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장항리 석탑
이쯤에서 나올 때가 됐는데? - 아직 아닌 것 같은데...
우리가 여기 처음 왔을 때도 이 길이 포장됐었나? - 됐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석탑이 보물 아니었어? - 그때도 국보였던 것 같은데...
장항리 석탑을 보러가면서 나눈 색시와의 대화다.
<산중턱, 조금은 답답해보이는 곳에 장항사지는 위치하고 있다... 확 틔인 전망도 없고
친절한 안내나, 주차장, 진입로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그래서 여운이 많을까?>
부드러운 돌 색깔...
햇빛에 더 따사롭게 보인다.
<사리함을 찾기 위한 도굴범들의 폭파가 수차례 있었고, 이렇게 상처투성이로 남아있다...96년>
<동서탑이 온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 곳... 이곳의 쌍탑은 어떤 대응이 있었을까?>
<남성과 여성? 단순과 화려? 혹은 어떤 교리가 적용되어 조성되었을지...>
흔히 동탑으로 불리는 옥개석(파괴된 상태의)만 남아있는 석탑
그리고 비교적 온전하게 보수 되어있는 서탑(동탑의 부재까지 섞었을까?)
<운이 좋았던 날... 따뜻한 볕과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 마음을 풀어준다...>
그리고 석불입상은 박물관에 놔두고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연화대좌...
좁다랗고 가파른 언덕 위의 장항리 절터 전경이다.
장항리 서탑은 연화대좌 등에서 보이는 뛰어난 조각이 이름이 높다.
A와 M (아와 훔)의 원칙을 지키는 정성스럽고 역동적인 인왕상 조각들...
<동탑의 인왕상...>
그리고 앙증맞도록 애교스럽고 생기발랄한 연화대좌의 사자...
게다가 정연하고 흐트러짐이 없이 의젓하게 서있는 석탑...
<질리지 않은 명품에는 항상 양면이 있다... 해학과 절제, 놀이와 노동, 그리고 편안함과 긴장...>
조각 하나 하나의 수준이 높고 완결성이 있어 가치를 더 인정받는지 모른다.
똑같은 크기의 두 개의 탑이 서있었을 때의 꽉참은 정말 부족함이 없었을 듯 싶다.
<96년 연화대좌... 하나 하나의 조각을 뜯어 보는 것도 재밌다...>
<여기에 앉아 있는 불상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보았을까?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실 서오층탑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오층에 맞게 늘씬해진 몸돌과 그에 적절하게 체감된 지붕돌로 안정감을 갖춰
35mm 필름에 꽉 찰 정도의 비례로 인해,
그 큰 규모가 쉬이 짐작가기 어려워서 그렇지
9.5m의 높이는 나원리 오층석탑과 거의 같은 높이다.
물론 미감은 전혀 다르지만...
<햇빛은 모든 생명의 근원... 빛을 안은 뒷모습은 항상 조심스럽다...>
늘씬함? 가늘어짐? 월정사 구층탑과 비교하면?
월정사에서는 아예 고려시대 탑의 특징으로 세장미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월정사 구층탑... 준수하면서 정연한 모습...
흡입력 혹은 기를 느끼지 못한다... 고려와 신라의 차이일까?>
장항리 오층석탑은 이 범주와는 또 다른 늘씬함이다.
크기와 규모가 주는 위압감과 카리스마를 완전히 배제하고
차분하면서도 세련되게 서있는 오층석탑...
<차분하다? 그래도 역시 힘이 있다... 절제된 정제된 혹은 응축된 힘...>
잘생겼지만 차갑다?
어쩌면 그 차가운 정적에, 차분하게 통일이후의 새로운 문화부흥을 준비하는
절제된 힘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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