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미탄사지 삼층석탑
오늘부터는 강행군을 할수 없는 상황이다.
햇살이와 콜록거리는 색시가 동행하니까...
밭 한가운데 보이는 탑이 있다.
안내도 없고 표식도 없고 그냥 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다.
황룡사지 남쪽, 미탄사지 삼층석탑이다.
매끈하다.
새로운 부재가 여기저기 보일 정도로 많이 보수가 되어있다.
그러나 참 준수하고 잘 빠졌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미지정 유물 ; 역시 일단은 온전해야 제 대우를 받을까?
이번 경주여행에서 역시 탑은 나의 주요한 답사의 대상이 되었다.
국보 ; 석가탑, 다보탑, 감은사탑, 고선사탑, 장항리 오층탑, 분황사탑, 황복사지 삼층탑,
또 보물급으로는 원원사지 삼층쌍탑, 천군동 쌍탑, 남산리 두탑과 용장사 삼층석탑,
창림사지 삼층석탑과 능지탑까지...(무장사터 삼층탑은 끝내 보지 못했다)
그리고 경주인근까지 확대하면 국보인 나원리 오층석탑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까지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이만한 곳이 없다.
<미탄사탑을 보면서 석가탑을 그려보면 재밌다... 미탄사에 상륜부가 온전하다면...?>
<정혜사지 ; 삼층탑들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다른 모습... 정교하면서도 참으로 예쁜 탑...>
미탄사지 삼층탑은 남산리 서탑과 거의 비슷하며 석가탑을 많이 닳았다.
탑에서 부재 하나하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상륜부는 말할것도 없이 노반의 있고 없음,
기단부가 완전히 노출 돼있는 것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
옥개석 귀솟음이 깨진 상태와 온전한 상태...
그리고 거의 없지만 풍경이 달린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미감 차이는 너무나 크다...
그런 와중에 많은 부재가 보수되거나 새롭게 보충된다면?
감은사탑의 기단부 판석 일부가 깨어지고 교체된 상태는
그렇지 않았을 적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
아무튼 미탄사지는 많은 부재가 보수된 상태다.
<석가탑과 비교하면 기단부가 조금 낮고 하층기단은 충분히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그 미감은?
층급받침이 3단으로 줄었고
각층 옥개석의 추녀반전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날렵하면서도 안정적이고, 여린 듯 하면서도 동적인 느낌을 준다.
준수하면서도 의젓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남산리 서탑에 비교해서도 그 세련됨이나 늘씬함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탑이다.
15. 구황리 황복사지 상층석탑
국보 37호 구황리 삼층석탑...
황복사지 삼층석탑의 다른 이름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똑같은 길을 3번 4번 지나쳤고, 결국 두 번이나 찾게되었다.
문화관광과, 관광안내소, 찾을 수 있는 곳과, 물을 수 있는 곳을 다 물었어도
동물이명(同物異名)이란 간단한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선사탑이 국보 38호이고 나원리탑이 39호니까 사료적 가치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692년 세워진 높이 7.3m의 탑...
<통통하다...^^ 그나마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둔중하지만 듬직하다...>
감은사 탑이 682년에 세워졌고, 불국사(석가탑)가 751년 창건되었으니
그 중간에 위치한 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보가 되었을까?
다부진 느낌에 둔중하다?
한마디로 기름기가 빠지지 않은 다소 몽땅한 느낌이다.
이유? 몸돌에 비해 옥개석이 너무 좁다?!
<감은사탑과 비교해 보면... 미감이라는게...>
탑의 몸돌은 이미 기단부의 높이와 넓이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전체적인 탑의 높이와 체감률까지도 기단부의 넓이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탑의 상승감과 안정감은
지붕돌(옥개석)의 넓이와 크기, 두께, 낙수면의 경사 등 미묘한 차이에서 크게 달라진다.
몸돌의 넓이와 옥개석의 넓이의 비례는 나에게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고...
<나원리 오층탑 ; 정말 크다... 몸돌 넓이와 옥개석 넓이의 비례가 황복사지와 비슷...>
전탑을 포함해 삼국시대의 탑들은 몸돌이 크고 넓다.
(물론 목구조의 답습과 전탑의 구조적 한계도 있지만)
감은사지와 불국사 삼층석탑 등 통일신라 전성기에 완벽한 비례를 갖추지만
고려시대에는 옥개석이 과장되고 몸돌이 좁아진다.
황복사지 삼층탑은 이런점에서 경쾌함과 상승감을 살리지 못했다.
나원리 오층석탑과 비슷한 미감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황복사...
낭산을 등지고서 선덕여왕릉과 진평왕릉을 앞뒤로 두고,
그리고 보문사터와 황룡사터를 좌우로 두고 있다면?
왕실의 기복을 염원하던 곳?
의상대사가 머리를 깎은 곳...
공간적 연계성은 탑의 또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16. 삼층석탑
천군동 쌍탑과 창림사지 삼층탑은 황복사지 삼층탑을 닮았다.
비슷한 비례에 비슷한 체감률을 가지고 있다.
크기도 3개의 탑이 비슷하다.
<천군동 쌍탑...>
천군동 쌍탑은 한쪽이 노반에 복발 앙화가 있는 반면
한쪽이 3층 옥개석 위쪽이 완전히 소실된 상태이다.
석질에서 약간의 차이는 느껴지지만 완전히 쌍둥이 탑이라 해도 좋을 듯싶다.
<기분 좋은 날씨와 하늘에 비둘기도 한 몫... 다부진 느낌...>
그러나 비슷한 크기의 황복사지에 비해 탑이 왜소해 보인다.
이유? 천군동 쌍탑은 기단부가 묻혀있지는 않지만, 주변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농지의 복토가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현 농법이 변하지 않는 한 지력확보의 유일한 방안일까?)
또하나는 창림사탑과 달리 논밭 한가운데 위치하면서 비교의 대상이 없는 것도 한 이유다.
<창림사탑 ; 주변이 정리되지 않아 찾기가... 너무 가까이서 찍을 수밖에...>
<창림사탑의 팔부신중 ; 능숙하고 완숙한 솜씨로 부조되어 있다...>
천군동 쌍탑과 달리 창림사탑은 2층 기단부(상대석)에 팔부신중이 조각되어 있다.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조각 하나하나가 결코 허튼 손놀림은 절대 아니다.
주변의 소나무에 묻혀 있어, 가까이서 볼 수밖에 없는 창림사지는 6.5m 높이
천군동 쌍탑에 비해 1m 가까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낙수면이 보이질 않는다.
1m 정도 높이의 철책 위에서도 마찬가지...
즉 천군동 쌍탑이 그 정도로 큰 규모라는 이야기다.
<구정동 삼층석탑 ; 너무 가냘프다...>
이에 비하면 구정동 삼층석탑은 몸돌에 비해 지붕돌의 넓이가 과장되어 있다.
그래도 늘씬한 아가씨의 수줍음이 배어있는 듯한 모습?
지붕돌이 넓어지면 대체적으로 상승감과 경쾌함이 생긴다.
불국사 근처에 머물면서, 매일 이곳을 지나가는데,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되고 조명이 있어 밤에도 그냥 차안에서 보며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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