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준공필증을 받았습니다...
일기처럼 한공정 한분야씩 정리해보려 하는데...
뜨락님들께 건설이 낯설고 생소하리라 생각되지만
조금씩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두서없이 긴글이 시작되는데... 이해 하시길 바라며...
-----------------------------------------------------------------
1.
오늘이 벌써 10월...
정신없었던 9월...
무조건 추석전에 준공필증을 받기위해 뛰었던 시간들...
참 피말리고, 가슴 졸였던 시간들...
시간의 흐름속에서 기쁨도 즐거움도 벌써 희석되가나...
사실 이번 현장의 준공은 내게 의미가 컸다.
그렇게 많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현장이었다.
또한 모처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현장이기도 했고,
건설회사로서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이룬 작은 성공이기도 했고,
또 개인적으로 잠깐 일에 묻힐 수 있었던 현장이기도 했다.
2.
사실 공사하면서 쉽지않거나 기억에 남는 현장들도 있다.
95년 원주현장
당시 부장으로 근무했던 현장이었는데
골조와 미장분야의 부도로 모두가 준공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현장이다.
개인적으로 4천만원을 던졌던 현장...
그러나 나는 약속대로 준공시기와 입주시기를 맞췄다.
담배한대를 찐하고 맛있게 피울수 있었고,
또 이현장에서 담배를 끊었었다...
99년 파주현장...
당시 공무팀장겸 현장소장 대행으로 근무했었는데
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대규모 현장으로
재미있고 쉽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일을 풀어갔던 현장이었다.
물론 2000년 원주에서 아파트 골조공사 5개동은
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에서 검토해야하니
어쩜 지금과 비교하기는 어렵고...
아무튼 이번 현장은 내게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다...
3.
처음 분당에 왔을때 참 우습게 생각했었다.
지하5층, 지상12층의 작은 상가건물...
손바닥만한 건물이라며(일단 규모면에서) 작게 생각했고
더우기 상가건물이었으므로 단순하다고 생각했고,
게다가 토목과 골조공사가 진행중이었고
시행,시공사의 자금력이 든든했으므로 공사운영에 지장이 없었고,
그리고 전적으로 믿어주시는 분이있어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있다면 내 개인의 신상문제...
회사일이나, 기간의 문제들의 지루한 수습과
사실 대안이나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내 물리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관계와 자금의 얽힌 문제들...
잠시나마 일속에 묻히고 싶었던
또 금전적으로도 한숨돌리고 싶어서 택했던 현장이라는 점...
객관적으로 공사와 준공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고,
내 개인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풀어 가야할 부차적인 요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부딪히면서 많은 문제들에 봉착했고
개인의 문제보다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할 많은 문제들을 풀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은 두배로 부풀리고
쉽지 않았던 이유를 무기로 자신의 고통을
자랑삼아, 혹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근거로 삼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일 거고...
4.
지하5층, 지상12층... 전체적으로 80m가 넘는 건물이고
지상층만으로도 아파트 20층에 가까운 높이의 건물...
이 건물이 18개월만의 공사로 완공되기는 사실 무리가 많다.
적어도 24개월은 필요했다.
토목공사 6개월, 골조공사 10개월...
그리고 비계해체후 남은 공사기간이 1개월...
이웃 삼성이나 동양, 그리고 삼라나 대덕등의 건물과 비교해서
절대공기가 부족한데다 골조공사 업체의 부실로 공사에 어려움도 많았고
금전적으로나 공기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던 공사...
백화점식 마감으로 일반 상가와는 질적으로 다른 기계전기설비 시설...
그리고 인테리어 도면이 없는 상태에서 마감재를 하나 하나 선택해야하는 어려움...
건물은 상가인데 마감은 백화점을 겨냥한 고급사양의 자재와 공사...
게다가 2개층은 오피스텔로 아파트와 똑같은 마감공정...
30대 전후의 직원들로 구성된 맨파워도 문제였다.
현장 유경험자는 대리급 한명에 신입직원 3명을 데리고 교육도 시켜야하고...
게다가 분당에서, 도심지 한가운데서의 공사도 어려움이 많았고...
중간에 철근파동과 품귀로 철근 50%, 전체적으로 2~30%의 자재비 상승...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과 잦은 산재사고...
그리고 공종별로 4백만원에서 40억까지 50여개 협력업체의 관리...
일하다보니 동백지구 담합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일도 봐야했고
현장책임자이다보니 시공만이 아니라 분양과 임대도 책임져야했고
게다가 특수쇼핑몰의 위탁관리문제도 내 역할로 떨어지고...
또 죽전에 새 사업도 착공하고...
게다가 간만에 공사하면서 작품하나 만들어보자고 욕심을 내고...^^
어쩌면 가장 큰문제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막바지 자금부담과
분양계약자들의 민원 때문에 9월말에 무조건 준공을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
사실 9월말까지 준공을 이루지 못하면 회사에서 물어야 하는 패널티...
