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저녁이 비었다...ㅎㅎ
일이 없는게 아니라 약속이 없는거다...
텅빈 저녁을 어떻게 채우는가...
연습장을 갈것인가?
책을 읽을 것인가?
아닌 글을 쓸것인가?
ㅎㅎ 고민이 갑자기 사치스러워지는가?
저녁을 먹기엔 연습장 찌개가 제일 맛있는데
오늘은 그냥 여기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이게 고민이다...
주변이 온통 음심점인데도 불구하고
저녁 먹는게 만만치 않다...
그래도 오늘은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서 내가 자주 가는곳은 정해져 있다...
중국집... 누룽지탕과 소고기 탕수육이 맛있다...
그리고 복집의 지리가 맛있다...
설렁탕집, 백반집도 괜찮고...
문제는 모두가 부담스럽다는 점...
설렁탕집에 가서 설렁탕을 시키면
주인 아주머니가 와서 특 설렁탕의 고기를 넣어준다...
백반집에 가서 백반을 먹다보면
주인 아저씨가 고기 자랑을 늘어 놓는다...
게다가 토화젓 한통도 주고...
한마디로 먹을만한 집은 비싸거나
너무 친절해서 부담스럽다는 점...
그리고 혼자 있다 보니 그냥 건너뛰는 게 편하다는 점...
이건 엄밀히 게으름의 결과일 뿐이다.
한가지 더...
주변의 수십 집의 음식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저녁거리를 찾지 못한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이유? 가는 곳마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패의 이유? 내가 미식가여서? 그건 아니고...
역시 게으르거나 나의 미각의 관용력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점...
회식이나 식사약속에서 나는 모든 음식을 잘 소화하지만
막상 혼자서 먹으려할 때는 불필요한 미감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가급적 후회하지 않고
손해 본 느낌이 없고
맑고 깔끔하고
상큼하고
맛깔스러운
그런 집을 찾아야 하는데...
1년이 지나서도 못 찾고 있다...
아직도...ㅠㅠ
아무튼 연습장을 포기하니 시간이 더 여유스러워지고
저녁을 먹고
들고나온 책을 읽는다...
길가에서...
근데 작업복없는 반팔이 쌀쌀하다...
차 한잔이 생각난다...
꽃을 사고 싶다...
단골 꽃집에 들어서
무턱대고 차 한잔과 꽃 한송이를 부탁한다...
천원짜리 꽃 한송이만 줄래요?
천원짜리 꽃은 없는데요...ㅎㅎ
돈 받고는 못 줘도 꽁짜로는 줄 수 있어요...
향이 좋다는 백합 비슷한 한송이를 준다...
꽃 한송이 들고 요구르트 사러간다...
앗?!!!
여기서부터 시작된 사람들의 반응...
슈퍼의 아주머니 아저씨의 커진 눈...
안내 아가씨의 웃음...
내가 무딘건지, 그분들이 순진한건지...^^
건너편 경비아저씨에게 음료수 한병 드리고...
역시 입을 떼지 못한다...
운영사 직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몇마디 말을 건네는데 내용이 없다...ㅎㅎ
경비아저씨, 관리실 직원들 모두 비실 비실 웃기만 하고...
아쿠아 사장의 결정적인 한마디...
쇼킹한데요???
허허~~~ 그래도 집으로 갈때는 자주 했던 일인데...
잠깐의 팬 서비스?
저녁 먹고...
꽃 한송이 들고...
그렇게 여유로운 저녁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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