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설현장에서...

건설>아파트(2) - 아파트의 변화... 2000년, 구조와 단지와 외관...

 

4.


구조와 세대내부의 마감자재가 질적인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아파트는 또다시 변한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침체와 IMF...

적체되는 미분양 물량과 난무하는 건설업체, 그리고 사회적 부의 양극화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에 이르러 아파트의 문화를 한단계 성숙시키는데

단지의 조성과 설계 기획에서의 변화가 특징으로 나타나게 된다.


아파트의 평형대 구성도 90년대 중반부터 24평형대가 점점 사라지고,

30평형대와 40평형대가 6:4의 비율로 정착하고

40평형대에서만 시도 되었던 드레스룸, 보조주방이 30평형대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16층이상을 초고층이라 부르던 관련법도 시장의 추세를 반영하여

25층 이상, 30층대, 그리고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가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난개발과 나홀로 아파트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토지공사가 토지공급을 주도하게 된다.

 

<숙소에서 내려다본 분당... 한강에서도 산에서도 길에서도 우리는 맨날 아파트만 보고 사는것 같다...>

 

 

80년대말 분당신도시로 대표되던 가로형 신도시 개발은

90년대 초, 평촌의 개방적 도시구조와 일산의 규격화된 신도시 개발로 일단락되고

이제는 00택지식의 중소규모 택지로 아파트 단지가 집적화 된다.

아파트의 입지와 여건이 경쟁력이던 시기가 마무리 되고,

아파트 단지 자체가 경쟁력으로 부상되는 객관적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자연히 세대내부의 문제보다는 단지의 규모와 외관이 중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평지붕과 기와걸이식 처마가 사라지고 박공이 보편화되고

다양한 그래픽이 아파트 측벽을 수놓게 되며,

지하주차장의 비율이 확대되면서 놀이공간과 휴식공간에 이름이 붙기 시작하고

단지의 경계를 두르던 담장들이 철거되면서 자연히 조경면적이 넓어지고

세대외부 공간의 구성과 단지배치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각 건설회사의 브랜드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던 시점이다.

來美安이란 브랜드가 히트를 치고 이영애가 아파트 광고를 하던 시점이다.


다양한 옵션체제가 적용되고 가전제품의 수준과 브랜드가 마감수준의 척도로 바뀌는데

마이너스 옵션이란 어쩌면 합리적인 방식은 더 이상 확산되지 못했다.

여전히 남들과 똑같은 최고와 과시라는 우리네 정서를 반증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시기는 기존 아파트의 가격을 신규아파트가 추월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금융상품이 다양하게 도입된다.

계약금의 비율이 조정되고 대출비율이 아파트 분양의 무기가 되고

무이자 융자, 이자 후불제 등의 중도금대출이 새로운 분양기법이 된다.

 

<모델하우스에서도 마감재를 선택할때도 인테리어와 코디네이션의 관점이 달라졌다...>

 

 

난방과 단열, 그리고 안전과 하자로 회피되던 1층과 최상층도 달라진다.

1층 세대를 위한 정원과 최상층의 1.5M이내의 다락방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도입되고

조망의 문제가 상품화되면서 층별 분양가가 세분화 되고

소위 로얄층의 개념이 바뀌어 간다.



5.


이제 아파트의 구조에서 남은 숙제는 하나다...

소위 세대내부의 층고 문제...

내부마감 2.3M와 골조구조의 2.6M는 오랜 기간 아파트의 내부마감을 규정했다.

열효율 관리법을 기준으로 최소의 난방기준을 규정한 법률에 업계가 순응한 결과다.

높은 천장의 거실과, 한번은 실패했지만 마루가 있는 발코니 등은

내부마감과 실내 인테리어에서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공사비 문제만 해결되면...


아파트 동의 구조도 이젠 다양화되었다.

90년대 초반까지 20평형대가 주류를 이룰 때 복도식은 아파트의 주류였다.

30평형대가 주류를 이루면서 계단식 아파트는 내부의 전용률도 높였다.

또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연구와 소비자의 인식제고는 아파트의 구성도 변하게 만들었다.

결국 공급자 위주의 상품구성에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건설산업에도 반영되게 된다.

업계는 주부 모니터링을 체계화하고, 모델하우스 도우미에도 주부들이 진출한다.

 

<장사진을 친 모델하우스... 개관하는 그날의 심정을 선물받으러 오시는 분들은 아시는지...^^>



삶의 질 향상이란 개념이 재해석되고 공공의 규제가 제도화되면서 단지배치도 달라진다.

소위 바람의 문제와 아파트 단지의 공명현상, 그리고 소방의 문제들이 거론되면서

ㄷ,ㅁ자형 단지배치와 1개동 3계단 6실도 통제를 받고

각종 건축,환경,교통 심의가 강화되고 지구단위계획과 도시계획에 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아파트 단지는 용적율과 건폐율의 강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다.


결국 낮은 건폐율과 낮은 용적율이 고품격의 주거환경으로 부각되면서

여유로워진 공간과 자유스러운 인동간격으로 탑상형과 판상형이 조화롭게 배치되고

단지와 주변환경에 따라 층수가 제한되고 스카이라인까지 규제 받으면서

아파트 단지 내외부는 90년대와 완전히 차별화 된다.