연체료가 하루에 약 1억5천만원 정도...
말그대로 현장은 손바닥만한데
사업규모는 500억이 넘는 제법 큰 사업을 끌어가야 하는 부담속에서 지냈다.
물론 내 자신이 오너가 아니고 현장소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은인이시고 어머님 같은 분에게 실망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은
책임감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5.
7월 중순... 일단 휴가를 포기하고
직원들도 휴가를 반납했다... 준공하고 멋있는 곳 여행을 시켜준다고 약속하고...^^
이때부터 현장을 24시간 체계로 바꾸었다.
일일 출역인원이 200명을 넘어가는데
협력업체나 작업반원들은 잘해야 10월 준공을 생각하며
내 지시를 반신반의 한다...
8월 중순... 아직도 외부비계를 해체하지 못하고
왜 그렇게 비는 오는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 이젠 모든 작업반원들이 야간근무...
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다치는지...
떨어지고 찢어지고 부러지고...
급기야 산재 다발로 노동부에 호출되고 검찰에 고발되고...
(이건 내 무능력으로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다)
도심지 공사니 당연히 민원이 많다.
그 작은땅에 크레인 5대를 들이대고 동시에 작업을 하고
성남대로는 3개차선을 막고 300톤 크레인을 들이댔으니...
급기야 민원에도 불구하고 행정조치가 없다는 이유로 도경에까지 호출당하고...
준공예정 며칠을 앞두고 받아야할 필증 15개 정도가 14일까지 하나도 도착하지 않고
왜 그렇게 비가 오는지 15일이 되어서도 외부 유리도 다 못부치고
예술장식품은 17일날 설치되고
도로복구, 공공공지 복구, 조경공사, 소방검사...
바뀐 법을 나중에서야 알고 설계사무소만 욕하고...
6.
사실 9월초 직원들, 협력업체 사장들,
그리고 내가 모시는 분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했었다.
쉽지 않다. 어려운 공사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리는 할수 있으며, 또 해야만 한다...
정말 매 순간 매 순간 피를 말리며 잠못자는 2주일...
일꾼들도 지치고, 직원들도 지치고, 또 회사 관계자 모두가 지친다...
큰 소리가 오가고, 욕이 나오고, 또 직원들을 질타하고...
밤낮이 없었고
매 시간 시간을 체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간들...
그리고 마지막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던 30여 작은 공정들...
약속했던 15일... 모든 필증이 들어왔다.
이제 남은 것은 구청, 시청과의 관계...
직원들과 공무원들의 다툼...
이젠 말한마디 한마디가 천만원, 이천만원의 경비를 쏟아부어야 한다.
보도블럭 다 걷어내...
다음날에는 도로 포장도 다 걷어버렸다...
화려한 조명이 들어온 16일밤...
모든 직원들이 야경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멋있다고...
그날밤에도 100여명의 인부들이 12시를 넘겼다.
다시 서류접수를 둘러싼 며칠간의 신경전...
사실 이때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내가 할일? 하나라도 일을 죽이는 것...
비가오면 포장을 치고, 축축한 바닥은 불로 말렸다.
7.
24일...
30분을 남기고 마지막 통보...
매 분마다 담배를 물지 않을 수 없는 시간... 그리고 극적인 결재...
강소장... 필증 나왔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심지어 오너까지도...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한마디한다.
필증안나왔으면 모두 보따리싸서 집에 가려했다고...
책임은 내가 져야지 왜 자네들이 그런 생각을 했냐고 한마디했다...
참, 고마운 사람들...
무엇이 이들을 일에 몰두하게 했을까...
어떤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졌기에 모든 것을 걸었을까...
이들은 9월 준공의 절박함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 웃음들...
악수들...
고생하셨다는 그 한마디, 한마디 말들...
그리고 박수...
그 무용담(?)에
가슴졸이던 순간들을 되새김하며 웃었다...
이들에게도 내게도 추석은 고마운 휴식시간이다...
만약... 만약에 필증을 24일날 받지 못했다면...ㅎㅎ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해서도 안될...^^
성남대로에서 본 건물이 마음에 든다...
괜찮은 모습...
저녁에는 정면이 볼만하다...
색색들이 화려한 색깔...
1층홀과 엘리베이터 홀도 괜찮고...
이젠 옥상조경만 조금더 신경쓰면...
별뜨락님들을 한번은 초대하고 싶다...
열심히 지은 건물...
근데~~~ 시간이 지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별로 내세울게 없다는 마음에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고...
하나 하나 나름대로는 무척 공도 들이고
색, 선, 형... 수없이 그렸던 그림들이 어느 순간 허전하고...
부족함도 많고
지적받을 것도 많지만
정말 많은 애정을 쏟은 건물...
그러나 이제 한고비를 넘겼는지 모른다.
이제 분양... 그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