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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여행-趣,美,香...

탑2-5> 담양읍 오층탑 -1 ... 탑을 보러가는~~~

 


2. 느낌이 있는, 닮고 싶은 - (내가 나이를 먹어 간다면...)


2-1) 경주 서악리 삼층석탑(보물 65호, 신라, 4m)

2-2) 안강 자운산 정혜사 십삼층석탑(국보 40호, 780년(신라), 5.9m),

2-3) 예천 개심사 오층석탑(보물 53호, 1010년(고려), 4.33m),

2-3) 경주 승소골 삼층석탑(미지정, 9세기후, 3.77m),

2-5) 담양 읍내리 오층석탑(보물 506호, 고려, 7m),

2-5) 경주 미탄사 삼층석탑(미지정, 8세기후(신라), 6m),

2-7) 경주 남산리 양피사 삼층석탑(보물 124호, 8세기후(신라), 5.6m),

2-8) 김천 금오산 갈항사 삼층쌍탑(국보 99호, 758년(신라 경덕왕), 4.3m, 중앙박물관)

2-9) 청도 봉기동 삼층석탑(보물 113호, 8세기중(신라), 5.47m),

      달성 기성동 삼층석탑(보물 510호, 8세기중(신라), 5.2m),

2-10) 구미 낙산동 삼층석탑(보물 469호, 8세기(신라), 8m),

2-11) 강릉 신복사 삼층석탑(보물 87호, 고려초, 4.55m)

2-12) 경주 구미산 용명리 삼층석탑(보물 9083-4호, 7세기후(신라), 5.6m)

2-13) 의성 사자산 관덕리 삼층석탑(보물 188호, 9세기(신라), 3.65m),

2-14) 구미 황학산 직지사 청풍료 삼층석탑(보물 1186호, 9세기후(신라), 9m),

2-15) 경주 토함산 장항리 오층석탑(국보 236호, 8세기(신라), 9.1m),



 

 

 

070218 담양읍 오층탑 - 1.


내가 탑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모두 아는 내용이고

이시기에 내가 탑을 보고자하는 것은 나만 아는 사실이고...ㅎㅎ


가끔 탑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자신이 위로 받고 싶을 때,

혹은 내게 뭔가의 자극을 주고 싶을 때,

혹시라도 탑이 내게 주문이라도 외워줄 것 같을 때가 있다...

 

<탑평리 칠층석탑... 지광국사 현묘탑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기회 있을때마다 찾아가는 탑이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싶고

새로운 준비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싶을 때

번거롭지 않고 간결하게 나를 안내해 줄 수 있는 게 탑 구경(?)이다...


답사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고

탑돌이도 아니고

기도도 아니고 주문도 아니고 섬김도 아니면서

나와 이야기하면서...


하늘도 보고

자연도 보고

역사도 느끼고

사람도 생각하고

예술도 품어 볼 수 있는

내게는 가장 편안한 길이 탑을 보러 가는 길이다.

 

 


게다가 최근에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서

내 미처 보지 못했던 탑들을 보면서

반성(?)까지 하다 보니 몸이 간지럽지 않을 수 없고

해서 설 연휴 차분한 일정을 계획했던 것...




물론 지금 세어보라면

내 눈으로 담아본 탑보다

내 미처 마음의 흔적을 남기지 못한 탑이 많겠지만

시간만 되고, 여유만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찾아다녔던 터라

이제는 나름의 방식으로 탑을 벗겨보고

뜯어보고, 음미하곤 한다...


게다가 약간의 역사와

조금의 미감을 붙여보면

스스로도 그럴듯한 말들이 만들어지니

이제는 재미있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아직은 누구처럼 남들에게 설명할 수준이 못됨은 스스로 잘 안다.

 

 

 


처음에는 많은 개념들이 필요했다.

부재에 대한 설명도 주어 담기 쉽지 않았고

역사적 변천과정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도 못했지만

어느덧 만든 이의 손길이 그리워지고

보는 이들의 감상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제는 문득 탑을 사람으로 빗대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해지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역사에 아는 인물들이 풍부하지 못하고

미적 깊이와 예향에 젖은 촉촉함이 부족하니

여전히 나만의 자위와 편견이 두려워지기도 하는 게 요즘이다.

 

 


이제는 안내받고 설명 받는 탑 구경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누군가의 안내를 받으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여행이 필요한 듯싶다...




담양 읍내리 오층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이다.

참 즐거운 미감이었다.

준수한 청년처럼,

멋들어진 경쾌함과

세련된 자태...

 

 


우아함을 말하자니 풍만함이 부족하고

듬직함을 꺼내자니 날렵함이 앞장서고

고고함을 거론하기에는 수수한 맛이 편안하고

일견 자연스러우면서도 나름의 치장을 갖추었고

간결함과 단순함을 내세우기에는 세련된 변화가 적지 않고...


이런 맛의 사람을 찾아보자니 쉽지가 않다...

친구 중에 있나?

역사 속에는? 소설 속에는?

예전 같으면 만든 이의 손길과 숨결을 더듬었겠지만

뜬금없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라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부족하지 않지만 넘치지도 못하고

덩그러니 시공간을 점유하지만 영향력이 크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나름의 기품도 갖추고 있고

잡스러움과 고고함을 조금씩 떼어다가

어설픈 중간으로 취부하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가 없었던 3~40년 전에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벌판을 뭉뚱 잘라버린 앞뒤의 도로가 없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조그마한 벌판이 끝나는 조금 먼 산자락을 배경으로

담양읍내의 촌락들이 가까이 모여 있던 시절에

이 탑은 무슨 사연들을 담고 있었을까?

 

<좁지 않은 들판과 산을 기대고, 촌락을 지켜주는... 백색이 주는 간결함과 가로수의 수직성에 어울려.> 


상상이 추억을 대신할 수 없고

재현이 과거의 회상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탑만 남은 폐사지란 건축의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가능성이 없어 부질없고

생산으로 공유되지 않아 허망할지 몰라도

문화란, 예술이란 늘 그런 작업들로 풍요로운 법...

 

 


또 다른 건축과 나만의 즐거움이

산에 기대고 들판에 자리 잡는 순간...

하늘도 보이고

인간의 향기가 느껴지는 순간...

역사도 사람도 사상도 그렇게 열려진다...


작지 않아서 안심이 되고

밉지 않아서 다행이 되고

가늘지 않아서 불안하지 않고

제멋대로가 아니어서 볼품이 있다...

 

 


나라는 인간이 만든 기준이라는 게 한세월을 넘지 못하고

내가 느끼는 감상이 한걸음 타인을 넘지 못해도

머리에 남고

가슴에 남고

필름에 남으면 자족인데,

마침 부족함을 찾으라면 함께 하지 않음일 뿐이다...