 

<경관조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입주후 입주자들과 관리사문소는 관리비를 이유로...ㅎㅎ>


게다가 택지공급의 한계와 일반주거지역의 용적율 강화는 아파트의 위치도 바꾸는데

바로 상업지역으로의 진출(?)이다.

소위 주상복합이라는 이름으로 초고층의 커튼월로 치장한 공동주택이 탄생한다.

당연히 주거지역에서 사라진 장점을 보완하고 상업지역의 장점을 수렴하여

거주와 여흥이 혼재된 원스톱 서비스의 호텔식 주상복합 아파트가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다양한 오피스텔과 함께...


판상형의 등장과 주상복합의 차용은 아파트의 외관과 스카이 라인을 바꾸게 된다.

또한 공간구성 이외에 주거의 화려함과 포인트는 대문과 지붕에 있고

이는 우리네 건축이나 서양의 건축에 모두 해당된다. 물론 볼륨과 메스의 문제는 있지만...

아파트의 지붕은 본래의 모양과 계단실의 처마가 조화되어 다양성을 확보하고

아파트의 정문도 차단기의 등장외에 근사한 대문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아파트는 비둘기 집이나 성냥갑이 아니게 된 것이다.

 

<초고층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분당이다... 다양한 외관과 마감... 좋은가?>

 


그리고 이러한 경험과 기술은

2000년 초반에 새로운 아이템을 도입시키는데 IT와 웰빙의 개념이다.

조망과 일조권에 환경과 자연이 가미되고

인터넷과 홈네트워크로 무장한 IT의 개념은 유비쿼터스란 새로운 목표를 받아들이고

조경과 단지의 시설물에는 입주민의 커뮤니티라는 문화적 개념까지 확대된다.

그리고 이제 아파트는 외부의 경관조명까지 설치되어 화려한 광고판으로 부각된다.

그야말로 아파트는 삶의 질과 수준, 그리고 문화를 포괄하는 완성된 개념이 된다.



6.


기능을 뛰어 넘은 삶의 질,

공간을 뛰어 넘은 커뮤니티,

안정을 뛰어 넘은 문화적 수준...

편리한 기능과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주거는

안정된 시간을 담보해주는 품격과 부의 상징으로 재해석된다.


튼튼하게 지어야 산다는 80년대를 거쳐

잘 지어야 팔린다는 90년대를 거쳐

이제 2000년대에는 어떠한 테제가 아파트 문화를 지배할까?

거주공간, 부동산정책(금융정책, 세법, 주촉법 포함),

건설산업이 맞물려 아파트는 발전해 왔다.

살기 좋은 아파트가 새천년의 모토일까?

 

<아파트는 더이상 아파트가 아니고, 공동주택도 아니다... 아무도 없는 나만의 성인지도 모른다...>

 

 

70평형대가 넘고

50층이 넘고

호텔식 관리에

공원 같은 시설물...

지금 이시기 우리나라 최고의 아파트는 더 이상 주거의 공간만은 아닌 듯싶다...


뭔가의 정점에서 커다란 변화를 직감하는 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개념에 대한 집착일까?

특화된, 전문화된, 고품격이 추구하는 아파트 문화는 정말 삶의 질을 향상시킬까?


단지 내의 분수대와 작은 개울, 산책로와 놀이터와 공원 같은 조경...

풀옵션으로 채택된 가전제품과 고급 마감재들...

극장과 도서실과 소규모 공연장까지 갖춘 단지내 시설물...

야외로 나서지 않아도 모든 것이 갖추어진 아파트 단지...

너무 꽉 차서 왠지 고립된 섬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가장 비싸다는 아파트에서... 왠지 어색하고 허전하다... 게다가 답답하고... 좋은 것은 모르겠다...>

 

 

집이 더 이상 과거의 집이 아니라면

우리가 치루어야할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은 우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잘못 출발한 부동산 정책과 투기성 자본에 좌우되는 아파트 가격은

단지 정부와 투기업자만의 잘못일까?

우리들이 황새걸음을 부러워하며 쫓아온 부메랑의 결과는 아닐까?

모든 삶의 환경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담고자 하는 욕심이 지금의 결과가 아닐까?


이제 아파트는 공기의 부압을 고려하여 냄새와 난방을 조절하고

밀폐와 차폐된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공기의 흐름과 냉난방을 제어하고

집밖에서도 실내의 모든 전기와 물과 가스를 통제하고

내차의 주차공간까지 배정받고 엘리베이터의 보턴까지 제어카드를 사용하려 한다.


사라진 담장대신 감시와 통제로 안정을 보장받는 지금의 아파트들...

벽돌과 철제로 만들었던 담장보다 더 높은 경계를 우리는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다.

건설회사의 생존전략이 입주민들의 부의 과시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임대주택 단지와 일반분양주택 단지의 경계선을 주민들이 요구하고

같은 단지이면서도 평형별로 학급편성이 달라지는

납득하기 힘든 새로운 계층이 만들어지고 있다.

 

<2000년대, 90년대식으로 지은... 세한도를 차용한 소나무도 있고, 눈도 있고, 파란 하늘이 있다...>

 


살기 좋은 아파트...

좋은 말이며, 건설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개념이다...

그러나 아파트는 더 이상 아파트가 아니다.

소위 주거문화,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던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와 프리미엄으로 아파트는 판단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품격의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