼 때 역시 공간의 변화를 즐긴다.
이 탑들은 어느 정도의 거리가 가장 적절할까?
22. 감은사탑, 고선사탑
불국사 대웅전 영역에서는
석가모니불 - 다보탑 - 석가탑이 정삼각형을 그리며 배치되어 있고
그 비교적 가운데에 석등과 봉루대가 위치하지만,
감은사지의 가람배치는 불국사 건립 전기여서 그런지
쌍탑의 간격에 비해 금당터까지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즉 전면으로는 충분한 공간적 여유가 없이 축대(당시엔 회랑)로 마감 돼있다는 말이다.
탑의 규모에 비해 많이 답답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역시 이 탑들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끔 강제-연출 되어 있다.
즉, 장중함에 첫째 미감을 맞췄는지 모른다.
진평왕, 선덕여왕, 진덕여왕, 태종무열왕까지의 급박한 국내외 정세...
이제서야 강력한 중앙집권이 통일전쟁과 함께 마무리된 100여년의 기간을
문무왕과 신문왕은 과거의 상처를 수습하면서
새로운 힘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정립한다.
다시 내물왕의 방계가 등장하는 원성왕까지의 100여년...
<고선사탑 ; 거의 같은 크기와 비례를 가졌으면서도 너무나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자신감과 포용력,
승리의 기쁨과 패자에 대한 배려,
과거에 대한 존중과 미래에 대한 확신...
감은사지 탑과 고선사지 탑에 깃든 장중함의 의미일까?
<햇살이가 돌이 안되었을때... 저만한 크기의 탑이 흐트러지지 않는 비례와 안정감을 가지고...>
그렇다고 멀리서 이 탑들의 미감이 깨지는 건 아니다.
찰주까지 13m가 넘는 규모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
또한 각층의 옥개석은 목조건축에서나 쓰는 반턱이음을 층마다 엇갈려 적용하여
구조적인 단점을 보완하면서 미감의 흐트러짐이 없게 배려되어 있다.
세심함이 뒷받침된 장중한 스케일...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에 생동감 넘치는 흡입력...
그렇다면 감은사탑과 고선사탑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고선사탑 ; 이 각도의 사진을 나는 싫어 한다. 단지 왜곡이 적고 안정적이고 설명적일뿐...>
1층 몸돌에 고선사탑에 있는 문모양의 장식이 감은사탑에는 없고
감은사탑은 철주로 완전하게 마감되어 있지만
고선사탑은 노반위에 복발과 앙화가 있다.
그렇다면 고선탑에는 석가탑 처럼
보륜, 보개, 수연, 용차, 보주, 찰주로 이어지는 완전한 상륜부가 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훨씬 장식적이며, 전혀 다른 미감을 가졌을 것 같은데?......
<십여년전... 뭔가를 생각하면서 처음 이탑을 보았을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
<힘찬... 웅장한... 장엄한... 그리고 아름다운... 그리고 위대한...>
현재의 보존상태에서 감은사탑과 고선사탑이 보이는 결정적인 차이(?)는
옥개석의 귀솟음이 온전한 것과 깨져 있는 상태이다...
어쩌면 작은 차이를 내가 확대해석 하는지도 모르지만
귀솟음의 차이로 상승감과 경쾌함,
그리고 위압감과 생동감은 정말 큰 차이로 다가온다.
<가까이서 올려다 볼 수 있다면 ... 하늘 아래, 역사의 바람에, 대지에 굳굳히 서있는...>
비슷한 크기와 비례의 두탑...
고선사탑이 마음씨 좋은 거인,
그러나 어려울 땐 언제나 기대고 싶은 포용력으로 다가온다면
감은사탑은 위풍당당한 장수,
항상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생동감 넘치는 카르스마로 다가온다.
감은사탑이 하늘에서 던져진 비석 같다면,
<나는 갈때마다 다른 색깔의 탑을 봤다... 특권일지, 아니면 내 기분일지...>
<하층 기단부가 살짝 가려졌을때의 탑의 미감은 달라진다... 어딘지 어색하지?>
대지에 굳세게 뿌리를 내린 감은사탑의 당당함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너무 정적이어서 가볍게 내려앉은 고선사탑은
몸을 당긴다.
우리시대 누가 있어 또 이같은 명작을 남길 수 있을까... ...
<우리는 이 돌무더기를 보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와 설화를 만들었다... 향기있는 전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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